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실장석 참피의 계졀이라는 증거는 여기에 있는 여름에는 남자들끼리라도 실장석만 있으면 흥겹다.

때는 7월 중순, 햇볕이 뜨겁게 대지를 달구는 가운데 피서지는 인파로 가득찬 가운데 한무리의 대학생들은 운 좋게도 공짜로 별장에서 일주일 씩이나 누릴수가 있었다.

철웅은 별장 문을 열기전 친구들한테 마지막으로 당부 했다.


"자, 그러니깐 다시 한번 말하지. 우리 삼촌이 몇년전에 바닷가에 별장 만드셨거든? 그런데 올해는 해외에서 나가서 노신대. 그래서 나한테 친구 있으면 데리고 와서 놀라고 하셨어. 근데 깨끗이 써야 한데."

"그건 당연한거고 군대 생활관에서 가장 깔끔한 이 몸을 뭐라고 부르는거야?"

"하도 깔끔하게 굴어서 행보관한테 청소당번 맡았다며?"

"아가리."

"야, 나 짐 들고 있는거 안 보여? 빨리 들어가! 팔 아퍼!"

"아, 알았어 임마."


문을 열자 꽤 깨끗한 별장 내부가 그들을 반겨주었다. 아일랜드형 주방, 식탁, 드넓은 거실, 대형 TV, 스피커, 양문형 냉장고, 와이파이, 에어컨, 2개의 화장실, 세탁기, 여름을 보내기에는 환상적으로 끝내주는 별장이였다.


"오 씨, 철웅 니네 삼촌 좀 사나 본데?"


"중견기업 이사이셔."


일행은 재빨리 가지고 온 고기들과 술들을 냉장고에 집어 넣었다. 


"소주랑 맥주는 그냥 냉동고에 집어넣을까? 2시간 뒤면 저녁이잖아."

"그 전에 여기 청소 좀 하자. 먼지가 좀 있어."

"그래, 그러면... 청소부터 하고 어차피 다들 고기만 먹을꺼니깐 요리 할 필요 없지?"

"바베큐 그릴은 어디 있어?"

"밖에! 왜?"

"그것도 닦아야 할 것 같아."

"아, 그래? 야, 싱크대에 풍풍 있으니 그걸로 설거지 해."

"야, 멀티탭 꽂는다?"


그들은 시끌벅적 짐을 풀고 창문 열어 환기하고 청소를 하는둥 별장에서 보낼 환상의 피서를 위해 동분서주 했다. 사람이 여러명이여서 일은 금방 끝났다. 잠시 후 그들은 술이 충분히 차가워지길 기다리면서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술 냉동실에 넣은지 얼마나 지났지?"

"1시간 반 정도?"

"그럼 충분하네. 야, 은혁아 화장실 가면 큰 대야 있는데 거기 찬물이랑 얼음 넣고 가지고 와라."

"야, 숯에 불 올린다!"

"올려!"

"가위랑 집게 어딨지?"


잠시 후 고기랑 버섯들이 노릇노릇하게 굽혀지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맛있는 냄새들이 별장 마당에서부터 사방으로 풍겨졌다. 그리고 그 냄새는 별장에서 이백미터 너머 주인과 같이 피서 왔다가 겸사겸사 분충성에 질려서 유기된 전사육실장들의 군락(쓰레기장이다)에도 전해졌다.


"킁킁, 이건... 고기씨의 냄새인데스."

"고기씨? 스테이크씨의 냄새 아닌테치?"

"데푸푸풋, 똥닝겐들이 와타시를 위해 고기를 헌상하러 온 데스?"

"레치! 똥마마는 고귀한 와타찌를 위해 고기씨를 당장 가지고 오라는 레치!"

"엄지는 걱정말라는데스. 똥닝겐이 헌상하러 올 것인데스."

"데에... 벌레씨도 지겨운데스, 그런데 때마침 공물이 온데스."

"레후, 와규 스테이크인레후? 구더기는 가니쉬로 송이버섯과 아스파라거스를 원하는 레후."


실장석들은 왜 버림 받았는지 알 정도로 근자감 없는 망상에 빠져 닝겐들이 고기를 당연히 자신들에게 헌상 하러 올 것이라는 믿음에 빠져 침을 추하게 질질 흘리며 기다렸다. 그러나 30분이나 지나고도 닝겐들은 고기를 헌상하러 오지 않았다.

결국 격분하고 만 한 실장석이 자리를 박찼다.


"데에에엣! 예의범절을 모르는 똥닝겐이!"

"레후우웃!! 자고로 하민은 군주가 거하는 곳에 귀한 방물을 마땅히 진상해야하거늘 똥닝겐들은 예와 염치를 몰라 감히 게으름을 피우는 레후?"

