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의 짬은 사실 실장석 참피가 근본인 실장석 참피 소설 짬피병
우리 부대에는 ‘짬피병’이라는 것이 있었다. 실짬병, 짬새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어쨌든 제일 많이 불리는 명칭은 짬피병이다. 정식 편제된 보직은 아니었고 병들 사이에서 자체적으로 나오는 보직이었는데, 내가 이 짬피병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일병을 달기 몇 주 전이였다. 흡연장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는데 선임들이 오랜만에 튼실한 녀석 하나 잡아왔다고 키가 사람 머리통만한 짬피 하나를 내 앞에 데려오는 것이다. 짬통을 뒤지다 걸렸는지 옷이 김칫국물 범벅이 되어서는 파리를 웽웽 달고 다녔다. 뒷머리를 잡힌 채 선임의 손아귀에 대롱대롱 매달려서는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팔다리를 휘두르며 발악하는 모양새가 정말 기운 넘쳐보였다. 짬을 얼마나 먹었는지 알만했다. 장소는 흡연장이었으니 당연히 가벼운 담배빵으로 학대는 시작되었고 선임들과 같이 가벼이 흥을 타던 나는 어딘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시끄럽게 데스데스 소리를 내고는 있었는데, 링갈이 없어 그 말 뜻을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짬피 특유의 욕설과 자기애적인 말투, 학대의 흥을 돋우는 질타가 사라지자 볼일 보고도 뒤를 제대로 안 닦은 기분이었다. 그때 담뱃불을 지지던 곽 병장이 넌지시 말하는 것이다. “아, 링갈 하나 있었으면 딱 좋겠는데. 안 그러냐?” “그렇습니다.” “얘 왠지 욕도 존나 잘 할 것 같은데. 야, 막내야. 이 새끼 지금 뭐라고 하는 것 같냐?” “잘 모르겠습니다.” “아 당연히 모르겠지. 그니까 뭐라고 할 것 같은지 네 생각을 말해보라고.” 그래서 난 적당히 떠오르는 대로 이 짬피의 발악을 번역(?)했다. 사회에서 나름 참피를 괴롭히던 나였지만, 실제로 참피어를 구사하자니 어딘가 내 인간성이 본능적으로 허락하지 않는 기분이 들어서 내가 생각해낸 대사는 아주 평범하고 인간적인 참피어일 뿐이었다. 곽 병장도 내가 그럴 줄 알고 있었다는 듯 별 말은 하지 않았다. “자, 봐봐. 이렇게 입에 담배를 딱 물린다고. 그럼 얘가 뭐든 입에 물려주면 먹을 거 주는 줄 알고 막 씹어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