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후타바 해산물 스핀오프 후속작 실장석 참피 소설 갈대와 나와 실장석 8화

꼬맹이의 귀에는 뱃속에서 자들의 아우성이 들려오는 듯 했다.

'하지않는레후웃!와따시살고싶은레후!소화되기싫은레후!열심히일하겠는레후!죽기싫은레후!착한자로살겠다는레후!밖이보고싶은 레후!마마!마마!마마!마마!' 

눈을 꼭 감고 귀를 양 손으로 틀어막아도 소용이 없다. 이것은 뱃속에서 들려오는 자들의 울음소리이니까. 하지만 꼬맹이는 뱃속의 아우성과 고통을 듣지 않고 결단을 내렸다. 오른쪽 눈두덩이 위에 바늘을 대고서 바로 옆으로 그어버렸다. 여리디 여린 실장석의 피부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베였고 약간의 텀 이후 피가 불컥-하고 상처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 "못난 마마를 용서하는 데스......" 

그러나, 생각치도 못한 일이 발생했다. 부풀어 오른 배는 꺼질 생각을 하지 않았고 반대로 자들의 아우성은 커져만 갔다. 그동안 좀처럼 하지 않았던 빵콘까지 한 꼬맹이는 엄청난 복통에 제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이럴수가? 분명 눈 색깔은 적록일텐데? 선반에 비친 유리에는 친실장의 양 눈이 붉게 변해 있었다. 그렇다. 고뇌끝에 결국 어미가 유산을 하려들자 발광한 새끼들이 뱃속에서 난리를 치는 바람에 꼬맹이 친실장의 몸은 예정보다 일찍 출산에 들어가 버린 것이였다. 그것은 눈 위를 찢기 직전. 바로 찰나의 순간이였다. 배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통증.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물을 찾게 되는 꼬맹이. 이미 출산 시기를 놓쳤다. 

꼬맹이는 작은방에서 필사적으로 옷을 하나 하나 벗어 던지며 비틀비틀 기어가 효순이 할매의 부엌으로 들어갔다. 아직까지도 가마솥에 불을 때는 방식. 욕실과 부엌이 하나로 이어져 있었고 심지어는 빨래도 여기서 해결하곤 했다. 천만 다행이게도 화장실은 바깥에 있었다. 세숫대야안에 물을 받아 넣은 꼬맹이는 그 안에서 첫 출산을 시작했다. 

- "텟테레~♪" 

- "텟테레 ~♩" 

- "텟테레~♪" 

- "텟테레~♩" 

- "텟테레~♪" 

- "텟테레 ~ ☆" 

태어난 순서대로 새끼들을 핥는 것은 아마도 꼬맹이의 의지에서가 아니라 실장석으로써의 본능에서 일 것이다. 하나하나 정성껏 점막을 핥아서 벗겨내 준다. 그렇게 첫번째 자와 눈이 마주친 꼬맹이는 자신도 모르게 뜨거운 눈시울을 붉혔다. 

- '아아... 내가 무슨 짓을 하려고 했단 말인가? 이렇게 귀여운 자를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지도 못하게 하려 했단 말인가.' 

그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귀엽고 순진무구한 모습에 다른 자들의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잠시넋을 잃을 정도였다. 이후 다급히 뒤이어 태어난 자들도 핥아주었다. 장녀도 차녀도 어미를 따라 동생들을 열심히 핥아주었다. 마지막 한마리의 엄지를 포함해 태어난 자실장의 수는 총 여섯마리. 실장석으로써는 적은 수의 출산이었지만 첫 출산이기도 했고 스스로 유산까지 하려고 했었던 것에 비해서는 적지도 많지도 않은 출산이었다. 분명 몇마리는 뱃속에서 파킨해 태어나기도 전에 뱃속에서 영양분으로 흡수되어 버렸을 것이다. 어떤 경위로든 간에 이미 태어난 자들이다. 어미로써는 어떻게든 지켜야할 하나하나가 사랑스럽고 소중한 자였다. 꼬맹이는 그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어미로써의 최대한의 사랑을 표현하고 싶은 듯 모든 자들을 한번에 안아 꼬옥 안아주었다. 벌써 한눈을 팔고 있는 한 마리의 엄지 실장을 제외하고 말이다. 

