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윗집은 실등석을 키웠다. 어떻게 알았냐면 베란다에서 이불 터는데 머리 위에서 검은 깃털이 떨어지길래 고개를 들어보니 윗집 베란다 난간에 실등석이 앉아서 날개를 푸드덕거리고 있었다. 그때까지 나는 윗집이 애완동물을 키우는 줄 몰랐다. 날아다니는 놈이라 그런지 쿵쿵대는 소리가 들린 적도 거의 없기도 했고. 어느 날 야근하고 열 시 즈음에 아파트 단지에 들어왔는데, 왠 꾀죄죄한 들실장이 나에게 새끼를 내밀고 데스우, 하고 울었다. 잦은 야근으로 기분이 나쁜 참이라 들실장에게 싸커킥을 하려던 순간, 하늘에서 까만 무언가가 쐐액- 날아와 반짝이는 날붙이로 들실장의 배를 단칼에 찢어버렸다. 들실장은 비명도 못 지르고 찢어진 분대에서 운치를 쏟아내고 죽었다. "와 씨 깜짝이야!" 나도 놀라서 한 발 물러났다. 까만 무언가는 윗집 실등석이었고, 녀석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하늘로 날아올라 자기네 집 베란다로 쏙 들어가 버렸다. 순식간에 어미를 잃은 새끼 실장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테에엥 울면서 나에게 톳톳톳 달려왔고, 난 놈을 발로 툭툭 차 하수도 덮개로 굴린 뒤 꾹 밟아 으깨어 하수도에 흘려보냈다. 그러고 나서 집에 오니 경비실에서 들실장 시체 치우라고 전화가 왔다. 좀 억울했지만 배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 어미 들실장을 집어 실장수거함에 넣고,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들어왔다. 윗집 실등석은 키가 50cm 정도로 소형 맹금류와 비슷한 크기였는데, 날개를 펴면 가로 너비가 거의 1M는 됐다. 일요일 낮에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는 그 실등석과 사육주를 보았는데, 녀석은 30cm는 족히 되 보이는 날카로운 장검을 붕붕 휘두르면서 사육주 주위를 날아다녔다. 목줄? 칼집? 윙컷(새의 깃털을 일부 잘라 비행 능력을 떨어뜨려 사고를 방지하는 것)? 당연히 안 돼 있었다. 사육주는 자신의 눈 앞에서 날붙이가 날아다니는데도 눈 하나 깜짝 않고 싱글벙글 웃으며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 전투력이 소형 맹금류와 거의 맞먹을텐데, 실등석은 법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