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 이야기 로스트 인 블루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실장석 참피가 근본인 소설 외딴섬 해실장의 생태 - 11 외딴섬 최후의 날

 화산이 폭발한 것은 해실장들이 물질을 시작하기전인 새벽 시간이었다



수백만톤에 달하는 토사를 날려버린 그 폭발은 응축된 자연의 힘이 터져나온 것


그 힘 아래서 평소에는 존재하는지 인식도 못했을 공기마저 무형의 포탄이 되어 섬위의 모든 것을 휩쓸어버린다


만약 가까이에 사람이 서있었다면 그 충격파에 내장이 으스러져 죽었을 것이고


그 범위 바깥에 있더라도 고막이 터져 청력을 상실했을 것이다


해실장들은 그런 점에서 행운이었다


동굴안에서 자고있었기에 충격파의 직격을 피할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때 죽지 않은게 과연 행운이라 말할수 있을까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데스?!"


"천둥이 친거데치? 무지 큰 데치"


"땅씨는 왜 흔들리는데스?"


놀라서 잠에서 깬 해실장들이 허둥댄다


그중 보스의 측근중 하나가 상황을 살피기 위해 동굴 바깥으로 나간다


"뎃! 보스! 사, 산씨가 큰일이 난데스!"


"큰일이라니 대체 무슨 일인데스?"


"이거는 직접 보지 않으면 마.... 훼붓!!!"


보스에게 상황을 말하던 측근의 머리가 돌로 변했다


아니 보스에게 그렇게 보인 것뿐이고 사실은 낙하한 화산탄이 측근의 머리를 그대로 으깨버리면서 안착해 버린 것이다


측근의 시체가 땅에 쓰러지기도 전에 굉음을 내며 하늘에서 내려는 불타는 암석의 비


푸른색이어야할 새벽 하늘이 검붉게 빛난다


생전 처음보는 광경에 해실장들의 넋이 나간다



"모.... 모두 안쪽으로 들어가는데스!"


한발 늦게 정신을 차린 보스 실장의 일갈이 떨어지자 해실장들은 우르르 동굴의 안쪽으로 몰려간다


"보스상! 무서운데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인데스!"


"괘, 괜찮은데스. 이 안에 있으면 괜찮은데스."


확실히 동굴 안에 있다면 화산탄에 맞을 일은 없다 


그러나 곧 해실장들은 이변을 느낀다



"뎃? 이 물은 어디서 나온데스?"


"따뜻한 물인데스. 신기한. 데챳!"


"뜨거워! 뜨거운데스!"


"아뜨아뜨데치!"


처음에는 발밑에 따뜻한 물이 느껴진다 싶더니 


곧 끓어오르는 물이 가슴팍까지 차오른다


해실장들이 미처 대응할 틈도 없이 뜨거운 물에 산채로 삶아지며 비명을 지를뿐


그러나 보스 실장은 기민한 움직임으로 동굴벽의 단차를 찾아 올라가 열탕을 피했다


"와, 와타시의 무리가......뎃?!"


그러나 이때 동굴 안쪽에서 해실장의 비명과는 완전히 다른 어떤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윽고 빛을 통해 드러나는 어떤 형체


"저건 뭐인데스?!"


아득한 태고의 시간


화산 폭발로 이 섬이 생겨나던 날 섬의 안쪽에 상당한 양의 바닷물이 갇혔다


그리고 그 물 안에는 당시 바다의 해양생물들이 함께 갇혔던 것이다


섬안의 어둠속에서 태양빛대신 화산의 지열에 의존하게 재편된 생태계는 놀랍게도 아직까지 이어졌다


"뭐, 뭐인데스?! 이쪽으로 오지마는데스!"


지금 화상에 발광하며 다가오는 것은 고대 테티스 해의 포식자이자 동굴 아래 미궁의 주인


보스실장은 그 생물이 살아움직이는 것을 1억년의 시간을 넘어서 마지막으로 목격한 존재가 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보스 실장이 마지막으로 본 것이기도 했다  




모든 해실장이 열탕에 전멸한 것은 아니다


바깥쪽에 있던 해실장 몇몇은 뜨거운 물이 밀려올때 동굴 밖으로 피신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동굴 바깥 역시 불타는 암석의 비가 떨어지는 생지옥


살 곳은 오직 하나뿐이란걸 해실장들도 바로 알아챘다



"차녀챠! 빨리 뛰는데스! 바다로 뛰어드는데스!"