"이 죄는 만번 죽어도 모자르는테치!"

"데슝! 어쩔수 없는 데스, 게으른 닝겐들이라서 어쩔수 없는 데스! 이 몸께서 친히 왕림해야겠는데스!"


실장석 패거리들은 분기탱천하면서 자리를 박차 냄새가 나오는 곳을 향해 30분이나 걸쳐서 달려갔다. 참고로 성인 남성 걸음으로 이백미터는 느긋하게 걸어도 5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결국 실장석들이 정원 마당에 도착하고 나서 본 것은 이미 식사 즐기면서 술을 몇순배나 걸친 닝겐들이 잠깐 배를 꺼트릴겸 휴식 하고 있는 모습이였다.


"아, 배불러..."

"근데 다 좋은데 우리끼리 이러고 있으니깐 뭔가 심심하다."

"롤 방송 하고 있는거 있나?"

"아, 노트북 가지고 올걸..."

"그러네, 와이파이로 연결하고 롤 한판 때리면 딱인데..."

"바로 근처에 바다 있는데 헤엄 칠까?"

"야, 지금 저녁인데 헤엄치면 너 다음날 시체로 발견돼."


고기랑 술을 양껏 들이킨 철웅 일행들은 배가 부르자 무언가가 아쉬웠다. 그렇다, 재미 없었다. 사내새끼들이 모여서 할 이야기라고는 롤, 군대, 축구 이야기 밖에 없는데 이 세개는 아까 고기 쳐먹고 술 쳐마시면서 실컷 떠들어댄지 오래였다. 각자 스마트폰 꺼내서 폰질이라도 해야 하려는 찰나 그들의 귓가에 데스데스 하는 추접한 소리가 들려왔다.


"데엣, 데엑, 오, 오마에라! 이 몸 어르신들이 오셨거늘 고기씨를 진상 하라는 데스!"

"데샤아악! 감히 와타시를 여기까지 왕림하게 하다니 이 죄는 만번 죽어도 모자르는데스!"

"테치, 테치! 스테이크! 스테이크! 세레브한 와타치에게 어울리는 스테이크는 어디있는테치?"

"데스!"

"테치!"

"레치!"

"레후!"


"......야, 씨발 저거 뭐냐?"

"실장석이네?"

"실장석이 왜 여기에?"

"옷보니깐 사육실장 같은데?"

"아니 그보다 아, 씨발! 야야야! 우리 삼촌 별장에 저 새끼들 들어오면 안돼!"


그 말에 불콰하게 취한 철웅 일행들이 벌떡 하고 자리에 일어났다. 온동네방네 운치를 싸재끼는 실장석들의 악명이야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였다. 재빨리 사커킥을 갈겨 퇴치해야 했지만 다들 우물쭈물 하기만 하고 나서지 못했다.

그건 바로 저 실장석들이 입은 사육실장복 때문이였다.


"저거 주인 있는거잖아. 함부로 차버리면 실장석 값 물어내라 할텐데..."

"아냐, 법 바꿨어. 실장석들 분충짓 하면 주인이 다 책임져야 해."

"근데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잖아. 분충짓 하는 것이랑 별개로 자칫 뒈져버리면 값 물어내야한다고."

"...음? 야, 잠깐만 내가 저 새끼들한테 좀 물어볼게."


평소 눈치 좋기로 유명한 토시아키(유학생이다)는 그렇게 말하면서 입구 문턱을 넘으려 하지만 걸어오느라 힘 다 빠져서 기진맥진해서 데엑데엑 거리는 실장석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복장들이 죄다 더러웠다. 아무리 게으른 주인이라 하더라도 옷이 김치국물에 흙투성이요 머리카락은 기름떡칠 된거 보면은 기함해서 씻겨줄만한데 지금 눈 앞에서 데스데스 거리는 실장석 패거리들은 청결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도시악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한가지 사실만 확인을 해봤다.


"안녕 애들아, 혹시 너희들 주인은 어디 갔니?"


그러자 격렬한 반응이 터져나왔다.


"그 똥닝겐은 감히 와타시의 수발을 들어야할 의무가 있는데 감히 도망쳐버린데스!"

"테치! 마마가 카와이하고 세레브한 와타시를 낳았는데 감히 와타치한테 똥벌레라 말하며 이타이이타이 한 테치!"

"마침 잘된데스! 와타시의 보필을 내팽겨치고 도망간 똥닝겐을 오마에가 잡아오라는데스!"

"레챠아악! 그런 똥닝겐보다 당장 고기를 대령하라는레치!"


