한국에 치명적인 독성을 가진 왜래종이 오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는 실장석 참피 소설 폐공원에서 생긴 일

 이곳은 어느 폐공원.

언제부턴가 관리 상태가 개판이 돼서 찾아오는 사람이라고는 가끔씩 찾아들어오는 학대파 몇명이 전부인, 진짜 폐공원이다. 그 가끔 찾아오는 학대파들조차도 거의 사람 허리~성인 남성보다도 크게 자란 풀에 질색을 하며 돌아가지만. 무슨 풀들이 수두룩빽빽하게 자라서 헤쳐나가기도 힘들 지경인 것이다.


이런 흉물스러운 공원을 왜 남겨두냐, 당장 치워서 새로 짓든가 해라 하는 항의가 한 둘이 아니지만, 철거하는 거도 돈이고, 저 크게 자란 풀 자르는 거도 수고가 이만저만이 아니고, 사람이 올지도 안 올지도 모르는 공원을 새로 짓기에는 위험부담이 크다 하는 이유로 그대로 방치된 공원이다.


관리가 안 되고 사람도 잘 안 다니니 공원 안팎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가득 쌓여있다. 어차피 사람도 안 다니는데 여기 버린다고 뭐 문제 있겠어? 하는 양심이 좀 부족한 사람들이 하나 둘 버리다가 결국에는 아예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곳처럼 변한 것.


최소한의 관리조차 안 되는 사람이 안 다니는 폐공원, 넘쳐나는 음식물 쓰레기. 이 두가지 시너지가 합쳐져 환장의 결과가 탄생했으니, 그것이 바로 실장석들이 공원의 주인이 됐다는 것이다.


풀이 너무 빽빽하게 자란 탓에 살 공간이 마땅치않다는 점 때문인지 해골 5개 공원처럼 실장석이 미친듯이 쏟아지는 건 아니지만, 충분히 많이 살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가 넘쳐난다는 환경만 아니었으면 진작에 슬럼화가 진행됐겠지.


어두컴컴한 풀숲에서 잔반을 뒤지는 한 마리의 실장석. 여기 있는 실장석……구분을 위해 미도리라고 하자. 미도리는 오늘도 잔반을 가져오기 위해 나왔고, 상당한 수확을 거둔 참이다.


"데프프, 오늘도 대박인 데스~"


공원 가장자리 쯤으로 나오면 어딜 가나 음식물 쓰레기로 가득하다. 미도리는 오늘 어지간한 들실장은 구경하기도 힘든 고기를 몇조각 찾아낸 참이다. 이미 상할대로 상하고 곰팡이까지 핀 잔반이 대다수지만 실장석에게는 충분히 진수성찬이리라.


미도리는 그날의 수확물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간다. 한낮에도 어두컴컴할 정도로 우거진 풀숲에서도 유난히 사람 키보다도 크게 자란 풀이 우거진 구역, 그곳이 미도리의 하우스가 있는 곳이다.


미도리는 큰소리로 새끼들을 불러낸다. 식량이 풍족하기 때문에 동족식을 하는 실장석이 없다시피하기 때문에 가능한 대담한 행동이다.


"마마가 온 데스! 다들 이리 나와서 밥 먹는 데스!"

"마마! 배고픈 테치!"

"빨리 밥 주는 레치!"

"테챠아아아악 와타치가 먼저 먹는 테치이이이"

"레훙, 구더기도 배고픈 레후, 밥 주는 레후."


자실장 5마리, 엄지 3마리, 구더기 8마리. 평범한 공원이었으면 진작에 솎아내졌을 분충끼 가득한 새끼들도 살아있다. 그만큼 이 공원이 실장석에게는 살기 좋은 곳이라는 뜻이다. 햇빛이 부족하다는 걸 빼면 어지간한 들실장에게는 낙원 같은 곳이겠지. 햇빛이 부족하다는 점마저도 지금 같은 여름에는 다른 곳에 비해 훨씬 서늘하다는 이점으로 작용하기에 큰 문제가 아니다.


