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인간들은 알지도 못하는 베트남전 드라마 머나먼 정글과 맞먹는 베트남 실장석 참피 소설 회색의 정글 3화

데스우.... 
데이..... 
데......... 

다음날.

모든 자들을 잃은 마을의 산실장들은 넓은 잎사귀로 만든 보따리를 하나씩 안은 채 줄지어 정 
글 속을 걷고 있었다. 그리고 마치 피난민의 행렬 같은 그 줄의 맨 끝에, 유일하게 남은 구더기실장은 안은 회색눈이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연이은 참극과 공포에 장로는 결국 반쯤 무너진 굴을 버리고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기로 결정 
한 것이다. 결정이 내려지자 밤새 그나마 남은 먹이를 무너진 굴속에서 파낸 산실장들은 정처 
없는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이 산실장들을 덮친 비극의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상 굴을 옮긴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지만, 
결국 실장석인 산실장들로선 정든 굴을 버리고 도망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데이.... 

그리고 그저 걸었다.마을을 옮길 장소를 정한 것도 아니고 가능한 멀리 가는 것만 생각하고 있기에 일단 장로 산실장은 다른 계곡이 나올 때까지 가기로 했지만 그게 어디 있는지는 모른다. 

데스! 

그때, 뭔가를 발견한 장로가 울음소리를 내 행렬을 멈췄다.

나무와 나무의 사이, 성체실장 가슴정도의 높이에 은색의 굵은 거미줄이 수풀에 가린채 쳐져 
있었다. 그러나 흔히 보던 거미줄과는 달리 매우 굵고 이상한 냄새가 나는 그 거미줄을 살펴 
보던 장로가 결국 거미줄을 끊고 지나가려 했지만 거미줄은 끊기지 않았다. 

데? 데이스으으! 

장로가 왠지 끊기지 않는 거미줄을 몇걸음 밀고 나간 순간.

-뻐어어어엉!!! 

데 
데아아악!!! 
레훗?! 

갑자기 나무중 하나에서 귀가 멀 듯한 큰소리가 울리며 장로의 마지막 울음소리를 끊어버리 
곤, 거센 충격을 받은 회색눈을 앞에 서 있다가 날려 온 이웃의 몸이 부딪혀 날려버렸다. 

.........!! .............! ............ 

정신이 아득해지는 충격과 데굴데굴 굴러가며 빙빙 돌던 시야가 멈추고 잠깐 정신을 잃었던 
회색눈은 바로 일어나 품안의 구더기를 내려다봤다. 날려온 이웃의 몸이 방패가 된 것인지 그 
충격과 거친 바람 속에서도 구더기는 눈을 뒤집고 경련을 일으키고 있긴 해도 살아있었다. 고막이 터진 듯 윙윙거리는 소리만 울리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지만 회색눈은 주위를 둘러봤다. 

........! 

행렬의 뒤쪽에 있던 이웃들은 모두 산산조각 나서 팔다리가 사방에 굴러다니고 있었지만. 장로가 있었던 앞쪽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 

터져버린 고막은, 자신의 길고 긴 비명조차 전해주지 못했다. 

데슨.... 데슨.... 

해가 저물어 가는 숲속. 

어느 정도 고막이 재생된 회색눈은 울면서 구더기를 안고 걷고 있었다. 또다시 알 수 없는 일 
이 일어나 마을의 모두가 죽었다. 

레후...? 
데? 데스우.... 

그러나 아직 마지막 희망이 있다. 자신은 자를 낳을수 없는 몸이지만 이 자가 고치를 만들어 자라준다면 새로운 마을을 만들수있다. 그때까지 이 자를 돌보는 게 회색눈의 마지막 사명이었다. 

레후~ 레훙~ 

꼬리를 탁탁 치며 먹이를 조르는 구더기를 내려놓은 회색눈은 낙엽을 들춰보다가 땅을 조금 
파서 지렁이를 잡았다. 

레훙~

작게 토막낸 지렁이 고기를 입에 물고 행복하게 우물거리는 구더기를 보며 회색눈은 다시한번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났다. 

뎃데로게~ 뎃데로게~ 

따스한 햇볕이 비춰지는 나무뿌리 아래서 회색눈은 행복하게 노래하고 있었다. 걷고 또 걷다가 우연히 도착한 다른 계곡의 근처에 마을을 만들기 적당한 곳을 찾아낸 회색눈은 이동을 멈췄다. 그리고 그곳에 굴을 파기 시작했다. 

