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안준다고 돈줄에게 건방지게 굴면 돈줄을 공격할 놈이라 파멸당하는 실장석 참피 소설 내 1000원을 돌려줘

[해피야, 용돈 받자! 일로 와!]

[데스데스우]


토테토테 걸어오는 내 사육실장 해피는 올해 막 성체실장이 되었다. 나는 녀석이 작년 우리 집에 왔을 때부터 분충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릴 적 부모님이 나에게 그러셨던 것처럼 <용돈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잘 인사하면 50원, 식사 후에 물티슈로 먹은 자리를 잘 닦으면 100원, 낮시간 동안에 낮잠만 자지 말고 거실 청소도 해놓으면 200원. 이 용돈을 모으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살 수 있다. 예를 들면 콘페이토 한 봉지는 1000원, 실장활성제는 5000원, 분홍분홍 실장복은 10000원, 테치카 매지컬 하우스(핑크)는 30000원, 소원 들어주기는 50000원 같은 식이다. 물론 훈육 목적인 만큼 실제로 그 물건의 가격에 한참 못 미치는 가격이긴 하다. 그래서인지 정가 49,000원짜리 신상 분홍분홍 실장복을 10000원에 사려고 용돈을 모으는 해피를 보니 나도 저렇게 블랙프라이데이 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긴 한다. 참고로 실장활성제 같은것도 공짜로 주지 않는 이유는 실장석은 멋대로 몸을 험하게 굴리며 놀고 '주인사마에게 말해서 치료하면 다 낫는 데스!'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데스! 데스! 주인사마! 와타시 벌써 이만큼이나 모은 데스! 분홍분홍 실장복을 사고 싶은 데스!]


해피는 오늘 받은 용돈을 내가 큼지막한 종이에 잘 보이게 기록해두자 충분히 모았다고 생각한 것인지 나에게 사고 싶은 것을 말한다. 물론 이녀석은 숫자를 못 세니 그저 내가 동전 그림을 종이에 추가해주는 것을 보고 꽤 많이 모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아직 좀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세어 보니 의외로 10150원. 이 정도면 충분히 포상을 줄 만 하다.


[그럼 내일 아침에 같이 실장샵에 사러 갈까? 우리 해피가 좋아할 만한 보들보들한 분홍분홍 실장복 하나 골라놔달라고 예약해둘게.]

[좋은 데스! 주인사마 감사한 데스~~ 와타시는 행복한 사육실장인데스!]


해피는 기뻐하며 아직 이른 시간인데도 잠자리에 들러 간다. 자기가 일찍 잠에 들면 내일 아침에 일찍 온다고 생각하기라도 하는 것 같다.


다음 날 아침, 해피는 기뻐하며 실장샵 주인으로부터 분홍색 실장복을 받아든다. 자기가 입고 있던 초록색의 밋밋한 실장복은 벗는 것도 아니고 거의 찢어버리다시피 한다. 그렇게나 좋은걸까. 역시 분홍색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동물 답다.


[주인사마! 와타시 산책 나가고 싶은 데스! 에메랄드 상도 만나고 미도리 상도 만나서 자랑하고 싶은 데스!]

[그렇게나 좋아? 알겠어, 집 들어가는 길에 실장카페에 들러서 잠깐 보고 가자.]


실장카페는 실장석들을 가게 내에서 풀어놓고 돌아다닐 수 있게 해 주는 애호파 전용 카페다. 사육주들은 커피를 마시며 실장석들이 친구를 만나서 노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곤 한다. 미도리와 에메랄드는 카페 사장님의 실장석들이다. 그렇기에 가기만 하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또 오셨네요? 어이구 해피도 왔구나? 옷 새로 샀니?]

해피 : [안녕하신 데스 닌겐상! 와타시 용돈 모아서 산 데스! 세레브의 극치인 옷씨인 데스! 미도리상과 에메랄드상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서 온 데스!]

미도리 : [데에....예쁜 데스...]

에메랄드 : [데뎃! 와타시의 실장복도 결코 밀리지 않는 데스! 눈씨는 부러워하지 마는 데스!]


