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실장석 참피가 문제가 있어도 학대의 특권을 가진 생물이라는 사상이 문제될수 있는걸 보여주는 비극 소설 미도리와 세 아이들

1편.


띠띠띠띠띠 띠로링~


[뎃!]


현관문 비밀번호가 눌리고 문이 열리는 소리에 꾸벅꾸벅 졸던 미도리가 바람 같이 뛰어 나갔다.


"이 망할 년! 주인이 늦게까지 일하고 왔는데 너는 시발 팔자좋게 졸고 있었지?"


소주와 토사물 냄새로 가득한 주인이 비틀거리며 들어오더니 냅다 고함을 질렀다.


[뎃스 뎃스 데스웅...]


엎드려 양손을 모으고 사과의 말을 올리던 미도리의 머리 위로 주인의 서류가방이 내리 꽂혔다.

미도리는 최대한 몸을 웅크리고 손을 입에 넣어 비명이 터져나오는걸 막았다


[데히..데히 데흐이..데힉!]


예전에 맞다가 비명을 질러버리는 바람에 이웃의 주의를 받게된 주인이 미도리의 입을 양말로 틀어막고

정말 죽기 직전까지 무자비하게 팬적이 있었고, 미도리는 이를 잊지 못했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입을 틀어 막았다.


내려치는 가방의 힘과 미칠듯한 격통으로 입에 힘이 잔뜩들어갔고, 곧 입에 넣은 손에는 이빨이 파고들어 피가 줄줄 흘렀다.


"시팔 바닥 치우고 자라.."


이미 정신을 잃어 더 이상 [데힉! 데힉]하는 소리밖에 내지않는 미도리를 뒤로 한 채 주인은 아직 분이 풀리지 않은 목소리로 한 마디를 던지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고작 몇 분 동안 가해진 폭력이었지만, 술에 취해 힘 조절 따윈 하지않은 주인의 서류가방 세례는 미도리의 뒷통수를 함몰시키고, 등과 허리에 시퍼런 멍자국을 남겼다.

10분 동안 신음만 내뱉던 미도리는 가까스레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키기 위해 힘을 주었지만 온몸에서 느껴지는 격통에 다시 한번 정신을 잃을뻔 했다.


꾸득꾸득거리며 기괴한 소리는 내는 몸을 현관벽에 의지하여 겨우 일으키는데 성공한 미도리는 막 샤워를 끝내고 화장실에서 나온 주인과 눈을 마주쳤다.

[데힛!]하면서 미도리는 숨을 들이마시고 일순간 공포에 떨었지만, 주인은 졸린 건지 귀찮아진건지 미도리를 한번 째려보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 갔다.


미도리는 고통을 참아가며 조심스럽게 걸레를 꺼내, 자신의 피와 체액을 닦기 시작했다.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팔을 부들대며 오랜 시간의 청소 끝낸 미도리는 지치고 아픈 몸을 이끌고 자신의 사육 케이지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세 쌍의 적록 눈동자가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주인의 고함과 폭력, 그리고 마마의 고통에 찬 신음소리에 잠에서 깬 자실장들은 그저 서로를 껴안고 어미가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빌었다.

오랜 시간 뒤 미도리가 돌아오자 자실장들은 [테엥 테엥]하며 미도리에게 안겼다. 자실장이 품에 들어온 작은 충격에도 어마어마한 통증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일순 고통에 미도리는 비명을 지를뻔했지만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참아냈다. 단순히 주인의 폭력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자신의 아이들에게 더 이상의 두려움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미도리는 조심스레 자실장들을 품에 안았다.

고통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품에서 안정을 찾아가며 [코츙 코츙] 잠에 드는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참았다.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아이들, 미도리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잠에 들었다.


2편.


다음 날 미도리는 쏴아아하는 화장실의 물소리에 잠에서 깼다. 주인이 세수하는 소리였다.


