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 패밀리보다도 더 멍청하고 쓸데없는 자존심으로 스파이 임무를 실패한 정신병자가 나오는 실장석 참피 소설 보안

 '거의 다 됐다!'


경기도 모처의 한 연수원. 철웅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겉으로는 피로와 권태가 뚝뚝 묻어나는, 오매불망 퇴근만 기다리는 청소부를 연기하고 있었지만, 심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온몸에 피를 펌프질하고 있었다. 지난 몇 년 간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 임무. 그것을 바로 철웅이 완수하기 직전이었다.


오늘 이곳에서는 사단법인 한국실장석보호협회의 연례회의가 열린다. 애호파의 수뇌부들 아홉 명과 지부 대표들 열네 명이 모여, 앞으로 한 해 동안 실장석에 대한 대소사를 결정하는 자리다. 사육실장 붐을 일으킨 TV 드라마 <우리 집 작은 요정>의 제작, 지난 10년간 들실장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준 <실장석 원조 5개년 계획> 수립, 학대파가 이들을 불구대천의 원수로 여기게 된 동물보호법 개정 등, 굵직굵직한 사안에 이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드물었다.


이런 중차대한 자리이니만큼 보안도 철통같았다. 원래는 애호파라면 누구나 참관할 수 있을 정도로 개방적이었다. 5년 전 한 학대파가 회의 내용을 몰래 유출하기 전까지는. 그 해는 난리도 아니었다. 애호파의 겨울 실장푸드 지원 하루 전에 수작을 부려 들실장들이 애호파 앞에서 자들을 찢어 죽였다. TV 토론에 참고석으로 출현할 실장석에 대한 정보를 미리 입수해, 방송 직전 단 10초만에 분충화시켰다. 일본의 실장석 사건사고 사례를 퍼뜨려 실장석 보호법 입안을 막았다. 그러니, 이 모임이 비밀결사마냥 흐릿하게 숨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그 이후로도 이 회의의 내용을 알아내려는 학대파의 시도는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매년 바뀌는 수 겹의 정교한 보안 프로토콜을 뚫은 자는 여태 없었다.


4년 전에는, 잠입하려던 사람이 대표적인 실장석 애호용품인 <미도리의 아와아와 목욕 세트>를 몰라서 실패했다.

3년 전에는, 알아냈다던 회의 장소가 알고 보니 미끼였다.

재작년에는, 1년 이상 애호하며 기른 실장석을 데려가야 한다는 조건에 따라 데려간 급히 준비한 사육실장의 속마음이 위석 링갈에 읽혔다.

작년에는, 아예 참관인 자체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몰랐다.


그리고 올해. 올해도 애호파들의 방첩 부서에 학대파에서 잠입시킨 수십 명의 스파이들이 모두 발각당했다. 철웅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이미 수 개월 전부터 이 건물에 청소부로 취직해 바로 이 날만을 노리고 있었다. 일본 깡촌에서 학대를 하다 얼마 전 귀국한 철웅의 얼굴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인터넷 접속 기록마저도 깨끗했다. 반년 전 이곳에서 회의가 열린다는 극비 정보를 입수한 학대파의 마지막 희망이 철웅이었다.


그리고 그 결실을 맺기 바로 일보 직전이다. 본관 건물 정문 앞에 있으니, 말 그대로 한 발만 더 들어가면 성공이나 다름없다. 들어가서 몰래 도청기만 설치해도 된다. 아니, 복도를 청소하는 척하면서 단 10분만 엿들을 수 있어도 충분했다. 그것만으로도 어깃장 놓기에는 넘치고 남을 정보가 모인다. 무심한 청소부를 연기하며 들어가려는 철웅의 경로에, 웬 양복 입은 남자가 발을 디뎠다. 그냥 들여보내지 않겠다는, 정중하지만 단호한 의지.


"실례합니다만, 입장하시려면 보안 절차를 밟으셔야 합니다. 협조해 주시겠습니까?"

"에에이 아저씨. 저 여기 청소부예요. 뭐하면 안에 물어보실래요?"

"죄송합니다. 예외 없이 시행하라는 방침이 있어서. 이것을 한 번 소리내서 읽어 주시겠습니까?"


남자가 명함 크기만한 작은 카드를 내밀었다. 그것을 본 철웅의 동공은 경련했다. 눈은 보았으되, 뇌가 그 정보를 처리하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어... 이걸요? 이걸 읽으라구요?"

"네, 그대로 읽으시면 됩니다."


철웅의 입은 벌어졌으되, 공기가 도무지 성대를 빠져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카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 "우리 귀여운 아가실장 에메랄드는 참 어여쁜 여자아이랍니다."


혼탁해지는 의식을 철웅의 의지가 다잡았다. 안돼, 철웅!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5년 동안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 일이야. 네가 꼭 성공시켜야 한다. 영웅이 되는 거야. 오래 끌지 말고 어서 해! 수상하게 보이면 안된다!


횡격막에 마지막으로 남은 힘을 짜내고 또 짜내어, 철웅은 마음을 비우고 산스크리트어 구절을 외듯 힘겹게 토해냈다.


"우리... 우리귀여운아가실장에메랄드는참어여쁜여자아이랍니다."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춤추듯 비틀대며 문을 지난 철웅의 눈은 이미 아무것도 향하고 있지 않았다. 만일 철웅에게 위석이 있었다면, 틀림없이 이때 파킨했으리라. 혼미한 정신으로 간신히 기억을 더듬어 화장실에 들어간 철웅은, 양변기 앞에 쓰러지듯 엎어져 변기를 부여잡았다. 우웨에에엑 구와악 꾸르르웨엑 신음성과 함께 위가 경련하며 아침 식사가 무엇이었는지 상기시켰다. 고등어 구이와 계란 후라이, 그리고 김치 약간이었다.


초인적인 의지로 철웅은 몸을 간신히 추스렸다. 토사물의 시큼한 냄새에 비하면, 목구멍을 위액이 태우듯 찌르는 느낌은 다행히 별것 아니었다. 눈물을 훔치며 이를 다닥다닥 부딪히며 화장실 칸에서 나오는 철웅 앞에는 어느새 떡대 좋은 남자 둘이 서 있었다.


"동행해 주십시오."


그렇게 건물 밖으로 도로 쫓겨날 때까지 제 몸도 못 가누게 된 철웅은 멍청하게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올해도 애호파 수뇌부 회의는 그 속살을 내보이는 일 없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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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썼더니 괴상한 운치가 나온데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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