미도리와 에메랄드도 역시나 처음 보는 옷이라 부러운지 눈을 뗴지 못한다. 자기들이 입고 있는 실장복이 더 비싸다는 건 알기나 할까. 그렇게 해피는 미도리와 에메랄드랑 놀라고 놓아 주고 나는 사장님과 수다를 떤다. 이번에 주식을 샀는데 11% 이득을 봐서 더 살지 말지 고민이라는 둥, 새로 나온 전기차 디자인 봤냐는 둥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눈다.


미도리 : [그런데 해피 상은 혼자만 실장복을 산 데스? 자들에게도 좋은 것을 사주지 않으면 많이 속상해하는 데스.]

에메랄드 : [그런 데스. 와타시의 주인님도 와타시타치에게 선물을 줄 때는 꼭 자들의 것까지 사 주는 데스. 그렇지 않으면 분명 자들이 울고불고 난리가 나는 데스.]

해피 : [데...데뎃? 와타시 아직 자가 없는 데스... 주인사마꼐서 허락하지 않으신 데스..]

에메랄드 : [해피상은 용돈을 모아서 소원권을 살 수 있다고 말하지 않은 데스? 소원으로 주인사마에게 자를 갖고 싶다고 부탁드려 보는 데스!]

해피 : [데에...]


그날부터 해피는 변했다. 좋은 방향으로. 원래는 아침에 인사를 하고 저녁에는 귀찮은지 인사하러 나오지 않는다든지, 밥 먹고도 자리를 닦는 날도 있고 안 닦는 날도 있고 그랬는데, 그날 이후 해피는 아침저녁으로 인사를 빼먹지 않았고, 밥먹은 자리는 꼭 깔끔히 닦았고, 심지어는 거실뿐만 아니라 방 안쪽까지 물티슈로 꼼꼼하게 닦았다. 그 덕에 원래는 없었을 보너스 용돈도 꽤 많이 받았다. 칭찬은 물론이고. 그렇게 세 달 정도가 흘렀다. 해피가 모은 동전 그림은 어느덧 종이 2장을 가뿐히 넘겼다. 사실 3만원이 되었을 때 테치카 매지컬 하우스(핑크)를 사달라고 할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이쯤 되니 나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소원이 있어서 그런 걸까? 그래서 사실 아직 48000원이 좀 안되긴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소원을 하나 들어주기로 마음먹었다.


[해피야~ 벌써 5만원을 다 모았네? 우리 해피 그럼 이제 소원 하나 들어줄까?]

[데에... 주인사마... 와타시도 자를 갖고 싶은 데스!]

[자를 갖고 싶다고? 그건 내가 너를 데려올 때부터 안된다고 했잖니.]

[그래도 그래도 와타시 많이 노력한 데스... 콘페이토도 안 먹고 청소도 깨끗이 한 데스... 와타시의 소원인 데스.]


하긴 그동안 콘페이토를 입에도 안 대긴 했다. 그렇게나 자식이 갖고 싶있던 걸까. 하지만 자를 멋대로 갖게 했다가는 바로 '주인사마가 와타시에게 메로메로되어 닝겐노예가 된 데스~ 와타시와 자들의 행복한 실생 시작인 데스우~' 같은 소리나 하면서 분충화할 것이 뻔했기에 조건을 걸었다.


[좋아. 하지만 훈육은 네가 해야 해. 네가 사는 하우스는 네가 자를 낳아도 남을 만큼 크니까 굳이 더 하우스를 사진 않을 거고, 밥이나 물 같은건 내가 챙겨줄테니 걱정하지 말고. 씻기는거나 똥 치우는 것도 네가 하고.]

[당연한 데스! 그런건 조건도 아닌 데스! 감사한 데스우~]


해피는 다음 날 내가 쥐어준 꽃으로 뎃데로게 노래를 불러대며 임신을 했다. 조금 시끄럽긴 하지만 그래도 뭐, 임신한 녀석이니 크게 뭐라하진 않았다.

[뎃데로게~ 뎃데로게~ 와타시는 행복한 사육실장인 데스~ 와타시는 부자인 데스~ 자들은 태어나면 마마가 세레브한 하우스도 실장복도 사주는 데스우~]


그로부터 2주 후, 해피의 두 눈이 빨갛게 물들었다. 뎃데로게 노래가 멈추고 나를 부르는 것을 보고 빠르게 대야에 미지근한 수돗물을 받아 넣어 준다. 곧 두 마리의 자실장이 태어난다.