자실장들은 잠자면서 몸부림을 쳤는지 손수건이불을 내던진채 동글동글한 몸을 널부러뜨린채 잘도 자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미도리는 [데프프]하고 웃은 뒤 조심스레 자신의 아이들을 한 곳에 모으고 다시 손수건이불을 덮어주었다.


꾸드득꾸득.. 어제 밤 폭력의 후유증은 아직 미도리의 몸에 깊게 남아 있었지만 그렇다고 사육케이지에 쉬고 있을 순 없다.

출근하는 주인을 배웅해야하기 때문이다.


[데스 데스웅!]


어제 맞은 등에서 시큰한 통증이 느껴지지만 미도리는 예의바르게 허리를 굽혀 주인을 배웅했다.


"돌아 올 때까지 청소 빡세게 해놔라. 시발 대충했다 걸리면 뒤질 줄 알아."


주인이 말을 내뱉자 시큼한 알콜냄새가 풍겼다. 쾅하고 현관을 때려닫고 나간 뒤에도 그 냄새는 미도리 주변에 남아있었다.


지금은 공포스런 냄새지만, 예전에는 오히려 행복한 순간을 기억하게 만드는 냄새였다.

자신이 주인을 처음만난 그 때도 이와 같은 냄새가 주인에게 나고 있던 것을 미도리는 기억하고 있었다.


...


딸랑딸랑!


"어서오세요! 뭐 찾으시는거라도 있으실까요?"


후타바시 어느 상점가에 위치한 작은 실장석 전용 펫 숍에 술에 취해 한 껏 기분이 업된 남자가 들어왔다.

사장은 웃는 얼굴로 응접했지만 남자는 들은채만채 대충 대답한 후 비틀거리며 자실장들이 진열된 유리진열장 앞으로 걸어 갔다.


해당 펫 숍은 작긴했지만 꽤나 깔끔하고 좋은 분위기였다.

보통 실장석 전용 펫 숍은 학대용 실장석을 파는 경우가 많아서 굉장히 부산스럽고, 무엇보다도 가끔 들리는 소름끼치는 비명소리와 갖은 향으로 가릴려고 노력하지만 가려지지 않는 불쾌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하지만 이곳은 학대용 실장석은 전혀 팔지 않았고, 대신 귀여운 자실장을 위주로 진열해 놓고 주로 어린 아이들이나 여성을 타겟으로 장사를 하고 있었다.

또한, 진열된 자실장들은 어느 정도 교육을 받았는지 [테치] [테츙]하는 귀여운 소리를 내고 있을 뿐 아양을 떨거나 팬티를 벗는 등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혼자 살면 적적해서 어떡해. 귀여운 실장석이나 하나 입양해서 키워봐."


요새 자꾸 공허함만 느끼며 술에 점차 의존하던 남자에게 친하게 지내던 동료가 애완동물, 특히 실장석 입양을 추천했다.


혹시나싶어 방문한 실장석 펫 숍에서 실제로 귀엽고 예의바른 자실장들을 보니 남자의 마음속 경계가 어느 정도 허물어졌다.


사장은 귀신같이 그것을 포착해 영업을 시작했다. 그는 조심스레 자실장 한 마리를 집어 남자에게 핸들링 해볼 것을 권했다.


머뭇거리는 사이에 이미 남자의 손에는 자실장 한 마리가 올려졌다. 자실장은 조용히 남자를 올려다 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테치!]하며 소리를 내었다.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남자는 자실장을 자신의 얼굴 가까이 가져갔다. 자실장은 갑작스런 남자의 돌발행동에 놀랐지만, 이 남자가 자신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가까스레 빵콘을 참았다.


"얌마 꼬맹아 이제부터 나랑 잘 지내보자! 네 이름은 미도리다!"


남자의 입에서는 시큼한 알콜냄새가 뿜어져나왔다. 자실장은.. 미도리는 그 강렬한 냄새를 맡으며 자신의 주인에게 행복함을 표현했다.


[테츙!]


3편. 