"음~ 그러면 너희들 모두 주인이랑 헤어진지는 얼마나 지냈는지 알고? 그걸 알아야 우리가 너희들을 보 살 펴 줄 의향이 있거든?"


"데푸푸풋! 그걸 말이라고 하는데스? 열밤도 훨씬 넘게 지난데스."

"그간의 고생은 너무나 길었던데스, 와타시가 고생한만큼 노예들이 와타시에게 봉사 하라는데수웅~"

"그보다 고기씨!"

"레후! 구더기는 푸니푸니 한번에 고기 육즙을 적신 빵 한조각이면 충분한레후~ 이만하면 너무 검소한 식사아닌레후?"


토시아키는 씨익 웃으면서 친구들을 뒤돌아보았다. 친구들도 역시 씨익 웃었다.


뚜르르, 딸칵,ㅡ어, 철웅이냐? 무슨 일이니? 아, 삼촌! 삽이나 뭐 그런거 공구 같은거 없어요? 별장 오른쪽에 창고 있는데 거기 잔뜩 있어, 그런데 왜? 아 다른게 아니라 지금 실장석 새끼들이 고기 냄새 맡고 별장 입구까지 쳐들어 왔거든요? 이 새끼들을 좀 처리 해볼려고요. 뭐? 실장석? 그 똥벌레들이... 마당 안까지 안들어왔으니 안심하세요! 저희들이 처리 할게요. 어 그래? 그러면 나야 고맙지! 놈들을 깨끗히 처리해주렴! 안심하세요! 아, 그물도 있나요? 있지! 네 알겠습니다, 그럼 끊을게요!ㅡ뚝


"애들아 들었지?"

"그물은 나한테 맡겨, 나 바닷가 출신이야."

"일단 이 놈들 구덩이 파서 묻어 놓을까?"

"별장 부지내에 묻으면 안돼. 운치 냄새가 땅 밑에서 솟아나와."

"그럼 바닷가에서 처리 좀 하자고. 보니깐 거기까지 백미터도 안되는데."


그 후에 벌어진 일은 일사천리였다. 철웅 일행은 곧바로 놈들이 도망갈세라 창고에서 공구와 기타 잡동사니들을 꺼내와 참다 못해 투분 하려는 실장석들에게 투척해서 한 마리도 남김 없이 포획 했고 바닷가로 끌고와 구덩이를 파서 그 안에다가 집어넣었다.


"데샤아아악! 이게 무슨 무엄한짓인데스?"

"와타시를 이렇게 거칠게 다루다니... 그래도 싫지 않은데스! 지금이라도 와타시의 총구를 핢으면 용서해주는 데수웅~"

"테챠아아앗! 레이디를 이렇게 거칠게 다루다니 노예 실격인 테치! 이 죄는 독라달마로 만들어도 마땅치 않은 테치!"


그 말에 고까워한 한 일행이 운치 묻은 양둥이에 바닷물을 담아 똥벌레들을 향해 끼얹었다. 


"데엑, 식사 전의 아와아와 타임인데스?"

"너무 거친테치! 레이디는 좀 더 섬세하게 다뤄야하는 테치!"

"레후! 짠맛이 인상적인 레후, 혹시 히말라야 솔트인레후?"

"데샤아아악! 아까부터 마음에 안든데스! 고기도 진상하지 않고 공손한 태도도 보여지 않고! 결정한데스! 오마에들은 독라달마... 뷁!"


짜증나서 한대 걷어찬 철웅은 어깨에 걸친 삽을 내려놓았다. 이대로 생매장 하면 자연이 알아서 처리 해줄것이다. 그때 일행 중 한명이 제안했다.


"야, 심심한데 우리 이 똥벌레들 데리고 가지고 놀까?"

"? 어떻게 놀려고? 재롱 떠는거 구경하는거?"

"아니, 이 새끼들을 하나 하나 처형 해보자. 아까보니깐 창고에 이런저런 잡동사니나 공구도 많이 있고 하는데 우리 공대잖아. 이 놈들 가지고 좀 재밌게 놀자고."

"허어?"


그 말에 일행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병신 같은 생각이였다. 그런데 재밌어 보였다.


"당장 하자!"

"야! 일단 창고가서 공구랑 이런저런 잡동사니 다 꺼내고 와봐!"

"씨불 실장석 새끼들.. 세달전 내 편의점 도시락에 똥칠 했겠다? 그때는 그냥 죽여버렸지만 지금은 아주 진득하게 죽여줄테니 각오해라 씹새끼들아!"

"야! 누가 나 좀 바베큐 장치 드는것 좀 도와줘!"

"불꽃놀이 세트 가지고 올게!"

"연탄 남은거 있지?"