"마마, 마마! 콘페이토! 콘페이토 먹고 싶은 테챠!"

"와타치도 콘페이토 먹고 싶은 테치이!"

"콘페이토는 없는 데스. 대신 스테이크를 찾은 데스, 다 같이 나눠먹는 데스우."

"레찌! 스테이크 레치! 와타치한테 다 내놓는 레치!!"

"6녀, 그런 소리하면 분충인테치!"


투닥거리는 자매들. 분충끼가 다분하게 드러나는 새끼의 생때마저도 귀여운 듯, 미도리는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테챱, 테챱"

"레찌이이이 그 스테이크는 와타치 거인 레치!!"

"진정하는 데스, 몸 크기에 따라서 나눈 거니까 욕심 부리면 안 되는 데스."


행복? 하게 식사를 하는 미도리 일가. 미도리는 생각했다. 언제까지고 자신들의 천국이 영원할 것이라고.


하지만 물론, 그런 실장석 기준의 천국 같은 생활은 오래가지 못 했다.


어느 날 갑자기 태풍 소식이 날아왔다. 인간 기준에서도 방심하면 위험한 수준의 태풍이 불어닥치는 바람에 상당한 손실이 난 것이다. 그렇게까지 큰 피해는 아니었지만, 공원의 실장석들은 어떨까? 물론 멀쩡할 리가 없다.


"―――데갹―――"

"테에엥―――"


"데…누가 또 날라가는 데수."

"마마, 무서운 테치…"

"레훼에엥…커다란 소리 무서운 레후…"

"마마 무서운 레치!"

"괜찮은데스, 마마는 안전한 곳에 집을 세웠으니 저런 멍청한 분충들하고 달리 날아가지는 않는 데스."

"치프프, 분충이 내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유쾌한 레치."


세찬 비바람은 실시간으로 실장석의 체온을 빼앗아가고, 바람에 날라가는 동족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위협적인 바람 소리와 흔들거리는 하우스, 그러나 미도리는 크게 긴장하지 않는다. 미도리는 상대적으로 똑똑한지 아니면 운이 좋은건지 상대적으로 바람의 영향이 적은 키큰 풀숲 지역에서도 바람의 영향이 적은 곳에 하우스를 세워놓은 것이다.

거센 바람 소리와 바람에 날아가는 동족의 비명소리에 덜덜 떠는 자실장들 (분충은 위기의식이 없는 건지 실실 쪼개며 동족이 날아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지만) 을 미도리는 안심시키며, 수건을 덮어 체온을 나누며 밤을 지새운다.


시간이 지나며 바람은 점차 약해진다. 비바람에 차가워진 공기에 서늘함을 느끼면서도 작아지는 바람 소리에 안도감을 느끼는 미도리 일가.

밤 사이에 태풍은 지나가고, 얼마나 지났을까, 참새의 쨱짹거리는 소리에 직감적으로 태풍이 완전히 지나갔음을 확신하며 조심스레 바깥을 바라본다.


이런, 간밤에 불어닥친 태풍 때문에 풀이 부러지거나, 꺾이거나, 아예 드러누워버렸다. 풀이 꺾이고 부러져서 그 사이로 미도리 일가의 하우스에 햇빛이 내리쬔다.


"데에……세찬 바람씨가 지나간 거 같은데스. 햇님이 보이는 데스."

"따뜻해진 레치?"

"눈부신 테치……"


한동안 어두운 풀숲에서만 살던 실장석들의 동공은 크게 확장된 상태인지라 미세한 햇빛에도 큰 눈부심을 느끼고 있다.


"마마 눈부신 레치. 집에 들어가고 싶은 레치."

"그래도 간만에 보는 햇빛인 데스. 모처럼이니 일광욕 하는 데스."

"구더기도 햇빛 쬐기 하고 싶은 레후."

"햇빛 따뜻한 테치."


그런데 갑자기 미도리 일가에게 이변이 생겼다.