주인이 출근 한 후, 미도리는 한동안은 편히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스르륵 긴장이 풀렸다. 꼭두새벽에 얻어맞고 자신의 피를 닦고 치우느라 밤 늦게 잠에 든 미도리의 몸은 격하게 휴식을 호소했다.

그 때 마침 자실장들이 잠에서 깼는지, [테치! 테치!]하며 마마를 찾는 소리가 들려왔다. 


[데스 데승!]


미도리는 가까스레 피곤함을 떨쳐내고 마마는 여기있다며 아이들의 부름에 대답했다.

마마의 소리에 [테츄웅!]하면서 도테도테 뛰어오는 자실장들. 미도리는 아이들을 하나하나 껴안아주고는 [데스웅!]하며 사랑한다고 말해주었다.


[테치 테치잉~]


자실장들은 배고프다며 칭얼대기 시작했다. 미도리도 통증속에 가려져있던 허기를 느낀다.

하지만 오늘 아침 주인은 밥그릇에 푸드를 채워주지 않았다. 


예전에는 그래도 밥만큼은 까먹지 않고 챙겨주었지만, 요즘들어 주인은 자신이 생각날 때만 푸드를 주었다.


[데스으...]


미도리는 고민에 빠졌다. 사실 미도리는 푸드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마음대로 꺼내 먹어도 되는건지, 먹었다가 죽기 직전까지 맞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결국 공포가 승리하였다. 허기에서 오는 고통보다 폭력에서 오는 고통이 더 무서웠다.

거기다가 미도리에게 대안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집안의 청소를 담당하고 있는 미도리는 주인이 쓰레기통에 버린 음식물들을 자신만의 장소에 모아두고 있었다.

음식물을 집에 모아두면 냄새가 나고 이는 주인의 폭력을 불러온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는 미도리는 냄새가 잘 나지 않으면서 오래보관이 가능한 과자류, 주인이 안주 삼아 먹은 땅콩껍질, 운이 좋은 경우 먹다남은 육포 같은 것들을 위주로 비상식량을 비축하였다.

하지만 혼자 사는 주인이 집에서 먹고 남기는 안주나 과자는 그리 많지 않았고 정말 비상시에 하루 정도 먹고 버틸 수 있는 양이었다.


미도리는 밥그릇에 비상식량 절반을 덜어 담았다. 반쯤 씹다 남긴 육포 반쪽과 와 마른 오징어 다리 두 개. 이것들은 심하진 않지만 냄새가 나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먹어야 하는 것들이다.


[데스 데스 데스!]


미도리는 간만에 특식을 먹는다며 아이들을 불러 모으고는 마른 오징어를 이빨로 조각조각 잘라 아이들의 입에 넣어주었다. 자실장들은 질긴 오징어를 씹어먹기보다는 쯉쯉 빨아먹었다. 

자실장들이 오징어를 먹는동안 미도리는 육포는 고깃결대로 잘게 찢어 물에 담가 두었다. 덕분에 훨씬 부드러워진 육포를 먹을 수 있고, 아이들에겐 아직 너무 매운 향신료를 어느 정도 씻어낼 수 있었기에 일석이조였다.

적은 양이었지만 푸드보다 훨씬 자극적이어서 맛있었고, 오래동안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어느 정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기에 이 정도면 만족스런 식사였다.


자실장들을 먹이느라 정작 자신은 얼마 먹진 못했지만, [테치~ 테치~]하며 뛰놀기 시작한 아이들을 바라보며 미도리는 마음속 깊이 차오르는 행복감을 만끽했다.


이제 주인이 시킨 일을 해야한다. 미도리는 아이들을 사육케이지 안으로 들여놓고 자신의 일이 끝날 때까지 나오지 말라고 말했다.

자실장들은 시무룩한 얼굴로 [치이...]하면서 불만을 표했지만, 미도리는 이때만큼은 엄격한 모습으로 [데슷!]하며 아이들을 사육케이지에 밀어넣었다.


