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집으로...는 사실 실장석 참피가 근본이었던 소설 집으로 가는 길 상편

여기 있는 그림인 휴게소 미아실장-식용 출산석 사이를 상상해서 써봄




지난 설날 연휴에 집에 갔다 온 이후로 이후로 오랜만에 시골 집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내비게이션에 휴게소가 얼마 안 남았다는 알림이 떴다. 

한 번 들렀다 가기 위해 차를 주차시키고, 차 문을 열었다. 여름 밤답게 후덥지근한 밤 공기가 확 다가왔다. 벌써부터 끈적하게 달라붙는 듯한 느낌에 윗옷의 옷깃을 펄럭여 바람을 일으키며 잰걸음으로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에서 생리현상을 미리 해결해 두고,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너무 한밤중이라 음식점은 열려 있는 곳이 별로 없고, 편의점 정도만 열려 있었다.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하나 뽑아먹을지 말지 고민하면서 담배를 태우고 있자니 풀벌레 소리를 뚫고 웬 울음소리가 들렸다. 



-데게에에에엥…! 게에에에에에엥…!



심야라 인적도 별로 없는 휴게소에서 기괴한 울음소리는 더 크게 들렸다. 귀신, 이라고 생각하고 겁먹을 나이는 이미 지났다. 무엇보다도 저 울음소리가 어떤 생물의 울음소리인지 잘 알고 있다. 

 참피, 그러니까 실장석 울음소리였다. 그 중에서도 주로 애완용으로 사육하는 새끼가 아니라 다 자란 성체의 울음소리였다. 얼마나 울어댔는지 원래도 듣기 좋지는 않은 소리가  듣기 싫을 만큼 긁혀 있었다. 


…들실장인가?


이런 휴게소 주변에는 들실장이 많이 산다. 주로 주인에게서 유기된 전 사육실장이 휴게소 주변의 풀숲에 숨어서 인간들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나 음식물 부스러기를 주워 먹으면서 번식한 것들이다. 쓰레기를 헤집어서 청소 일거리를 늘리고 위생상 더럽다는 민원이 들어오기 때문에 휴게소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주적이기도 하다. 

얌전히 그냥 잡초만 뜯어먹는다면 실장육으로나마 쓸 수 있을 것이다. 휴게소에서 잘 봐줘서 제초기 대용으로 써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맛과 고기에 환장하는 놈들이다 보니 기회만 있으면 음식물 쓰레기를 처먹으려고 노리고, 결국  피와 고기에 냄새가 짙게 배어들어 고기로도 쓸 수 없는 걸어다니는 폐기물들이다. 

 혹시 그런 놈들일까 싶어 담배를 끄고 재떨이 겸용인 쓰레기통 뚜껑에 던져넣으면서 휴대전화에서 링갈 앱을 찾았다. 

기본 기능만 있는 무료 앱이지만, 저놈의 소리가 하도 커서 바로 해석이 들어간다.



[주인님, 어디 계신, 나, 여기 있는]



실장석이 쓰는 언어 특유의 쓸데없는 어미를 생략하는 설정을 해 놔서 해석 내용은 간략하게 떴다. 내용을 보아하니  들실장이 아니라 주인을 잃어버린 지 얼마 안 된 사육실장인 모양이다. 

그러나 저게 정말로 유기된 것인지 아니면 주인이 깜박하고 놓쳤거나 자기가 길을 잃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링갈 앱을 켠 채로 소리가 들리는 쪽을 향해 다가갔다. 고속버스들이 주차하는 넓은 주차공간에 뚱실뚱실하고 큼직한 인형 같은 모습의 형체가 아장아장 걸어다니면서 게에엥-! 게에엥-! 울고 있었다. 오래 돌아다녀서 다리가 지쳤는지 발을 질질 끌고 있었다. 한쪽 앞발에는 회오리감자나 소세지 같은 음식을 꽂았을 뾰족한 꼬치가 쥐어져서 지팡이 대용으로 쓰고 있었다. 

거기다 패닉해서 똥도 지렸는지 희미한 구린내까지 풍겼다.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사는 들실장에 비해 냄새가 덜하긴 하지만 그래도 냄새나는 건 냄새나는거다. 



“어이.”

-게엣?!



말을 걸자 깜짝 놀라며 멈추는 원사육실장. 어둠 속에서 적록색 구슬처럼 보이는 두 눈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원사육실장은 나를 빤히 올려다보는 것 같더니 짧은 다리를 필사적으로 놀려 토테토테 뛰어왔다. 