급하게 파낸 구덩이에 갇힌 실장석들은 감히 노예 똥닝겐들이 자신들이 받들어 모시기는 커녕 들은척도 안하고 그저 자기 할 말만 하자 분통 터져 투분 하려 했지만 구덩이를 워낙 깊게 파는 바람에 결국 자기들의 머리나 얼굴이 운치 범벅이 되고 말았다.


"데, 챠아아악... 천만다행으로 임신은 안한데스..."

"그건 정말 다행인레후, 요즘 같이 불경기인 시기에는 자충을 가지는것도 심사숙고 해야 하는 레후!"

"테, 테챠아악... 고기씨는 언제쯤 와타치의 입 안에..."

"레치! 이 똥분충들! 얼마나 무능하길래 와타치의 입안에 고기 하나 물려주지 못하는레치?!"


잠시후 해변가에서 대학생들이 벌이는 흥겨운 기술경연대회가 시작 되었다. 주제는 실장석을 참신한 방법으로 처형하기 였다.


"첫 타자는 내가 할께!"


철웅은 그렇게 말하면서 좀 굵은 나무 막대기를 모래밭에 깊숙히 박아 놓더니 거기에 자실장 한 마리를 묶었다. 그리고 고무줄 적당히 긴거를 잘라서 마분지를 꿰뚫어 총알파지부로 만들었다. 


"어, 뭐야? 새총?"


다들 그걸 보고 새총으로 돌을 쏴서 처형 시키는건가? 라고 생각 했지만 철웅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끊어낸 고무줄을 자실장을 묶은 나무막대기에 묶더니 그 위치를 자실장과 같은 높이로 조절 했다. 그리고 순간접착제로 엄지손톱만한 조약돌을 총알파지부에 단단히 고정 했다.


"휴우ㅡ, 그래도 얼마 안걸렸네?"


"뭐하는거야? 새총 쏴서 처형 시키는거 아니였어?"


"아냐, 조약돌 줍는것도 일이고 손으로 들고 쏠 사이즈로 만드는것도 일이라서 그냥 대충... 고무줄 철퇴? 그거 생각해고 만들었어."


철웅은 고무줄을 잡아 당겼다. 그리고 적당히 팽팽 해졌을때 놓았다. 조약돌이 고무줄과 함께 힘차게 날아가 나무막대기를 강타 했다. 자실장은 자신의 머리 바로 위를 자기 얼굴 크기만한 조약돌이 강타하자 그제서야 마라 된걸 깨닫고 똥닝겐이니 노예닝겐이니 그렇게 부르짖는걸 멈추고 아첨 하기 시작했다.


"테, 텟츙~ 닝, 닝겐상들은 세, 세상에서 가가가장 고, 고귀한 아타시를 다, 당장 풀어달라는테치이이, 아타시를 풀어주기만 하면 똥주인상이 닝, 닝겐산들에게 보답을 해주는테치....!"


"뭐라는거야?"


"몰라, 목숨구걸이겠지."


유감스럽게도 너무 겁을 먹은 나머지 목소리가 모기 날개 소리보다 작았다. 몰론 들린다 하더라도 그냥 보내줄 대학생들이 아니였지만 말이다.


"으, 대충 만들어서 그런지 잘 안 맞네?"


대충 만든데다가 술취한 상태에서 고무줄 잡아 당겨서 그런지 조약돌은 자실장을 맞추기는 커녕 나무 막대기나 그 주변의 모래사장에만 쳐박혔다. 몰론 아주 지근거리에 쳐박히는거라 자실장은 그것만으로도 경기를 일으켰지만 말이다.


"테, 테챠아아아악! 이 똥닝겐! 이 짓거리를 당장 그만하라는테...칡!"


마침내 조약돌이 얼굴에 정통으로 쳐박혔다. 대학생들은 환호를 울리며 나도 해보겠다며 죽은 자실장을 내팽겨치고 다른 자실장들을 서로 한마리씩 돌아가면서 고무줄 철퇴 놀이로 한마리씩 처형 시켰다.


"이야ㅡ 자실장들은 벌써 서너마리만 남았네??"

"엄지들은 잔뜩 있는데 어떡하지?"

"몰라, 나중에 생각해보지 뭐. 근데 다음에는 누가 할래?"


"내가 할게!"


일행중 한명이 그렇게 말하면서 아까부터 대형 고무대야 사이즈만하게 파놓은 모래구덩이에 비닐을 깔았다. 그리고는 욕실이랑 주방에서 갖고온걸 꺼내놨다.


"락스랑.... 그리고 주방세제?"

"아, 혹시 염소 가스? 저 새끼 화공과이더니 아주 독가스를 만들어 내는구나."