미도리는 초등학생들이 쓸만한 작은 빗자루와 쓰레받이로 현관부터 시작해서 주인방까지 청소하기 시작했다.

뭉툭한 손에 잘 쥐어지지 않는 장비들이었지만 오랜시간 사용하다보니 요령이 생겨 이제는 제법 잘 다루고 있다.


다음은 걸레질이다. 화장실에서 물을 틀어 걸레를 빨고 최대한 물기를 제거해서 바닥을 닦는다. 하지만 실장석의 힘과 신체조건으로는 걸레의 물기를 다 짜낼 수 없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바닥에 물기가 남았다.

예전에 이대로 방치하여 바닥장판에 물자국이 남아있는걸 발견한 주인이 미도리를 가차없이 매질하였기 때문에 미도리는 반드시 물걸레질 후 마른 걸레로 바닥을 다시 닦았다.


청소는 이제 익숙해졌다. 문제는 허리였다. 면적이 넓은 등과 허리를 자주 맞는 미도리에게 허리를 숙이는 청소 작업은 많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15평 남짓한 작은 방이었지만 어느 정도 청소에 익숙한 미도리도 꼬박 반나절을 써야하는 대 작업이었다.


청소가 끝난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사육케이지로 돌아간 미도리를 자실장들이 맞이한다.


다시 배가 고프다며 [테치 테치] 조르는 자실장들. 미도리는 오늘 특식을 먹었으니 내일까지 참으라며 나름 엄격한 목소리로 말했다. 

[테잉 테잉]하며 울기 시작하는 아이들을 안아주며 달래다가 미도리는 문득 아이들이 많이 자랐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전에는 세 마리를 전부 안고도 남았는데 이제는 두 마리도 벅차다.

한창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 배가 고프다며 칭얼대는 아이들을 배불리 먹여주고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결국 미도리는 남아 있는 비상식량 모두 밥그릇에 덜어내 가져왔다. 최대한 공평하게 삼등분으로 나눠 각각 아이들에게 주었다.

두 아이는 신나게 자기 앞에 놓인 땅콩과 땅콩껍질을 와작와작 먹기 시작했다. 한 아이, 미도리에게 있어 장녀인 이 자실장은 조심스레 자신의 몫을 가져와 미도리와 나누었다.


순간 미도리의 가슴속에 찡한 느낌이 퍼지며 이내 눈물이 나왔다. [오로롱..] 미도리는 생각도 못한 장녀의 행동에 크게 감동했다.

이를 본 다른 자실장들도 쭈뼛쭈뼛 자신의 것을 가져와 나누기 시작했다.


[데프프!][테프프!][치프프!] 하는 웃음 소리가 방안에 퍼진다. 네 마리가 먹으니 몇 입도 안되어 사라져버린 작은 식사였지만 모두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미도리는 어제 맞은 고통과 오늘 노동의 노고가 전부 사라지는듯한 행복을 느끼며 주인이 돌아오기전까지의 평온함을 즐겼다.


4편.


미도리는 자실장들을 사육케이지에 재우고 나서 현관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저번처럼 허둥지둥 나오다가 주인에게 매질을 당할 수 있었기에 미리 나와서 준비하였다.


그렇게 기다리기를 몇 시간.. 문 넘어로 주인의 발소리가 가까워지는것이 들린다.

미도리는 긴장감과 공포로 몸을 미세하게 떨었다.


그래도 오늘은 청소도 완벽했고, 미리 마중도 나왔다.

오늘은 맞지않고 무사히 돌아가 잠을 잘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주인의 기분이 좋아져 푸드를 듬뿍 담아줄지도 모른다.


미도리는 애써 좋은 생각으로 머리를 채우며 떨리는 몸을 진정시켰다.


띠띠띠띠띠 띠!띠!띠!


"에이 시팔!"


현관 비밀번호를 틀리게 입력하여 짜증이 솟구친 주인의 욕설을 내뱉었다.


