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인간들은 알지도 못하는 베트남전 드라마 머나먼 정글과 맞먹는 베트남 실장석 참피 소설 회색의 정글 1화

깊고 깊은 숲 속. 

숲이라기 보단 정글이라 해야 할 정도로 깊은 녹림지대는 험한 산지를 빽빽이 덮고 있었다. 
그 아래는 햇빛이 들지 않아 어두침침했고 떨어진 낙엽들은 마르지 않은 채 축축한 흙 위에서 습기를 머금고 썩어갔다. 

가끔씩 능선 사이의 분지엔 나무가 적어지고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풀밭인 걸 제외하면 나 
무들과 어두운 그늘이 보이는 것의 전부인 곳. 

치아아아아?! 테치아아아!!! 
그곳에도, 실장석은 존재했다. 

약간의 조류와 설치류를 제외하곤 햇빛도 안 드는 어두운 정글바닥에 사는 건 곤충과 그 친척 들이었다. 

그중 대표 격인 육지거머리가 목덜미에 달라붙은 자실장 한마리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정글의 나무 위를 기어 올라가 아래를 지나는 동물을 감지하면 낙하해 달라붙는 이 거머리는 
사람의 손가락 정도의 크기지만 자실장에선 자신의 팔 길이와 맞먹는 크기이다. 그런 게 등에 업히는 듯 한 모습으로 목덜미에 달라붙어 체액을 빨기 시작하자 자실장의 피부가 눈에 띄는 
속도로 말라가기 시작했다. 

데? 데스데스우웃! 

그때 그늘에서 튀어나온, 붉은색이 아니라 회색과 녹색의 오드아이를 가진 친실장이 급히 달 
려와 거머리를 떼어 내려 했지만 강력한 흡반으로 달라붙은 거머리는 쉽게 떨어지지 않다가 
결국 우직 하는 소리를 내며 목덜미의 살을 한 움큼 물고 떨어져나갔다. 

짓쥬우우우..... 

분수처럼 적록색 액체가 솟구치는 목의 상처에 손을 대려 버둥거리는 자실장을 안아든 친실장이 울면서 그늘로 달려가자 나무 사이 여기저기서 산실장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데에? 
데스우! 
데스데스! 

그리고, ‘이웃’의 자가 죽어 가는걸 보자 모두 달려왔다. 

몇 마리가 넓은 나뭇잎에 물을 떠와 상처를 씻기는 사이 장로인 늙은 산실장은 끈적이는 즙이 나는 나뭇잎을 돌로 짓이겨 씻긴 상처를 막아 피를 멈추게 했다. 

테치이.... 

잠시 뒤에야 겨우 혈색이 돌아오며 잠이 든 자를 내려다보며 안심한 친실장은 장로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곤 자를 안아들었다. 5마리 있던 자는 거머리와 뱀에게 먹혀 이 자가 마지막 자였 다. 게다가 이 회색 눈의 실장석은 뱀에게 물린 독이 퍼져 붉은 오른쪽 눈을 옛날에 실명했 
다. 더 이상 자를 낳을 수 없는 몸이 된 이상 이 자실장만이 ‘회색눈’의 모든 것이자 마지막 
희망이었다. 

나무뿌리 아래에 파진 굴로 들어간 회색눈은 넓은 굴 한쪽에 깔린 마른 낙엽에 자를 눕혔다. 

치이.. 치이... 
데스우... 

그리고 잠시 자실장의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굴 안에 있던 눅눅해진 낙엽을 들고 굴을 나갔다. 

이 산실장 마을은 약 성체와 새끼를 합쳐 약 60마리의 산실장이 살고 있다. 인간과의 접촉이 거의 없는, 완전한 야생의 실장석. 이 깊은 정글엔 가까운 마을도 없었고 인간도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 스테이크와 콘페이도의 존재조차 모르고 페트병과 골판지도 없다. 마을을 만들어 골판지 대신 모두 함께 굴을 파서 살고 물은 계곡에 가서 마시거나 넓은 나뭇잎에 떠오는 수밖에 없지만 들실장하곤 다른 종으로 간주되는 산실장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분충성을 내포한건 동일하지만 그 비율과 정도는 들실장보다 현저하게 낮고 자를 낳는 이웃이 있을 때마다 장로가 엄격히 선별해 바로바로 솎아내 버린다. 날씨가 온난한 이 지역에선 겨울도 사계절이 뚜렷한 다른 지역의 가을정도라 보온재는 필요 없기에 옷과 머리칼을 뺏지 않고 그대로 계곡물에 던져버린다. 

보온재가 필요 없는데도 굴에 마른 낙엽을 까는 건 땅의 습기를 피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인간에게 기생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는, 살아갈 수밖에 없는 실장석들. 

어릴 때 거머리나 거미에게 죽지 않고 성체가 되면 위협이 되는 건 뱀과 쥐뿐이다. 굴의 식량 
과 자들을 물어가는 들쥐는 무섭지만 먹이사냥을 나설 때는 항상 집보기 담당으로 몇 마리의 
성체실장이 나뭇가지를 들고 지킨다. 

여러 가지 고난이 있지만, 이렇게 모두가 힘을 모으면 살아갈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지역에 사는 산실장의 3분의 1정도는 5~6년의 천수를 누리고 죽는다. 그리고 죽 을 때 당시에 기르던 자들을 이웃들에게 부탁하고 죽고, 이웃들은 그 자를 기른다. 이런 마을 
과 종을 보존하기 위한 습성이 들실장들에겐 자신이 편하게 살기 힘든 상황에서 ‘탁아’를 하 
게 되는 습성으로 변질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들실장 따위하곤 다르게, 힘들고도 보람찬 나날을 살아가는 산실장들의 평화는, 이해할 수 없는 재앙들이 일어나며 깨지기 시작했다. 

