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하신 쥐니님께 보여줘야하는 실장인 실장석 참피 특수 소설 프로토타입 실창인 소설 HOMECOMING -프롤로그

“......유감입니다, 헤일리 씨.”

 

내가 귀국하자마자 처음 듣게 된 소식은 숙부와 숙모의 죽음이었다. 돌아가신 나의 부모님만큼이나, 그리고 그들을 대신해서 나를 아껴주셨던 분들이었지. 울창한 숲에서의 첫 하이킹도, 나의 첫 운전도, 나의 첫 사냥도, 그리고 입대식까지도 모두 숙부, 숙모와 함께한 추억들이었다. 현시점에선 그들이 나의 유일한 가족이다. 아니, 유일한 가족이었다. 눈물은 나올 생각조차 않고 있었다. 멍한 기분밖에 들지 않았다는 말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마중을 나와 준 친구들이 아니었다면 한참동안 전화기만 붙들고 있었을 것이다.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집어넣으면서 수없이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다. 2주 전에 일본에서 받았던 숙모의 편지를 포함해서.

 

“휴가를 받으면 곧장 우리 집으로 오려무나. 여러 가지 보여줄 것이 많단다.”

 

유감스럽게도 나를 맞아줄 숙부와 숙모는 이제 없다. 그리고 이건 휴가도 아니고 말이지. 친부모님과 동생을 교통사고로 잃었는데, 숙부와 숙모까지 교통사고로 잃는 것은 너무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이었다.

 

“정말로 유감이야, 데이빗.”

 

샐리가 걱정스런 눈길로 내게 말을 걸었다. 모두가 숙연한 분위기다. -여러 가지 의미로- 눈치 없이 고깔모자를 쓰고 온 이안도 마찬가지고. 륙색을 짊어진 군인들과 여행 가방을 끄는 민간인들의 행렬이 잠잠해질 때까지 일행 중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이안이 몇 번 입을 떼려고 시도하기는 했지만 그 뿐이었다.

 

“우선은 여기서 나가자. 달리 할 수 있는 것도 없잖아.”

 

내가 입을 열었다. 다들 그 말에 동의했기 때문에 말없이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를 가져온 건 존이었다. 나는 아직도 어색해 하는 이안과 함께 존의 SUV 뒷좌석에 올라탔다. 공항을 빠져나가는 동안, 나는 금속 재질 기둥과 유리가 반사하는 빛에만 관심을 두며, 샐리와 존이 걸어오는 안부에 건성으로 대답하고 있었다. 온갖 생각을 정리하느라 성실하게 대답할 여유도 없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우리는 벌써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하늘은 여전히 푸르다. 구름 사이로 밝은 빛이 쏟아진다. 도로변의 녹지도, 주택가도, 시내도 몇 년 동안 크게 바뀌지 않은 것 같다. 갑작스런 일들에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다시 사회에 내던져진 기분이 이런 것일까. 이제 나는 어디로 가야하는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온갖 생각을 머릿속에서 흘려보내며 멍하니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으려니, 전장에서 망가진 다리에 손이 닿았다. 무릎을 감싼 보조기가 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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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일어난 ‘실장분쟁’ 또는 ‘실장전쟁’(Jissou Conflicts / Wars)은 전 세계를 공포와 혼란의 도가니에 몰아넣었다. 중국이 군용실장 -대체로 지뢰제거나 적성 자산의 사보타주에 이용되었다- 의 지능 향상 목적으로 개발하던 화학물질이 걷잡을 수 없이 누출되면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유력하기는 하지만, 그 물질이 어떠한 원리로 실장석들의 공격성을 위험할 정도로 끌어올렸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중국에서부터 그 물질이 유출되었다는 것과, 이 싸움이 실장석이 인간을 상대로 전략-전술적인 움직임을 보인 최초의 사건이라는 점이다.

실장석들의 봉기가 처음 보도 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의 판단은 상식적이었다. 지능이 그렇게 뛰어난 것도 아니고, 완력으로 들어가면 절망적이라는 수식어 밖에 붙을 수가 없는 것이 실장석들이니까. 그들이 인간을 압도할 수 있는 요소는 그 무지막지한 숫자와 번식력이 전부이고, 그것마저 실제로는 큰 의미가 없다. 적어도 우린 줄곧 그렇게 생각해왔다.

그 물질, JIPEA-C1(Jissou Intelligence & Physical Enhancement Agent-C1)에 노출된 실장석들은 급격한 지능과 신체의 발달은 물론, 인간에 대한 맹목적이면서도 냉혹한 적개심을 가지게 된다. 더욱 교활한 지능과 강해진 육체를 이용해, 수많은 실장석의 파도가 근원지인 중국 동부를 휩쓸었다. 하지만 그것 외에도 다른 변수는 있었다.