[텟테레~ 귀여운 와타치가 태어난 테찌!]

[렛데레~ 아타찌를 위한 궁전을 바치는 레찌!]

한 마리는 자실장이 아니구나. 한 마리의 자실장과 한 마리의 엄지실장. 해피는 자들이 사랑스러운듯 꼬옥 안는다.


[오로롱...너무 사랑스러운 자들인 데스... 와타시 자들에게도 꼭 세레브한 사육실생을 살게 해줄 것인 데스...]

[해피야 일단 힘들테니까 좀 쉬고, 자들은 네가 교육 좀 잘 시켜놔라. 무슨 말인지 알지?]

[당연한 데스 주인사마. 와타시가 책임지고 세레브한 사육실장으로 만들겠는 데스.]


하지만 그로부터 다시 2주가 지날 때까지 자실장과 엄지실장은 조금도 사육실장의 모습에 가까워지지 않았다. 실장푸드를 주면 내가 먹는 것과 같은 음식을 내놓으라고 푸드를 던져대다가 내가 무시하면 그제서야 어쩔 수 없이 조금씩 갉아먹고, 아무데서나 빵콘을 했다. 그런데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해피는 '괜찮은 데스.. 자들은 세레브하니 그런건 신경쓰지 마는 데스..'라며 내 신경을 긁었다.


[해피야. 네 자들 교육 안시키냐? 이제 충분히 봐준 것 같은데?]

[데프프~ 주인사마. 아직 어린 자들인 데스. 주인사마는 아직 자가 없어서 그런지 마마의 마음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데스네. 확실히 주인사마도 나이만 많지 아직 삶의 경험은 부족한 데스. 너무 신경쓰지 마는 데스.]

[아니 네 자들이 똥싸면 내가 치워야 되잖아. 그리고 푸드 좀 그만 던지라 그래. 지나가다가 발에 가루 밟히면 짜증난다고.]

[그런건 주인사마가 좀 치워주면 되는것 아닌 데스? 그럼 자들 기르는게 쉬울 거라 생각한 데스? 책임감이 부족한 데스우.]

[야!!!! 하... 이거 완전 분충이 다 됐네. 아침부터 짜증나게... 해피야. 너 자꾸 그러면 너 용돈 깎는다.]

[데? 상관없는 데스우. 와타시는 이미 충분한 데스우.]


[마마, 저 똥닝겐은 왜 아침부터 소리를 지르는 테찌? 아침부터 와타치의 잠이 방해받아서 속상한 테찌!]

[마마가 혼내주는 레찌! 아타찌의 잠을 방해한 대가는 큰 레찌!]

[걱정마는 데스. 마마가 잘 타일러서 내보낸 데스네. 일어난 김에 같이 산책이나 가지 않겠는 데스까?]

[좋은 테찌!] [좋은 레찌!]

[하... 얘들이 분충이 다 됐네.]


해피는 자들의 기분 전환을 시켜줄 겸 공원 산책을 나가보기로 했다. 자들도 자신들이 얼마나 세레브한지 들실장과 비교해서 알아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사준 호신용 실장건을 허리에 단단히 둘러매고는 자들을 부른다.

[자들~ 마마에게서 떨어지면 위험한 데스~]

[마마! 저기 멍멍씨가 있는 테찌! 와타치 멍멍씨를 타고 놀고 싶은 테찌!]

[마마 저기 나비씨도 잡아주는 레찌!]


자들은 첫 공원 산책에 신이 나 이리 저리 뛰어다닌다. 해피는 흐뭇하게 웃으며 자들을 바라본다.

[저기 못생긴 오바상이 있는 테찌.] [오네챠, 저 오바상을 노예로 삼는 게 어떤 레찌?] [역시 이모우토챠는 똑똑한 테찌. 와타시타치의 운치를 발라주는 테찌. 분명 저 오바상은 무릎꿇고 감사를 표할 것인 테찌.]

