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벌 떨며 용서해달라고 빌어도 살아남기 힘든데 멍청하게 대들어서 파멸하는 실장석 참피 소설 탁아를 당했으니 복수한다 - 상

 탁아.


들실장이 자를 사육실장으로 만들기 위해 인간에게 떠넘기는 행위를 탁아라고 부른다. 인간의 눈 앞에서 당당하게 강매하는 경우도 있지만, 인간이 운반하는 가방이나 장바구니, 비닐봉지 등에 몰래 자를 넣는 경우가 더 많다. 

실장석의 행태가 대부분 그렇지만, 이 또한 인간의 입장에서는 논리를 알 수 없는 행동이다.

부탁도 안한 자실장을 제멋대로 떠넘기면 인간이 키워줄 거라고 진심으로 믿는 걸까?
봉지에 든 음식을 멋대로 먹어치우고 똥을 싸질러놓으면 인간에게 죽임을 당할 거라는 생각을 못하는 걸까?
설령 마음 약한 사람이 탁아 당한 자를 키워준다고 하더라도, 정말 친실장까지 키워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갑자기 탁아에 대해 고민을 하는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내가 당했기 때문이다.

평소에 탁아 당한 경험담을 얘기하는 친구들에게 '병X도 아니고 들고 있는 게 무거워지는데 그걸 당하냐? ㅋㅋㅋㅋ' 하며 비웃던 내게도 결국 이런 일이 벌어져 버린 것이다.

빌어먹을......

 


내 시선 끝에는 방금 집에 들어오면서 들렀던 편의점 봉지가 있다. 그 안에는 내가 저녁으로 샀던 삼각김밥 2개 대신 똥범벅이 된 자실장이 한 마리. 옷도 녹색인데 똥도 녹색이라 어디까지가 옷이고 어디부터가 똥인지 알 수가 없다. 이런 더러운 생물체랑은 10m 이상 거리를 유지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런데 지금 10m는 개뿔, 같은 원룸 안에 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다.

"테치테치테치! 테츄우~?"

녀석은 내가 자기 쪽에 시선을 주자 흥분해서 뭔가를 기운차게 외치고 있지만 링갈이 없어서 뭔 말인지 알 수 없다. 그렇다기보다는 알고 싶지도 않다...... 

나는 어느쪽이냐고 하면 무관심파에 가깝다. 당연히 폰에 링갈앱도 설치하지 않았다.

나와 같은 무관심파였다가 최근 탁아를 당한 이후 학대파로 전향한 친구에 따르면, 탁아 당했을 때 링갈을 사용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기보다 멘탈에 좋지 않다고 한다.

 


어차피 지껄이는 소리는

'노예닝겐! 후식으로 콘페이토를 가져오는 테치! 뭘하고 있는 테치! 느림보에게는 운치를 발라서 격의 차이를 깨닫게 하는 테치!' 

......같은 소리라 기분만 상한다던가? 

 


그나마 봉지 안의 물건이 멀쩡하고 똥을 지리지 않은 녀석이면 모를까, 봉지 안의 물건에 손을 대거나 똥을 싸놓은 놈은 분충일 확률이 높다고 했다. 그런데 이 녀석은 물건에 손도 댔고 똥도 싸놨잖아? 더 볼 것도 없다. 100프로 분충이다.

손바닥보다도 작은 놈이 자기 몸통보다 큰 삼각김밥 2개를 다 처먹은 것도 놀랍지만, 싸질러놓은 똥의 양은 한층 더 놀랍다. 어떻게 처먹은 거보다 훨씬 많이 싸놓을 수가 있지? 물리법칙 일 안하네. 일해라 물리법칙.

거기다 냄새는 말도 못할 정도로 지독해서 나도 모르게 한쪽 손으로 코를 막아야 했다. 전에 알바하던 생맥집에서 화장실 수도가 끊겨 3일 정도 청소를 못한 적이 있는데, 그 화장실 냄새랑 비슷한 수준의 악취다.

 


"테치?! 테치치?! 텟테테테치! 텟챠아아아아!"

내가 무시하고 있다고 느낀 건지 자실장은 얼굴을 찡그리고 소리를 한층 더 높이며 양팔을 붕붕 휘둘러댄다. 직접적으로 투분을 하는 건 아니지만, 이미 온몸이 똥에 푹 절어 있는 녀석이 격한 움직임을 하는 것만으로도 녹색 똥이 여기저기 튕기는 게 보인다. 불행 중 다행히도 녀석이 든 비닐봉지가 벽의 역할을 해서 똥이 바깥까지 튀는 건 막아주고 있다.