중국 인민해방군과 무장공안이 실장석 봉기를 진압하기 위해 나섰을 때, 그들이 본 것은 수많은 실장석의 파도뿐만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각종 화기로 무장한 인간, 아니 인간과 매우 흡사한 무언가가 있었다. 그들은 진압군이 보유하고 있던 탄약의 양을 압도할 정도의 실장석들을 앞세워 진압군의 전투력을 저하시킴과 동시에, 혼란에 빠진 진압군의 위치를 우회하여 그들의 측면과 후방에 화력을 쏟아 부었다. 이 인간형 존재들은 실장석보다도 우월한 재생능력을 지니고 있어, 특정한 위치, 즉 위석에 명중시키지 않으면 개인화기로는 무력화시키기가 불가능에 가까웠다.

탄약과 체력이 고갈되고, 계속되는 피해에 전투의지를 상실한, 보병과 약간의 차량만으로 이루어진 진압군은 첫 전투에서 패주했다. 그들이 가져온 대부분의 장비를 그대로 방치한 채 말이다. 그리고 이것이 재앙의 시작이 되었다.

인간들에게 충격적인 첫 패배를 안겨다 준 이 존재들은 곧 실장인으로 명명된다. 패주한 인간들이 방기한 무기와 수많은 총알받이 실장석들을 앞세운 실장인의 군세 중국 전역을 유린하기 시작했고, 바람에 실려 온 화학물질이 퍼짐에 따라 한국과 일본, 심지어는 유럽과 인도 그리고 중동에까지 퍼져나갔다. 전 세계에 세력을 구축한 실장인들은 일본 열도의 요새화된 오이타 지방을 사령부로 삼고, 인간의 말살과 실장의 자유를 목표로 하는 JLF(Jissou Liberation Front, 실장해방전선)의 결성을 선언한다.

구심점과 신념까지 확보한 봉기는 점차 산발적 게릴라전에서 국지적인 정규전으로, 그리고 이윽고는 전면전의 양상으로까지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전세계는 인간들의 무기는 물론 자체 개발한 무기들까지 동원하여 각지를 침공하는 JLF를 “재앙 그 자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그것은 옳은 말이었다.

전 세계가 JLF와의 사투를 이어가던 중, 뉴욕 주 방위군이 맨해튼 섬에 기습 상륙한 JLF와 교전을 벌이는 일이 발생한다. JLF를 초기에 몰아냄으로써 미 본토 사수는 가까스로 성공했지만, 이는 제 2의 고립주의를 주장하던 미국이 JLF와의 전쟁에서 계속 방관자 노릇을 할 수는 없음을 시사했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각국은 미국의 참전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던 상황이었고, 실장 전쟁 1년차, 뉴욕전투 후 3개월 뒤에 미합중국은 침공이 진행 중이던 브라질과 뉴욕 전투의 사례를 고려하여 그 요구를 수용한다. 그리고 미 해군에 의해 대서양과 태평양에서 JLF 함대의 세력이 대폭 꺾인 것을 신호로 인류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몇 차례 치열한 공세와 사투가 이어진 끝에, 최후의 보루인 오이타 사령부가 함락 되면서 JLF의 위협은 사실상 끝났다. 아직 소수의 잔존 세력이 각지에 흩어져 있었지만, 사람들은 성급히 샴페인을 터뜨리며 애써 승리를 축하했다. 하지만 그것은 피로스의 승리에 지나지 않았다. 목숨 말고는 잃을 것이 없었던 실장석들에 비해 우리는 잃을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거처를, 재산을, -당연하게도-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많은 나라의 사회 기반 시설들이 파괴되며 삶의 질은 나락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슬프게도 참전 후 몇 차례 공격을 받았던 미국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그 당시 나는 미합중국 육군에 복무 중이었다. 나는 미국의 참전 직후 아시아 전선에 배치되어 대만, 남한, 일본과 호주 등지를 전전하며 싸워왔고, 마침내는 JLF의 수도 역할을 하던 오이타 현 공방전에도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는 불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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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샐리가 나를 불렀다.

 

“다리는 괜찮은거야? 곧 낫겠지? 그렇지?”

 

“무릎에 관통상을 입었어. 관절이 심하게 부서졌고. 군의관 말로는 앞으로 보조기가 없으면 걷지 못할 거래.”

 

샐리는 내 대답에 “오.”라고 바보 같은 소리를 낸다. 존이 다시 한 번 유감이라는 말을 건넸지만, 그 유감이라는 말에도 이제 싫증이 난다. 이안은 “그래도 멋지네, 완전 매드맥스 같잖아.”라며 애써 농담을 뱉어보지만, 내가 제대한 이유도 몰랐던 놈이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페어뱅크스에 도착한 뒤, 식사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조금 깨작거리다가 마는 걸 식사라고 할 수 있다면 말이지-를 끝내고 우리는 헤어졌다. 당장 숙부모의 집으로 올라 갈 생각도 들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은 유일한 1인 가구인 이안의 집에서 신세를 지기로 했다. 그리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곧 후회했다. 온 방에 가득한 담배 냄새를 맡으면서는 도저히 잠에 들 수가 없었기 때문에 슬쩍 외투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춥고 어두운, 내 고향이다.