- "레츄! 마마! 여기 구더기가 있는 레치!" 

- "데?! 어디에 구더기가 있는 데스?" 

꼬맹이가 출산의 징후를 느끼고 필사적으로 기어온 길. 벗어놓은 옷들과 녹색의 운치가 구불구불 길게 이어져 있었고 그 끝에는 친실장의 팬티와 한더미의 운치가 있었다. 좀처럼 빵콘을 하지 않는 친실장이었지만 그만큼 경황이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꼬맹이는 그 안에서 기어나온 구더기를 안고 데려온 것이였다. 

- "레훼엥... 뭔가 빨리 했어야 하는데 잊어버린 레후. ...잊어버린 걸 보니 별로 중요한 일은 아닌 것 같은 레후! 푸니푸니나 해달라는 레후!" 

아뿔싸. 그 운치안에 꼬맹이의 첫 자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싸놓은 녹색 운치의 길은 나중에 닦는다고 치고 장녀가 되었어야 했을 첫 자인 구더기에게 친실장은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친실장은 위엄을 찾기 위해서 우선 더럽더라도 옷을 챙겨 입었다. 그리고 자들에게 말했다. 

- "오마에타치들. 우선 이것만은 말해주고 싶은 데스. ......태어나 줘서 정말 고마운 데스." 

- "마마..." 

어쩔 수 없이 장녀가 되지 못한 구더기를 제외한 차순으로 장녀, 차녀, 삼녀, 사녀, 오녀가 되었고 엄지는 구더기를 안은채 마마의 말을 경청했다. 다행이었다. 우선 눈에 띄는 분충성을 지닌 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친실장은 앞서서 자신의 앞에 선 장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 "여기는 주인님의 집인 데스. 주인님은 착하고 상냥하신 분인 데스. 분명 오마에타치 모두 행복해질 수 있는 데스." 

이젠 마마가 된 꼬맹이 친실장의 말에 안심하고 환호성을 지르는 자들. 마마의 걱정과 염려 어린 태교를 이겨내고 태어난 자들이다. 아마도 다른 자실장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똑똑하겠지... 그제서야 긴장이 풀렸는지 자리에 털썩 주저 앉는 자들도 있었다. 꼬맹이는 낫기 시작한 자신이 오른쪽 눈 위의 상처를 매만지며 말했다. 

- "...하지만. 명심해둬야 할 일이 있는 데스! 아무리 주인님이 잘해주셔도 닌겐상은 절대 오마에타치의 노예가 아닌데스. [주인님]인 데스! 주인님이 우리에게 은혜를 베풀고 친절하게 대해 주는 것이지 절대 노예가 당연히 봉사를 하는 것이 아닌데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는 눈에 띄는 즉시 솎아내버리는 데스!" 

으름장을 놓는 친실장. 태어난지 불과 30분도 되지 않았는데 너무도 단도직입적인 말이었다. 하지만 자들은 그런 으름장에 크게 개의치 않고 합창하듯 """"""하이 테츄!"""""" 하고 대답했다. 물론 아직 작아서 아무것도 모르는 엄지와 구더기 실장은 예외였다. 

- "...먼저 태어난 구더기에겐 미안하지만 이것도 하늘의 뜻인 데스." 

- "레후? 마마의 손 따스한 레후!" 