똥벌레(문자 그대로 똥칠갑을 했으니 똥벌레다)녀석의 짜증나는 몸짓과 새된 소리에 나도 모르게 짓이겨버릴 뻔했지만, 일단은 참는다. 학대파 친구로부터 탁아 당했을 때 꼭 해야 하는 대응방법이 있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건성으로 흘려들어서인지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전신에 똥칠을 해서 구리구리한 냄새를 풍기는 똥벌레를 오랫동안 방치할 수는 없다. 일단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빈 비닐봉지를 뒤집어 손을 감싸고, 그 손으로 녀석만 집어들어 봉지를 다시 뒤집는다. 자연스럽게 똥벌레를 봉지 안에 넣고 가볍게 입구를 묶어서 현관 쪽에 대충 던졌다. 바닥에 떨어진 충격에 '테젝' 하는 소리가 나더니 '테치잇! 테챠아아-!'하고 또 소란스러워진다. 지체없이 최근 학대파로 전향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야 이런 시간에?"

"야, 탁아 당했을 때 어떻게 하랬더라?"

"당했냐? 그렇게 비웃더니? ㅋㅋㅋㅋ"

"닥치고 빨리 얘기나 해봐. 지금 웃을 기분 아니다."

"새끼, 형이 알려줄테니까 내일 꿀잼 스토리 풀어보는 거다? ㅋㅋㅋㅋ"

묘하게 기분 좋아 보이는 친구가 술술 풀어낸 얘기에 따르면, 탁아당한 똥벌레를 그냥 죽여서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는 건 위험하단다.

탁아 전에 살던 공원에서 똥벌레가 탁아한다고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으면 다른 들실장들도 탁아가 성공했다고 행복회로를 돌리고 너도 나도 탁아하기 시작한다나?

탁아를 하는 친실장은 자실장을 먼저 탁아를 하고, 자기의 미모(...)를 물려받은 자가 먼저 닝겐을 메로메로(......)하게 만들어 사육실장이 돼있을 거라고 믿고 자기도 사육실장이 되기 위해 찾아오는데, 그때 한번에 친자를 독라로 만들어서 살던 공원에 방생해야 한다고.

독라로 만드는 이유는, 녀석들에게 있어 머리카락과 옷은 한 번 잃으면 다시 구할 수 없는 소중한 재산이란다. 들실장 사회에서 이 두 가지를 잃은 실장석은 독라노예라고 불리며 박해당할 정도라고 한다. 더럽고 냄새나서 손대기 싫다 해도 머리카락과 옷은 반드시 몰수해서 살던 곳으로 내쫓아야 다른 들실장들도 탁아의 위험성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친실장은 언제쯤 오는데?"

"뭐 그녀석들 멍청하니까 타이밍 같은 걸 잴 줄은 모르고 그냥 네 뒤를 따라갔을 거야. 다리가 짧으니까 거리가 멀면 좀 걸릴 수도 있겠다만...... 탁아당한 장소가 네 집 근처 편의점이지? 거기면 참피 걸음으로도 2~30분 정도면 올텐데?"

"이제 1시간 다돼가는데 소식 없는데?"

"아 그럼 좀 귀찮을 수도 있겠다."

"왜?"

"사실 탁아 후에 친실장이 안 찾아오는 케이스도 30% 정도 된다더라고."

"왜?"

"25%는 찾아가다 중간에 죽는 거야."

"죽는다고? 왜?"

"이유는 여러가지 있지. 편의점에서 집까지 가는 길에 길고양이 같은 천적이랑 만났다든가, 자전거나 차에 치인다든가, 도랑에 빠진다든가, 그것도 아니면 동족에게 잡아 먹힌다든가......"

"이놈들 동족끼리도 잡아 먹어?"

"동족은커녕 먹을 게 없으면 가족끼리도 잡아먹는 분충들이야 ㅋㅋㅋㅋ"

미치겠군. 정말 상종하고 싶지 않은 생물이다.

"그럼 어떡해야 하냐."

"그 자실장 들고 편의점까지 가면서 길바닥을 좀 살펴봐. 그럴 듯한 친실장 사체나 생긴지 얼마 안되는 얼룩이 있는지 봐야지."

"사체가 있어도 그게 이 똥벌레 친인지 어떻게 알아?"

