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1&스타크래프트2 드디어 올것이 왔던 실장석 참피 소설 우리동네 뮤탈리스크
우리 윗집은 실등석을 키웠다.
어떻게 알았냐면 베란다에서 이불 터는데 머리 위에서 검은 깃털이 떨어지길래 고개를 들어보니 윗집 베란다 난간에 실등석이 앉아서 날개를 푸드덕거리고 있었다.
그때까지 나는 윗집이 애완동물을 키우는 줄 몰랐다.
날아다니는 놈이라 그런지 쿵쿵대는 소리가 들린 적도 거의 없기도 했고.
어느 날 야근하고 열 시 즈음에 아파트 단지에 들어왔는데, 왠 꾀죄죄한 들실장이 나에게 새끼를 내밀고 데스우, 하고 울었다.
잦은 야근으로 기분이 나쁜 참이라 들실장에게 싸커킥을 하려던 순간, 하늘에서 까만 무언가가 쐐액- 날아와 반짝이는 날붙이로 들실장의 배를 단칼에 찢어버렸다.
들실장은 비명도 못 지르고 찢어진 분대에서 운치를 쏟아내고 죽었다.
"와 씨 깜짝이야!"
나도 놀라서 한 발 물러났다.
까만 무언가는 윗집 실등석이었고, 녀석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하늘로 날아올라 자기네 집 베란다로 쏙 들어가 버렸다.
순식간에 어미를 잃은 새끼 실장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테에엥 울면서 나에게 톳톳톳 달려왔고,
난 놈을 발로 툭툭 차 하수도 덮개로 굴린 뒤 꾹 밟아 으깨어 하수도에 흘려보냈다.
그러고 나서 집에 오니 경비실에서 들실장 시체 치우라고 전화가 왔다.
좀 억울했지만 배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 어미 들실장을 집어 실장수거함에 넣고,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들어왔다.
윗집 실등석은 키가 50cm 정도로 소형 맹금류와 비슷한 크기였는데, 날개를 펴면 가로 너비가 거의 1M는 됐다.
일요일 낮에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는 그 실등석과 사육주를 보았는데,
녀석은 30cm는 족히 되 보이는 날카로운 장검을 붕붕 휘두르면서 사육주 주위를 날아다녔다.
목줄? 칼집? 윙컷(새의 깃털을 일부 잘라 비행 능력을 떨어뜨려 사고를 방지하는 것)? 당연히 안 돼 있었다.
사육주는 자신의 눈 앞에서 날붙이가 날아다니는데도 눈 하나 깜짝 않고 싱글벙글 웃으며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
전투력이 소형 맹금류와 거의 맞먹을텐데, 실등석은 법적으로 실장석의 범주에 포함되었기 때문에 녀석은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마음껏 사육주 곁을 날아다녔다.
애완동물을 싫어하시는 부모님 밑에서 자란 나로서는, 실등석 사육주가 자신의 실등석을 "우리 애기"라고 부르면서 친딸처럼 예뻐해 주는 모습이 굉장히 생소했다.
간혹 지나가던 사람들이 "우와, 날개 윤기 좀 봐! 관리 진짜 잘 하셨네요." 라고 하거나, "ㅇ튜브에서 봤어요, 실물이 훨씬 예쁘네요!" 라고 했다.
칭찬을 들은 실등석은 초승달 눈웃음을 치며 르트르트 울었고, 사육주가 가진 링갈 앱에선 연신 [감사합니다, 인간님.] 이라는 말이 나왔다.
표준어로 번역하는 것을 보니 애호용 린갈인 것 같아, 조금 떨어진 곳에서 폰의 볼륨을 0으로 낮춘 뒤 몰래 일반 린갈앱을 틀어보았다.
"르르르, 르트르트-."
- 사육주의 애호 린갈: [ 감사합니다. 인간님의 눈동자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
- 일반 린갈: [ 고마운 르트. 닝겐상 보는 눈이 꽤 있는 르트. ]
왜 애호용 린갈을 쓰는지 알 것 같았다.
사육주와 실등석은 산책로에서 마주치는 실장석 사육주들에게도 인기 폭발이었다.
자신의 사육실장을 덥석 내밀면서 요 놈이 요즘 자를 까고 싶어 안달이 났으니 똥자루에 아가실등 한 마리만 분양해 달라는 매정한(?) 주인도 있었다.
