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마을 이야기는 실장석 참피가 근본인 소설 캠핑장 이야기
어스름한 저녁, 경기도 외각 한 마당에는 왁짜지껄한 웃음소리가 들린다.
숯불로 고기를 구울 수 있도록 드럼통을 잘라 만들어진 그릴 위에는 각종 고기와 소세지, 고구마, 감자 등이 먹음직스럽게 익어가고 있었고,
그 옆에서 흐뭇한 표정으로 집게로 고기를 뒤집고 있는 도식, 죽마고우인 동혁과 철웅은 곁에서 연신 소줏잔을 부딪쳐가며 낄낄대고 난리다.
아내가 아들을 데리고 오래간만에 친정나들이를 간 도식,
아직 애가 없는 맞벌이부부 동혁의 아내는 이번 주말에 팀 전체가 출장을 갔다.
그리고 노총각인 철웅(^^).
오래간만에 의기투합한 오랜 친구들은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도식의 아버지가 관리하는 시골집을 캠핑장처럼 꾸미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술과 고기를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마치 총각시절로 되돌아온 것처럼.
“이야. 이게 얼마만이냐? 이렇게 맘껏 술먹고 놀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게 말이야”
“그러게말야. 이 탁트인 자연에서 캠핑이라... 진짜 신선놀음이 따로 없잖냐?”
“야. 다들 얼마나 쥐여살길래 이렇게 고삐풀린 망아지마냥 신나서 난리냐? 결혼생활이 그렇게 힘드냐?”
“너도 한번 장가가봐 새꺄. 뼈저리게 느낀다. 이런날이 얼마나 소중한지 말야”
“됐다. 니들 고생하는거 보니까 그냥 난 우아한 싱글로 살랜다. 낄낄”
해가 지고 분위기는 무르익어가기 시작했다.
“야 우리 고등학교때 기억나냐? 도식이 너 학교 때려치고 요리사 하겠다고 가출하고 난리였잖아. 그때 아버님이 우리집까지 너 찾으러 왔잖냐? 너 그때 어디있었냐?”
“에이 짜샤. 언제적 이야기를 하고 있냐? 뭐... 읍내 중국집에서 열심히 배달다니다가 우리 꼰대한테 걸려서 안죽을만큼 맞았다. 왜? 하핫”
“그래도 도식이 너 요리동호회 회장도 하고 나름 꿈은 이루지 않았냐?”
“테...테에에에엥......”
“야. 일하느라 애들키우느라 바쁜 와중에 간신히 시간내서 활동하는거다. 이런거 아니면 내가 무슨 낙으로 사냐?”
“데에엥~~ 데에에엥”
“아 저새끼들 더럽게 시끄럽네. 야!! 조용히 해 이새끼들아!!”
“테챠악, 테챠테챠~~~”
“아 냅둬. 술이 있는데 음악이 없으면 되겠냐?”
“낄낄 저녀석들도 회식이네. 모기회식. 히힛”
“테에에엥~~ 테에에에엥~~”
세 친구들이 즐거이 고기먹방을 하고 있는 한쪽 옆에는 친실장과 자실장 가족이 독라가 된채 묶여서 구슬피 울고 있었다. 소주를 온몸에 덕지덕지 바른 덕에 새까맣게 모기가 붙어서 친자들의 피를 빨고 있었던 것이다. 친자 할것없이 온몸이 부르터올라 가려움을 못이기고 꿈틀대고 있었다. 좀 움직일 수 있으면 모기떼들도 쫓아낼 수 있으련만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대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실장석 가족은 절망감에 슬피 울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쾌적한 환경 속에서 음주가무를 즐길 수 있었던 친구들은 입을 모아 도식이를 칭송했다. 네 아이디어 아니었으면 모기에 뜯겨가며 술마셨을텐데. 흐뭇하게 웃는 도식이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실장석 가족들을 슬쩍 쳐다보고는 술잔을 들고,
“자! 고기 식는다. 한잔하자”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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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시간 전>
“아우 진짜 이 똥벌레새끼들 그냥”
“야, 미안하다. 조심했어야 했는데 이렇게 돼버렸네”
양지살 한팩이 들어있던 비닐봉지가 운치투성이가 되었고 거기서 꺼내진 똥투성이 자실장은 신선한 살코기를 끝내 먹지못한게 원통했는지 세 친구들에게 손가락질을 해대며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과수원을 운영하면서 농작물을 탐내는 실장석을 여러번 겪어본 철웅은 이 빌어먹을 똥벌레를 어떻게 찢어죽여야 성이 풀릴지 몰라 씨근대고 있었고, 강아지를 키우는 동혁은(그 강아지도 아내의 친정나들이에 동참) 자신이 탁아의 원인제공자라서 한편으로 미안한 동시에 작은 생명을 해치는 것이 못내 꺼림칙한 표정이다. 간만에 세친구들이 뭉쳤는데 초장부터 분위기 잡치게 생겼다. 한편 조용히 있던 도식은 양지살팩을 꺼내 너덜너덜해진 포장을 벗기고 물로 씻었다. 그런다고 해도 도저히 먹을 수는 없는 상태. 일단 도식은 애매해진 분위기를 잠시 진정시켰다.
“잠시만 기다려봐. 나한테 생각이 있으니까 좀 따라줄 수 있겠냐?”
