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석 참피로 요리왕 비룡 더 마스터 미스터 초밥왕 요리하는 소설 마담 구르메 2부 - 24. 중화실장요리 잔치 (2)

 [다음 날, 10:14AM, '마담 구르메' 브리더룸 학대방]




출근해 조회를 마치고 나니 왠일로 각자 업무를 준비중이어야 할 마담과 가영씨가 최철웅 실장과 매니저를 불러놓고 뭔가 양해를 구하고 있었다. 우리가 찾아가야 할 마백도 사장의 중국음식점 역시도 실장독감 유행의 여파 때문에 식자재 재고를 많이 줄여둔 상태였고, 그래서 내일 저녁 있을 도치 군의 생일파티를 대비해 부랴부랴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조미료나 식실장 중에 부족분이 꽤 있어서 하루 말미로는 시간이 많이 부족하시대요. 아무래도 저희가 조금 도와드려야 할 것 같은데, 구르메 식구들께는 정말 죄송하지만 연차를 하루만 더 써야 할 것 같아요.'

연신 미안해하는 가영씨지만 정작 답하는 쪽은 별로 불쾌해하는 기색은 없어보인다. 실장요리 하나에 매달려 인생을 살아온 실장인과 밥 없이는 살아도 학대 없이는 못 살 닌겐상. 방향성이야 다르지만 어쨌든 실장석을 다루는 이 바닥에서 몇 안 될 '즐기는 자'인 둘이 일을 마다하는 몇 없는 경우를 접하고 있고, 그 이유도 지극히 당연한 혈육의 생일잔치를 돕는 일이니깐.

'괜찮습니다. 오히려 제가 찾아가지 못해서 미안하군요. 도치한테 안부나 좀 전해주십시오.'

'구르메는 저랑 실장님이 잘 맡고 있을게요. 마담도 언니도 부담갖지 말고 얼른 가보세요.'

'고마워 다혜야. 그럼 믿고 다녀올게.'

'그럼 다녀올게요. 아 그리고 철수씨. 혹시...'

'브리더룸 일이라면 잘 보고 있을게요. 걱정 말아요.'

'...알았어요. 그럼 나중에 봐요.'

매니저 역시 오히려 둘을 밀다치시피 갈 길을 재촉한다. 그렇게 마담과 가영씨가 인사를 마치고 정문을 나섰고, 나는 오늘 스테이크감들 할당량 채우러 브리더룸으로 향했었다. 어째 뭔가 말하려던 가영씨 쪽이 조금 토라진 눈치였지만 일은 일이니까...



'테..테붸에에...'

음, 이 터진 자국 하나 없는 시뻘건 살결에 붓기에 파묻혀 형체조차 없어진 눈코입, 퉁퉁 불어 막혀 울음소리도 못 내는 목구멍까지, 이제 이놈의 스테이크용 자실장 매질 솜씨도 늘 만큼 늘어났다. 내가 팬 참피지만 정말 예술작품이라니깐?

서당개도 삼년차면 풍월을 읊는다였나. 이 일을 네 달째 하고 보니 원조만은 못해도 나도 제법 검법이 늘었다. 잠시 그렇게 자뻑에 빠져있다가 검붉은 미셰린 타이어 덩어리가 된 오늘의 마지막 스테이크감을 락앤락에 쑤셔넣고 카트에 쌓아놓은 다음 다음 시계를 보니... 이제 겨우 열두시 반이다.

'에이씨 뭐야... 이거밖에 안됐어?'

솜씨는 느는데 물량(?)은 줄었으니 남는 시간이 생기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긴 하다. 문제는 타의로나마 빈둥거리는 모습을 구르메 식구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내 입장에선 영 좋지 못하다는 것이다.

처음 한동안은 홀 팀 서빙이나 주방 잡일같은 소소한 일거리를 도우며 눈치껏 지내왔지만 그것도 한계는 있는 법, 내겐 자꾸 브리더룸 밖을 기웃거리며 최 실장과 매니저의 눈치를 살필 배짱이 없다. 그래서 오늘은 점심 시간 때까지 여기 짱박혀서 스마트폰이나 두드리며 시간 떼울 속셈이었는데, 그새 또 방해꾼이 나타나고 말았다.

'대리 닌겐상, 또 벌써 끝났어에요?'

아이고, 나미다... 이 요망한 똥벌레 같으니라고! 그새 귀신처럼 낌새를 채고 이쪽을 향해 눈꼬리를 구부린다. 여튼 남 잘 되는 꼴은 못 보는구나!