자들에게 기본적인 교육을 하기 앞서 꼬맹이와 자실장들은 다함께 힘을 합쳐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주변을 정리하고 친실장에 짜준 걸레에 일렬종대로 붙어 바닥을 닦았다. 엄지 실장은 나름대로 책임감이 있었던 건지 구더기에게 프니프니를 해주며 시간을 보냈다. 청소는 금방 마쳤다. 꼬맹이는 가장 먼저 화장실 교육을 시작했다. 절대로 운치를 방안에 지리지 말것. 그리고 운치를 처리해 부끄럽게 되지 않는 방법. 항상 정해진 곳에서 볼일을 볼 것 등 다양했다. 오늘은 화장실만 가르치면 충분할 것이다. 엄지는 엄지대로 구더기가 운치를 지리면 화장지를 작게 뜯어와 그것을 직접 처리하기도 했다. 마치 애가 애를 돌보는 듯한 모양세였다. 

- "구더기는 다 같이 돌아가면서 돌보는 데스. 구더기라고는 해도 원래는 오마에타치들의 맏언니였던 데스. 가족인 이상 다 함께 돕고 힘을 합쳐 살아가는것이 중요한데스! 모두 알겠는데스?" 

- """"""하이 테츄!""""""

자실장들은 하나 같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다행이었다. 이만큼 똘똘한 아이들이라면 솎아내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꼬맹이는 흐뭇한 마음으로 자신의 밥그릇에 자들을 위한 실장 푸드와 냉장고에서 갓 꺼낸 시원한 과일과 채소들을 준비했다. 효순이 할매가 뭐든 좋아하는 것을 사주겟다고 하자 꼬맹이가 아무거나 좋다고한 결과물이었다. 효순이 할매는 꼬맹이가 단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황도 통조림과 토마토를 사놓으신 것이었다. 알다시피 황도가 든 통조림 안에는 이가 썩을 것 같은 단물이 가득차 있었고 토마토는 먹고 좋게 썰어놓은 뒤 갈색설탕이 뿌려져 있었다. 처음 먹었을땐 꼬맹이조차도 감격해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행복으로 가득한 맛이였다. 자실장들도 실장푸드를 먹다 황도를 입에 물자 그것만 집중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맛있는 것을 먹이면 안되지만 태어나서 첫 끼니만은 호화롭게 해도 좋으리라. 그렇게 말하며 켁켁 대는 자실장의 등을 두드려 주며 꼬맹이 친실장은 말했다. 

-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데스. 그렇게 먹다 체하는 데스웅..." 

대답대신 연신 고개만 끄덕이는 자실장들. 신기하게도 자들이 맛있게 먹을 뿐인데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느낌이었다. 이것이 자를 가진 어머니의 기분이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꼬맹이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 "빨리 주인님께 와타시의 자들을 소개시켜 주고 싶은 데스웅..." 

그 목소리에는 더이상의 불안과 두려움은 없었고 앞날에의 자신이 차 있었다. 그것은 막연한 행복회로에서 우러난 어설픈 미래가 아니었다. 주인님을 돕고 함께 살아가며 자들도 그것을 돕고 배워가며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는 길이었다. 하지만 그것 뿐이었다. 꼬맹이 친실장의 지극히 이성적인 미래 계획에는 한가지 간과하고 만것이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깨닫기에는 꼬맹이는 지금 그 어느때보다도 행복했으며, 그 어느 곳 보다도 희망을 가장 가까이에서 확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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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님이 늦는 데스웅." 

이상한 일이었다. 해가 슬슬 저물어가고 있는데 아직 효순이 할머니가 돌아오지 않았던 것이었다. 자들은 모두 기다리다 지쳐 꾸벅꾸벅 졸고 있었고 꼬맹이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 '혹시 병원에 가신 데스까? 아니, 분명 나서실땐 분명 다라이도 구루마도 호미도 다 챙긴데스. 그게 아니면 마을 사람과 만나 이야기를 하는 데스까? 아닌데스. 그래도 너무 늦는데스... 역시 나가봐야 하는데스...!' 

- "오마에타치! 집에서 착하게 기다리는 데스. 마마는 주인님을 마중나가는 데스." 

- "...와.. 와타치도 데려가는 테치!" 