하지만 역시 깨끗한 사육실장은 들실장들의 표적이 되기 싶다. 그 공원에서 나름 알아주는 동족식 개체 중 하나가 해피의 자들을 노려본다. 자들은 천진난만하게 마마인 해피만 믿고 운치를 던지기 위해 거하게 빵콘을 한다. 하지만 그걸 보고 가만 있을 들실장이 아니다. 자실장이 빵콘을 하면 빵콘 위에 얹힌 모양새가 되어 버려 이동속도가 극히 떨어진다. 우지챠만도 못하게 되어 버린다. 그것을 잘 아는 들실장은 뒤에서 못을 꺼내 빠르게 자실장들에게 돌진한다.

[테...테에? 오지 마는 테찌! ] [아타찌 뭔가 핀치인 레찌... 마마! 마마!!!]

이때 바로 해피가 실장건을 꺼내 들실장을 쏘았다면 무사했겠지만, 해피 역시 오랜만에 나온 산책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리고 들실장의 못은 그 순간 자실장의 다리를 궤뚫었다.

[테챠아아아!!!! 마마!!!! 살려주는 테찌!!!! 와타찌 죽는 테찌!!!!!!!]

[데뎃???]

그 순간 정신을 차린 해피. 빠르게 달려와 실장건을 쏘아 들실장의 팔에 맞춘다. 물론 단순 호신용이라 죽지 않았겠지만, 무기를 든 성체실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사히 자들을 사냥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들실장은 안다. 들에서는 상처 없이 굶고 돌아가는게 상처를 입고 먹이를 구하는 것보다 낫다.


[마마 아픈 테찌... 살려주는 테찌... 와타치 죽는 테찌....] [미안한 레찌 마마... 마마 말 안듣고 마마에게서 떨어진 레찌..]

[이러면 안 되는 데스... 빨리 주인사마에게 데려가서 약을 써야 하는 데스... 와타시가 업고 뛰어야 하는 데스!]


해피는 두 자들의 빵콘이 자기 몸에 흘러내리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 자들을 안고 뛴다. 헛둘헛둘 뛰어서 집에 도착한다.

[주인사마!!!! 빨리 열어주는 데스!!! 급한 데스!!!!]

[뭐야? 무슨 일인데.]

[와타시의 자가 다친 데스! 빨리 약을 내놓는 데스우!!!! 급한 데스!!! 죽기라도 하면 오마에가 책임질 것인 데스까!!!!]


별로 큰 상처도 아니구만, 실장석들은 다리 정도 찔린 걸로 죽지 않는다. 집에서 영양 가득한 푸드를 먹고 자란 애들이니 그냥 반나절 낮잠 자게 해두면 알아서 낫는다. 다만 지들이 상황을 응급이라고 인식해 허둥지둥하다 스스로 스트레스로 파킨하는거지. 그나저나 언제 주인사마에서 오마에가 된 거지.


[그래? 6000원인데, 용돈 있냐?]

[데뎃? 아닌 데스. 약은 분명 5000원인 데스. 그보다 이런 급한 상황에 그런 걸로 입씨름하지 마는 데스. 한시가 급한 데스. 그냥 빨리 내놓는 데스.]

제아무리 실장석이 5000이 정확히 어느 정도이고 6000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1부터 10 까지는 셀 수 있으니 6이 5보다 큰 것은 안다. 뒤에가 뭔진 몰라도 천으로 끝나고 앞에 숫자가 커졌으니 자기가 알던 가격보다 높아졌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뭐 일단 지금은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으니 실장활성제를 한통 부어 준다. 눈에 보일 만큼 빠르게 다리에 뚫린 구멍에 살이 차오른다.


[마마... 와타치 아팠던 테찌... 슬픈 일 당하는 줄 안 테찌...]

[괜찮은 데스... 마마가 살려낸 데스. 마마만 있으면 괜찮은 데스.]


아주 신파를 찍는다. 자기가 살려낸 것도 아니면서. 그보다 말해줄 건 말해줘야 한다.


[해피야. 네 용돈에서 6천원 깐다.]

[덱? 아닌 데스우! 닝겐상은 제대로 기억도 못하는 데스! 분명 약은 5천원인 데스!]

[내가 얼마 전에 말했지? 네 용돈 깎는다고. 네 용돈 깎는대신 가격을 올린거야.]