'아, 아냠마! 아직 한 카트 더 남았다고!'

'벌써 스마트폰 꺼내놓은 거 다 보여에요? 에여어어~ 와타시는 매니저 닌겐상께서 아시게 될까봐 겁나는 거지 뭐에요~?'

요것이 벌써 다 봤나... 밑장빼기도 글렀다. 저 놈의 눈치 백 단! 잔망스런 똥실취! 할 수 없지. 뇌물공세 시간이다.

'알았다 알았어! 있다 퇴근길에 토리토스 세 봉지 어떠냐. 그거면 너랑 머큐리랑 립톤이랑 배터지게 먹고도 남지? 1000원짜리 짜잘한 거 말고 2000원어치로 쏠게.'

...이게 아니었나? 나미 녀석 눈초리가 적잖이 한심한 기색으로 늘어지고 만다.

'와타시가 먹는 거나 밝히는 초록 똥벌레들이랑 동급인 줄 알아에요? 그리고 그건 와타시가 맡은 일만 잘하면 얼마든지 사줘에요.'

'...먹는 거 싫으냐? 그럼 있다 실장숍에서 학대용 실장세트 하나 사줄테니까 심심할 때 갖고 놀아.'

'그런 건 그냥 주인사마가 탁아받은 똥벌레들 받아서 가지고 놀면 그만인 거에요.'

'그럼 실취복 어때? 고급은 몰라도 신품 하나 정돈 사줄 수 있어.'

'에혀어어...'

요게 이제 한숨까지 푹푹 쉬어? 주인사마 없다고 놀려먹으려 드는 것도 정도가 있지, 슬슬 짜증이 난다.

'얌마, 욕심부리는 것도 정도가 있지! 너 그러다 본전도 못 건진다? 가영씨한테 콱 일러버리는 수가 있어.'

'대리 닌겐상, 정말 와타시가 뭔 말하려는지 모르겠는 거에요?'

나미가 적록색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정면으로 빤히 쳐다본다. 볼을 부풀리고 삐친 눈매가 이제 골까지 난 모양이다.

'아오, 진짜! 너 자꾸 그렇게 사람 놀려먹으려 들래? 당장 말하지 못해?'

'눈치 완전 빵점 닌겐상이에요! 이러다 와타시 답답해서 파킨해버리는 거에요. 주인사마 이야기 말에요!'

잠깐? 가영씨? 여기서 그 이야기가 왜 나오는데?

'가영씨? 갑자기 그건 왜...? 허걱! 혹시 그거...'

아, 이제 뭔 말인지 대충 이해는 간다. 같이 갔었어야 한다는 거지. 하지만 일은 일이니 어쩔 수 없는 건데...

'그, 그래! 뭔 말인지는 알겠어. 하지만 둘 중 한 명은 구르메에 남아야 할 거 아니냐? 그리고 같이 가자는 말도 없었단 말야.'

'에혀어!!! 차암 갑갑인 거에요. 그걸 꼭 와타시가 말해주어야 아는 거에요? 주인사마가 이런 둔탱이 닌겐상한테 꽂혔으니 와타시 실생 꼬여도 제대로 꼬인 거에요!'

무척 답답한지 가슴을 쭉 펴고 손으로 팡팡 두드려대기 바쁘다. 다시 잇는 말을 들어보니... 등골이 쌔해진다.

'주인사마가 대리 닌겐상이랑 무척 같이 가고 싶어했던 거에요. 갈 때 시무룩한 거 안 보였던 거에요?'

'그...그럼 혹시 그게?'

...이제 무슨 말인지 알겠다. 여기까지 말했는데도 못 알아먹으면 달린 걸 떼어도 할 말이 없다. 그제서야 삐쳤던 나미가 배시시 웃으며 표정을 고친다.

'이제 눈치챘어에요! 이럴 때는 대리 닌겐상이 들이대줄 줄도 알아야 하는 거에요. 일도 다 했는데 얼른 매니저 닌겐상께 말하고 가보시는 거에요!'

'허걱! 나 나미야 고맙다! 내가 스마트폰이나 볼 때가 아니었는데.....'

아오! 김철수 이 둔탱이 X끼! 고자X끼! 이 나이 먹도록 연애 한 번 못해본 덕에 하늘이 내려준 그린라이트를 내 발로 걷어차버릴 뻔했다.

이럴 때가 아니지, 스테이크감도 다 팼으니 얼른 보고하고 가 보아야겠다. 황급히 가방을 챙겨 브리더룸 밖으로 나가려는데 나미 고것이 한 마디 덧붙인다.