 

그렇게 잠시 바깥을 돌아다니고 있으려니, 목걸이가 채워진 채 길거리를 청소하는 실장인이 보인다. 멍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으려니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떠올라 재빨리 방향을 바꾸었다. 무용담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기억들은. 전쟁은 모병관들이 이야기하는 ‘람보’나 ‘콜 오브 듀티’같은 것이 아니었다.

청소하는 실장인을 피해 정신없이 발을 옮기다 마주친 것은 더욱 가관이었다. 실장 매춘업소.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실장인 성노예 업소. 전후 초토화된 인간들의 사회 인프라와 경제를 재건하고 있는 것은 포로로 잡힌 실장인들이었다. JIPEA-C1의 영향 하에 있는 실장석들 사이에서는 꾸준히 실장인들이 생겨났으며, 전쟁은 그 동안 계속해서 벌어졌으니 공급이 부족할 일은 없었다. 듣기로는 오이타 본부가 함락되고 JLF의 지도자 역할을 했던 실장인이 처형되고 나서는 기존의 실장인 포로들이 삶의 희망을 잃은 듯 얌전해졌다고 하니, 인간들 입장에서야 환영할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실장 전쟁에 학을 떼버린 인권 운동가들은 실장인들을 인간으로 인정하려고 들지도, 그들의 인권을 굳이 옹호하려 하지도 않았고, 실장석 애호파들 또한 지능적으로 인간을 괴롭혀온 실장인들을 도와줄 엄두를 낼 수 없었다. 호소하는 눈길로 유리창 너머의 나를 쳐다보는 어린 실장인을 보고 있자니 측은한 마음도 들지만, 나로서는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마침 한 남자가 그 소녀를 끌고 나간다.

야만적이다. 전 세계가 그렇다. 그리고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실장인. 그들은 적이다. 우리의 문명을, 우리의 삶을 파괴했다. 그런 것은 나도 알고 있지만, 도덕까지 파괴되어버린 듯한 지금의 모습은 적응하기 쉽지 않다. 불쾌한 소리를 뒤로 하고 나는 모자를 눌러썼다.

계속해서 밤거리를 걸었지만 아직까지도 머릿속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조금씩 무릎도 아파오고, 한기가 올라오는 것이 느껴져 스타벅스에 들어갈까 싶었다. 그 순간 전화가 울렸다. 숙부가 고용한 변호사, 스탠포드의 번호다.

 

“아, 데이빗. 늦은 밤에 미안하다. 막 귀국해서 피곤할 텐데.”

 

익숙한 목소리다. 어릴 때부터 들어왔던 만큼 보통 때라면 반갑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괜찮습니다. 스탠 아저씨. 어차피 잠도 안 왔고요.”

 

“그렇구나. 그.... 다름이 아니라 네 숙부모님에 관련된 문제인데..... 정말로 유감이구나.”

 

“유감이란 말은 많이 들었습니다. 그나저나 이 늦은 밤엔 무슨 일이십니까? 여러 가지 일은 친척들이 먼저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 그래. 원래라면 네가 내일 올라왔을 때 얘기해야겠지만.....숙부님이 네 앞으로 집을 남겨 놓았단다. 그래서 친척들이 불만이 많지. 생전에 유언장을 남겨놓으시지 않았다면 네게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거야. 그런데 내가 하려는 말은 이게 아니고.....”

 

스탠이 뜸을 들였다.

 

“정원에서 어떤 걸 보게 되더라도, 놀라지 않아 주었으면 하는구나. 그게 숙부님의 마지막 부탁이란다.”

 

몇 마디 잡다한 이야기가 더 오갔지만, 정원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가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스탠도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른다고 했다. 불안한 기분이 엄습해온다. 오 씨발 신이시여, 그게 뭔지 짐작은 하고 있습니다만, 제발 그것만큼은 아니라고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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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하게 해가 뜨기 시작했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해 머리는 띵하고, 눈은 쓰라리고, 무릎은 더욱 쑤신다. 이안이-사실 이 게으른 놈을 억지로 깨운 거지만- 터미널까지 나를 배웅해주었다. 작별의 펀치와 XBOX는 덤이다.

 

“거기에서는 이런 물건 구하기도 힘들 거다.”

 

이안이 남긴 말이다. 글쎄, 우선 인터넷이 되는지부터 물어보는 게 예의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뒤로 하고, 나는 짐 가방을 안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가 출발하자 이안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스카이프는 계속 켜놔라!”

 

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인터넷만 된다면.

 

휙휙 지나가는 창밖의 경치를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나는 숙부가 내게 남겨준 집이 녹색의 시궁창으로 변해 있지만은 않기를 기도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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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양키적 느낌을 살리고자 번역체를 다량 첨가해보았습니다.


이렇게 써도 되는가, 하는 시험용으로다가 프롤로그를 투척해봅니다.


삽화는 바쁘니 차차 추가하는 걸로 ㅠ


이런 스타일도 괜찮은가 싶은데, 실장 여러분의 평가 부탁드립니다.




참고) 딱히 밀리터리물은 아니므니다.

        그리고 실창인 스크 시리즈라고 쓰면서도 아직 실창이 안나온건 안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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