띠띠띠띠띠 띠로링~


벌컥!하며 열린 문으로 주인이 터벅터벅 들어와 구두를 벗기 시작했다.


[데스 데스웅!]


미도리는 무릎을 꿇은 상태로 절을 하며 주인에게 인사를 올렸다.


주인은 "쯧!"하며 마음에 안든다는 듯 혀를 차며 미도리 옆을 지나쳐갔다.

거실을 쭉 훑어보고는 트집 잡을데가 없었는지, 아니면 그냥 피곤한건지 별 말 없이 옷을 벗고 샤워실로 들어갔다.


샤워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미도리는 조심스레 몸을 일으켜세웠다.

오늘은 성공이다. 오늘은 맞지 않고 끝났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미도리가 사육케이지에 들어가자 주인이 들어오는 소리에 공포에 떨며 잠에서 깬 자실장들이 미도리의 무사귀환을 반기며 안겨왔다.

부쩍 성장한 자실장들은 이제는 테칫테칫하며 의사표현을 할 시기가 되어서인지 미도리에게 주인에 대한 불만을 하나둘 말하기 시작했다.


[테칫테치잇!]

[테치잉! 테테치!]

[치이! 테치!]


대부분 주인은 마마를 이유없이 때리며, 밥도 안준다는 불만이었다.


미도리는 [데슷!]하면서 단호히 주인님에게 그런 말을 하면 안되다며 말을 끊었지만, 내심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아이들이 고마웠다.

매일 같이 불안한 하루하루속에 자신을 의지하고 또 자신의 편이 되어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미도리에게 큰 힘이 되었다.


그 때였다. 갑자기 사육케이지가 촹!하는 소리와함께 뒤집혔다.


"이 씨발 새끼들이 처 떠들고 앉아있네!"


샤워실에 수건이 없어 찾으러 나온 주인은 자실장들이 테칫테칫 떠드는 소리를 듣고 사육케이지를 걷어찬 것이다.


"씨발 새끼들이 주인은 일하고 와서 피곤해 죽겠는데 니들은 힘이 처남아돌아?"


주인의 분노에 찬 서슬퍼런 욕지거리에 미도리는 빠르게 충격에서 정신을 차리고 뒤집어진 사육케이지에서 기어나왔다.

바짝 엎드려 [데승데승!]하며 용서를 빌었다. 하지만 남자는 그런 미도리의 머리채를 잡고 들어올린 후 윽박질렀다.


"니 벌레같은 새끼들 한번만 처 떠들다 걸리면 뒤진다. 알겠어?!"


[데스우..]


이후 미도리를 거칠게 내팽개친 남자는 수건을 찾아들고 다시 샤워실로 들어갔다.


내팽개쳐질 때 오른쪽 팔에 모든 충격이 쏠려서인지 팔은 골절되고 꺾여있었다.

[데스아.. 데샤아..] 필사적으로 고통을 참으며 미도리는 뒤집어진 사육케이지로 황급히 뛰어갔다.


사육케이지가 걷어차일 때, 다행히도 미도리 품에 있던 자실장들은 미도리가 대부분의 충격을 흡수해준 덕에 죽음은 면할 수 있었지만 골절과 피멍이 드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그동안 자실장에게는 손을 대지 않았던 주인이었지만, 이제는 자신들에게도 직접적인 폭력을 가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몸으로 깨달았기에 자실장들은 진심을 다해 공포에 떨었다.


자실장들은 사시나무 떨듯이 부들대며 [테에..][치이...][테칫테챳!]하며 각자의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미도리 본인도 고통에 신음하면서도 자실장들을 하나 둘 자신의 품을 끌어와 안았다. 덜렁대는 오른 팔은 약간의 움직임에도 마치 몽둥이로 때리는 듯한 격통이 밀려 왔지만 미도리는 자신의 아이들을 안고는 조용히 지내면 다시는 이런일은 없을 거라며 힘 없는 소리로 중얼거렸다.