그것은 예상외의 발언이었다. 장녀는 망설임 없이 마마를 따라나서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분명 태어난지 얼마 안되서 아직 바깥에상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이 있을게 분명한데. 장녀가 따라가겠다고 하자 나머지 자들도 하나같이 테츄테츄 손을 들기 시작했다. 분명 세상 밖에 대한 호기심도 있을테지. 거기까지 생각한 꼬맹이 친실장은 미쳐 자신의 태교를 생각해내지 못했다. 자들의 가장 큰 불안은 마마가 자신들을 버리려는 것. 장녀는 자신이 버려지는 것이 아닌가 싶어 재빨리 그 어느자보다도 먼저 효성을 증명한 것이었다. 

- "......알겠는데스. 

하지만 다 같이 가면 위험할 수도 있는 데스. 모두 잘 따라올 수 있는 데스까?" 

- """"""하이 테치!"""""" 

친실장의 걸음속도는 인간에는 비할바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실장들에 비교한다면 2~3배의 차이가 있다. 분명 자들을 모두 데리고 나서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하지만 갓 낳은 자들을 집에 방치하고 떠나는 것도 어미로써는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이에 꼬맹이 친실장은 선택을 했다. 엄지와 구더기를 집에 두고 가는 것이었다. 다른 자들은 태어난 순서대로 크기가 다르긴 했지만 굳이 따라나서는 것을 막을 순 없었다. 혹시 몰라 꼬맹이는 자들에게 단단히 일러두었다. 

- "곧 해님이 지면 사방이 삽시간에 어두워지는 데스! 그렇게 되면 왔던 길을 되돌아 가야하는데스. 다행히 갈대님이 나있는 길을 쭉 따라가기만 하면 집이 나오는 데스! 절대로 매끈매끈한 길에는 가지 않는데스. 거기는 차도인 데스. 만약 가더라도 가장자리에서 걸어야 하는데스! 알겠는데스까?" 

- "테치... 마마 너무 어려운 테치. 그냥 마마를 따라가면 안되는 테치?" 

- "알겠는테치! 마마는 먼저 주인님을 마중나가는게 좋을 것 같은 테치!" 

장녀조차 빠르고 어려워서 이해할 수 없는 설명이었지만, 놀랍게도 차녀는 급하게 마마가 한 말을 다 이해하고 있었다. 꼬맹이 친실장은 어쩌면 정말 똑똑한 자는 차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잊지 않는데스! 절대로 떨어져서는 안되는 데스! 한명이 뒤쳐지면 다 같이 힘을 합쳐 가야하는 데스!"

결의에 찬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다섯 자들. 그리하여 친실장을 선두로 자실장 다섯마리가 테치테치하고 뒤따르기 시작했다. 처음엔 꼬맹이도 자들을 위해 속도를 조절했지만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자신도 모르게 발이 빨라졌고 한편 자들은 팔자좋게 해가 저물어 가는 노을을 보고 하나하나 감탄사를 하기 바빴다. 어쩔수 없으리라. 태어나서 처음보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고 감탄하지 말라고도 할 수 없는 일 아닌가. 그렇게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집을 나선지 40분. 행군을 이어가던 꼬맹이와 자실장들은 떠들썩 하던 소리도 줄어들고 슬슬 지치고 힘이 부치기 시작한 그때 길가에서 무언가를 발견했다. 꼬맹이는 설마 설마 하면서도 달려갔다. 도중에 신고 있던 신도 벗겨졌지만 아랑곳 하지 않았다. 효순 할머니였다! 효순이 할머니가 길바닥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던 것이였다! 

- "주인님! 주인니임!" 

갑작스러운 마마의 비명과 질주에 '테에엥' 하고 울음을 터뜨리는 사녀. 하지만 꼬맹이의 눈엔 들어오지 않았다. 주인님이 쓰러져 있었다. 자신을 구해준 분. 자신을 가르치고 키워주고 자까지 낳도록 기꺼이 허락해준 은인이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양 눈에서 붉은색, 녹색의 눈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그분은 그저 주인님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낳아주고 지옥에서 구해준 마마가 있다면 진정으로 구원해주고 행복을 가르쳐 준 것은 효순이 할매였다. 효순 할매에게 달려간 꼬맹이는 이성을 잃고 필사적으로 효순 할매를 깨웠다. 