주인에게 폭탄선언을 들은 사육실장은 눈물콧물을 쏟으며 발광했고, 주인은 "하하, 농담이야, 이 녀석아." 하고 웃으면서 사육실장의 주둥이에 콘페이토 한 알을 넣어주고 토닥토닥 얼렀다.
다른 사육주는 자신의 종아리에 찰싹 붙어서 달달 떠는 자신의 사육실장을 놀려댔다.
"미도리, 또 푸드 맛 없다고 꼬장 부리면 저 실등석 오바상이 요놈! 하고 잡아갈거야~. 집에선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까불더니 실등석 앞에선 찍 소리도 못 하네! 킥킥."
놀리는것도 잠시, 공포로 이성이 마비 됀 사육실장은 사육주의 종아리를 껴안은 채 그대로 브리리릿- 빵콘했고, 사육주는 "야 임마! 오늘 저녁밥 없어!"라고 고함을 치면서 황급히 종아리에서 사육실장을 털어냈다.
실등석은 자신을 오바상이라 부른 실장석 사육주를 째려보다가, 사육주가 요구르트에 빨대를 꼽아주며 "미소."라고 말하자 바로 표정을 풀고 배시시 웃었다.
보통 실장석은 물을 마실 때 강아지처럼 바닥에 엎드려서 물그릇에 주둥이를 박고 핥아먹는데(스스로 젖병을 잡고 물을 마실 수 있는 사육실장은 최소 오백만원), 녀석은 앞발로 요구르트를 잡고 빨대까지 쓰는 걸 보니 아종이 실장석보다 머리가 좋다는게 거짓말은 아닌가보다.
내가 녀석을 뮤탈이라고 부르게 된 이유가 있었다.
사육주가 교육은 시켜놨는지 녀석은 사육실장복을 입은 실장석은 안 건드렸는데, 들실장은 가차없이 괴롭혔다.
어느 날은 아파트 단지에서 들실장에게 푸드를 뿌리는 실장맘을 보았는데, 방충망을 찢고 탈출한 그 실등석이 실장맘의 눈 앞에서 들실장 일가를 장검으로 찢어죽였다.
실장맘은 욕을 퍼부으면서 실등석에게 푸드를 던졌고, 푸드를 몇 알 맞은 실등석도 분했는지 씩씩거리면서 네 발로 땅에 엎드려 날개를 빳빳이 세우고 실장맘을 향해 르트으윽 짖었다.
그러나 실장맘에게 차마 덤비지는 못 하고, 대신 실장맘이 푸드를 담아주던 스티로폼 접시에 보라색 운치를 갈긴 뒤, 주변에 떨어진 푸드를 주워먹던 들실장 몇 마리를 마저 난자해 분풀이를 하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 후에도 실등석은 종종 들실장 밥그릇에 운치를 갈겨 실장맘을 뒷목 잡게 했다.
마침 옷 색도 보라색이겠다, 공중에서 운치 폭격을 하는 모습이 마치 스X크래X트 1에 나오는 뮤X리스크같아서 나와 동생은 녀석을 뮤탈이라고 불렀다.
동생 왈, 날아다니는 모양새는 뮤탈인데 보라색 물똥을 발사 하는 모습은 디바우러(포식귀) 같댄다.
뮤탈이는 집 안에 있기 답답했는지 자주 베란다 방충망을 찢고 탈출해 아파트 단지를 날아다녔다.
녀석이 날카로운 칼을 들고 곡예비행을 하는 모습은 누군가에게는 귀여운 아종으로, 누군가에겐 위험한 날짐승으로 보였다.
특히 베란다에서 담배 피우던 사람들은 30cm 눈앞에서 장검을 든 실등석이 쇅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피우던 담배를 떨어뜨리고 욕을 했다.
윗집은 며칠에 한 번씩 이웃들에게 실등석에 관련 된 항의를 받았다.
누구네 집은 방충망이 찢어졌고, 누구는 거실에서 자던 아기가 놀라 지금도 실등석 날개소리만 나도 자지러지게 운다고 한다.
누구는 실등석이 자신의 차를 긁었다, 누구는 자신의 차유리 틈 사이로 실등석의 운치가 스며들어서 청소도 안 되고 냄새도 지독하다고 했다.
어떤 사람은 찢어진 패딩과 실장석 피가 묻은 편의점 봉투를 가리키며 당신네 참피가 휘두르는 칼에 자기 패딩이 찢어졌다고 했다.