차녀의 손을 잡아끌며 바다를 향해 뛰는 장녀


그러나 원래도 지상에선 그렇게 기민하게 움직이지 못하는 해실장이다


지금은 머리위와 발 아래 모두 불타는 암석이 사방에 깔려있는 상황


"데붓!"


우왕좌왕하는 무리에 치여 장녀는 땅바닥에 얼굴을 박으며 넘어지고 만다


큰일났다


그리 느끼며 허겁지겁 일어나려고 하는 장녀의 등뒤에 무거운 충격이 떨어진다


그러나 그 충격은 뜨겁지도 단단하지도 않았다


"뭐인데스? 사실은 부드러운 돌이었던데스? ....뎃?!"


일어선 장녀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자신의 옆에서 검은 눈물을 흘리며 누워있는 차녀


그 자세가 어색한 것은 등뒤에 큰 암석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장녀의 머리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재현된다


넘어져버린 자신의 등위를 차녀가 덮어서 화산탄을 대신 맞은 것이다


"차....녀챠? 거짓말.... 거짓말인데스."


장녀는 주변의 아수라장 따위 보이지 않는다는 듯 천천히 무릎을 꿇고 차녀를 끓어앉는다


"왜 왜그런데스? 왜 그런 바보같은 짓을 한데스! 왜 이번에는 혼자 살아남지 않은데스! 왜 그런데스!"


장녀는 울부짖는다


마마를 잃은 이후 장녀는 여동생들을 위해 살았다


마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여동생들을 부탁한다는 약속을 지키려고 했다


그러려고 했다


그러나 결국 여동생들은 모두 죽어버렸다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듯 울부짖던 장녀는 잠시후 파도에 깔렸다


슬픔에 가득차 자신의 삶조차 관심밖인 장녀의 머리속엔 한가하게도 바다가 와타시에게 다가온건 처음인데스 같은 생각이 스쳐갔다



사실 해실장들은 모르고 있었지만 화산폭발의 여파로 쓰나미가 닥친 것이다


장녀를 앞질러 바다쪽으로 다가간 해실장들은 떨어지는 물벽에 으깨졌고


오히려 동굴 바로 앞에서 울고 있던 장녀는 힘이 빠진 쓰나미에 덮쳐져 살아있는 채로 바다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것역시 행운이라고 볼수 만은 없다


지금 장녀가 삼켜진 바다는 평소에 느긋하고 유유히 흐르는 바다가 아니었다


소리를 지르며 날뛰는 바닷물 속에서 장녀는 헤엄을 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미쳐날뛰는 해류는 해실장 정도의 수영능력으론 벗어나는게 불가능했다


그렇게 무력하게 휩쓸려가던 장녀에게 충격이 느껴진다


무언가 커다랗지만 딱딱하지 않은 것과 충돌한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가 고개를 돌려본 것은 자신처럼 해류에 휘쓸려 허우적대는 커다란 생물


장녀는 한번도 본적 없지만 알수 있다


그것은 모든 실장석의 위석에 기록된 생물이었기에-



"니,. 닌겐상?!"


그것은 해실장들을 촬영하던 생태학자였다



화산 폭발의 전조가 발생하자 배를 안전한 곳까지 옮기고 원거리에서 드론으로 촬영하겠다고 판단한 학자였지만


그는 큰 오산을 저질렀다


바로 자신이 학자이기 때문에 화산 활동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해버린 것이다


자기 전공분야 외에는 일반인과 다를게 없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그는 화산폭발이란 것이 지구의 피부층에서도 제일 바깥쪽에서 일어나는 피상적인 현상이고


그 화산폭발을 포함하는 지질활동은 훨씬 거대한 규모라는 것을 과거에 경고받았으면서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가 안전하다고 판단한 거리는 기껏해야 수백미터 바깥이었다