"야, 혹시나 하니깐 좀 떨어지자."


화공과 학생은 구덩이에서 중실장 세마리를 꺼냈다.


"야, 나 애네 세마리 정도 쓴다!"


일행에게 동의를 구한 그는 건방지게 투분하려는 중실장들에게 뺨따귀를 아주 쎄게 소리 날 정도로 강하게 갈긴후 비닐을 깐 구덩이에 던져 넣었다. 덕분에 정신도 못차리고 빵콘 해버린 중실장들. 화공과 학생은 평소 쓰고 다니는 빨간 모자의 챙을 앞으로 돌리더니 이윽고 근엄한 목소리로 중실장들에게 명령 했다.


"전원... 차렷!"


"테, 테엣!"

"테, 테스!"

"테, 에엑!"


추상과 같은 호령에 저도 모르기 양팔을 딱 붙이고 차렷 자세를 취하는 중실장들. 


"어우씨, 깜짝이야."

"쟤 그러고보니 조교였지?"

"에잉, 군대 생각 나잖아. 맥주 한캔만 줘."


"지금부터 화생방 훈련을 실시한다! 너희들은 오늘 이 화생방 훈련을 받음으로서 여태까지의 추접한 자신과 결별하고 새로운 자신으로 태어나니 열외는 인정 하지 않겠다!"


바께스에 락스랑 주방세제를 휘휘 젖고 거기다가 뜨거운 물을 넣자 금새 유독한 가스가 발생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재빨리 구덩이에 퍼붓는 화공과, 처음에는 중실장들은 이게 뭔가? 했지만 금새 눈이 따가워지고 숨도 제대로 쉴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케, 켈록... 이, 이게 뭔 테스?"

"수, 숨을 쉴수 없는 테스!"

"따가운테스!"


"어우씨, 좀 따가운데?"


화공과는 자기도 좀 독한 모양인지 손선풍기를 빌려다가 구덩이를 향해 바람을 쏘아 보냈다. 그러자 더더욱 아수라장이 되가는 구덩이 안, 그러나 화공과는 더욱더 근엄한 목소리로 중실장들을 꾸짖었다.


"어허! 대한민국 공공시설의 위생을 책임 져주는 락스가 너희들을 정화 해주고 있다! 그런데 너희 실장석들은 그것도 못참고 벌써부터 난리인가! 전원! 얼차려를 부여하겠다! 어깨동무 실시!"


"테, 테에엑!! 이 미, 미친 똥닝겐!"

"테챠야아악! 테스형! 와타치를 꺼내주는 테스!"

"제발 내보달라는테스!"


"흠... 이런 근성도 없는 녀석들을 보았나... 그러면 노래, 노래를 불러라! 노래만 부르면 저 구덩이에서 내보내 주겠다!! 전원! 군가 일발 장전! 실시!"


화공과의 말에 일말의 희망이 생긴 중실장들, 그들은 노래만 불러주면 이 짓거리를 끝내주겠다는 약속을 믿고 가스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가운데 노래 부르기 시작했다.


"테에... 테, 텟테로게... 스, 스시와~"

"스테이크으으느느은~~"

"와, 와타시의.. 생득권인테스~~"


"니, 닝겐의 시종을~"

"받으며~ 세레브 캐슬에~"

"콘페이토의~"


중실장들은 끝까지 노래를 부르려 했지만 노래를 부르면서 폐활량이 늘어난 덕분에 염소 가스가 폐부 깊숙히, 그리고 더욱더 많이 들어가게 되자 결국 한 마리씩 못참고 쓰러져 죽어버리기 시작했다. 

결국 마지막에 남은 것은 유달리 덩치가 커서 누가봐도 독립 일보 직전으로 보이던 중실장 한 마리 뿐이였다.


"테, 테에엑... 와타시... 캐슬에... 왕자님과... 흑발의... 자를.... 행복하게... 사는테스..."


"음! 역겹고 가소롭고 괘씸한 노래지만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지. 이 삽을 붙잡고 구덩이에서 기어 올라오거라!"


중실장은 드디어 이 지옥에서 벗어난다는 생각에 기뻐하면서 삽을 붙잡고 기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삽을 잡고 발에 힘을 주는 순간 힘을 준 다리 쪽이 뭉개지기 시작했다.


"오, 씨발 실장석들은 염소 가스를 마시면 저렇게 몸이 찰흙 덩어리만도 못하게 되네?"

"락스가 워낙 독한 모양인가보다."

"캬, 쟤 얼굴 봐라 진짜 어리둥절 하고 있다."


"테에에?? 어? 어째서 테스?"


철푸덕!


이제는 먼저 간 다른 중실장처럼 드러눕게 된 최후의 중실장, 중실장은 갑자기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는것을 느낄수가 있었다. 