혼자선 자신과 구더기가 들어갈 작은 굴을 파는것도 벅찼지만, 얼마뒤 그 굴 안에서 고치를 만든 구더기를 보는 순간 모든 고생과 노력이 보답받았음을 알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었다. 보통 고치에겐 태교의 노래를 불러주지 않지만 자를 가질수 없는 회색눈의 갈곳없는 모성이 
무엇보다 소중한 희망의 존재에게 노래를 불러주게 하고있었다. 

뎃데로게에~ 보에에에~~ 

이제 엄지가 될 이 자가 더 커서 성체가 되면 자를 낳을수 있다. 예전같이 여럿이서 함께 살 
수 있다. 게다가 이 구더기짱은 고치를 만들기 전날, 와타시를 마마라 불러주었다. 

집단생활, 집단육아를 하는 산신장들도 친실장과 친자는 확실히 구분한다. 설령 죽은 이웃의 
자를 기른다 해도 다른 ‘아줌마’를 ‘마마’라 부르는 일을 드문일이다. 

하지만 구더기는 회색눈을 마마라 불렀다. 

다시는 들을수 없을거라 생각했던 그말에 회색눈은 다시 찾아온 행복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자가 커서 자를 낳는 모습을 보면 원없이 눈을 감을수 있을것 같았다. 

젯데로게~ 

그런 행복속에 회색눈은 성실하게 고치를 돌봤다. 햇볕이 좋은 날은 습기찬 굴속에서 안고 나와 햇볕을 쪼여줬다. 고치가 따듯해야 자의 성장이 활발해지는 것이다. 

-두두두두두두두.... 

데! 

그러나 그 행복을, 악몽의 시작인 그 소리가 깨트렸다. 기억에 박힌 그 소리에, 하늘을 나는 그 무서운것이 여기까지 쫓아왔다는걸 안 회색눈은 급히 고치를 안아들고 서둘러 굴로 뛰어갔다. 

-솨아아아아아아 

데...?

그러나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며 끝없이 들리던 옛날과는 달리 이번엔 그 소리가 금방 작 
아지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갑자기 숲속에 안개비가 내리기 시작하며 나무와 바닥이 촉촉히 젖기 시작했다. 

데에이...? 

여름엔 안개비가 흔하지만 지금은 안개비가 올 때가 아니라는걸 아는 회색눈이 의아해한순간. 

데엑?! 케에에엑!!! 

‘안개비’ 에 젖은 회색눈의 눈과 코, 입과 귀에 격통이 닥쳐왔다. 

데!!! 데!!! 데에!!! 

코와 눈에서 피가흐르며 눈물과 콧물이 넘쳐 흐르자 회색눈은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고치를 들고 굴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고치를 낙엽위에 올려 두곤 황급히 굴을 나와 계곡으로 달려갔 
다.

데히! 데스우... 

저 ‘안개비’ 가 아프게 했다는걸 깨닫고 얕은 계곡가에 뛰어들어 뒹군 회색눈은 물에 몸이 담 
궈져 통증이 좀 덜해지자 돌 위로 기어올라왔다. 

데....데에.....게보옥!!! 

그러나 고통은 덜해졌지만, 갑자기 치솟는 메스꺼움을 느끼고 주저않아 구토를 시작했다. 

데게에에에엑!! 게에에엑!!! 

뱃속에 든걸 모두 토해내고도 내장까지 토해낼 기세로 헛구역질은 하던 회색눈은, 토사물 위 
로 쓰러져 기절했다. 

데에에에.... 

며칠이 지났지만 기절했다가 간신히 굴로 돌아온 회색눈은 힘이 없었다. 그 무서운 소리는 다시 들리지 않았지만 내릴때가 아닌데 내렸던 안개비 처럼, 이상하게도 낙엽이 질 때가 아닌데도 갈색으로 말라붙은 잎사귀들이 팔랑이며 떨어지는걸 올려다보던 회색눈은 들고 있던 죽은 벌레를 입에 넣고 씹었다.

몸에 힘이 없어도 왠지 숲속에 벌레들이 많이 죽어 있어서 그나마 먹이를 구할수 있었지만, 

데....데웨에엑!!!