그날도 평범하게 먹이를 구하러 굴을 지킬 몇 마리를 남겨두고 모든 성체실장들이 나왔었다.
산실장들은 축축한 낙엽을 헤치고 벌레의 유충을 잡거나 떨어진 나무열매를 줍고, 가끔씩 버 
섯을 찾아내기도 했다. 

데? 데스! 데스우. 

그러다가 회색눈은 풀꽃 한 송이를 발견하고는 한 이웃을 소리쳐 불렀다.

항상 어두침침한 이 정글에서 꽃은 자를 낳을 수 있게 해주는 귀한 물건이기에 꽃을 보자 자 
를 낳고 싶어 하던 갓 성체가 된 이웃 산실장을 부른 것이다. 

데...? 데스데스우. 

얼굴을 붉히며 꽃을 받아들고는 자를 가질 생각을 하며 행복해하는 이웃을 보며 회색눈이 축
복의 덕담을 해 주려던 순간. 

-두우우우우와아아아아아앙!!!!! 

데이이이이?!?!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쳐지듯 들려온 엄청나게 커다란 소리에 놀란 산실장들이 놀라 사방으로 흩어지거나 그 자리에 엎드리며 모두 패닉에 빠졌다. 

-두두두우우우우!!!! 두와아아아아아!!!! 두와앙!!!

데에에에에에!!!! 데에에에에에에-엑!!!!! 데!!!!! 

회색눈도 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엎드린 채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며 몸 전체를 울리게 하 
는 커다란 소리에 공포에 질려 눈물과 콧물을 줄줄 흘리며 목이 터져라 비명만 지르고 있었 
다. 

회색눈 말고도 주위에 있는 다른 산실장들도 자기 몸 크기의 반 정도 되는 팡콘덩어리를 엉덩 이에 달고 있었다. 생전 처음 듣는 커다란 소리에 놀라 본능적으로 유일한 방어수단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데...데데....? 

단지 장로와 나이 든 몇 마리의 산실장만이 엎드렸다가 일어서선, 고각이 안 올라가는 구조의 목을 힘껏 들어 하늘을 쳐다보려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뒤로 자빠지며 드러누운 장로의 눈에 하늘을 가린 나뭇가지들 사이로 빠르게 
연달아 지나가는 커다란 그림자들이 보였다. 

데에에?!

뭔지 알 수 없는 그걸 보며 귀청이 찢어질 듯한 소리에 떨던 장로와 산실장들은 그것들이 사 
리지고 조용해 진 후에야 겨우 일어났다. 

데스우... 
데에에...? 
데스... 

아직도 위석이 진동할 정도로 놀랐던 산실장들이 여기저기서 나와 장로의 주위로 모였다. 다 
들 눈물과 콧물로 얼굴이 엉망이고 팡콘을 달고 어기적대며 오는 엉망인 모습이었다. 
데이... 데스우? 

간신히 정신을 차린 회색눈도 옆에 서있는 이웃을 돌아보며 울었지만. 

-털썩 

이미 선채로 양 눈이 탁해져있던 그 산실장은, 들고 있던 풀꽃을 떨어트리며 뒤로 쓰러졌다. 

데에에에?! 데스우? 데스우우!!!! 데...데에에에엥!! 데에엥!! 

이 산실장들의 마을이 생긴 이래, 최초로 일어난 공포에 의한 위석붕괴였다. 

데스.... 
데에에에엥.... 
오로로로...... 
오로로롱..... 

그날 저녁.

산실장들은 계곡에 모여 죽을 산실장을 보며 울고 있었다. 

산채로 계곡에 던져지는 분충자와는 달리 죽은 이웃은 얼굴과 옷을 잘 닦아주고 이 계곡물에 
떠내려 보낸다. 죽은 산실장을 막 독립시킨 마마였던 이웃이 슬프게 우는 걸 침울하게 바라보 던 회색눈은, 약간 시든 풀꽃을 죽은 산실장의 가슴에 올려주었다.

데스우? 
데스데스.... 
데스우.... 

죽은 이웃을 떠내려 보낸 뒤 장로와 나이든 산실장들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낮에 있었던 그 무서운 일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를 궁리했지만 장로가 본 ‘뭔 
가 커다란 것들이 울부짖으며 하늘을 날아갔다’ 라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나무가 적 
은 분지에서 이웃이 매 같은 맹금류에게 채여 가는 일은 있었지만 아주 가끔 있는 일인데다가 새들은 그렇게 땅이 울릴 정도로 무섭고 큰 소리를 지르지도 않았다. 

결국 한밤중이 되도록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한 장로와 산실장들은 마을 주변을 감시하는 
담당을 늘리기로 하기로 하는 정도로 결론을 내곤 해산했다. 

데스우.... 

해산하고 돌아가는 길에, 회색눈이 불안을 떨치지 못하겠는 듯이 한번 울었다. 

그것이 이 산실장 마을에 일어난 첫 번째 재앙이자, 연이어지는 알 수 없는 재앙의 시작이었 다.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진정한 후타바 해산물 스핀오프 후속작 실장석 참피 소설 갈대와 나와 실장석 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