쥐죽은 듯이 소리를 죽이고 주인이 잠들때까지 긴장 상태를 유지하던 미도리와 자실장들은 주인의 코고는 소리가 들리자 마치 기절하듯 잠에 빠졌다.


5편.


마찬가지로 화장실 물소리에 번뜩 잠에서 깬 미도리는 본능적으로 움직인 오른 팔에서 느껴지는 찌르는듯한 격통에 터져나오는 비명을 겨우 참아냈다.

팔은 조금도 낫지 않은 듯 보였다. 더불어 자실장들도 어제의 충격에서 회복되지 못한 듯 [테칫!][치이...]하며 신음소리를 내며 자고 있었다.


최대한 오른 팔을 움직이지 않게 조심하며 미도리는 주인을 배웅할 준비를 하였다.


[데스 데스웅..]


평소보다 조금 낮은 미도리의 목소리에 주인은 인상 구기며 말했다.


"씨발년 목소리 기어들어가는거 보소"


미도리는 몸을 떨면서도 반사적으로 엎드려 맞을 준비를 하였다.

하지만 바쁜 출근시간이었기에 주인은 "넌 시발 이따가 보자!"라고 내뱉고는 문을 거칠게 닫고 나갔다.


주인의 무시무시한 폭력 예고.. 미도리는 그 공포에 한동안 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그저 바들바들 떨며 신음했다.

그때 미도리는 누군가의 손이 자신의 떨리는 등위로 살포시 올려지는 것을 느꼈다.


장녀가 공포에 떨며 [데슷!데스으..]하며 신음하는 미도리에게 다가가 위로를 전한 것이었다.

미도리는 몸을 일으켜세우고는 [오로롱오로롱] 울며 장녀를 껴안았다. 장녀는 작게 미소를 짓고는 스하스하 냄새를 맡으며 미도리의 품안으로 파고 들어갔다.

본인도 어제의 충격에서 회복하지 못해 아플텐데도 남을 챙기는 장한 장녀.. 미도리는 이 아이를 위해서는 이 지옥같은 실생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야겠다며 다짐했다.


사육케이지로 돌아온 장녀는 피곤한 듯 다시 잠에 들었다.

미도리는 신음소리를 내며 고통스럽게 잠을 자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회복이 더딘 이유를 깨달았다.


미도리와 자실장들은 최근 제대로된 영양을 섭취하지 못했다. 

미도리는 그나마 섭취한 영양을 청소노동과 부상회복에 다 써버린 상태였고, 성장에 많은 영양을 사용한 성장기의 자실장들은 어제의 갑작스런 충격에서 회복할 영양이 몸에 남아있지 않았다.


더이상 숨겨놓은 비상식도 없다. 오늘도 주인은 푸드를 주지 않았다.


미도리는 오랜 고민 끝에 푸드가 있는 구석 창고의 미닫이 문을 밀기 시작했다. 한 팔로는 밀기 힘들었기에 미도리는 그나마 멀쩡한 왼쪽 팔을 문에 대고는 체중을 실어 조금씩 밀어댔다.

오랜 사투 끝에 온 몸이 땀에 젖고 나서야 미도리는 문을 열 수 있었다.

봉투를 열어놓은채로 방치된 탓에 습기를 잔뜩먹어 퍼석퍼석하고 맛도 이상해진 푸드였지만 미도리는 밥그릇 잔뜩 담아 발로 조금씩 밀며 힘겹게 사육케이지로 돌아왔다.


미도리는 입으로 푸드를 오물오물 씹은 후 뱉어내어 자실장들의 입에 조금씩 넣어주었다. 입으로 들어온 푸드의 맛에 아이들 [테치이..]하며 눈을 뜨고는 쪼물쪼물 입을 움직여 먹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얼굴에 생기가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하자 미도리의 얼굴에도 미소가 지어졌다.


오랫만에 자실장들은 배불리 먹었다. 미도리도 푸드가 입에 들어오자 정신없이 먹어댔다.

