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봐! 어서해봐! 해봐! 영심이 가사가 떠오르는 실장석 참피 소설 자, 해 봐.

[....그렇게 살아남은데스우...오로롱~ 닝겐상. 와타시들이 살아있는걸 싫어하는건 아는데스. 하지만

와타시들은 최대한 닝겐상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노력하며 사는데스. 제발 자비를 배풀어 살려주시는

데스. 오로롱-]


"흠...그렇단 말이지."


실장석 구제용 봉을 들고 있는 남자와 그 앞에서 엎드려 빌며 목숨구걸을 하는 실장석 한 마리, 휴일 

공원의 흔하다면 흔한 풍경이다. 하지만 이 실장석은 지금 자신이 살아난다는 것에 집에 숨겨둔 진짜

콘페이토 두 알을 전부 걸 수도 있을 정도로 자신만만했다.


살아온 실생 역경에 인간이 감동한다고 생각해서? 아니, 사실 지금 이 실장석이 떠들어대는 소리는 

자신과 1그램도 관계없는 다른 실장석이 지난 번 언젠가 학대파가 공원을 덮쳤을 때. 학대파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흉내내고 있는 것이다.


평소에 인간에게 공손하고 살기 어려운 덤불을 집터로 삼으며 가득가득 낳아서 공원을 가득 채우는 것이

당연한 자들도 '키울 수 있는 숫자'라는 둥 알아먹지 못할 소리나 하면서 두어마리 낳아 키우는 그 실장석

을 다들 머저리 바보라고 불렀지만 왜인지 인간들은 좋아해주었다.


그리고 그 실장석은 결국 학대파와 뭐라고 대화를 나누고 뭔가를 해보이더니 절대 살아남지 못하는 저승

사자 앞에서 목숨을 건져 돌아가는데 성공했다. 

대신 학대파의 습격에 집과 자들을 잃은 다른 실장석들이 풍요한 식료와 튼튼한 주거지를 빼앗기 위해

그 실장석을 덮쳐 결국 죽고 말았지만. 


아무튼, 지금 엎드려 그 때의 말을 외워 반복하고 있는 이 실장석은 소위 똑똑한 분충이라는

부류이다. 어렸을 때부터 어미를 속이고, 자매를 착취하고, 닝겐을 비웃고, 성체가 되어서는 자들을 희생

시키고, 다른 실장석들의 죽음을 즐기며 살아온 개체. 하지만 상당히 높은 지능 덕에 지금껏 살아남은

것이며 그 얄팍한 지혜로 이번에도 자신은 살아남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흠....그나저나, 나도 꽤 우습게 보였구만.'


남자는 속으로 헛웃음을 웃으며 생각했다. 아무리 인간이 실장석들의 생김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해도

이 정도로 위생상태나 복장과 태도에서 차이가 보이면 모를 수가 없다. 이 빌어먹을 똥버러지는 지금 

자신을 속여넘기려고 하고 있다. 아마도 지난 번에 살려보내준 그 녀석을 보고 따라하는 것 같은데....

아마 자신이 그 때 그 사람이라고는 생각을 못 하는 거겠지. 그 때와 다른 옷을 입었으니.


남자는 이 분충은 곱게 죽이면 안 되겠다는 생각과 함께 항상 챙겨들고 다니는 '그것'을 던졌다.


툭. 하고 뭔가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그것을 바라보는 실장석, 남자는 웃으며 실장석에게

말했다.


"자, 너는 인간들에게 폐를 끼지지 않으며 살아가려고 노력한다고 했지. 그럼 가장 기본적인 부분을 확인

해보자. 정말 네가 인간들에게 폐를 안 끼치려고 노력했는지 말야. 자, 해 봐."


[데...?]


실장석은 혼란에 빠졌다. 남자가 던져준 것은 밥이 들어있는 봉투, 아, 엄밀하게는 그것과

같은 봉투지만 텅 비어있다. 이걸 어쩌라는 말인가. 남자는 인간과 충돌을 최소화하며 살아가는 개념

실장들의 기초 중 기초인 '봉투 풀었다 묶기'를 해보라고 던져준 것이다. 물론 이걸 가져온 이유는 죽은

실장석들의 시체를 회수하기 위해서. 만약 못 한다면 이 봉투에 들어갈 뿐이다. 


[데...데.....]


실장석은 삐질 삐질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 때 그 바보가 어떻게 했더라? 뭘 했었지? 그 때는 분명히

죽어버릴 바보의 시체를 어디부터 먹을지나 고민하느라 거기까지 자세히 보지 못 했었다. 왜 그랬을까.

이걸 어쩌면 좋지? 당연한 말이지만 이 분충은 먹이를 구할 때 뾰족한 나뭇가지를 가지고 가서 20여분간

봉투와 씨름을 하며 봉투를 찢어버리고 입에 맞는 것만 들고 오며 그 와중에 사방에 음식물 쓰레기를 뿌려

두는 전형적인 실장석이었다. 결코 두세배의 노력을 들여서 봉투의 위쪽을 풀고 다시 매듭을 묶는 수고를

해본 적이 없다. 상상도 해본 일이 없다. 그래서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지도 못 했다.


'어떻게 해야하는데스. 어떻게 해야하는데스. 대체 뭘 원하는데스까. 이 똥닝겐! 그 빌어먹을 분충은

뭘 해서 살아났던데스!'


결국 실장석은 마지막 수단을 취했다. 뭉툭한 손이 지저분한 것이 묻은 볼에 닿고 고개가 살짝 옆으로 기울

어진다. 그리고....


[데츙~]


휘익!


가볍고 빠른 파공성이 그 실장석이 마지막으로 들은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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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편으로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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