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타바 시를 둘러싸고 있는 아카기 산자락 일대에는 농가가 자리잡고 있다. 가구수는 그리 많지 않지만 산어귀부터 시작되는 임야와 과수원, 도시의 외곽과 맞닿은 제법 넓은 들판에서는 쌀과 여러 가지 특용작물들을 재배하고 있었다. 강을 끼고 있어 토질이 비옥한데다가 공장 같은 산업시설은 거의 없는 천혜의 자연 조건을 가지고 있어서 후타바 시의 농산물은 주변은 물론이고, 다른 지방에서도 질이 좋기로 널리 소문이 나 있었다. 특히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농산물은 품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여 전국 각지로 팔려나가고 있었다. 외국의 저렴한 농산물에 밀려 맥을 추리지 못하는 다른 지역에 비하면 대단히 특기할만한 일인 것이다. ******************************************************************** 겨울도 이제 거의 끝자락에 접어들었다. 마지막으로 눈이 내린 것도 한 달쯤 전의 일이었고, 얼음도 대부분 녹아 그늘진 곳을 제외하고는 별로 보이지 않았다. 매서운 바람도 한풀 기세가 꺾여 햇볕이 구름에 가리지 않는 날이면 그럭저럭 외투를 입지 않고도 다닐 수 있을 정도였다. 봄의 기운이 제법 가까워진 것이다. [데에... 오늘도 겨우 살아남은데스우...] 허름한 창고에서 성체 실장석 하나가 주춤주춤 걸어나온다. 아직 아침이지만 구름이 없는 탓에 햇빛이 잘 내리쬔다. 실장석은 하얀 입김을 토해내며 넝마같이 헤진 자신의 옷을 두손으로 감싸안고 한 번 부르르 떤다. 타박타박... 실장석은 마치 유령처럼 힘없이 걸어간다. 겨울의 기세가 꺾였다고 하지만 가진 것이라고는 얇은 옷 한겹뿐인 실장석에게는 여전히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추위다. 얇은 옷을 한껏 추켜올려 추위를 막아보려고 하지만, 옷이 가려주지 못하는 얼굴이나 다리, 손끝, 그리고 여기저기 찢어진 구멍 사이로 보이는 살결은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