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동물도 곱게 나이를 먹어야 천수를 누리는 실장석 참피 소설 늙은 사육실장

우리집에 사는 미도리는 실장석 중에서는 특이하게 스무살을 넘긴 특이한 개체이다.


아버지가 결혼 하기 전부터 키우다 결혼하고 나서 신혼집에서 키워지게 되었으니 사육실장으로써 별탈없이 지냈음을 알 수 있었다.



"데에? 작은 주인사마 오늘은 푸드씨를 3알만 먹었는데도 배부른데스."



미도리는 나이가 나이인지라 밥을 적게 먹었다. 실장석이 아무리 엉망진창인 생명체여도 나이에 따른 노화가 있는 것을 볼 때면 세월의 흐름이 느껴진다.



미도리는 내 인생의 최초의 기억 속에서도 성체였다. 어머니가 말하길 내가 미도리의 팔을 무는 습관 때문에 미도리도 엄마도 고생했다는 말을 하신 적이 있었다.



아무튼 어렸을 적의 나는 미도리와 자주 놀았었다. 미도리와 같이 매지컬 테치카를 보기도 하고 숨박꼭질도 하고 그랬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친구들이 생기긴 후에도 노는 빈도가 줄어들긴 했으나 여전히 난 미도리의 친구였고 가족이었다.



미도리는 특이하게도 임신중절 수술을 받지 않았다. 그러고도 자를 낳고 싶다느니 콘페이토나 스테이크 같은 소위 분충이라고 불리우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



어느 날 자를 낳고 싶은지 물어본적이 있었다. 친구들의 사육실장이 멋대로 자를 가지고 버려진 이야기를 들었을 적이었다. 



"와타시는 이미 가족이 있는 데스."



간단한 대답이었다. 



아까도 말했듯이 미도리는 우리나라 사육실장 산업의 초기 때 교육 받은 개체이다. 그렇기에 가끔 미도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요즘 나오는 사육실장들의 교육이랑 많이 다른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와타시의 어릴적은 농장에서 지낸데스. 마마와 이웃상들이 자를 마음껏 낳다가 관리인씨가 와서 자기 마음대로 판별하는 방식이었던 데스. 와타시는 보통의 펫숍에서 진열된 데스. 그 시절엔 와타시타치 전용 숍이 없었던 데스. 교육은 딱히 없던 데스."



요즘 사육실장에 비해 널널하고 허술한 시스템에서 자랐기 때문에 사육실장 사업 초기는 주인에게 투분하는 개체가 돈 받고 팔리던 시절이라고 들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들으면서 성장해 나아갔다.



미도리는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거동이 불편한지 움직임이 둔해졌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가던 난 커지고 성장하고 있었다.



집에서 대충 쉬고 있던 미도리를 오랜만에 산책 시키기로 했다. 나는 실장석 전용 목줄과 배변봉투를 챙기고 공원으로 향했다.



미도리의 걸음이 느린 탓인지 산책은 천천히 진행되고 있었다. 몇 걸음 걷고 데히 데히 하면서 숨을 몰아쉬는게 나이가 들었음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나는 결국 근처 벤치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챙겨온 푸드 몇 알을 미도리에게 주었다. 미도리는 데스데스 거리며 잘도 먹었다.



휴식을 취하면서 사육실장과 산책을 하는 다른 사람을 보았다. 핑크색에 매지카 테치카 마법봉에 자 여섯마리에 사육실장에게 질 수 없다는 듯이 잔뜩 꾸며 입은 아줌마 사육주는 그 사육실장에게 에메랄디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고급 푸드를 먹이고 자들에게까지 먹였다.



나는 에메랄디를 본 뒤 미도리를 보았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초록에 프릴 달린 실장복, 언제 샀는지도 몰라서 다 헤진 매지카 테치카 마법봉, 보통의 푸드. 마법봉은 최근엔 지팡이로 쓰이고 있어 그 용도가 바뀐지 오래였다.



에메랄디는 근처에 있던 나와 미도리를 보곤 자들에게 우리를 가르키며 비웃었다.



"자들 저기 보는데스! 참으로 비루한 모습인 데스. 데프프픗! 와타시타치와 다르게 세레브하지 않은 데스."



"마마! 와타시가 노예로 만들고 오는 테치!"



"장녀, 저건 노예로 만들 가치도 없는 분충데스. 와타시타치와 같은 세레브 개체들이 다가가다간 분충이 전염되는 데스요 데프프픗!"



아무리봐도 사육주가 어마어마한 애오파였나보다. 자들을 무지성으로 싸질러도 그걸 다 분홍옷으로 입히고 키우질 않나 저런 분충 발언도 냅두질 않나 직접적인 시비가 없기에 조용히 있었으나 저 사육실장의 막내로 보이는 개체가 갑자기 다가왔다.



그리곤 갑자기 내 바지에 투분했다.



"이제 아따시의 노예인 레치! 어서 아따시에게 스시와 콘페이토 스테이크를 바치고 전다중우주의 위대한 지배자이자 은하의 수호자, 마마의 든든한 막내, 엄지 실권의 대표자, 세레브 협회 올해의 베스트 세레브 우승자, 사육실장으로 삼고 싶은 자 1등, 귀여운 엄지인 아따시를 향해 복종하는 레치!"



기분이 더러웠으나 요샌 이런거에 일일이 대응했다간 오히려 신고를 당하는 시대였기에 피했다. 꼬라지 보니 얼마 안있어 버려질 놈 같았다.



"뭐하는 레치?! 복종하는 레챠아아아아!"



아무리봐도 별신경 쓸 가치가 없는 놈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매우 조용했다. 미도리는 걷는 것이 힘들었는지 나에게 안기며 가고 싶다고 말했기에 나는 미도리를 가슴에 앉고 집에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미도리"



"작은 주인사마?"



"매일 똑같은 푸드에 일상인데 안지겹니? 콘페이토나 사줄까?"



보통 사육실장은 점점 갈수록 교만해져 스시나 콘페이토 아니면 비싼 푸드를 요구하기도 한다. 그냥 푸드에 질려하는 거지만 실장 특유의 오만함이 그런 행위를 부추긴다.



"와타시의 일상은 매일이 특별한 데스. 다른 오바상이었으면 꿈도 못꿨을 생활을 하고 있는 데스. 큰 주인사마에게 왔을 때부터 와타시는 특별한 데스. 기본 푸드여도 괜찮은 데스. 주인사마가 주시는 푸드는 같은 맛이더라도 주인사마가 주시는 푸드이기에 특별한 데스."



"별게다 특별하구나."



"특별함이란 별게 아닌 것 같은 데스. 주인 사마가 집에 올 때 다른 인사를 하거나 아니면 평소와 다른 날씨가 있거나 주인사마가 와타시의 이름을 평소보다 많이 부르거나 사소한 것이라 해도 와타시가 그것에 특별함을 느끼면 특별한 데스. 고급 푸드씨가 있어도 세레브 옷씨가 있어도 그건 단순한 세레브함일 뿐 특별함이 아닌 데스."



이게 스무 살을 넘게 살아온 실장의 인생관일까 그럼 오늘도 특별한 날일까 생각하면서 어느새 잠든 미도리와 같이 집으로 향했다. 늘 그렇듯 특별한 하루였다.




며칠 뒤 산책을 가보니 얼룩이 지고 해진 박스가 눈에 띄였다. 박스에 남아 있던 이름표엔 이렇게 적혀있었다.



'에메랄디'



특별한 하루였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