잠시뒤 회색눈은 먹은걸 모두 토해냈다. 며칠동안 계속 메스꺼움에 시달리며 구토를 한 회색
눈은 뼈와 가죽만 남은듯한 모습으로 바싹 말라선 머리카락카지 빠져가고 있었다.

데이.... 

스실스실 빠져가는 소중한 머리카락을 보며 회색눈도 자신의 몸이 이상하다는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자가, 자신을 마마라 불러준 엄지가 고치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식을 가르쳐주기 전까진 죽을수 없었다. 

데스우... 뎃데로게.... 

옆에서 햇볕을 받고 있는 고치를 회색눈이 퀭한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쓰다듬었다. 

-퍼석 

데에? 

고치가, 세게 힘을 준 것도 아닌데 마른소리를 울리며 우그러졌다. 

데에에?! 데스우우?! 

고치를 만들어 엄지가 된 마을의 자들을 봐 온 회색눈은 이렇게 쉽게 부서질리가 없는 고치가 
찢어진것에 놀라며 고치를 들여다봤다. 

그리고. 

고치안에서, 팔다리가 조금 길어진채 흐물흐물하게 부패해 있는 구더기와 눈이 마주쳤다. 

-철퍽 

그리고 그 순간, 불어터진 구더기의 얼굴에서 녹색과 적색의 안구가 흘러내려 고치 바닥에 고 
인 썩은 고기 국물에 떨어지며 질척한 소리를 울렸다. 

데....데.... 

그 이상한 안개비에 고치도 젖었던 것. 

데.... 데이이..... 

이미 안에서 죽어 썩어가는 고치를 돌보며 며칠을 견뎌왔다는것. 
이 자가 마지막 희망이었다는것. 
다시 마을을 만들수 없다는것. 
마마라고 불러주는 소리를 다시는 들을수 없다는것. 
모든걸 깨달은 회색눈은 마지막 사실을 깨달았다. 
모든게, 끝나있었다는것. 

데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 데하아아아악!!!!!!! 

-파기기기긱 

케...케에엑!!!  절망감에 비통한 절규를 지르던 회색눈이 가슴을 움켜쥐더니, 고치 옆에 쓰러졌다. 

데...데스...우... 

-파긱! 

데케엑!!!! 

쓰러진 채 고치를 향해 마지막 힘을 다해 내밀던 손이, 한번 크게 떨리더니 고치에 닿지 못하 
고 바닥에 축 늘어졌다. 회색눈이 꿈꿨던 새로운 마을의 마지막 모습은, 작고 초라한 구멍 하나와 썩은 고치 옆에 쓰러진 산실장 한 마리의 시체라는 모습이었다. 

1964년 벌어진 베트남전에 개입한 미군은 정글에 숨어 게릴라전을 펼치는 베트콩(남 베트남 게릴라) 들을 상대하는데 애를 먹었다. 정글에서의 이동을 위해 헬기가 대량으로 사용 되었고. 당시 신형소총인 M-16을 든 미군이 정글을 헤맸다.

포격을 동원해도 넓은 정글 어디 있는지 모를 베트콩에겐 거의 효과가 없었고. 정글에 가득한 부비트랩에 병사들을 희생되어갔다. 결국 해충구제를 명목으로 고엽제의 살포까지 감행해 베트남인은 물론 미군과 참전국가의 병사들에게 심각한 피해와 후유증을 남기는 행위까지 감행하였으나 결국 1973년 철수하며 미국이 유일하게 이기지 못한 전쟁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지랄하네 이후에 아프간을 공격하다가 이라크를 공격해서 이라크 식민지도 실패한 미군 강간범과 살인범이 가득했던 이라크 지옥을 만든 미국새끼들이! 더 있잖아!)

-끝- 



실장석에게 일어난 사건들은 베트남전 설명 순서대로입니다. 

헬기소리에 놀라서 죽고, 탄착충격에 몸이 터져 죽고, 수류탄 걸어둔 철사 밀어서 죽고, 결국 
엔 베트남전의 상징 고엽제.... 

원래는 이것저것 더 있었으나 분량과 내용 때문에 제외했습니다. 

굶주린 베트콩들이 산실장들을 발견하고 달려와 허겁지겁 산채로 뜯어먹는다던지...

베트남전을 다룬 대표적 소설인 안정효 작가님의 '하얀전쟁'을 참고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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