자실장들은 부른 배를 내놓고 회복을 위해 다시 잠에 들었고, 미도리는 뒤처리를 위해 몸을 일으켰다.


아직 팔에는 격통이 일었고, 몸은 회복을 부르짖고 있었다.

이 상태로는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일을 하지 않으면 더욱 아픈 일을 당할 것이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잘까? 몸을 회복해야하니까... 하는 생각이 미도리의 머릿속을 스친다.

그러나 미도리는 눈 앞에서 아직까지 고통스런 신음을 내뱉으며 자고 있는 자실장들을 보고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다시 온 몸을 땀으로 젖어가며 미닫이 문을 닫는다. 이상하게도 아까보다 훨씬 힘든 느낌이 들었다.

움직일때마다 느껴지는 고통에 [데슷!]하며 이를 악문 미도리는 천천히 빗자루를 집어 들었다.


바닥을 쓸기 위해 허리를 숙인 순간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격통이 미도리를 덮쳤다.


[데스아아아!!!!!!!!!!!!!!!!!]


미도리를 덮친 것은 단순히 통증만이 아니었다. 허리 아래로 감각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격통으로 발버둥을 치고 싶어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미도리의 하반신은 완전히 마비된 것 같았다.


미도리는 이 이해할 수 없는 현실에 어쩔 줄 몰라 했다.

왜 갑자기 평소와 비교도 안되는 통증이 느껴지는지..

하반신은 왜 움직이지 않는지..

자신에게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받아드릴 수 없는 비참함에 미도리의 눈을 미친 듯이 눈물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미도리는 기절하듯 눈을 감았다.


6편.


아주 포근하고 따뜻한 감촉에 미도리는 조심스레 눈을 떴다.


몸은 완전히 회복되었는지 더 이상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발 끝을 꼼지락거릴 수 있는 것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세 아이들이 미도리에게 푸드가 잔뜩 담긴 밥그릇을 사이좋게 힘을 모아 끌고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오로롱! 오로롱!] 미도리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마음속 깊에 무언가 뜨거운 것이 차오르는게 느껴졌다.


내 아이들.. 너무나도 사랑스런 내 아이들..

저 아이들이 도착하면 같이 푸드를 배불리 먹으리라. 그렇게 미도리는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에게 다가오는 세 아이들 뒤로 소름끼치는 외침이 들려왔다.


"씨발년아.. 안일어나?"


[테치아아아!]

[테치이잇!]

[테츠아.. 테츄아!]


눈을 번쩍 뜬 미도리에 눈 앞에는 피투성이가 되어 울고있는 자신의 세 아이들이 있었다. 쓰러진 미도리에게 고함을 지르는 주인으로부터 미도리를 보호하려다 폭력을 당한 듯 했다.

엎어진 상태의 몸을 한팔로 겨우 지탱해 고개를 올려보자 마치 악귀와 같은 형상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주인이 있었다.


"안 일어나냐고 너..."


[데.. 데스 데스 데..스우, 데즈아, 데스아!]


미도리는 자신을 구사할 수 있는 모든 표현을 동원하여 현재 몸이 움직여지지 않으며 이에 사과드린다며 주인에게 말했지만 주인은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이 씨발이 이제 주인 말이 우습다 이거지?"


[테챠아아아아아ㅏㅏㅏ!!]


주인은 자신의 발 앞에 널부러져 있는 세 자실장 중 가장 가까이 있던 삼녀의 몸 위에 발을 올리고 천천히 체중을 올리기 시작했다.

뿌득.. 뿌드득 소리와 함께 삼녀의 비명 소리가 미도리의 귀를 때렸다.


[데샤아아앗!]


미도리는 소리를 지르며 한팔로 필사적으로 기어 주인을 발 앞에 도달하였지만 돌아온건 주인의 발길질이었다.

차여 날라간 미도리의 몸은 부엌 싱크대 서랍문에 처박혔다. 피와 부숴진 이빨을 왈칵 토해낸 미도리는 다급히 삼녀의 상태를 살피기 위해 주인의 발쪽으로 눈을 돌렸다.