"음! 전우와 생사를 같이 하겠다는 그 의지! 숭고하도다! 너의 그 숭고한 의지를 존중하여 이 구덩이를 너와 네 전우들의 무덤으로 만들어주겠다! 야, 애들아 도와줘!"


"또, 똥닝겐...! 그게 무슨 마라 같...은... 소...리....!"


ㅡ파킨!


대학생들은 재빨리 삽으로 구덩이를 허물어 1분 만에 깔끔하게 묻어놓았다. 환경을 위해 비닐은 묻기 전에 빼냈다. 이제 다음 차례는 토시아키였다.


"자, 다음은 내가 할게. 때마침 숯불이랑 잿더미도 뜨겁게 잘 달궈줬어."

"뭐할려고?"

"니네 숯불 걷기라고 들어봤냐?"

"아, 그거? 숯불 위를 맨발로 걷는거?"

"오, 씹 그거 진짜 재밌겠다. 나도 도와줄게."

"그럼 먼저 성체실장이 통과할 정도의 고랑을 1m 정도 짧게 만들어줘."


즉시 삽으로 고랑을 만든후 바베큐 통에서 숯불과 잿더미를 퍼담아 고랑에 퍼붓자 그럴싸한 숯불 고랑이 완성 되었다.


"자, 누굴 써보지?"


"데샤아아악!! 아까부터 이 몸 어르신에게 우마우마를 대령하지도 않고 감히 불경스럽게 이런 운치굴에 쳐박아 놓다니 이 죄는 만번 죽어도... 데벳!"


"이 씹쌔끼 당첨."


"데갸아아악! 똥 니, 닝겐! 와타시의 세레브한 머리카락을 잡아당기지 말라는... 데갸아악!!"


콰당!


"야, 똥벌레. 고기 먹고 싶냐?"


"데, 데게에엑... 그, 그걸 말이라고 하는 데스?"


"그러면 주도록 하마. 다만 조건이 있다."


"그게 뭔데스?"


"저 숯불 위를 걸어서 반대편까지 가면 주도록 하지."


그 말에 원사육실장은 토시아키가 손으로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불길은 없지만 검고 빨갛고 공기가 흔들리는것으로 보아 척 봐도 엄청나게 뜨거워 보였다. 원사육실장은 이 얼토당토 않는 말을 짓껄인 토시아키를 향해 일갈 했다.


"데샤아아악! 똥닝겐 뇌도 마라로 가득찬 데스?! 와타시를 우마우마로 만들어 버리는 곳을 와타시가 미쳤다고 걷는데벳!"


뻑!


"인간한테 공손해라 똥벌레 새끼야... 못 믿어하는것 같은데 내가 친히 네 놈에게 시범을 보여주마."


토시아키는 그렇게 말하고 재빨리 샌들을 벗은후 주저 않고 성큼성큼 숯불 위를 걸어갔다. 다들 오오 하는 가운데 실장석만은 믿기지 못한다는듯 그저 입을 떡 벌릴 뿐이였다.


"자 봤냐? 똥벌레야? 숯불 위를 걷는다고 네가 우마우마로 변하지 않아. 자, 어쩔래? 고기 먹고 싶으면 저 숯불 위를 걸어. 하지만 네가 도전 하지 않는다면..."


손가락 크기만한 소시지를 실장석의 눈 앞에 흔들어 보았다. 유기 당한후 몇주동안 고기라고는 일회용 플라스틱 접시에 딱딱하게 굳어버린 기름을 핣는것 외에는 구경도 못한 원사육실장에게는 엄청난 유혹으로 다가왔다.


"데, 데에엣! 해, 해보겠는데스!"


"좋아! 도전을 환영하마! 미리 말해두는데 아~~~~주 빨리 걷는게... 아니다, 너는 걷지 말고 달려도 좋아."


"데푸푸풋! 똥닝겐은 와타시를 우습게 보는게 아닌데스? 다만 똥닝겐이 뛰어도 된다고 하니 와타시는 사양하지 않는데스!"


원사육실장은 말이 또 바뀔까봐 재빨리 숯불이 깔려진 고랑으로 달려갔다. 학생들은 낄낄 웃으면서 새 맥주를 또 한캔 까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즐거운 광경이 펼쳐질 것이다.


"데에에.. 뜨거운 데스... 이런 곳 위를 걸어가면 와타시의 백옥과 같은 다리가 우마우마 해질것인데스..."


원사육실장은 마지막까지 고민해봤지만 이내 소시지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숯불 위를 뛰어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원사육실장은 유기 당하기 한달 전, 그러니깐 임신 하기 전 주인이 구워준 삼겹살 쌈의 맛을 상기 했다. 