"테? 마마, 가려운 테치."

"와타치도 가려운 테치…?"

"와타치도!"

"레찌이이익!!!! 마마 어떻게 좀 해주는 레쨔아!!!"

"구더기도 따가운 레후! 가려운 레후!! 레후우우웃"

"데!? 데데!? 다들 왜 그러는 데수!?"


갑자기 가려움을 호소하는 자들. 미도리는 아까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자들이 가렵고 아프다며 날뛰는 모습에 당황하며 손을 뻗으려다, 이상함을 느낀다.


"데에…? 어, 어쩐지 가려운 데스…?"


이윽고,


"데끼야아아아악!??!?!? 가려워 가려운 데스으!!!! 아픈데샤아아악!!!!! 뜨겁고 아픈데끼이이이익!!!!!!!"


피부가 순식간에 울긋불긋하게 달아올라서 가려움과 통증에 미쳐날뛰기 시작한다.


이 일의 원인은 다름아닌, 미도리가 터를 잡은 곳에 자라있는 사람 키보다도 큰 풀. 그 풀의 정체는 그건 바로―――

―――만테가지아눔어수리. 자이언트 하귀드, 큰멧돼지풀이라고도 불리는 무시무시한 독초이다.

이 풀은 풀 전체에서 빛에 반응하는 독소를 뿜어내는데, 그 독소라는 게 불에 타는 듯한 통증과 엄청난 가려움을 동반하며, 강한 발진과 수포가 생기고, 눈에 들어가기라도 했으면 실명까지 일으킬 수도 있는 무서운 독소다! 사람한테도 위험한 독초가 실장석이라고 안전하겠는가?

물론, 이 실장석들은 이 통증과 가려움의 원인이 자신들이 터를 잡은 곳에 자라난 풀이라는 것은 알지 못할 것이다.

상당한 기간 동안 만테가지아눔어수리 지대에서 살면서 그 독소를 몸에 한껏 뒤집어쓴 미도리 일가는 미쳐날뛴다.


"가려운테치이이이이!!!! 가려워서 아픈테치이이이익!!!!!!"

"뜌거운레쨔아악!!! 뜨거운레치, 아픈레찌이이이!!!!"

"데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아비규환 그 자체. 뜨겁고 따갑고 가렵고 아프고……사람도 미치고 팔짝 뛸 정도의 자극일 것이다. 가려운 나머지 팔을 몸에 비벼보지만 역효과. 뭉툭한 팔은 애매하게 피부를 자극하는 효과를 줘서 오히려 가려움만 더해진다.


"뗴갸아아아아악!!!!!!!!! 졀라게 가려운 데갸보오오옥!!!!!!!!!"


미도리는 그나마 머리가 돌아갔는지 땅에 몸을 비벼보려는데……가려워서 몸을 긁는다 → 상처가 생긴다 → 상처 주변으로 다시 가려움이 생긴다 → 계속 따갑고 아파오는데 가려움도 커진다 → 계속 긁는다 같은 식으로 반복된다. 거기다 이미 독초로 한껏 자극된 피부에 계속해서 자극을 주는 꼴이니, 한마디로 악순환이다.


"눈이 아픈 테챠아아아아아!!!!!!"

"레뺘아아아악!!!"

"텟, 테엣, 테찌이이이익!!!!"

"아픈 데스으으으으으으!!!!!!"

"가려워가려워가려워가려운테치이이이!!!"

"똥마마 어떻게든 하는 레치이이이!!!"


광란 상태가 되어선 비명을 지르며 날뛰는 미도리 일가. 파킨할 때까지, 그 고통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

―――

――――

―――――

――――――


"어―이, 거기 다 됐냐?"

"다 됐습죠―!"

"어휴, 어쩌다가 이런 풀이 자랐대냐. 여기가 사람 안 다니는 공원이라 다행이여."

"그러게요."