아파트 단지를 날아다니던 뮤탈이가 편의점 봉투에 자실장이 탁아된 걸 보고 장검을 휘둘렀는데, 봉투를 들고있던 사람의 옷까지 찢은 모양이었다.
똥파리, 까마귀, 오골계, 독수리, 비둘기... 뮤탈이는 별명도 많았다.
뮤탈이 사육주는 이웃들이 쫒아 올 때마다 깽값을 물어내지 않으려고 목청을 높여 이웃들과 싸웠다.
특히 그녀는 누군가 뮤탈이를 '실장석'이나 '참피'라고 하면 불같이 화를 냈다.
나중에 어머니도 윗집이랑 한 번 싸우셨다.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윗집 쌈닭(뮤탈이)이 우리집 베란다 난간에서 말리던 고구마 조각을 훔쳐먹길래 쫒아버렸더니 고구마랑 유리창에 보라색 설사똥을 갈겼다더라.
역시나 윗집 사육주는 우리 애기가 그깟 고구마 한 입 먹은 걸 가지고 그러냐면서, 고구마값은 안 물어줬다.
나중엔 나도 엿 먹으라고 뮤탈이가 윗집 베란다 난간에 앉아있을 때 일부러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웠다.
그러면 뮤탈이는 켁켁대면서 빵콘하곤 집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이웃들과 싸우고도 방범창을 달지 않고 꿋꿋이 방충망을 수리하는 사육주가 다른 의미로 비범했다.
뮤탈이는 아파트 내 운전자들에게도 꽤나 골칫덩이였다.
뮤탈이가 자동차 휠 속에 칼을 쑥 집어넣어 그 곳에 숨은 새끼 들실장을 쑤시다 디스크 브레이크를 작살내는 일도 큰 문제였지만,
아파트 내 들실장을 사냥하느라 저공비행을 하면 차 안에선 뮤탈이의 모습이 잘 안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후진하다 후방카메라 앞으로 뮤탈이가 쓱 지나가 급브레이크를 밟는 모습은 흔했다.
운전자들은 뮤탈이가 자동차 근처에서 알짱거리면 크락션(경적)을 울려 뮤탈이를 쫒아냈고, 깜짝 놀란 뮤탈이는 뿌다닷 빵콘하면서 도망갔다.
그 빵콘한 운치가 팬티에서 새어나와 지면에 후두둑 쏟아지는 걸 보니 기저귀도 안 하는 모양이다.
놀라면 총구 괄약근이 풀리는 모습은 참피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얼마 후 금요일, 회사를 일찍 마치고 동네 별님벅스에서 커피 한 잔 뽑아 가려는데, 뮤탈이와 사육주가 카페에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카페 직원들은 실석을 데리고 들어오시면 안 된다고 사육주를 말렸고, 사육주는 테이크 아웃 할 거다, 우리 애는 영리한 아종이라 괜찮다며 몇 번이나 뮤탈이가 '실장석'이 아님을 강조했다.
뭐가 괜찮다는건지, 사육주의 품에 안긴 뮤탈이는 카운터에서 풍겨오는 디저트 냄새를 맡고 침을 튀기며 날개를 퍼덕였다.
날개를 퍼덕일 때 마다 잔깃털이 날리고 실장취가 훅 풍겼다.
누구는 그 모습을 귀엽다는 듯이 쳐다보고, 누구는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코를 막고, 누구는 커피에 깃털이 들어가지 않도록 커피잔을 손으로 가렸다.
그 때 누군가 말했다.
"저 실등석 ㅇ튜브 채널에 나오는 걔 아니야? 뭐였더라, 머큐리?"
"아종은 냄새 덜 할 줄 알았는데, 실장취 장난 아니다."
그제서야 뮤탈이는 누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나 하고 르트? 르트? 울며 주위를 두리번거렸고, 화들짝 놀란 사육주는 뮤탈이를 데리고 후다닥 카페를 나갔다.
ㅇ튜브에서 실등석을 검색해보니 정말 뮤탈이의 채널이 나왔다.
[자수정빛 천사 머큐리의 힐링정원]이라는 참으로 손발이 오그라드는 채널 이름이었는데, 제법 많은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었다.
세상에, 로젠사에서 주관하는 짓소 쇼 실등석 부문에서 입상한 경력도 있다.
아마 녀석은 사육주의 돈줄이기 때문에 이웃들의 항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애지중지 키우는 것 같았다.