-데에에엥-!

[주인님, 돌아온]



…아무래도 나를 자기 주인으로 착각하고 내 다리를 끌어안으려고 하는 것 같아서 슬쩍 피했다. 똥으로 불룩하게 부푼 팬티를 혹처럼 달고 있는 오물덩어리의 포옹이라니, 혹시 내가 진짜 주인이었다고 해도 이렇게 했을 것이다. 



-데갹!



내가 피하자 원사육실장이 철푸덕 바닥에 엎어졌다. 어둠 속에서도 분홍색에 레이스가 덕지덕지 달려 있다고 알 수 있는 사육실장복의 스커트 자락이 위로 뒤집혀 올라갔다. 악취 나는 동산처럼 불룩하게 솟아오른 엉덩이를 위로 한 채 엎어진 실장석이 엉금엉금 기어 내 바짓자락을 붙잡으려 했다. 



-데에에엥…! 데에에에엥…!



링갈 앱을 안 봐도 무슨 내용으로 짖고 있는지 알 것 같아서 말했다. 



“좀 늦었지만 지금 말하겠는데 나는 네 주인 아니다.”

-덱?!



깜짝 놀라면서 멈춘 원사육실장은 다시 나를 올려다보았지만, 원래 실장석의 시야는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닌 데다가 어둠 속에서는 거의 보지도 못한다. 그래서 좀 머리가 돌아가는 들실장이라면 지금 같은 한밤중은 이미 골판지든 땅굴이든 어디든 몸을 숨길 수 있는 곳에 웅크리고 휴식을 취하고 있을 시간이다. 

그래서 이 시간대에 바깥을 돌아다니면서 시끄럽게 울어대는 놈이 혹시나 원사육실장 아닐까 싶어서 와본 거지만. 



커다란 머리를 갸웃거리며 ‘데스? 데스? 데…’하는 소리를 내어가며 나를 살펴보려 애쓰던 원사육실장은 곧 주섬주섬 일어나더니 내게 꾸벅 허리를 숙였다. 나름대로 훈육이 된 놈인 모양이다. 



-데스, 데스우…

“그래, 그것보다 주인님을 잃어버렸냐?”

-뎃! 데스데스!



하얀 레이스가 둘러진 분홍색 두건에 감싸인 귀를 힘차게 파닥거리며 원사육실장은 나를 향해 펄쩍펄쩍 뛸 기세로 짖어대었다. 

이 정도는 링갈 앱 화면을 보지 않아도 충분히 통한다. 저놈은 실장석 특유의 소리로 짖어대고 나는 내 말을 하는 것뿐이지만 뜻이 통하니까 다 된 거지, 뭐. 

하지만 여기서부터는 링갈 앱을 좀 봐야겠다. 



“어디 보자, 네 목걸이는… 주인님이 가져갔어?”

-데스! 데스!



링갈 앱이 켜진 휴대폰 화면의 불빛에 의지해서 보니 원사육실장의 목에는 사육실장의 상징인 목걸이가 없었다. 토실토실 살찐 목에 목걸이 눌린 자국이 아직 남아 있는 것을 보니… 실장석 특유의 강한 회복력을 감안하면 벗겨진 지 하루도 안 된 것 같았다. 아마 오늘 낮 정도에 여기에 버려졌으려나. 



[주인님, 새 목걸이 주신다고.]

“아~ 그렇구나. 혹시 여기에 내렸을 때 목걸이를 가져갔을까?”

-데스우….

[맞는.]



시무룩한 소리로 우는 원사육실장의 뾰족한 귀도 아래로 축 처졌다. 나는 빙긋 웃었다. 

확실히 원사육실장이다. 그것도 제법 훈육도 잘 되고, 주인의 애정을 받으며 실장푸드를 먹으면서 자란 것이 분명한.  

그런 주인이 왜 자기 사육실장을 휴게소에 버렸는지는, 사정이 있을 것이다. 이사라든가, 결혼이라든가, 지금 계절이 계절이다 보니 휴가 여행이라든가.  

인간만 아는 사정이고, 이 녀석은 아직 자기가 버려졌다는 것도 모르는 것 같지만. 


나는 웃는 얼굴로 원사육실장에게 손을 내밀었다. 



“걱정 마. 내가 집으로 데려다 줄 테니까.”

-데… 데스우~! 데스웅~!