"데샤아아앗! 고기씨는 세레브한 와타시에게 어울리는 데스!"


"오, 쟤 진짜로 숯불위를 걷는다."

"용기 있네~"

"행복회로 때문에 뇌 마비 된거 아니야?"

"근데 숯불 걷기는 빨리 걷지 않으면 안되지 않나? 쟤네 속도 생각해보면 안될텐데?"

"안되니깐 시킨거지ㅋㅋㅋㅋ"


아니나 다를까 대참사가 벌어졌다. 몰론 원사육실장 입장에서 대참사지 대학생들 입장에서는 꿀잼 컨텐츠였다. 원사육실장이 처음 숯불 위에 발을 내딛었을때는 금방은 반응이 오지 않았다. 허나 다음 걸음을 내딛기 위해 걸음을 옮긴 순간 애써 무시하던 열기가 신발을 불태우고 그 마분지와 같은 살덩어리를 우마우마하게 익혀버리기 시작했다.


"데, 데샤아아악!! 이게 뭐인데스!!!!"


깜짝 놀란 원사육실장은 재빨리 달려나가려고 했지만 앞으로 나아가려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이 시점에서 저 똥벌레가 살려면 어차피 얼마 못 걸은 덕분에 지금이라도 뒤로 돌아간다면 바로 숯불에서 벗어나니 그 편이 훨씬 나았지만 멍청하기로는 자타공인 1위인 실장석이라는 생물은 그런 생각도 못한다. 그냥 미련하게 앞으로 달려나가면 이 괴로움에서 벗어날수 있다고 생각할뿐.


"데갸아아아아악!!!!!!!"


"오 저게 필사적으로 달리는거야?ㅋㅋㅋㅋㅋㅋ"

"씹ㅋㅋㅋㅋ내가 천천히 걸어도 저것보다 빠르겠닼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야 내가 불쌍하니깐 '물' 좀 줄겤ㅋㅋㅋ"


한 학생이 다가와 마시던 캔맥주에서 맥주 몇모금을 원사육실장의 앞에 퍼부었다. 그러자 아직도 뜨거운 열기를 머금고 있는 숯과 수분이 만나 뜨거운 증기를 토해냈다. 그리고 그 증기를 코 앞에서 받아낸 원사육실장은 비명을 질렀다.


"데갸아아아악!!! 또! 똥닝겐....!"


결국 견디지 못한 원사육실장은 숯불 위로 쓰러졌다. 머리카락이든 옷이든 뭐든 다 타버린 상태에서 똥벌레는 그대로 평소 그렇게 소망하던 고기씨가 되었다. 고기씨가 된 원사육실장은 아직도 구덩이에서 똥닝겐! 똥닝겐! 성토하던 동료들한테 제공 되었다.


"아, 재밌다. 근데 이제 슬슬 끝내야 할 것 같은데?"

"그런데 아직 똥벌레들은 좀 남아 있잖아?"

"하씨ㅡ 그게 문제네.. 삼촌한테 이 똥벌레들 다 처리한다고 했는데..."

"그냥 산채로 묻을까?"

"응? 야야야 밀물이다! 바닷물이 다시 들어온다!"


그 말에 다들 바닷가를 바라보니 바닷물이 아까보다 더 가까워졌다. 그 모습에 다들 구덩이에 집어넣은 실장석을 빼놓고 공구들을 죄다 방파제 너머 별장 창고에 돌려놓았다.


"야, 애들아 우리 마지막으로 구경 좀 하지 않을래?"

"뭔 구경?"

"보니깐 바닷물이 아까 우리가 실장석들 가둬 놓은 구덩이까지 올라올것 같은데 그 똥벌레들에게 모종삽 몇개 주고 알아서 빠져나가라고 구경 하는건 어때?"

"오오, 그것 참 좋은 생각이다."

"똥벌레들 마지막 발악... 한번 봐야겠지?"


다시 해변으로 돌아왔을때 구덩이 안은 아우성 그 자체였다. 계속해서 구덩이를 너머 바닷물이 철퍽 철퍽 똥벌레들을 적시고 있는데 아무리 빡대가리라고 해도 이게 무슨 징조인지는 알수 있었기 때문이였다. 대학생들이 구덩이로 돌아오자 안쪽에서 아첨과 비난, 애원이 터져나왔다. 철웅은 절반 남은 소주병을 기울여 빽빽대고 있는 실장석들의 얼굴에 끼얹었다.


"데갸아악! 똥닝겐! 이상한 냄새 나는 물씨를 뿌리지 말란 데슷!"

"그보다 빨리 와타시를 세레브 캐슬로 모시라는 데스!"

