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이 차라리 최선으로 보이는 실장석 참피 소설 일그러짐의 끝에서
나의 아버지는 심각한 의처증에 시달리는 남자였다.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의 의처증 끝에 이어지는 폭언과 폭력, 의심암귀를 견딜 수 없어한 끝에 결국 쪽지 한 장을 남기고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그걸 발견한 건 중학교 2학년 때의 여름방학 첫 날이어서 학교가 일찍 끝난 것에 대해 기뻐하며 집까지 한달음에 내달려온 나와 ─ 그 날 집에서 나랑 같이 놀겠다는 이유로 함께 따라온 나의 친구 몇몇이었다. 처음에는 어머니가 단순히 장난을 쳤을 거라고 믿었던 나와 친구들이었지만, 노을이 질 쯤에 친구들이 모두 다 자기내들의 집으로 돌아간 후 자정이 넘어가도록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에 대한 의심은 커져만갔다. 결국 참을 수 없어서 나는 핸드폰으로 어머니에게 미칠듯이 전화를 걸었지만 어머니는 단 한 번도 받지 않았다. 그렇게 어머니가 없는 최초의 밤을 불안으로 지새우던 내 곁에 회사에서 야근을 끝내고 돌아온 아버지가 나타났고, 나로부터 사정을 전해들은 아버지는 경찰에 신고한 후 집 밖으로 뛰어나가 어머니를 찾았다. 그러나, 아버지가 새벽이 넘어가도록 밖을 뛰어다니고 경찰들까지 동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달씩이나 철저하게 자취를 감췄던 어머니는, 나중에 우리 마을로부터 멀리 떨어진 어떤 도시의 강변에서 물에 퉁퉁 불어터진 시체의 몰골로 나타나, 경찰들에게 인수되었다. 어머니의 마지막이 그런 모습이었다는 걸 직감한 순간, 한순간의 찰나에 희극이 비극으로 전환된다는게 어떤 기분인지, 나는 절실히 깨달았다. 이제 어떤 일이 있더라도 더 이상 어머니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비참해서, 그날 나는 펑펑 울었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울지도 않고 슬퍼하지도 않았다. 그는 아무 말도 없었지만, 오로지 한 마음 한 뜻으로 그 인간이 어머니에 대해 격렬한 분노와 증오를 불태우고 있다는 것을 ─ 그 이유가 자신으로부터 영영 도주해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을, 나는 아주 잘 알 수 있었다. 어머니의 사인은 익사였지만 그것이 사고인지 자살이었는지 ─ 아니면 타살이었는지는 끝내 밝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