[데에...? 누구 맘대로 바가지를 씌우는 데스? 그동안 와타시가 주인사마라고 불러주니 진짜로 와타시가 아무것도 모를거라고 생각한 데스? 오마에가 와타시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용돈을 훔쳐다가 가지려는속셈인 걸 모를 것 같은 데스? 와타시도 이젠 마마인 데스. 더 이상 오마에에게 놀아나지 않는 데스-.]

[뭐? 야, 내가 실장샵에서 얼마나 비싸게 산걸 너한테 싸게 주는건데 그딴 소리를 하냐?]

[그딴 도움 필요없는 데스. 좋은 데스. 그럼 지금까지 와타시가 모은 용돈을 정산해주는 데스. 앞으로 와타시에게 필요한 건 와타시가 훨씬 싸게 직접 사는 데스. 오마에의 이 집도 떠나는 데스. 오마에에게 실망한 데스네.]

[테프픗... 마마의 말 앞에선 똥닝겐도 제대로 대꾸를 못하는 테찌.] [역시 마마는 강한 레찌. 아타찌타찌의 세레브를 못 알아보는 저런 똥닝겐은 필요없는 레찌. 마마만 있으면 다 되는 레찌.]


1000원을 사기당할 뻔 했다고 생각해서인지, 해피는 길길이 날뛴다. 얼굴은 흉측하게 일그러지고 머리엔 핏줄이 올라 흥흥 콧바람을 내뿜는다. 마침 녀석도 분충화되었고, 자기 발로 나간다니 그냥 내보내도록 할까. 그동안 해피가 모은 용돈을 세어 본다. 이번에 쓴 실장활성제 가격을 제하면 4300원. 마지막이니 선물로 좀 더 주도록 할까.


[만원 모았네. 가져가라. 마지막 선물이다.]

[와타시타치를 찾지 마는 데스. 솔직히 오마에가 와타시에게 사기를 치려 들 줄은 몰랐던 데스.]


나는 종이에 500원짜리 동전 모양 20개를 그려 해피에게 준다. 해피와 자들이 잘 나가도록 문을 열어 준다. 분홍분홍 실장복은 물론 그냥 입혀서 보낸다. 어차피 저건 자기가 용돈 모아서 산 거니... 근데 실장건까지 들고 가네?


[야. 실장건은 놓고 가라. 그건 네가 산거 아니잖아.]

[뎃? 하여튼 마지막까지 찌질한 데스.]


해피가 실장샵에서 뭘 살까 싶어 실장샵 사장님께 전화를 건다.

[사장님, 예 저 해피 주인입니다. 잘 지내시죠?]

[아 예 선생님. 무슨 일이십니까? 뭐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아아, 사실 저희 해피가 조만간 사장님 가게에 가서 제가 돈 그려준 그림 주면서 이것저것 사려고 들텐데, 제가 지금 계좌로 만원 입금해드릴 테니까 그 금액 한도 내에서 자기가 원하는건 가져갈 수 있게 좀 해주실 수 있나요?]

[아 그럼요. 입금만 해주시면 잘 들려 보내겠습니다.]

[예 감사합니다~]


곧바로 실장샵으로 만원을 입금한다. 해피는 무엇을 살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도중, 해피는 어느덧 집을 나와 자들과 함께 실장샵에 도착했다.

[자들, 잘 보는 데스. 마마는 부자인 데스. 이제부터 마마가 와타시타치의 집과 푸드, 콘페이토 등등 살 것인 데스. 더이상 그런 똥닝겐에게 휘둘릴 필요 없는 데스.]

[좋은 테찌! 와타찌 그동안 그 똥닝겐 엄~~~청 싫었던 테찌! 와타찌의 말 안들었던 테찌!]

[역시 마마인 레찌! 마마가 최고인 레찌! 귀여운 엄지에게는 세레브한 실장복도 필요한 레찌!]

[걱정 마는 데스. 마마만 믿는 데스.]


해피는 당당하게 실장샵 문을 열고 들어간다.

[닝겐상, 와타시 사고 싶은게 있어서 온 데스. 잠시 둘러보겠는 데스우.]

[마마! 아마아마한게 잔뜩힌 테찌! 와타찌 먹어도 되는 테찌?]

[좋은 레찌! 좋은 레찌! 다 아타찌의 것인 레찌!]

[마음대로 하는 데스! 마마가 다 사줄 것인 데스!]