"레치, 왠지 기분이 알딸딸해지는 레치.."

"레후, 최후의 순간 한 잔 하라는레후? 기꺼이 마시겠는레후."


"야, 똥벌레들아. 너희들은 비록 건방지기가 도를 넘어 죽어 마땅하지만 그런 너희들에게 자비를 내려 살 방법을 주겠다."


휙!


"데걁!"


"너희들에게 이 모종삽을 줄테니 알아서 위로 올라가는 경사로를 파고 살아남으렴."


이제 대학생들은 구덩이 근처로 몰려들어 과연 이 똥벌레들이 어떻게 살아남을지 구경하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 똥벌레들은 상황파악도 못하고 대학생들에게 비난이나 아첨을 했지만 바닷물이 성체실장 허리까지 밀려들자 모종삽을 붙잡고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기 위해 경사로를 파기 시작했다.

몰론 이것도 성체실장에 한정될뿐 자실장 이하로는 어림도 없었다.


"테챠, 테챠! 테샤아앗! 오바상! 흙! 흙 나한테 뿌리지.. 꼬르륵!"

"레챠아아앗! 빠져 죽는레치! 오바상 등에 달라 붙는.. "방해하지 말란데스!" 레칫!"

"레후, 오네상들 너무 열심인레후. 어차피 성체실장도 살기 힘든데 하물며 우리야 어떤레후? 그 보다는 편한 마음으로 다음 생을 기약하는 수 밖에 없는 레후."


성체실장들은 필사적으로 구덩이의 벽면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열심히 하는건 좋은데 경사로를 팔꺼면 사선으로 파야지 수평으로 파는 바람에 딱히 그들의 상황은 나아지지는 않았다. 급기야 파는것을 멈추고 포식 파티를 벌이는 실장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차피 물고기씨의 우마우마가 될 바에! 마마의 우마우마가 되라는데스!"

"테챠아아악!! 똥마마가 미친 테벳!"

"오네쨩! 똥마마가 오네쨩 머리를 이타다키 한 레치!"


첨벙! 첨벙!


이제 바닷물은 가슴팍까지 흘려들었다. 자실장 이하는 이제 벽을 붙잡고 통곡 하거나 혹은 성체실장의 뱃속, 혹은 발판이 되어 그 짧고도 구질구질한 생을 마감했다.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실장석 중에 한 녀석이 사선으로 파는것을 이해했기 때문이였다. 그리고 다른 실장석들은 그런 녀석을 따라 사선으로 벽을 파고 들어 마침내 경사로를 만들어 그 위로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허나 너무 늦었다.


ㅡ콰아아아!!!


바닷물이 이제는 인간 기준으로 발목까지 올라가기 시작했기 때문이였다. 그리고 구덩이는 당연히....


"데힑! 데풁! 데푸풉! 데퍄!"

"헤! 헤엄! 헤엄치는 데스!"

"어째서인데스? 경사로를 파는데 성공한데스!!!!"


실장석들은 어느새 구덩이 위까지 올라오는데 성공했지만 그건 자기 발로 올라온게 아니라 바닷물이 차오르면서 저절로 떠오른것이였다. 대학생들은 모종삽이 이제는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자 죄다 회수 하고는 방파제 위로 올라갔다. 

똥벌레들은 그런 대학생들을 따라가려 했지만 짧은 다리는 모래사장에 닿지를 않았고 무엇보다 운치를 지르느라 빵콘 해버린 팬티 안쪽에 바닷물이 스며드는 바람에 본의치 않게 무게추가 되어 결국 바닷물을 원 없이 들이키고 말아야 했다.


"어디 가는... 데풋! 어디 가는...! 데스흐으윽!"

"와타시를!! 와타시를 세레브 캐슬에!!!"

"데뿌르르르으으!!!"


대자연은 용서없이 똥벌레들을 휩쓸어갔다. 실장석들은 마지막까지 버둥거리면서 멀어지더니 마침내 그 밑으로 사그라들었다. 토시아키는 그런 똥벌레들을 위해 합장 했다.


"옴 마니 반메 홈."


어찌됬든, 사내새끼들끼리의 재미없는 술자리는 막판에 등장한 실장석 덕분에 대단히 흥겨워졌다. 이에 대학생들은 아쉬워했지만 그들은 인간의 분충성을 간과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피서철만 되면 감당 못하게 된 사육실장들을 피서지에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 했기 때문이였다.

덕분에 그들은 피서 마지막 날까지 실장석들을 온갖 창의적인 방법으로 처형, 아니 구제했다.






갯벌도 쓰고 싶었는데 이건 나중에 따로 쓰겠다는데수웅.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