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괴롭힘을 저지른 것들은 다 죽일놈들이라는걸 보여주는 증거인 실장석 참피 소설 초록 똥을 싼 사나이

 한 사내가 무거운 걸음으로 길을 옮기고 있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짐을 어깨에 잔뜩 얹은 사람처럼, 한 걸음 한 걸음이 더뎠다. 어디가 아픈 사람 같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문득 사내의 걸음이 멎었다. 고개를 들어 올린 그의 표정이 더 무거워졌다.


간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초록 심리상담소


아주 잠깐, 찰나의 시간 동안조차 발이 바닥에 붙은 것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끝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열리자 봄을 기다리는 자연처럼 차분한 목소리가 그를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철웅 씨. 제1상담실에서 뵙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그는 간단히 인사했지만,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마치 속에 커다란 돌멩이라도 하나 들어 있는 사람 같았다.


“죄송한데, 화장실 좀 들렀다가 와도 될까요.”


“네, 편하게 다녀오세요.”


철웅은 복도를 지나 몇 개의 여닫이문을 밀고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하얀 타일, 하얀 세면대, 하얀 변기. 지나치게 정갈한 공간이었다.

그는 문을 잠그고 한숨을 쉬었다. 큰일을 치르면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바지를 내리고 변기에 앉아 힘을 주었다.

몸 안에 쌓여 있는 무언가를 밀어내듯, 오래도록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철웅은 흠칫 몸을 떨었다.


변기 안쪽에 무엇인가 보였다. 짙은 초록색. 분명히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는 눈을 세게 감았다가 다시 떴다.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빈 변기 안에는 희뿌연 물빛만 가만히 고여 있었다.


철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스트레스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배가 꼬이는 것도, 헛것이 보이는 것도 다 스트레스 탓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작게 욕설이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하… 씨발.”


그는 대충 정리한 뒤 하얀 공간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제1상담실 문 앞에 섰다.


노크 소리가 작게 울렸다.


“들어오세요.”


상담실 안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노란 조명이 너무 밝지도, 너무 어둡지도 않게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작은 화분 하나와 물컵,

부드러운 소파, 탁자. 철웅은 어딘가 어색한 자세로 자리에 앉았다.


상담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지난주에는 어떻게 보내셨어요?”


꾸짖는 말투는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조심스러웠다. 그런데도 철웅의 마음은 무거워졌다.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혼나는 기분이 들었다.


“그냥… 취직 새로 하려고 했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그는 시선을 바닥으로 떨어뜨린 채 말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건 아는데, 실천이 잘 안 돼요. 이력서도 다 써놨고, 회사도 찾아보긴 했는데…

이상하게 손이 안 가요. 부모님께 신세 지는 것도 죄송하고요.”


상담사는 잠시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스럽지만 섣불리 끼어들지 않는 표정이었다.


“지난 상담에서 과거 이야기, 특히 학교와 직장 이야기해 주셨잖아요. 저는 철웅 씨 마음속 경보기가 아직 꺼지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새로운 일을 하려고 할 때도 몸이 먼저 위험하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철웅은 가슴 밑바닥에서 검은 것들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느낌을 받았다.


손끝이 떨렸다.


목이 바짝 말랐다.


그는 옆에 있던 음료수를 집어 들고 벌컥벌컥 들이켰다. 누가 억지로 마시라고 시키는 사람처럼 쉬지 않고 넘겼다. 목구멍이 아플 정도였다.


기억이 갑자기 밀려들었다.


자기 머리로 배구공을 치던 손들.


억지로 웃게 만들던 얼굴들.


욕설과 별명.


거울 앞에 섰을 때 보이던 배의 멍 자국.


사람들이 웃는 소리.


자기가 사람이라기보다, 뭘 해도 괜찮은 장난감이 된 것 같은 기분.


“철웅 씨.”


멀리서 목소리가 들렸다.


“진정하세요. 여기는 안전합니다. 여기는 학교도 아니고 직장도 아니에요.”


그 말은 너무 당연해서 오히려 쉽게 믿기지 않았다. 그래도 철웅은 겨우 고개를 들었다.


“앞으로 이런 일이 조금씩 줄어들 수 있도록, 마음을 진정시키는 루틴을 만들어 보려고 해요. 지금은 가볍게 한번 해볼까요?”


철웅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눈을 감아보세요.”


그는 눈을 감았다.


“들이쉬고… 내쉬고.”


숨이 얕게 들어오고 나갔다.


“지금 마음속의 걱정과 근심을 풍선에 넣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하나씩 담아서 멀리 날려보내는 거예요. 아주 멀리. 점이 될 때까지.”


철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가장 편안한 곳으로 가보세요. 철웅 씨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곳이요. 뭐가 보이나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제 눈을 떠보세요.”


그는 천천히 눈을 떴다.


“어떠셨어요? 보였던 걸 한번 그려보실래요?”


철웅은 종이를 받아 들었다. 잠시 망설이더니 펜을 움직였다. 선은 서툴렀지만 이상할 정도로 망설임이 없었다. 물

가가 있고, 그 앞에 캠핑카가 한 대 있었다. 열린 창문 안쪽에는 작은 컵이 놓여 있었고, 누군가가 그 안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그냥… 캠핑하는 장면이에요. 앞에는 물이 있고요. 차 안에 앉아서 커피 마시는 거요. 조용한 데요.”