더 거리를 둘까 여러번 생각했지만 장녀와 차녀의 죽음을 찍어야 대박이 날거란 생각이 그걸 막았던 것이다


화산 활동의 일부인 해저지진이 일으킨 쓰나미는 그의 작은 배 따위는 단번에 뒤엎어버렸고


급변하는 해류가 발생시킨 와류, 소용돌이에 빨려들어가 버린 것이다




콰콰콰콰콰콰-


기존 해류들과 쓰나미가 충돌하며 생겨난 소용돌이는 그 크기며 파괴력, 그리고 냉혹함에서 거대 괴수나 다름없었다


괴수의 울부짖음과 같은 소용돌이의 굉음안에서 장녀도 생태학자도 정해진 죽음을 향해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무의미하게 허우적대느라 모든 힘을 다쓴데다가 호흡까지 힘들어져


학자는 정신마저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그 어둠속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또 날 실망시키는구나"


너무나 익숙하고 짜증나는 목소리


"넌 의사가 될수도 있었어!"


'아버지는 항상 그렇게 내가 마음에 안듭니까?'


학자는 마음으로 받아친다


"네가 남들 공부할때 게임을 하지 않았다면 마음에 들었겠지!"


'난 의사 같은거 되고 싶지 않아. 생물학자가 될거라고요'


"수능 망치기 전에 그런 말을 하지 그랬냐?"


'공부도 재능입니다. 어떤 사람은 발이 빠르고 어떤 사람은 공부를 잘할 뿐이에요 부모님이 날 그렇게 낳아놓고 누굴 탓합니까?'


"애야. 그럼 니 형은 어떻게 의대를 간거니?"


이건 어머니의 목소리. 짜증이 두배가 된다


"니 형은 니가 놀때 공부를 해서 의대를 간거잖니."


'아 형제라고해도 유전자가 달라 일란성 쌍둥이가 아니라고. 엄마는 항상 형만 예뻐했으면서 누굴 탓하는거야!'


"나도 니 아버지도 너의 장래를 걱정해서 공부하라 한거잖니."


'엄마 아빠가 무슨 내 걱정을 해! 다 자기 체면 문제지! 친구들 만나서 둘째 뭐하냐고 들었을때 대답을 못하니 신경쓰이는거지!'


"그 말이 맞다고 치자. 그래 부모를 수치스럽게 만들어서 자랑스럽겠구나"


또 그렇게 사람을 몰아가지!


이게 다 당신들 때문이야! 당신들이 날 몰아가서 내가 이렇게 위험한 일을 하게 된거라고!


했어도 화산폭발 전에 안전하게 철수했을거야!


왜 날 인정해주지 않았어!


왜 날 사랑하지 않았어!


다 당신들 잘못이야!


그렇게 학자는 아버지를 탓하고 어머니를 탓하고 형을 탓하고 여자들을 탓하고 사회를 탓하며 어둠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장녀. 와타시의 목소리가 들리는데스?"


장녀가 들은 것은 너무나 그립고 한번만이라도 다시 듣고 싶었던 목소리였다


'마마?!'


"마마인데스. 장녀 고생 많이한데스."


장녀는 왈칵 눈물이 솟구쳐올라왔다


온갖 감정이 복받쳐오는 가운데서도 마마에게 해야할 말이 있다


'마....마마 미안한데스'


"장녀가 왜 미안한데스?"


'약속을 지키지 못한데스. 이모토들.... 이모토들을 지키지못한데스


지키려한데스 하지만 지키지못한데스! 미안한데슷!'


"열심히한데스?"


'열심히한데스! 최선을 다한데스! 하지만, 하지만 그래도 결국 부족했던데스!'


"아아. 그거면."


'마마?'


"마마에게는 그걸로 충분한데스."


장녀가 고개를 들자 보인 것은-


기억속에 눈부시게 남아있던 마마의 환하고 따뜻한 미소였다




가만히 눈을 감은 장녀는 어둠속, 저 해저를 향해 빨려들어갔다


그 어둠속에서 무엇인가 커다란 것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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