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또 우리 저실장이 막 쫓기었다. 내가 점심을 먹고 나무를 하러 갈 양으로 나올 때이었다. 산으로 올라서려니까 등 뒤에서 레후-레후-하고 저실장의 울음소리가 야단이다.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려보니 아니나다르랴, 두 놈이 또 얼리었다. 초록네 저실장(은 살집이 좋고 투실투실하게 생긴 놈)이 덩저리 작은 우리 저실장을 함부로 해내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해내는 것이 아니라 레훗! 하고 면두를 물고 물러섰다가 좀 사이를 두고 또 레훙! 하고 모가지를 물었다. 그러면 이 못생긴 것은 물릴 적마다 주둥이로 땅을 받으며 그 비명이 레삐, 레삣 할 뿐이다. 물론 미처 아물지도 않은 면두를 또 물어 적녹의 선혈은 뚝뚝 떨어진다. 이걸 가만히 내려다보자니 내 대강이가 터져서 피가 흐르는 것같이 두 눈에서 불이 번쩍 난다. 대뜸 지게 막대기를 메고 달려들어 초록네 저실장을 후려칠까 하다가 생각을 고쳐먹고 헛매질로 떼어만 놓았다. 이번에도 초록이가 쌈을 붙여 놨을 것이다. 바짝바짝 내 기를 올리느라고 그랬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고놈의 실장석 년이 요새로 들어서서 왜 나를 못 먹겠다고 고렇게 아르렁거리는지 모른다. 나흘 전 금평당 조각만 하더라도 나는 저에게 조금도 잘못한 것은 없다. 사육실장 나부랭이가 산책을 나왔으면 나왔지 남 울타리 엮는 데 쌩이질을 하는 것은 다 뭐냐. 그것도 발소리를 죽여 가지고 등뒤로 살며시 와서, “오마에! 오마에 혼자만 일하는 데스?” 하고 긴치 않은 수작을 하는 것이다. 어제까지도 저와 나는 이야기도 잘 않고 서로 만나도 본 척 만 척하고 이렇게 점잖게 지내던 터이련만 오늘로 갑작스레 대견해졌음은 웬일인가. 황차 망아지만한 실장석이 남 일하는 것 보구. “그럼 혼자 하지 떼루 하디?” 내가 이렇게 내배앝는 소리를 하니까, “오마에 일하기 좋은 데스카?” 또는, “데프프, 볼 때 마다 일만 하고 있는 닝겐 데스요.” 잔소리를 두루 늘어놓다가 남이 들을까 봐 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