"데에에에에엥! 주인님! 주인님! 일어나주시는 데스! 데에에엥!!" 

솟구치는 눈물을 막을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여기서 목놓아 '오로롱오로롱' 거릴 시간은 없었다. 효순이 할머니는 머리에서 피를 흘린 흔적이 남아 있었다. 분명 너무 더운 여름에 홀로 일하시다 무리가 오신 것이리라. 이미 피는 말라붙어 검게 변해 있었다. 이는 쓰러진지 상당한 시간이 경과했다는 것. 꼬맹이 친실장은 애써 돌아가지도 않는 머리를 굴려가며 분명 주인님이 매일 약을 먹는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실제로 효순 할매는 병원을 오가며 고혈압 약을 처방받고 계셨다. 더운 여름에 일을 하면서 일사병 증세를 나타내시기도 하셨고 쓰러지면서 가슴에 통증을 호소했다. 어느쪽이 되었든 간에 이는 한 시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오마에 타치! 여기서 주인님을 지키는 데스!" 

- "테?! 마마! 어디 가는 테치?!" 

- "주인님이 아프신 데스웅. 마마는 집에 가서 주인님이 드실 약과 물을 가져오는 데스! 최대한 빨리 다녀오는 데스! 그러니 자들은 여기서 얌전히 기다리는 데스우!" 

- "테치?? 마마! 마마!" 

자들의 울음 소리는 뒷전이었다. 한시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꼬맹이 친실장은 달렸다. 왔던 길은 자실장과 함께 무려 40분이 넘는 거리지만 혼자 전력으로 질주하는 친실장은 거길 절반도 안되는 시간에 주파했다. 갑자기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친실장에 엄지와 구더기는 아장아장 걸어가 말을 걸었다.

-"다녀오신 레치?" 

-"마마의 프니프니가 받고 싶은 레후!" 

하지만 친실장은 엄지와 구더기를 신경쓸 때가 아니었다. 방의 불을 켜자마자 찬장을 뒤집어 엎고, 주인님이 드실 약을 찾느라 정신이 없었다. 가까스로 효순 할매가 늘 드시는 약을 찾은 꼬맹이는 엄지와 구더기를 돌아보지도 않고 냉장고에서 패트병에 담긴 작은 사이즈의 물을 꺼내 절반을 버리고 비닐봉지에 담아 짊어졌다. 무게가 너무 무거워도 늦는다. 한시라도 빨리 주인님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친실장은 문도 닫지 않고 집밖으로 뛰쳐나갔다. 

- "마마! 어디가는 레치?! 마마! 마마아 ~ !!" 