[여러분, 저는 오늘 세상에 오직! 두 개 밖에 없는 가넷 구슬을 발견했답니다. 바로 요기! 머큐리의 눈속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머큐리 너는 어느 별에서 온 천사님이니?^^](중략)
실등석이면 실장석 분대에서 나왔겠지, 무슨 약을 했길래 저런 말을 하는걸까?
뮤탈이의 채널은 평소에 뮤탈이가 칼 들고 아파트 단지를 활개치는거나 들실장을 죽이고 튀는 모습은 쏙 빼고, 사육주의 팔에 앉아 귀엽게 날개를 파닥이거나 집 안에서 간식 먹는 모습만 찍어 놓았다.
(우리 아파트 사람으로 추정되는) 뮤탈이 욕 하는 덧글은 뮤탈이 팬들의 비추 폭격을 받았다.
뮤탈이의 댓글창은 '너무 예쁘다', '자 낳으면 정말 귀엽겠다', '제발 인화해주세요'라는 댓글로 가득했다.
심심하면 들실장을 사냥하고 다니는 놈이 카메라 앞에서 수줍게 미소를 지으면서 조신하게 케이크를 먹는 모습이 괜스레 짜증이 나 5분을 견디지 못 하고 동영상을 꺼 버렸다.
일주일 후, 편의점에서 이것저것 사 오는 길에, 비명을 지르며 뛰어가는 고등학생 정도의 여자아이(편의상 A양 이라고 하겠다)를 보았다.
"야 이 똥파리야! 연두 내놔-!!"
[데기야스-!!]
A양의 10m 앞엔 사육실장을 붙잡고 날아가는 뮤탈이가 있었다.
붙잡힌 사육실장은 총구에서 운치를 터뜨리면서 목청이 찢어져라 울었다.
"야이 씨, 연두야! 똥 싸지마!"
A양은 연두의 빵콘한 팬티에서 삐져나오는 운치 때문에 좀처럼 속력을 낼 수 없었다.
뮤탈이는 아파트 단지를 빙빙 날아다니면서 A양을 유유히 따돌린 후 시야에서 사라졌다.
녀석이 왠일로 사육실장을 건드렸을까?
한 시간 후, 담배를 피우러 나갔더니 지친 기색이 역력한 A양을 볼 수 있었다.
아니나다를까 나에게 실등석 키우는 집을 아냐고 물어봤고, 나는 방충망이 찢어진 집을 가리키며 몇 호라고 일러주었다.
A양을 뒤로 하고 ㅇ튜브 뮤탈이 채널을 열어보니 십 분 전 뮤탈이가 곧 엄마가 될 거라는 글이 올라왔다.
[띵동띵동띵동띵동-]
얼마 안 있어 A양이 윗집 초인종을 열심히 울리길래 휴대폰의 린갈 앱을 구동시키고 구경 나가 보았다.
나 말고도 다른 이웃들이 하나둘 씩 팝콘... 아니, 구경 나왔다.
"학생, 남의 집에서 시끄럽게 구는 건 어디서 배워먹은 버르장머리야?"
꽤 키가 큰 뮤탈이 사육주는 화 난 표정으로 A양을 노려보았다.
"그, 그... 아줌마네 실등석이 우리집 사육실장을 채 갔다구요. 경비실에서 CCTV 다 보고 왔어요! 우리 연두 어딨어요?"
"누굴 도둑으로 몰아?"
뮤탈이 사육주는 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뮤탈이 사육주의 집 안으로 열심히 눈을 굴리던 A양은 거실에서 이미 독라가 되어 양 눈을 까뒤집고 배가 빵빵하게 부풀어 누워있는 자신의 사육실장을 보았다.
그리고 그 옆엔 뮤탈이가 사육실장(연두) 곁에서 르트르트, 웃고있었다.
"안돼, 연두야, 정신차려!"
A양은 집 안으로 뛰어들어가 자신의 사육실장을 안고 흔들었다.
"학생, 당장 안 나가면 경찰 부를 줄 알아! 이건 내가 사온 식용실장석이거든?"
"내가 내 사육실장도 못 알아 볼 줄 알아요?!"
A양이 연두의 윗입술을 뒤집자 과연 입술 안쪽에 사육실장 시리얼 넘버가 새겨져 있었고, 뮤탈이 사육주의 표정이 순간 썩었다.