자들은 콘페이토 한 봉지를 터서 입안에 쓸어넣기 시작한다.


테치카 매지컬 하우스 \150,000

분홍분홍 실장복 \49,000 (자실장용 : \34,900)

콘페이토 \7,000


[이렇게 사겠는 데스. 자들이 먹는 것까지 같이 계산해주시는 데스.]

해피는 동전이 그려진 종이를 내민다.

[응? 이걸로는 한참 부족한데?]

[덱? 그럼 뭘 살 수 있는 데스?]

[음, 지금 네가 가진 돈으로는 네 자들이 먹은 콘페이토 한 봉지 정도밖에 안 되겠는데.]

[데에...? 그럼 얼마나 남는 데스...?]

[음... 여기서 이만큼?]

종이에 그려진 동전들에 남는 개수만큼 표시를 해 주자, 해피의 낯빛이 하얘진다.


[데...데에?? 아닌 데스. 주인사마는 이렇게 생긴 동전 그림은 두 개만 있으면 콘페이토 한 봉지를 줬던 데스. 정확한 개수는 모르지만 이만큼이나 많으면 세레브 하우스도 실장복도 다 살 수 있는 데스.]

[아, 그거야 네 주인이니까 그렇지. 자기 사육실장한테 제 가격 받고 파는 주인이 어디있겠니? 원래 가격은 이거란다.]

[데에... 데에...]

그때 해피의 눈에 벽에 걸린 실장활성제가 들어온다.

[그럼 저 약은 얼마인 데스...?]

[저거? 저거 한 병에 3만원정도 하지. 쉽게 말하면 네가 지금 가져온 용돈의 세 배 정도?]

[그...그런 데스? 주인사마가 진짜로 사기를 친 게 아니었던 데스우...?]


[데...데... 그럼 주인사마께 돈을 더 받아 오는 데스... 다시 오는 데스.]

[마마! 왜 안 사는 테찌! 빨리 실장복 입어보고 싶은 테찌!]

[콘페이토도 더 가져가야 하는 레찌! 꾸물거리지 마는 레찌!]

[입다물고 일단 따라오는 데스!]


통통통통.

현관문에서 낮은 울림음이 들린다.

[주인사마...? 주인사마의 사랑하는 하나뿐인 해피가 돌아온데스...]


이미 가게 주인으로부터 사정을 전해들은 나는 해피를 다시 집에 들여줄 생각 같은건 없었다.

현관문을 살짝만 열고 말한다.


[우리 사이는 이미 끝이라며? 나같은 사기꾼한테 있지 말고 그동안 모은 돈으로 알아서 잘 살렴. 아까 용돈 정산할 때 네가 말한 대로 실장활성제는 5000원으로 계산해줬으니까 충분할거야.]

[아닌데스 주인사마. 와타시 주인사마를 떠나지 않는 데스. 다시 주인사마로 모셔줄 테니 일단 집에 들어가겠는 데스. 자꾸 그러면 섭섭한 데스우~.]

[무엄한 테찌! 감히 마마의 말을 듣지 않는 테찌?]

[마마 더이상 봐주지 마는 레찌! 똥닝겐에게 주제파악을 시켜주는 레찌!]

[그리고 니 자들, 교육 하나도 안시켰잖아. 이젠 필요없다. 가게에서 콘페이토도 한봉지 까먹었다며? 남은 돈이면 골판지 상자 하나랑 생수병 하나 정돈 살 테니까 나가서 살아라.]

[아닌데스! 잘못한 데스!! 다시 받아주시는 데스!! 와타시가 오해한 데스! 와타시 들실장은 되기 싫은 데스! 다시 사육실장이 되게 해주시는 데스! 자들 교육도 잘 시키는 데스! 오마에들! 왜 운치를 가리지 못하는 데스까!!!]


해피의 울음소리를 무시하고 슬쩍 발로 밀어내고 다시 문을 닫는다. 하여간 베풀어주면 감사한 줄 모르는 것은 실장석의 종특인것 같다. 얼마 후 집 근처 골목에서 굶어죽은 해피를 보았다. 차마 음식물 쓰레기는 입에 댈 수 없었던 거겠지. 자기 마마의 시체를 뜯어먹다 정신이 나가 허공만 바라보는 자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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