"실장석은 사람보다 코가 좋으니까 그 자충을 들고 가다 보면 냄새로 알게 될 거야. 자기 친 냄새가 나면 봉지 속에서도 '마마! 건방진 노예닝겐을 혼내주는 테치!' 이러면서 지랄할걸? ㅋㅋㅋㅋ"

집에서 나가긴 싫었지만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나는 자실장이 똥을 싸놓은 봉지를 정리하고, 현관 구석에 대충 놔뒀던 자실장이 든 봉지를 집어 들고 현관을 나섰다. 잠시 조용히 있던 자실장은 내가 봉지를 집어들자 또 소리를 질렀지만 봉지를 쥐불놀이하듯 살짝 휘둘러줬더니 조용해졌다. 원심력의 위력을 조금은 알았을 거다.

 


그리고 5분 거리 편의점까지 천천히 걸으며 살폈지만 친실장의 사체 같은 건 발견하지 못했다. 자실장도 친의 냄새를 맡은 기색은 없어 보였다.

다시 친구에게 전화.

"야 없나 본데?"

"아~ 그럼 마지막 5%인가보네. 정말 잘 없는 경우인데."

"그게 뭔데?"

"친실장이 나타나지 않는 마지막 5%는 그거야. 솎아내기."

탁아를 하는 실장석들은 대체로 행복회로를 돌리는 멍청한 놈들이지만, 간혹 탁아된 자가 어떤 끔찍한 꼴을 당하게 될지 알 정도로 영리하면서도 탁아를 하는 놈들이 있단다. 자를 직접 처분하지 못할 정도로 자에 대한 모성애가 깊은 친실장은 가끔 인간의 손을 빌려 가족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는 분충을 '솎아내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말은...."

"너한테 죽여달라고 맡긴 거란 얘기지. 완전 똥 밟았는데? ㅋㅋㅋㅋ"

폰을 든 채로 말문이 막힌 귀에 친구의 웃음소리가 한참을 이어졌다.

"어쩔래? 솎아내기 목적이면 그냥 자충을 죽여서 치워도 문제는 없을 거 같은데."

분노한 내 귀에는 이미 친구의 말은 들어오지 않았다.

 

ㅅㅂ새끼들.... 

인간을 이용해 먹는 분충들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아.요!!!!


 


집을 나오기는 귀찮았지만 어차피 일단 나온 마당이다. 이 자실장을 포함해 친실장에게까지 '교훈'을 안겨주기 위한 방법을 친구에게 묻고, 실행에 옮긴다.

편의점에서 천원짜리 별사탕 한 봉지와 라텍스 장갑, 일회용 우비 등을 사고, 스마트폰에 링갈앱을 깔아서 작동시킨다.

그리고 들고 있던 자실장을 길가에 놓여 있는 적당한 높이의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 위에 올려뒀다. 어느 정도 높이 위에 둬서 도망치는 걸 막고, 눈 높이를 맞춰서 얘기하기 위함이다.

봉지에서 꺼내진 자실장은 '테츄아아아아!!'하고 소리를 지르며 네 발로 엎드려 위협한다. 가뜩이나 못생기고 더러운 놈이 같잖은 짓을 하니 기가 찰 따름이지만, 여기서 죽여버리면 탁아한 친실장 일가를 실각시킬 수 없어서 꾹 참았다. 그리고 별사탕 봉지를 찢어 한 알을 자실장 앞에 둔다.

"테쥬아아-!!.... 텟? 콘페이토테치?"

그렇잖아도 못생긴 얼굴을 혐오스럽게 찌그러뜨리며 위협을 반복하던 자실장은 별사탕을 보자마자 표정을 풀고 달려들었다.

"테챱, 테챱챱챱. 아마아마한테치! 와타치의, 와타치만을 위한 콘페이토테치! 혀가 녹을 것 같은 테츄~웅♡"

그 자리에 주저앉아 정신없이 별사탕을 껴안고 핥고 깨무는 자실장. 녀석의 주먹이랑 비슷한 크기의 별사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다 먹고 제 손까지 핥고 있는 자실장에게 링갈을 통해 말을 건다.

"별사탕은 마음에 드니?"

제 손을 쭙쭙 빨던 자실장이 그제서야 내쪽을 바라보더니, 벌떡 일어나 양팔을 붕쯔붕쯔 휘두르며 소리를 높인다. 

"와타치의 고귀함에는 다소 부족한 콘페이토지만 똥닝겐의 성의를 봐서 먹어준테칫! 가지고 있는 콘페이토는 지금 다 헌상하고, 앞으로는 고급 화과자점에서 직접 만든 콘페이토를 바치는테치!"