전문 처리팀의 직원 철웅과 웅철은 풀을 정리하며 푸념한다. 당장에 발견된 독초만 해도 가지각색, 그거도 양이 적지도 않으니 사람의 왕래가 잦은 다른 공원이었으면 진작에 사단이 났을테니 둘의 반응도 무리는 아니다.


갑자기 왜 전문 처리팀이 파견됐냐하면, 위의 태풍 때문에 공원에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가 날라다니며 주변 거리에 떨어져서 그렇다. 항의가 최고조에 달하고, 관리하는 시청도 결국 그 무거운 허리를 들어 공원 실태를 파악하다가 독초가 잔뜩 자라난 것을 확인하여 전문 인력을 파견한 것이다. 미리미리 조치해두기만 했어도 이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 어쨌든.


"하이고, 이걸 다 언제 끝낸다냐."
"잠깐 쉬었다 할까요?"
"그러자고, 아이고 삭신이야."


안그래도 독초를 먹고 죽은 건지 오래된 실장석 사체 냄새도 보통 고약한게 아닌데다가 이 한여름 땡볕에 방호복을 입고 중노동을 해야하니, 힘든 것도 보통 힘든 게 아니다.

철웅은 잠깐 쉴겸 담배에 불을 붙이려다가, 정리가 끝난 구역 한 구석에서 뭔가에 눈길을 보낸다.


"저게…뭐시여? 뭔 덩어리인가?"

"함 가볼까요?"

"그러자고."


호기심이 동한 나머지 도구를 들고 덩어리 같은 것이 있는 방향으로 향하는 두 사람. 아직 정리가 덜 돼서 커다란 풀이 얽혀있는 곳을 도구로 적당히 치워본다.


"이게 그…큰멧돼지풀인가 하는 그건가베?"

"어휴, 조심하세요 철웅 선배. 이거 잘못 닿으면 엄청 아프대요."


두사람이 잡담을 하며 조심스레 풀을 치우니 나타난 것은, 거대한 노란색 수포로 흉물스럽게 변한 실장석 여러마리였다.


""으아아아아악!!!""


그냥 실장석한테 물집이 생긴 정도잖아, 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 실장석은 학대파인 두 사람을 깜짝 놀라게할 정도로 끔찍한 몰골이었다.

노란 수포가 실장석의 눈알만한 크기로 덕지덕지 생겨난 데다가, 중간중간 그 수포가 터졌는지 쪼글쪼글하게 피부가 늘어져있다. 피딱지가 앉은 건지 검붉은 자국도 한두군데가 아니다. 심지어 이미 죽은 듯한 자실장과 달리 친시랑은 아직 살아있는지 "가려운데스…아픈데스…" 하면서 수포가 생긴 몸을 계속 땅에 비비며 긁어대고, 실시간으로 수포가 터지며 노란 액체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실장석이라도 보통 그로테스크한 광경이 아니다.


"우욱…."

"씨발 이게 뭐야…"


만테가지아눔어수리 지대에 사는 실장석이 한 두 마리가 아니었는지, 수많은 실장석이 노란 수포 덩어리에 뒤덮인 채 고통에 신음하며 절규하는 지옥도. 애호파가 봤다면 이미 십수번은 졸도했으리라. 그러나 학대에 일가견이 있는 철웅과 웅철은 금새 멘탈을 회복하여 고통스러워하는 실장석들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데갸아아아…."

"아픈데스…."

"데, 샤아아악…."

"똥노예…왜…안 구하는데스우우우…"


"이야 미쳤네…이거 녹돼지한테도 통하는 거였냐?"

"그러게요. …응?

"뭐시여 또?"


두 사람이 눈을 돌리자 그곳에는 한 마리의 마라실장이 그 노란 수포로 뒤덮인 우뚝 솟은 마라를 열심히 훑고 있는 광경이.


"가려운데스가려워가려운데긱쾌감인데숫가려운데갹"

"…아이 씨발"

"애미"






사실 어떻게 마무리지을지 갈피가 안 잡혀서 찍싸버린데수 미안한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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