어둠 속에서 원사육실장의 희망과 기쁨으로 가득 채워진 적록색 눈이 더욱 반짝였다. 만세 자세를 취하며 기쁨을 표하는 녀석의 한쪽 앞발을 부드럽게 잡으면서 천천히 내 차로 인도했다. 



-데에…. 데스우우….(데에… 발씨가 아픈 데스우….)



내 손에 이끌려 아장아장 걸어오는 원사육실장의 걸음은 내가 처음 봤을 때보다 더욱 느리고, 발을 끄는 기색도 더 심해졌다. 그러면서 길게 끄는 투로 계속 우는 것이 아마 다리가 아프다, 안아달라고 투정이라도 부리는 거겠지.

근데 이 똥덩어리를 공주님 안기를 할 생각은 전혀 없다. 



원사육실장을 내 차 조수석에 태우기 전, 나는 물티슈와 비닐봉투, 생수병까지 꺼냈다. 그리고 조수석 문을 열어 내부 조명을 켜 놓았다. 

내부 조명의 불빛에 의지한 채로 원사육실장의 똥으로 불룩해진 팬티를 벗겨버렸다. 질척한 진흙 같은 똥으로 가득 찬 팬티를 비닐봉지에 처넣자 뒤늦게 원사육실장이 ‘데…데에엣…!’하고 당혹스러운 울음소리를 내며 총구를 감추려는 듯이 투실투실한 다리를 꼬았다. 



인간 남자의 씨를 받아 흑발의 새끼를 낳고 세레브한 생활을 누리고 싶다는, 실장석이라면 공통적으로 무의식 중에 깔려 있는 역겨운 욕망. 


그리고 그런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는 남편이 될 인간 남자의 씨를 받을 총구를 소중하게 지켜야 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정조관념에서 나온 행동이지만 그걸 맞닥뜨린 인간으로서는 그냥 빡칠 뿐이다. 


생각 같아서는 그냥 대가리가 움푹 파이도록 쥐어박아 백치 상태로 만들어버리고 싶었다. 애써 내색하지 않으면서 물티슈로 원사육실장의 더러운 엉덩이부터 닦아냈다. 



“괜찮아. 지금 엉덩이가 더러우니까 깨끗하게 닦아야 해서 그래. 너도 소중한 곳이 더러운 건 싫지?”

-데에…. 뎃스, 뎃스우.



다리를 꼰 채로 버티던 녀석은 내가 물티슈를 감은 손으로 부드럽게 허벅지 사이를 어루만지며 열어달라고 달래자 얼마 가지 않아 못이긴 척 다리의 힘을 풀었다. 최대한 빨리 처리하려고 물티슈를 잔뜩 뽑아 살이 접힌 곳과 총구를 닦아냈다. 윽. 뜨끈해서 기분 나빠. 



- 데, 뎃! 데스웅~ 뎃스우웅~ 데스우우웅~



그러느라 양 손을 다 쓰고 있는 사이 이 원사육실장은 뭉툭한 앞발로 내 어깨를 꼭 붙든 채로 헐떡이고 있었다. 상당히 열받지만 아직은 참을 수 있는 정도다. 

그나마 이놈이 앞발로 내 목을 감아서 끌어안는다거나 하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안 해서 다행이다. 지난번에 그런 놈이 걸렸을 때는 귓가와 목덜미에 발정난 실장석의 역겹고 뜨거운 숨이 스친 순간 너무 열받아서 집에 가는 길이고 뭐고 바닥에 집어던지고 짓밟아 버렸었는데. 

 

버려진 지 하루 정도밖에 안 된 놈이라서 물티슈로 하반신만 깨끗하게 닦아내자 그럭저럭 차에 태울 만한 상태가 되었다. 나는 일회용 커버를 조수석에 씌우고, 원사육실장에게는 실장석 산책용 일회용 기저귀를 입힌 다음 조수석에 앉히고 안전벨트까지 채워 주었다. 



“자, 그럼 이제 집으로 출발~!”

-데스우~!



일회용 기저귀라지만 팬티를 입어서 마음이 놓였는지 원사육실장은 한결 편해 보였다. 이제 사랑하는 주인님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갈 수 있다는 기대에 들뜬 녀석이 한쪽 앞발을 들어올리며 신나게 출발을 재촉했다. 나는 웃으면서 차를 출발시켰다. 

나도 기대된다. 부모님이 분명 기뻐하실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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