'대리 닌겐상, 이번 일로 와타시한테 빚 좀 졌어에요. 와타시 입맛은 꽤 고급이지 뭐인 거에요?'

'그래 그래! 나중에! 매니저님 어디 있지? 매니저님! 매니저니임!'



[잠시 후, 01:22PM, K시 휴지구 연합동 인근 상점가]



다행히 내가 황급히 털어놓는 전후사정을 들은 매니저는 옆의 주리 양과 함께 한바탕 배를 잡고 구르며 웃더니 쿨하게 조기퇴근을 끊어주었다. 그 길로 헐레벌떡 버스터미널로 향해 마담과 가영씨가 떠난 곳, 장사영과 도치 군이 사는 K시 휴지구로 가는 고속버스 차편을 구했다.

'어어... 그러니까... K시 휴지구 연합동... 분명 이 근처인데...'

그 전날 들은 가게 이름이 마초반점이었지, 삼국지 나오던 마초의 수십대손이라는 마백도 사장의 가게는 실장독감 파동 전에는 인근 중국집 중에서도 배달 물량으로 따지면 수위권을 다툰다는 맛집이었다나?

삼국지 속 장수를 그대로 빼다박은 마초스런 사장님의 요리 솜씨가 일품이라 이 동네 명물 취급을 받고 있었고, 몇 년 전 장사영이 사장님 사촌인 마자하 이사의 부탁으로 가게에 드나들던 들실장들을 처리해 주는 과정에서 요리를 먹어보고 아예 단골손님이 되었다고 했다.

'생각해보니까 실장석 쓰는 중국집에선 제대로 먹어본 기억이 없네. 맛이 어떨라나...'

어릴 적에도 집안 자체가 느끼한 중화요리를 잘 먹지 않았던데다 머리가 굵어진 후로는 안 그래도 꺼림직해했던 실장육에 학을 제대로 떼놓았었다. 그래서 짜장면도 잘 안 먹던 내가 실장중화요리를 접할 일은 없다시피 했다. 그래서 말만 들었지 솔직히 사람들이 흔히 먹는 중화요리와 무슨 차이가 있고 어떤 요리가 나오는지는 잘 모르고 있었다.

'길은 이제 알았고, 가는 길에 한 번 검색이나 해볼까나?'

이럴 때는 간단하게 동우위키지. 검색창에 '실장중화요리'를 넣고 돌려보니 그 동네 특유의 취소선과 한줄평, 잡주석과 사족이 잔뜩 붙은 꽤 장문의 문서로 연결되었다. 수정날짜도 거의 오늘 아침에 빵빵한 문서 작성량을 보니 적어도 꽤 핫한 항목인 건 알겠다.

[실장중화요리]

[실장석과 중화요리의 완벽한 조합]

[녹돈으로 만든 예술]

또 그놈의 취소선이군...

[현실은 시궁창]

녹돈? 그래, 구제회사 시절에 그쪽 업체에서 참피들을 녹돈이라고 부르긴 했었지.

[...자본주의화가 꽤 진행되고 일본과 한국 쪽에서 사육실장들이 수입되기 전까지는 대륙에선 사육실장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그 동네서 흔히 불리는 녹돈이라는 이름답게 그 쪽에서는 사실상 돼지 취급. 더도 덜도 말고 그냥 돼지다.]

그쪽 사람들은 고대부터 실장석을 고기 뜯는 가축 정도로 취급한다고 했었고, 그 여파인지 대륙은 그 넓은 땅덩이와 실장석이 살기 무난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구제업 쪽에선 최근까지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뭐 그건 문서 내용 말마따나 90년대 이전 이야기고, 요새는 일본산과 국산 사육실장이 수입되면서 그 동네도 애호파와 학대파로 나뉘어 투닥거리는 게 일상이랜다.

첨부된 너튜브 영상 속 우리 안의 '녹돈'들은 얼핏 보아선 이름값답게 돼지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마개조를 당해 있었다. 독라야 뭐 기본인 거고, 목에 쇠꼬챙이를 찔러넣고 지진 흔적, 다리 힘줄을 끊고 지져놓아서 서지 못하고 대신 땅에 디딘 무릎, 투분을 못하도록 바닥을 뜰장으로 만든 덕에 짓눌린 뭉툭손과 다리... 육용으로 살까지 투실투실 찌운 덕에 멈출 줄 모르고 줄줄줄 흘러내리는 적록색 눈물만 아니면 저게 실장석인지도 몰랐을 거다. 성대가 완전히 맛이 가버려서 재생한 영상 속 굼지럭거리는 일가의 울음소리도 그냥 돼지 울음소리다.