성난 철웅과 침울한 동혁이 동시에 도식을 쳐다봤다.
“어... 그거 물로 씻는다고 먹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기다려봐 우리가 먹을거 아니니까?”
“그게 뭔 소리...?”
“잠깐만. 어? 저기온다. 이녀석 가족들이 말야”
곧이어 친실장 하나와 자실장 세 마리가 졸졸 들어오더니 탁아한 친실장을 둘러싸고 데엥테엥거리며 운다. 이윽고 친실장이 똥투성이를 안아들고 도식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소리를 질러댔다. 눈에 쌍심지를 켜고 발길질을 참느라 움찔대는 철웅과 미안한 표정으로 철웅을 간곡히 말리는 동혁을 옆에 두고 도식은,
“우리 링갈 없어서 니네 말 모른다. 됐고 니들 스떼끼 먹고싶지 않냐? 아저씨가 맛있게 만들어줄게”
철웅과 동혁, 실장석들은 전부 눈이 휘둥그레해진채 도식을 바라봤다. 철웅은 버리면 버렸지 그걸 왜 저 똥벌레를 주냐는 표정이고 동혁 역시 도대체 도식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실장석들은 거의 황홀경에 빠지기 일보직전이었다. 태어났을때부터 가슴속 돌씨가 그렇게 열변을 토한 바로 그 스시와 스떼끼 중 하나가 아닌가? 자실장들은 너무 좋아 깡충깡충 뛰어댔고, 친실장은 닝겐노예들을 메로메로시켜 스떼끼 식사를 성사시킨 장한 차녀를 껴안고 덩실덩실 춤추며 돌았다. 다들 귀를 파닥파닥대는게 여간 기분이 좋은게 아닌 모양이다. 이윽고 도식은 토치에 불을 붙인 뒤 양지살을 집게로 들고 토치로 겉면을 살살 훑어냈다. 양지살 표면이 살짝 익으며 꼬소롬한 냄새를 풍기자 실장석들은 더 이상 못참고 도식의 발앞에 모여 깡충깡충 뛰어댔다. 도식은,
“원래 스떼끼는 이렇게 겉면만 익혀서 먹는게 진리지. 이걸 레어(rare)라고 하는데 이때가 고기를 씹었을때 육즙이 가장 많이 나오는 때거든. 자 순서대로 나눠줄테니 친실장부터 가져가라”
하며 가위로 노릇노릇 익혀진 살코기를 가위로 듬뿍 잘라 친에게 던져줬다. 그리고 덩치에 맞게 자실장들에게도 양지살코기를 던져준 도식은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친구들에게,
“왜?”
하고 말했다. 어이를 상실한 두 친구들. 아니, 그냥 살려보낸다면 또 모르겠다. 비싼 고기를, 그것도 날것도 아니고 토치로 살짜쿵 익혀서 저 똥벌레한테 갖다바치는 병신이 어딨나?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철웅은 넋나간 표정으로 있었고 동혁 역시 이건 아닌것 같은데 하는 표정이다. 도식이 씨익 웃으며 친구들한테 말했다.
“이새끼들을 잘봐라”
친자 할것없이 빵콘을 브리릿브리릿 해가며 게걸스럽게 쳐먹어대는 똥벌레들을 보고 도식은,
“고기 쳐먹은 값은 뽕을 뽑아낼테니까 보고만 있으라구 제군들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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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두시간 뒤>
철웅은 너무 행복했다. 자신의 과수원을 망치는 실장석들을 잡은것마냥 그랬다. 도식에게 아가리부터 총구까지 꿰뚫어버리는게 어떨까 말했지만 도식은
“위석처리도 안했는데 그렇게 하면 금방 죽어, 이것들 새벽까지 살아있어야 우리가 편하지”
라고 철웅을 안심시켰다. 처음에는 착한 동혁도 아니고 왜 도식이 저 벌레들한테 아량을 베푸는지 이해가 안되었지만 저것들이 모기를 다 몰아가니 너무 편한거였다. 모기로 새까맣게 뒤덮인 친자들을 보니 기분이 너무 좋아지는거였다. 우리 과수원에도 저런거 한번 도입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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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두시간 뒤>
“니들 먼저 들어가서 자라. 난 뒷정리 하고 낼 아침에 먹을 찌개거리 미리 만들어 놓고 자야겠다. 니들중에 먼저 일어나는 놈이 가스불만 켜면 먹을수 있게 해놓을게”
“어우야 고맙다야. 오늘 많이 취하네”
“별말씀을. 주무셔”
동혁과 철웅이 집안으로 들어가자 도식은 주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곧 초죽음이 된 실장석 가족들에게 다가가서는,
“자 수고 많았다. 니네들도 이제 자야지”
퉁퉁 부은 눈을 간신히 뜨고 올려다본 실장석들에게 한마디 더 남겼다.
“영원히”
어리둥절한 표정의 친자들을 나무말뚝째로 뽑아다가 그릴의 잔불에 던져버렸다.
“데갸아~~~” “테챠아~~~”
화르륵 불꽃이 타오르는 소리와 똥벌레들의 비명을 뒤로하고 자리를 정리하며 도식은 씨익 웃었다.
‘나 도식이야 이새끼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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