요즘은 학대파가 사육실장의 시리얼 넘버를 쉽게 훼손하지 못 하도록 잘 안보이는 곳에 새긴다더니, 과연.
뮤탈이가 사육실장을 잡아와 말릴 틈도 없이 임신시키자, 뮤탈이 사육주는 연두를 돌려주는 대신 증거를 인멸하려고 연두를 독라로 만들었을 것이다.
"연두야, 정신 차려! 나야! 정신 잃으면 안돼! 조금만 기다려, 뱃속에 든 거 금방 없애줄게!"
[뎃..]
제 주인의 간절한 마음이 통한걸까, A양에게 안긴 연두는 뒤집혔던 눈이 돌아와 A양을 보고 눈물을 줄줄 흘렸다.
뱃속의 실등석에게 기생당해 이미 위석을 꽤 좀먹혔는지, 연두는 몸을 전혀 못 가누었다.
A양은 연두를 안고 현관을 나섰다.
[르트르트-!!]
이제껏 사람한텐 안 덤비던 뮤탈이가 드디어 선을 넘었다.
윗집 거실에 있는 블루투스 스피커에서는(애호용 린갈이 연결 된 것 같다) [인간님, 제 아이들을 데리고 어디에 가세요? 돌려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아가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저는 슬픕니다.]라는 말이 출력되었다.
물론 내 일반 린갈앱에는 [똥닝겐, 와타시의 자들을 데리고 어디 가는 르트? 돌려주는 르트. 명령인 르트. 자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오마에에게 슬픈 일을 해 주는 르트!]라고 떴다.
뮤탈이는 날이 시퍼렇게 선 장검을 휘두르면서 A양에게 달려들었다.
"꺄아악! 저리가!! 엄마, 아빠아-!!"
"야, 거기 서! 그 참피새끼 뱃속에 몇 백만원이 들어있는지 알아?!"
연두를 안은 A양은 비명을 지르면서 아파트 계단을 뛰어내려갔고, 뮤탈이는 포효하면서 A양을 쫒아가 등을 난도질 했고, 뮤탈이 사육주는 소리를 지르면서 뮤탈이를 따라갔다.
"경찰 불러요! 저 실등석이 애 잡겠어!"
어느 아저씨는 전기 파리채를 들고 뮤탈이를 쫒아갔고, 다른 아주머니는 경찰에 신고했다.
곧 경찰이 왔고, 경찰들은 사건 당사자들 및 케이지에 가둔 뮤탈이를 경찰서로 연행했다.
뮤탈이에게 난자당한 A양은 패딩이 너덜너덜하게 찢어져서 안에 입은 니트가 보일 정도였고, 뒷머리도 뭉텅이로 잘렸다.
패딩이 두툼하지 않았더라면 A양도 무사하진 못 했을 것이다.
"저 쌈닭 언젠가 사람한테 칼부림 할 줄 알았어!"
구경하던 주민 중 이렇게 말하는 이도 있었다.
[르트, 르트으-!](자들을 돌려주는 르트으-!)
뮤탈이는 색깔 있는 눈물을 흘리면서 케이지 문을 박박 긁었다.
사람에게 상해를 입혔으니 앞으로 자신의 자들을 만날 일은 없을것이다.
녀석이 개나 고양이였으면 손해배상 해 주고 끝났겠지만, 현행범으로 잡힌 실석류는 합의를 보지 않으면 얄짤없이 살처분이니까.
일 주일 뒤 단발머리가 된 A양과 헬쑥해진 몰골로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는 연두를 볼 수 있었다.
실장맘이랑 이야기 하는 것을 들어보니, 연두는 위석이 절반 이상 빨려서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고작 반나절 남짓 기생했던 태실등들이 얼마나 열심히 위석을 빨아먹었는지, 실장병원에서 연두의 분대를 갈랐을 땐 이미 엄지급으로 자라있었댄다.
위석이 너무 약해져 자도 못 낳게 됐다는 말이 나오자 연두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오로로롱 울었고, A양은 연두를 안아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실장맘이 그럼 연두의 분대에서 나온 엄지실등들은 어떻게 됐냐고 묻자, A양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뱃속에서 꺼내자마자 다 죽어버렸다고 대답했다.
안 그래도 어제 뮤탈이 사육주가 집에 찾아와 뮤탈이의 새끼들을 내놓으라고 하길래 쫒아 낸 참이라고 했다.