엄지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친실장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풀이죽은 엄지실장은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도 모른채 그저 구더기와 작은 실뭉치를 공 삼아 굴리며 놀고 있었다. 한편 꼬맹이 친실장은 달리고 있었다. 등에 짊어진 패트병이 무거웠지만 이 안에 든 것은 주인님을 살릴 물이다. 더이상 줄일 수는 없었다. 품 안에는 주인님이 드실 약이 들어 있었고 이미 신이 벗겨진 양 발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어느새 주변은 서서히 어두워 지고 있었다. 문득 주인님을 지키고 있을 자들을 떠올리며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중한 주인님을 위해 친실장은 달리고 또 달렸다. 가다가 불빛이 보이면 소리를 쳤다. 꼬맹이 자신 뿐만이 아니라 닌겐상의 도움도 절실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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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길을 헤메기도 하며 가까스로 효순 할매가 있는 장소에 도착한 꼬맹이 친실장. 실장석을 연구하는 사람이 봤더라면 그야말로 기적이나 다름없는 일이라고 할 정도의 속도와 세레브 사육 실장석에게서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드문 충성심이라고 찬사를 할 일이었으리라...! 더군다나 그 긴박한 상황에서도 목이 터져라 도움을 요청한 꼬맹이의 간절한 외침을 들은 것인지 논농사를 짓다 달려와준 마을 사람이 어떻게든 쓰러진 효순 할매에게 약과 물을 먹이는 것을 보고 휴대폰으로 119에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효순 할매를 업고 구급차가 들어오는 곳까지 달려가는 가운데 꼬맹이 친실장과 자들도 닌겐상들의 품에 안겨 이동했다. 그리고 효순 할매는 구급차에 실렸다. [다행이다. 조금만 늦었어도 할매가 돌아가셨을 뻔 했다.] [설마 똥벌레라고 불리는 너희 실장석들이 사람을 구할 줄이야.] [정말 다행이야. 너희들은 이 마을과 사람들의 보물이야.] 효순 할매는 꼬맹이가 먹인 약과 물으로 인해 겨우 숨이 붙었고 구급대원의 신속한 진료와 치료로 인해 금방 건강을 회복하셨다. 회복기간 동안 병원에서는 꼬맹이와 자들이 함께 달라붙어 간호를 했다. 효순 할매는... 주인님은 정말 기특한 자를 낳았다고 꼬맹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신다. 살아나셔서 다행이다. 꼬맹이는 당연한 일을 한거다. 함께 해서 기쁘다. 행복하다. 모든 것이 정말 다 잘 풀려서... 다행인데스 우... 정말 정말 다행인 데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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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 - .> 

정신을 차렸을 땐 눈 앞엔 가로등의 주황색 빛이 가득했고 거기엔 거미줄에 들러붙은 날벌레들이 한가득이었다. 그럼에도 홀린듯이 날아드는 벌레들이 웅웅 소리를 내며 맴돌고 있었다. 어디선가 개구리 울음소리가 둘려오고 사방이 조용했다. 뭔가 부시럭 거리는 작은 소리는 들렸지만 그것에 신경쓰기엔 너무나도 꼬맹이의 머릿속은 고요했다. 마치 머리가 순간적인 충격으로 온통 새햐얗게 된 것 같았다. 닌겐상의 발에 뒷통수가 치여 날아갔던 그때와 같았다. 옆을 보니 비닐봉지에서 튀어나온 물통이 흙먼지 투성이가 되어 굴러다니고 있었다. 어떻게된 일이란 말인가? 분명 자신은 주인님에게 약과 물을 드렸다. 하지만 품안에는 약이 있었고 물통 안에 든 보리차 물도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자신의 울음소리 를 듣고 달려와준 고마운 닌겐상은 어디인가? 보이지 않는다. 오래된 가로등의 불빛이 깜박거 린다. 그러더니 다시금 위잉 ~ 하는 전자음과 함께 불이 들어온다. 그 아래에 쓰러진 주인님이 보인다. 후덥지근하던 날이 선선해졌다. 해가 진 탓이리라. 다행히 그늘까지 옮기진 않아도 될 것 같다. 꼬맹이는 비틀비틀 물통을 끌고서 효순 할매 앞에 도착했다. 뽀글뽀글 파마머리가 부러워서 언젠가 자를 낳으면 자신도 파마를 해달라고 말해 웃음바다가 된 적이 있었다. 아줌마 파마 실장석이라니. 그땐 임신을 알린지 얼마 안되 분위기도 흐렸었는데 그 말에 주인님은 큰 웃음을 터뜨려 주었다. 참으로 감사하고 또 고마운 주인님. 마마... 꼬맹이란 이름을 준 나의 마마. 커다란... 나의 새로운 마마. 그런 마마의 눈이 없었다. 그리고 목도 어딘가 물어 뜯긴 흔적이 있었다. 바닥에 고인 것은 쓰러지면서 다친 이마에서 나온 피가 아니었다. 목에서 생긴 상처에서 쏟아져 나온 피였다. 얼굴과 목, 그리고 닌겐상의 부드러울 것 같은 부위에는 전부 작은 이빨 자국들이 나 있었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고개를 필사적으로 저으며 꼬맹이는 고개를 숙였다. 악몽이다. 악몽이다. 그럴리가 없다. 저건 마마가 아니다. 마마일리가 없다. 쭈그렁 주름살이 많긴 했지만 햇살과도 같았던 미소를 지닌 주인님. 갯벌에서 자신을 구해주고 또 살아갈 방법을 가르쳐준 주인님. 이젠 무엇으로도 갚을 수 없는 큰 은혜를 진 주인님... 그 주인님의 눈동자가 없는데샤아아아아아앗!! 친실장의 눈 앞에 입과 손에 온통 피칠갑은 한 자들이 오종종 모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여전히 천진난만하고 귀여운 자신의 자였다.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 "무슨... 짓을 한... 데스...? 장녀. 차녀. 삼녀.. 사녀... 오녀...?" 

