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영화 트로이에는 전투기만이 아니라 실장석 참피도 있었다는 증거를 보여주는 소설 고고학자와 실장석

"끄응..."


고고학자 김철웅은 최근 발견한 고대 문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파리스가 헬레네를 데려오자 프리아모스 왕은 크게 기뻐하며 연회를 열었고, 특별히 그날은 '타나토스의 알'을 연회에 온 모든 이들에게 대접하였다. 보통의 네 배 크기로 만든 타나토스의 알들은 제우스 신을 비롯한 주신들의 신전에 바쳐졌다.>


"도대체 타나토스의 알이 뭐지?"


죽음의 신 타나토스가 알과 연결이 될 만한 일은 없다. 해봐야 닭의 자식을 죽인다는 정도?

신이 짐승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이집트에서나 일어나는 일이고. 결국 달걀이 들어간 음식이거나 둥근 알 형태의 음식일 것이라는 것 외에는 알 수 있는 게 없는 것이다.


"에휴...잠시 산책이나 하자."


연구실에서 나가 공원을 돌아다니던 김철웅.


어느 순간 신발에 철퍽 하는 느낌이 들어 돌아보니 딱 봐도 분충같아 보이는 들실장 하나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똥닌겐! 세레브한 와타시를 당장 모셔가는 데샤! 식사는 삼시세끼 스테이크와 스시, 간식으로는 콘페이토를 요구하는 데샤!"

"마마, 그만두는 테치. 옷 꼬질꼬질한 게 안 보이는 테치? 딱 봐도 돈 없는 닌겐인 테츄네, 와타시타치의 격에 맞는 세레브한 닌겐을 찾아보는 게 옳은 테치."


28년 고고학 인생을 살면서 생사고락을 함께한 흙투성이 바지가 모욕당한 김철웅은 순간 눈이 뒤집혀 자실장의 다리를 짓이겨 버렸다.


"이 새끼가...!"

"테지벳!!"

"데에엣! 오로롱! 장녀어어! 똥닌겐 이게 무슨 짓인 데샤아악!"

"챠아아아! 와타시의 다리가!! 와타시는 그저 스네이크 리퍼팜즈 와규로 만든 비스텍이 먹고 싶었을 뿐인 테챠아아!"

"만만치 않은 분충이구만..."


맹렬하게 휘둘러대는 자실장의 오른팔도 밟아버리려 발을 들던 김철웅은 멈칫했다.


'잠깐, 척 봐도 사육과는 거리가 먼 이놈들이 비스텍 같은 고급음식을 어떻게 알지?'

"어이, 너희 실생사 좀 읊어봐라."

"뎃? 와타시는 이 공원의 지배자인 마마 밑에서 태어나 이 공원을 물려받아 통치해온..."

"음, 개소리 잘 들었고."


정말로 보스실장의 핏줄이고 현 보스라면 인간한테 깝치는 일 따윈 안 했을 것이다.

어쨌거나 거짓말할 때조차 사육실장 핏줄이란 소리는 안 하는 걸 보니 천생 들실장이라는 건데...


"자실장아, 비스텍을 어떻게 만드는지는 알고?"

"치프프프, 드디어 공물을 바칠 마음이 든 테츄까? 귀씨를 후비고 똑똑히 듣는 테치. 먼저 정통 그리스 올리브로 만든 올리브 기름을 국산 붉은양파와 볶아서..."

"이럴 수가..."


분충성이 어떤 임계점을 돌파한 나머지 특정 분야에서 인간을 아득히 넘어서는 수준으로 똑똑해진 것이다.

아니면 어떤 역사가 위석에 새겨져 대대로 내려오는 걸지도...


"흐음...그럼 있잖아. 이 문제를 맞추면 사육실장이 되게 해줄게."

"텟? 빨리 말하는 테챠!"

"옛 트로이 사람들이 먹던 '타나토스의 알'이라는 음식은 어떻게 조리하게? 맞추면 그 요리를 해줄 수도 있어."

"데프프, 그딴 걸 문제라고 내다니 참으로 멍청한 닌겐인데스. 장녀 빨리 말하는 데스야."

"하이테치 마마. 먼저 달걀씨를 삶아서 노른자씨를 빼내고 견과류와 마요네즈, 소금, 머스터드 등을...텟!"


그렇게 술술 불다가 갑자기 입을 꾹 다문 자실장.

왠지 모르게 친실장도 새파랗게 질려 있다.


"흐응..."


전현직 프로 학대파이기도 한 김철웅은 진실의 끈(철사)를 주머니에서 꺼내들며 흐뭇하게 웃었다.


"머스터드 등을 노른자씨 자리에 수북하게 채운 음식인테치...."


철사로 오른팔이 몸과 꿰메진 자실장이 힘없이 말했다.


이렇게 간단한 거였다니...


"근데 왜 뜸들였어?"

"아무것도 아닌테치! 잠시 목소리가 안 나왔던 테칫!"


철사를 왼손에 겨냥했다.


"달걀을 삶는 불에는 동족상들이 땔감으로 들어갔던 테치..."

"껄껄껄!"


참피는 학대의 대상이고 이는 트로이 역사서에도 기록된 사실이다.

맛을 아는 민족의 나라였던 트로이에 경의를 표하며 김철웅은 자실장을 챙겼다.


*   *   *


"자, 오늘은 고대 중국의 문건을 한번 보자꾸나."


이후 여러 논문을 내서 유명해진 김철웅은 자신의 사육실장석, 기미에게 말했다.


"테챱테챱...그럼 레시피 두 개당 죽음상의 알씨 하나씩 만들어주시는 테치."

"세 개당 하나."

"테에..."


타나토스의 알의 요리법을 역사에서 끄집어낸 이후 기미는 김철웅의 보물 1호가 됐다.

라기엔 널린 게 들실장이라 그나마 말이 통하는 녀석을 고른 거지만.

독라반달마 자실장과 철사만 있으면 대화는 참으로 간편했다.


지 어미가 강제출산한 구더기를 태운 불로 만든 타나토스의 알을 먹은 뒤로는 말을 더 잘 듣기 시작했다.

앞으로 내가 이놈을 가지고 논문을 몇 편 더 쓸 수 있을지... 참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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