“거기 있는 사람은 안전한가요?”


철웅은 종이를 보다가 대답했다.


“네. 적어도 거기선… 아무도 안 건드릴 것 같아요.”


상담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다른 이야기를 나누다가, 철웅은 자신이 요즘 인터넷에서 자꾸 보게 되는 것에 대해 말하게 되었다. 남에게 짓밟히고,

놀림받고, 우스운 존재로 소비되는 어떤 생명체에 대해. 유명하지만, 또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이상한 존재였다. 상담사는 그걸 잘 몰랐다.


“그 생명체가 왜 철웅 씨와 비슷하다고 느껴지나요?”


철웅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스스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것을 입 밖에 내놓으려니 혀가 굳었다.


“그건… 불쌍하거든요.”


“불쌍하다는 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그냥 당하기만 해요. 다들 웃고, 그걸 우습게 보고… 걔는 뭘 해도 이미 하찮은 존재인 것처럼 취급받아요.”


자기 말을 하면서 철웅은 자기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 생명체 얘기를 하는 척하면서, 결국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걸.


상담사가 조용히 물었다.


“철웅 씨도 그렇게 느꼈나요?”


철웅은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검은 것들이 다시 가슴속에서부터 올라오는 걸 느꼈다. 그것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목까지 차올랐다.

눈앞이 흐려졌다. 시야 끝이 젖어들었다. 그리고 결국, 검은 것이 도달한 자리에서 맑은 것이 흘러내렸다.


눈물이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상담사의 목소리는 조용했다.


“철웅 씨는 그 생명체와 다르게,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이미 6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버텼잖아요.

도망친 게 아니라, 견딘 거예요. 그리고 결국 거기서 나왔고요.”


철웅은 손등으로 눈가를 문질렀다.


그 말이 한 번에 믿어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아주 조금, 종이 한 장 두께만큼은 마음속 어딘가가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다.


상담을 마치고 밖으로 나온 뒤에도 발걸음은 여전히 무거웠다. 하지만 처음 들어올 때와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건물 바깥 공기는 차가웠다. 철웅은 멍하니 길을 걷다가 길가의 낮은 담벼락 아래에서 작은 움직임을 보았다.


거기엔 우스꽝스럽게 생긴 초록빛의 작은 것이 있었다.


누군가가 던진 듯한 자국이 근처에 남아 있었다. 그것은 움츠러들어 있었고, 금방이라도 더 밟힐 준비가 된 것 같은 자세를 하고 있었다. 철웅은 그걸 내려다봤다.


이상하게도 속이 울렁거렸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지나갔을지도 몰랐다. 아니면 더 오래 들여다보며 자기 비참함을 그 위에 덧씌웠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그것은 자기와 닮은 것이 아니라, 자기가 닮고 싶지 않은 무엇처럼 보였다.


작은 것이 갑자기 뭐라고 악을 썼다. 변명 같기도 하고 비명 같기도 한 소리였다. 철웅은 순간적으로 얼굴을 찡그렸다.

어디선가 오래된 웃음소리가 겹쳐 들리는 것 같았다. 자기 머리를 공처럼 다루던 손들, 우습다는 듯 쳐다보던 눈들,

맞아도 되는 존재였다고 가르치던 시간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별안간 발을 들어 그 조그만 것의 옆을 세게 걷어찼다. 몸이 허공으로 튕겨 나갔다.

핵토파스칼 킥 같은, 지나치게 과장된 이름이 붙어야 어울릴 법한 동작이었다.


그 순간 철웅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래. 내가 이런 녀석이랑 동급일 리 없지.”


말을 뱉고 나서도 가슴이 뛰었다.


그는 한참 동안 서 있었다.


자기가 방금 한 행동이 시원한지, 비열한지, 슬픈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분명한 건 하나였다.

그는 아직 완전히 나아진 것이 아니었다. 상처 입은 사람은 때로 상처에서 막 벗어나기

위해 다른 것을 더 아래로 밀어 넣기도 한다. 그것이 잘못이라는 걸 알면서도,

잠깐은 그런 방식으로라도 자신을 구해내고 싶을 때가 있다.


철웅은 천천히 발을 옮겼다.


어디로 가는지 정확히 정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까 상담실에서 그렸던 그림이 머릿속에 다시 떠올랐다.

물가, 캠핑카, 차 안의 커피. 아무도 자기를 웃지 않는 곳. 아무도 맞아도 된다고 말하지 않는 곳.


그곳까지 가는 길이 아직 멀다는 것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무겁지만 멈추지 않는 걸음으로.


마치 봄이 오기 전 마지막 추위를 견디는 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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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내가 한 80%는 썼는데 결말이 안나서 


쳇지피티에게 나머지는 부탁을 했는데


잘나온 것 같아서 올려봄



그리고 내가 격은 일을 바탕으로 써서 나는 수필같이 느껴짐


그런데 소설이라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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