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석 참피의 탁아에는 지능범 인분충 탁아가 있다는걸 보여주는 소설 손톱을 깎다. 그리고 자실장을 줍다. 5화(완결)

주말 동안의 지옥 같은 훈련 덕분이었을까. 월요일에 퇴근하고 돌아온 철수는 기대 이상의 성과에 기분이 좋아졌다.

미처 신발 박스 뚜껑을 덮어두지 않고 출근했음에도 불구하고, 집 안의 풍경이 마치 자실장이 오기 전처럼 완벽하게 깨끗했기 때문이다.

거실 한구석에 얌전히 무릎을 꿇고 앉아 "테츄...(닝겐상, 다녀오신 테치...)" 하며 인사하는 자실장의 모습은 제법 기특하기까지 했다. 

철수는 가볍게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칭찬의 별사탕을 건넸다. 이대로라면 영희와의 약속을 기다리는 건 누워서 떡 먹기처럼 쉬워 보였다.

하지만 비극은 전혀 예상치 못한, 어이없고 황당한 전개로 찾아왔다.
화요일 저녁, 퇴근한 철수를 맞이한 것은 기특한 자실장이 아니라 적색과 녹색이 뒤섞인 무언가의 덩어리였다.

철수가 어제 자실장을 위한 집을 만들다가 무심코 두고간 중국산 소형 전동 드라이버가 화근이였다. 

호기심을 참지 못한 자실장이 드라이버의 스위치를 건드렸고, 고속으로 회전하던 드라이버 첨단에 허둥지둥하던 자실장의 머리카락이 엉켰다.

순식간에 모터의 강력한 회전력이 자실장의 약한 몸통을 통째로 사정없이 휘감아 돌렸고, 녀석은 텟, 텟 거리며 버둥거리다가 거실 바닥과 벽면에 수십 번을 사정없이 팽이처럼 부딪치며 뭉개졌다. 

철수가 발견했을 때는 이미 온몸의 뼈가 으스러진채 적록색의 내용물을 뿜어내며 빈사 상태로 헐떡이고 있었다.

"이런 씹, 이게 무슨 일이야!"

철수는 소스라치게 놀라 자실장의 잔해를 수건에 싸 들고 동네 실장숍으로 미친 듯이 뛰었다. 

실장숍 점원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이대로 두면 위석이 붕괴해 파킨사할테니, 일단 위석을 적출한뒤 활성제를 통한 회복을 기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수술비로 영희에게 받은 돈 일부를 지출한 철수는 응급처치된 자실장과 노란 액체로 채워진 플라스틱 원통 하나를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안에는 조금 탁해진 채로 연한 녹색 빛을 띠는 자실장의 알맹이, 즉 '위석'이 들어있었다. 가득 담겨있던 노란 액체는 그새 줄어들어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철수는 점원의 조언대로 약국에서 사 온 박카스를 통 안에 꼴꼴꼴 채워두었다.

피로회복제의 성분이 실장석의 위석을 강제로 활성화해 생명을 유지해 준다는 민간요법. 다행히 박카스가 담긴 통 속에서 자실장의 위석이 미세하게 빛을 내며 빠르게 몸을 복구시켜갔다.

철수는 책상 위에 놓인 자실장을 보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 사실을 보고해야 하나? 아니, 살아는 있는 거니까 괜찮으려나...'

한참을 망설이던 철수는 결국 영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 울린 뒤, 영희의 네 여보세요? 하는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저어, 옆집인데요..."

철수는 조심스럽게 현 상황을 설명했다.

"아, 그래요? 괜찮아요!"

영희의 목소리가 생각보다 밝았다.

"위석만 무사하면 그래도 살아있는거니까 금방 회복할거에요. 신경 써주셔서 감사해요."

철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감사와 사과를 담은 인사를 전하고 통화를 마쳤다. 수면 위로 올라왔던 큰 위기는 그렇게 넘어가는 듯했다. 

*

하지만 같은 시각, 영희의 집 안 방음부스의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철수와의 통화 내용을 스피커폰으로 고스란히 들려주는 영희는 사육장 안을 내려다보며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고 있었다.