집에와서 ㅇ튜브 뮤탈이의 채널을 열어보자, 뮤탈이가 불치병에 걸려 자들과 함께 조용히 여생을 보내고 싶어하니 방송을 종료하겠다는 공지사항이 올라와 있었다.
구독자들은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나 그 중엔 어떻게 찾아냈는지 [머큐리 근황.jpg] 이라고 보건소 케이지에 갖힌 꾀죄죄한 뮤탈이의 사진이 기재된 실석 갤러리의 게시글 링크가 있었고, 일부 사람들은 뮤탈이 사육주를 '돈벌이에 쓰던 애완동물이 병 드니까 내다 버리는 인분충'이라고 욕하고 있었다.
인터넷에서의 반응이 어찌됐든, 뮤탈이에게 시달렸던 우리 아파트 단지 사람들은 쾌재를 불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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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양의 집)
실장병원에서 연두의 분대를 갈라보니 다섯 마리의 팔팔한 엄지 실등들이 나왔고, 사실 한 마리도 죽지 않았다.
A양의 아버지는 인터넷을 수소문해 뮤탈이 사육주 몰래 엄지실등들을 마리당 40만원에 몰래 팔았다.
엄지실등을 매입한 브리더는 이 녀석들은 사나워서 사육용으로는 팔 수 없고, 대신 실장공장에서 죽을 때 까지 실등석 씨내리로 쓸 것이라고 했다.
엄지실등을 판 돈으로 연두 수술비도 충당하고, 새 패딩도 사고, 남는 돈으로 피자 시켜 먹은 것 까진 좋았는데, 연두는 날이 갈수록 누워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젠 똥도 못 가리게 되어 하루 종일 총구 마개를 했고, 그렇게 좋아하던 치즈맛 푸드를 두 알만 주워먹고 다시 잠을 청하곤 했다.
[와타시도 자를 갖는 데스우... 뎃데로게...]
실등석에 의해 원치 않는 임신으로 크게 상처 받은 연두는 스스로 자를 낳아서 마음의 상처를 달래려고 A양이 없을 때마다 몰래 녹색 눈물을 붉은 눈에 발랐다.
그러나 수의사의 말대로 자는 안 생겼고, 오히려 위석 에너지만 깎아먹어 하루하루 수명을 재촉하고 있었다.
A양은 연두가 자기 몰래 매일 임신을 시도하고 있었다는건 몰랐지만, 하루가 다르게 야위어가는 연두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어제는 실등석 사육주가 찾아와 머큐리가 죽으면 자신의 사업에 큰 차질이 생기니 합의하자고 했지만, A양의 어머니는 거절했다.
실등석 사육주는 그럼 우리 애기(실등석)가 맞겨 놓은 아가들이라도 내놓으라고 했으나, 어머니는 애초에 병원에 데려갔을 때 분대 속에 아무것도 없었다고 딱 잡아뗐다.
결국 실등석 사육주는 당신도 딸 키우지 않느냐, 같은 애 엄마끼리 좋게좋게 해결하자고 감성팔이에 나섰고,
동물과 자신의 딸을 동일선상에 놓는 사육주의 말에 화가 난 어머니는 합의는 절대 없다면서 못을 박았다.
뮤탈이 사육주는 뮤탈이가 인간 아이만큼 소중했겠지만, A양의 어머니에겐 그렇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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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시는 실장석이 아닌 르트!]
경찰에 의해 보건소에 위탁된 뮤탈이는 실장석 케이지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날개를 푸드덕거리면서 저항했지만, 보건소 직원은 억지로 뮤탈이를 케이지에 집어넣었다.
[아픈 르트!]
그 과정에서 날개를 접질렸다.
실장석보다 덩치가 컸던 뮤탈이는 실장석 평균 키에 맞춘 좁은 케이지에서 날개를 펴기는 커녕 허리를 쭉 펼 수도 없었다.
뮤탈이가 맡겨진 보건소는 아종 구분 없이 모든 실석류에게 똑같은 실장푸드를 지급하고, 똑같이 관리했다.
운치만 먹어도 무병장수하는 실장석과 달리, 아종 푸드와 영양제를 못 먹은 뮤탈이는 하루가 다르게 건강이 나빠져 자랑스러워하던 머리카락과 깃털이 반 이상 빠져버렸다.