[취이 취이이 취에에엥]

[취에에에에에에에]

좀더 스크롤을 내려보자 이번엔 실장중화요리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보인다. 간략하다기엔 양이 좀 많지만...

[대륙 식문화의 알파자 오메가인 돼지고기의 저렴한 대체품부터 황실 요리용으로 특별히 키워 도축한 고급육까지 대륙의 실장석 '녹돈'은 그곳의 식문화와 역사를 함께하다시피 했다. 자연스럽게 그에 따라 각 지방과 성마다 고유의 실장석 식문화가 발달하고 수천 수만의 실장중화요리가 개발되었다.]

밑에 취소선 그어진 문장 하나 보인다.

[그걸 주석님께서 다 태워먹었지...]

[...그러나 실장석 몰살 운동과 뒤이은 대륙 문화 역사상 최악의 재앙을 맞으며 오늘날 대륙의 실장요리는 당시 독재자가 즐기던 요리 일부와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던 몇몇 변경 지역의 토속요리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멸하다시피 했다. 춘추전국시대 때 당시판 애호파던 애학자들을 상대로 분실갱애를 저질렀던 진시황도 못 이룬 대업적이다.]

...바다 건너 실생들은 꽤 팍팍하게들 살아오셨겠군. 그거 먹고 팔던 닌겐상들 고초야 뭐 더 따질 게 있겠나? 자기에게 투분하려 운치덩이를 겨누던 들분충에게 생각없이 가리킨 그 손가락이 얼마나 큰 나비효과를 가져왔는지는 당사자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적어도 실장요리의 수준만큼은 탄압을 피해 외국으로 떠나 정착한 화교들의 수준이 훨씬 높다고 볼 수 있다. 우리 나라에도 I시의 연합동 차이나타운을 중심으로 한 한국식 실장요리가 자리잡았고, 흔히들 시켜먹는 짜장면과 짬뽕에 실장육을 넣는 것부터 시작해 우지탕수육, 실장꼬치, 출산석 훠궈 등의 여러 요리들을 국내에서 맛볼 수 있다. 다만 현지 사정상 짓소라드 대신 일반 식용유에 한국식 공장제 실장육과 조미료를 쓰는 덕에 다른 나라 중화실장요리가 그렇듯 본가의 그것과는 꽤 거리가 있는 요리가 되었다고.]

그다지 인상적이진 못하군. 그냥 돼지고기 대신 실장육 넣은 요리들이 전부라는 거 아냐? 김 다 빠진다. 가만, 아래쪽에 항목이 좀 남았는데...

[다행히도 최근 들어 국내 화교 주방장들 커뮤니티 사이에서 실전된 실장중화요리를 복원하려는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어 요새는 꽤 다양한 대륙풍 실장중화요리를 맛볼 수 있게 되었다. 대표격으로 '두루마리'의 왕XXX 셰프, '만한실석'의 관대하 셰프......]

[......'마초반점'의 마백도 주방장 등이 있다.]




마지막엔 익숙한 이름 하나가 보였다. 이 쪽은 그래도 본토풍이 좀 난다 이거지?한 번 기대해봐도 좋겠다. 문서 스크롤이 마지막까지 내려오고, 스마트폰을 끄고 나니 마침 타이밍 좋게 연합동 차이나타운 입구가 보인다.

'이런 큰일날 뻔했군. 여기 길도 복잡하던데...'

'신상 중화자실장 한 번 보고 가세요! 연합동 차이나타운의 마스코트 중화실장 팔아요!'

하마터면 동우위키 보느라 정신팔려 그냥 지나칠 뻔했다. 이 동네 마스코트로 보이는 마고자와 치파오 복장의 실장석 동상이 나란히 선 입구 주변에선 학교 앞 병아리 장사꾼들처럼 중국풍 실장복을 입혀놓은 자실장들을 하나씩 넣은 수조를 늘어놓고 지나가는 행인들을 상대로 호객행위를 하는 노점상들이 즐비하다.

'싸요 싸! 원조 대륙풍 중화자실장이 한 마리에 단돈 10만원! 10만원!'

'중국 황실에서도 길렀던 전통의 애완동물 중화실장석이에요! 하나 분양해가세요 손님들!'

'지금 분양하시면 자실장용 치파오와 짜장맛 실장푸드도 세트로 드려요!'