통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귀에 담은 어미 실장 '초롱이'의 안색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초롱이의 체내에 있던 위석은 수일간 이어진 잔혹한 학대로 인해 이미 회생 불가능할 정도로 탁한 검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영희가 영상 콘텐츠의 재미를 위해 매번 순간접착제로 깨진 틈을 메우고, 강력한 위석 활성제를 주입해 겨우 억지로 숨만 붙여놓은 아슬아슬한 줄다리기 상태.

그런데 유일한 희망이었던 장녀가 온몸이 으스러진 채 위석을 뽑혀 위태롭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 초롱이의 정신은 완전히 붕괴해 버렸다.

초롱이는 색눈물을 울컥 쏟아내며 그 자리에 툭, 마네킹처럼 기절하듯 쓰러졌다.

- 바삭, 바사삭.

초롱이의 가슴 깊은 곳에서 불길하게 금이 가는 소리가 방음부스 안에 얕게 퍼졌다. 

그 모습을 보며 영희는 턱을 괴고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아하하...아쉬워라."

하지만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유열이 가득했다.

"초롱아, 나는 분명히 일주일을 버티면 너랑 네 장녀를 공원에 정말로 풀어주려고 했거든? 약속은 거짓말이 아니었어. 그런데 참지 못하고 약속을 먼저 깨버린 건...바로 너구나?"

"데...데흣...데후우우..."

깨져가는 위석의 고통 속에서 초롱이가 간신히 초점 없는 눈을 떴다. 이미 죽음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태.
초롱이는 남은 생명의 불꽃을 쥐어짜내며 영희의 옷자락에 덜덜 떨리는 앞발을 뻗었다.

"니, 닝겐상...부탁인 데스...와타시…와타시의 마지막 장녀는 어떻게 되는 데스우...? 그 자 만은...그 가엾은 장녀만큼은 살려달라는 데스..."

영희는 떨리는 초롱이의 작은 앞발을 두 손가락으로 조물거리며 세상에서 가장 인자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걱정하지 마. 내가 항상 말했잖아, 난 아주 자비롭거든. 옆집에 있는 네 장녀는 내가 잘 회수해서 살려줄게. 절대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

초롱이의 눈에 마지막 안도의 빛이 스치려는 찰나, 영희가 허리를 숙여 초롱이의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그리고 살려낸 그 자실장의 이름은 '초롱이'라고 지어줄 거야. 내 교육을 받은 똑똑한 너라면...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지?"

그 말을 이해한 순간, 초롱이의 두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자신이 죽고 나면, 영희는 장녀를 새로운 '초롱이'로 만들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당했던 잔혹한 학대, 새끼를 잃는 절망의 굴레를 그 장녀에게 그대로 처음부터 다시 물려주며 영원히 고문하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였다. 

대를 이어 영원히 반복될 지옥의 연쇄. 초롱이는 온몸의 세포가 쪼그라들며 비명을 지르는 절망 속에서, 마지막 단 한 모금의 숨에 저주를 담아 외쳤다.

"오...오마에는...인간이 아닌 데스...오마에는...혼모노 악마인 데스 인간의 탈을 쓴 악마가 틀림없는 데샤아아아아악...!"

- 파킨!

마지막 단말마와 함께 초롱이의 가슴 속 위석이 완전히 가루가 되어 부서졌고, 녀석의 온몸은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명실상부 완전한 절명이었다.

사육장 안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영희는 손가락 끝에 튄 핏자국을 티슈로 조용히 닦아냈다. 그리고 방음부스의 마이크를 향해, 마치 화면 너머의 시청자들과 방금 죽은 벌레에게 건네듯 나지막하고 서늘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거 알아? 초롱아."

영희는 보이지 않는 부스 밖 너머를 차갑게 응시하며 입꼬리를 천천히 올렸다.

"네가 말한 그 무시무시한 악마도...고작 인간의 상상에서 나온 것에 불과해."

그녀의 섬짓한 독백을 끝으로, 완벽하게 차단된 방음부스의 문이 닫히며 음습한 불빛이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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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톱을 깎다. 그리고 자실장을 줍다. 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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