자실장의 분충스러운 발언은 한 귀로 흘리고, 남은 콘페이토가 든 비닐봉지를 자실장 앞에서 흔들어 보였다. 말로는 고급 화과자점 어쩌고 하던 녀석이 콘페이토 봉지에서 눈을 떼질 못한다.

"내놓는테치! 그렇게 들고 있으면 와타치가 못 먹지 않냐는테치! 정말 눈치 없는 똥닝겐인테칫!"

"네 집까지 날 데려다 주면 이 별사탕은 다 너에게 줄게."

"텟? 똥닝겐은 머리가 이상해진테츄까? 이미 와타치의 것인 별사탕으로 거래를 하려는테치? 정말 상식이 없는 똥닝겐 테체앗!"

어처구니 없는 자실장의 발언에 잠시 린갈앱의 오작동이 아닐까 생각했다. 물론 그 뒤로 이어진 자실장의 말로 링갈앱은 지극히 정상작동하고 있었고, 그냥 녀석이 상상 이상의 분충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와타치의 집은 똥닝겐이 이미 잘 알고 있는테치. 바로 똥닝겐이 지금까지 살던 곳인 테치요. 빨리 세레브한 와타치를 모시고 집으로 돌아가 아와아와한 목욕과 특상 스시를 내오는 게 좋은테츄."

자실장은 내 머리가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내게 명령했다. 
상상 이상의 분충 발언에 잠시 머리가 멍해진 내가 자실장을 조용히 보고 있자,

"테프프프. 걱정하지 않아도 좋은테치. 와타치는 관대하기 때문에 똥닝겐을 내쫓거나 하진 않을 것인테치. 진심을 다해 와타치를 섬기기만 하면 함께 사는 것을 허락하는 테츄."

참을 인자가 3개면 살인도 면한다는 말은 있지만, 살실을 면하려면 참을 인자 10개도 부족한 게 아닐까? 

나는 끊어지려는 인내심을 간신히 부여잡고, 다시 자실장에게 말한다.

"너 같은 특별한 자실장을 나에게 선물한 네 친실장에게는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아서 말야. 네 친실장의 집에 안내를 해주면 내일은 스시도 스테이크도 다 대접할게."

"마마의 냄새나는 골판지집은 그다지 가고 싶지 않은테치. 그런 불결한 곳에 가봐야 기분만 상하는테치."

뾰루퉁하게 고개를 휙 돌려버리는 자실장. 
불결이라...... 이 자식은 온몸에 똥칠을 하고 뭐라는 거야? 진짜 죽여버리고 싶다. 입을 못 놀리게 턱을 뽑아버리고 근처 나무에 사지를 못으로 박아 버리고 싶........ 안 되지. 참자 참아. 

 


그러고보니 친구가 정도 이상의 분충일 때는 오히려 다른 방향이 잘 먹힌다고 했었지.

"네가 살던 집까지 안내만 해주면 네 마마와 자매들한테 복수해줄 수도 있는데?"

"텟? 정말 테치? 똥마마랑 똥오네챠에게 아픈 일 해주는 테치?"

......뭐지 이 자식? 왜 갑자기 덥석 물지? 

당연히 난 뭐에 대한 복수인지도 모른다. 다만 친구 녀석이 '분충일수록 자길 키워주고 돌봐준 친이나 자매들이 자기를 더 안 챙겨줬다는 것에 원망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복수해준다고 해봐라'라고 하길래 말해봤을 뿐이다.

"그럼 그럼. 너는 이제 내 사육실장이잖아. 너한테 잘못한 몹쓸 녀석들은 혼내줘야지."

"그럼 좋은 테치! 당장 가는 테치!"

장갑을 낀 손바닥 위에 분충 녀석을 집어들었다. 그러자 녀석은 장갑을 낀 내 손바닥 위에서 이상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되도 않는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연체동물처럼 꾸물거리는 걸 보니 기쁨의 표현인 거 같다. 안구 테러가 따로 없다 정말......

어쨌든, 이제 이 분충을 탁아한 친실장에게 가열찬 복수를 해줄 수 있을 것이다. 벌써부터 기대돼서 참을 수 없을 정도다. 어차피 저녁때의 공원, 남들의 시선도 없을테니 정말 또라이처럼 굴어도 괜찮겠지? 녀석들에게 잊지 못할 시간을 만들어줄 것을 마음 속 깊이 다짐하며 공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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