동네 실석숍 빰다구를 왕복싸대기로 후려칠 바가지에 어디서 지어냈는지 근본은 우지챠 전두엽 크기랑 맞먹을 중화실장석 썰에... 관광지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장사꾼들이다. 실장석을 고기 셔틀로 취급할 이 근처 화교들이 보면 코웃음들을 치겠지만 애호파 관광객으로 보이는 손님들이나 징징거리는 아이들 손에 끌려가는 가족 손님들이 제법 된다.

'엄마아! 사줘어! 이번엔 안 버리고 잘 키울게!'

'안 돼! 지난번 사온 B급 참피도 똥싸고 말 안 듣는다고 버렸잖아! 이번엔 절대 안 돼!'

'사줘어어!!! 안 버릴게! 안 버린다고오! 흐에에에에엥!!!'

'아휴! 내 팔자야. 그놈의 참피가 도대체 뭐라고... 알았어 뚝! 이번엔 안 버리고 잘 키우기다!'

실석숍 들리는 분충들과 그닥 구분이 안 가는 떼쓰는 딸아이를 달래며 지갑을 꺼내는 불운의 어머님 발견. 그 뒤로 하필 저런 주인에게 선택받은 불운의 치파오 자실장이 초승달 눈웃음을 지으며 치프프 웃고 있다. 팬티에 손 넣는 건 덤이고.

꼴을 보니 브리더 사무소에서 도태되어 폐기를 기다리던 분충들을 잘해봐야 마리당 천 원 남짓 받고 떼어온 건데, 터 하나 잘 잡아서 원가의 백 배 수준의 창조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정작 이런 유명세를 만든 중국집 사장님들은 실장독감 때문에 장사 안 되어 울상일 건데, 아이러니가 따로 없는 노릇이다.

'이럴 때 보면 세상 사는 게 참 코미디죠?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닌겐상이 다 받아먹고.'

'뭐 그렇죠. 저도 터 하나 잘 잡아서 참피장사나 했어야 할까봐요... 엇? 가영씨?'

어느새 왔나, 이 여자...

'뭐 그리 놀라요~ 짱가 처음 보는 데수?'

'아, 아뇨. 지금쯤 마초반점에 계실 거라고 생각해서요.'

'들렀다 나왔죠. 시호 아가씨는 사장님이랑 실패 만드시는 중이고, 저는 내일 쓸 부재료 떼오러 식자재마트 가려는 중이었어요. 근데 브리더룸은 어쩌고 여기 온 거에요?'

'자실장은 다 가공하고 조퇴 신청했어요. 가영씨 혼자 고생시키기가 영 미안해서요.'

'정말요? 저 보러 왔어요?'

'그럼요. 거기서 놀면 뭐해요? 가영씨 보러 왔어요.'

'아유 이뻐라! 저 완전 감동했어요! 여기 선물!'

[쪼옥]

나 여기 오길 진짜 잘한 것 같다. 아까 삐쳤었던 표정이 180도 뒤집혀서 기뻐하는 게 정말 대놓고 보인다. 아무래도 나미 말대로 빚져도 제대로 크게 진 것 같은데. 눈치빠른 녀석 같으니, 나중에 피자 한 판 쏴야 쓰겠다.

'솔직히 나 아침에 조금 삐쳤어요? 모처럼만에 둘이 관광지에서 데이트도 좀 하고, 도치 생일잔치도 좀 도와주고, 이렇게 와주니까 얼마나 좋아요?'

'그럼요. 그래서 후딱 패고 냉큼 달려왔어요.'

'실장님한테 철수씨까지 빼간다고 하기 미안해서 말 못했는데 이렇게 와줘서 정말 고마워요. 그럼 먼저 들어가 계실래요?'

아니, 그랬다간 바로 여기서 머리털이 다 뽑히겠지...

'아뇨. 이렇게 만난 김에 같이 가서 도와야죠. 차는 어디 대놓으셨어요?'

'저쪽에요. 얼른 따라와요 얼른~'

신이 나서 잡아끄는 가영씨 손을 따라 인파를 헤치고 도로변에 대놓은 경차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 와중에도 호갱님들을 상대로 원가 백 배 중화자실장들은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었다.






이번엔 대략 4편쯤 되겠군요. 끙... 연재 속도가 너무 느려지는 게 영 좋지 못하네요. 아무래도 지난 주말에 결국 감기로 퍼진게 제일 큰 것 같은데... 두루마리 동족씨들도 겨울 날씨에 몸 잘 챙기시는 데스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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