장녀는 망설임 없이 손을 뻗었다. 자세히 보니 효순 할매의 몸 곳곳에는 운치가 묻어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바닥에는 효순 할매의 파마 머리도 조금 뽑혀 있었다. 

- "반응이 없었던 테치." 

- "차가웠던 테치!" 

- "아무리 말을 걸고 흔들고 때리고 머리카락도 뽑아도 가만히 있었던 테치!" 

- "운치도 던져본 테치. 가만히 맞고 있었던 테치!" 

- "기다리는 동안 배가 고팠던 테치!" 

- "이것은 주인님이 아닌 테치!"

- "그래서..." 

우두커니 서서 듣고 있다 그 말까지 듣고 주저앉는 꼬맹이. 또다시 날아가버리려는 정신을 붙잡으려는 듯 장녀의 멱살을 움켜잡는다. 분명 똑똑한 자일텐데 분명 착한 자일텐데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이럴수가 있단 말인가. 

- "켁... 마... 마마가 오지 않았던 테치! 해가 지고 어둡고 무서웠던 테치!" 

- "배가 고파서 동생들을 울었던 테치! 차녀로써 뭐든 했어야 했던 테치!" 

- "목이 말랐던 테치! 기다리느라 지치고 힘들었던 테치!" 

- "그래서 먹은 테치. 목이 쭈글쭈글하고 질겨서 다같이 힘을 합쳤던 테치!" 

- "시체가 부르르 떨었던 테치!" 

- "분수처럼 피가 솟구쳤던 테치!"

- "눈꺼풀이 부드러웠던 테치! 그나마 먹을 만한 부위는 적었던 테치!" 

- "하지만 와따시 착하니까 마마드릴 몫은 남겨둔 테치!" 

- "닌겐 입 속은 냄새가 고약했던 테치! 하지만 볼 안쪽 고기살은 부드러웠던 테치!" 

- "이...이게 마마를 위해 남겨둔 제일 부드러운 부위인 테치!" 

흙이 덕지 덕지 묻은 그것은 동그랗고 그 끝에 뭔가 실타레 같은 것이 달려 있었다. 머릿속 으로 온갖 생각이 다 났다. 이럴땐 이성이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되었고 아무리 위석을 보호하기 위해 기억을 머릿속에서 지워도 지워도 지워도 소용이 없었다. 주인님의 자애로운 눈은 온데간데 없이 빛을 잃었고 꼬맹이 친실장의 손에 있는 것은 갈색의 충혈된 무언가였다. 

- "와따시다치 아무것도 모르는 테치! 마마가 지켜줘야 하는데치!" 

- "마마! 졸린 테치!"

- "이제 집에 가는 테치. 피곤한 테치!" 

- "마마 아까부터 왜 아무말도 안하는 테츄?" 

- "마마... 마마... 마마!" 

- "완전 똥애미인 테치! 말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가만히 자빠져 있는 이런 고깃덩어리를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걸 보면 알 수 있는테치!" 

- "테에 - 마마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돼는 테치..." 

- "마마? 그 물 마셔도 되는 테츄웅 ~ ♥ 테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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