보건소는 들실장 사체와 운치를 뭉쳐 만든 최하급 실장푸드를 뮤탈이에게 끼니로 주었고, 그걸 먹은 뮤탈이는 배탈이 나고 피부 트러블을 심하게 앓았다.
목욕이나 빨래도 일절 없었다.
그래도 보건소에 온 처음 며칠은 상태가 좋아서, ㅇ튜브 스타였던 뮤탈이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누구는 실장석 커뮤니티에 근황짤을 올려서 베스트 글을 차지하겠다면서 뮤탈이 사진을 찍었다.
뮤탈이의 가슴에 달린 자수정 장신구 덕분이었다. 사육주는 꽃 모양 자수정 브로치를 뮤탈이의 트레이드 마크로 썼었다.
뮤탈이를 탐내는 사람들은 뒷돈을 주겠다느니 다른 실등석과 바꿔치기하면 되지 않느냐고 보건소 직원을 회유했지만 직원은 뮤탈이가 살처분 승인 대기 상태인것을 이유로 모든 제안을 거절했다.
애초에 뮤탈이 몸에도 사육실석 시리얼 넘버가 새겨져 있었기 때문에 도망칠 방법은 없었다.
어떻게 알아냈는지, 나중엔 뮤탈이 사육주도 보건소에 찾아와 뮤탈이를 내놓으라고 난동을 부렸다.
뮤탈이는 소중한 가족이기도 하지만, 그 아이가 없으면 자신은 당장 수익이 없어진다고 했다.
그러나 끝내 직원이 뮤탈이를 꺼내주지 않자, 뮤탈이 사육주는 엉엉 울면서 뮤탈이에게 "엄마가 미안해... 교배 아르바이트 할 때 아가 한 두 마리는 네가 기르게 하는 거였는데..." 라고 하고 아종 푸드를 잔뜩 넣어주었다.
ㅇ튜브 촬영 외에도 브리더들의 실장석에게 실등석을 임신시키는 소위 업자 아르바이트도 한 것 같았다.
보건소 직원은 뮤탈이 사육주가 혹시 실등인인가 하고 눈이랑 귀를 유심히 보았지만, 이렇게 보고 저렇게 봐도 사람이었다.
주인에게 사육될 땐 주변 사람들에게 예쁘다는 말을 질리도록 들었는데, 이젠 뮤탈이에게 빈 말로도 예쁘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보건소를 방문한 어느 브리더는 뮤탈이를 보고 "골격은 좋은데, 피부병이 심해서 출산용으로도 못 쓰겠군." 이라고 중얼거렸다.
[출산 르트?! 닝겐상, 와타시를 여기서 꺼내주는 르트! 자들에게 가야 하는 르트!]
출산이란 말에 정신이 든 뮤탈이는 케이지를 탕탕 두드리며 짖었다.
[닝겐상, 저런 날개분충은 운치굴 노예로 쓰고 와타시를 데려가는 데스. 귀여운 아가들 많이많이 출산할 수 있는 뎃스웅-.]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다른 원사육실장들이 너도나도 자신의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했다.
오늘도 건질만한 개체는 없다고 판단한 브리더는 뮤탈이와 실장석들을 무시하고 나가버렸다.
[르틋! 오마에들 때문에 닝겐상이 가버린 르트!!]
화가 난 뮤탈이는 네 발로 엎드린 뒤 날개를 꼿꼿이 펴고 고함을 질러 주변의 실장석들에게 분풀이를 하곤 했다.
썩어도 준치라고, 실장석의 천적인 뮤탈이가 포효하면 위석이 약한 개체는 탈분하거나 파킨해버렸다.
며칠 후,
[드디어 좁은 곳에서 나온 르트! 어서 자들에게 가야 하는...르트? 이거 놓는 르트! 주인사마!]
살처분 승인이 떨어진 뮤탈이는 다른 실장석들과 함께 소각로에 던져졌다.
실장석들과 뒤엉켜 기분이 나빠진 뮤탈이가 위협의 울음소리를 내자, 그 소리에 겁먹은 실장석들은 저마다 총구에서 불룩불룩 운치를 터뜨렸다.
소각로 안이 좁았기 때문에 뮤탈이와 실장석들은 자기들끼리 싼 운치에 골고루 버무려진것도 잠시, 곧 보건소 직원은 소각로에 불을 지폈다.
[뜨거운 르트-!] 파킨!
[데갸아아악-!] 파킨!x25
소각로 속 실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새까만 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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