부디 무사하길 바라며 처다본 그곳엔 이미 몸통은 주인의 발에 압사 당해 입 밖으로 내장을 토해낸채 죽어있는 삼녀뿐이었다.


"이 새끼가 이젠 주인에게 소리를 처 지르네. 너 완전히 돌았구나."


하지만 미도리는 주인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지 피를 질질 흘리는 입을 떡하니 벌린채 죽은 삼녀의 시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말하잖아 씨발년아!"


주인의 분노에 찬 고함과 함께 [지벳!]하며 무언가가 날라와 미도리의 몸에 부딪쳤다.

그것은 차녀의 머리통이었다. 분노한 주인은 그냥 자기 앞에 굴러다니는 무언가를 미도리를 향해 발로 찼을 뿐이지만 하필은 그것은 미도리의 차녀였다.


[데.. 데에... 데..]


미도리의 머리는 이미 이 상황을 받아드리기를 포기한 듯 했다.

슬픔도 절망도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 듯 했다.


그 때였다.


[테찌아아아아ㅏ아ㅏ앗!]


찢어지는 자실장의 비명소리에 미도리는 놀라울정도로 빠른 속도로 소리의 진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공포에 떨며 있는대로 소리를 지르는 장녀를 향해 손을 뻗는 주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미도리는 [데흐하아아앗! 데헤아앗!] 하며 소리를 질렀다.

전부 부숴진 이빨 때문인지 오래된 풍선에 바람 빠지는 것 같은 소리였다. 이 볼품없는 고함속에는 분노보다는 절박함이 가득차있었다.


제발 자신의 장녀만큼은 죽이지 말아달라. 차라리 자신을 죽여달라.

모든건 자신이 잘못했다.


미도리는 애타게 [데흐하.. 데흐하아아!] 소리치며 주인을 향해 힘겹게 기어나갔다.


놀랍게도 주인은 장녀를 포기하고 미도리를 지나쳐 갔다.


주인의 폭주를 막은 것은 미도리의 간절한 애원도 아니고, 자실장의 불쌍하기 짝이 없는 비명도 아니었다.

그저 시끄럽다며 따지러온 이웃 주민 때문이었다.


한참을 문 앞에서 비굴하게 고객을 숙인 주인은 결국 분노한 이웃을 돌려보내는데 성공하였다.


그리고 장녀를 끌어 안은채 오들오들 떨고 있는 미도리를 향해 싸늘하게 말했다.


"내일까지 싹다 치워놔!"


...


몇 시간이 지난 뒤에 겨우 몸에 떨림이 잦아든 미도리를 향해 장녀가 물었다.


[테치.. 테치이.. 치이이...]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왜 자매들은 비참하게 죽어야만 했는지.


[테칫! 테치이이.. 테챠..]

우리는 무엇을 위해 태어났으며, 언제까지 이 고통을 참아야 하는지.


하지만 미도리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펫숍에 있을 시절부터 몇번이나 자신 스스로에게 물어본 것들이었지만, 결국 답을 찾지는 못했다.


[데스 데스.. 데스웅..]

미도리는 오직 너희들을 위해 살아왔으며 너희들이 자신의 행복이었다며 말했다.

이후 장녀의 작은 흐느낌이 들려왔다.


오랜 침묵 후 장녀는 미도리에게 말했다.


[테.. 테치..]

괴.. 괴로워요..


[데..]


[테칫! 테치, 테치이..]

더 이상 슬픔은 싫어요..


[데...]


[테치.. 테에치... 치이이..]

마마에게는 너무 미안하지만


[데....]


[테치이..]

싫어요..


[데.....]


파킨!


고통에 찬 얼굴로 혀를 길게 내뺀채 축 늘어진 장녀의 시체를 한참을 바라보던 미도리는 중실장이 되어 주인의 관심이 소홀해졌을 때, 청소하는 주인을 모습을 따라하고 칭찬을 받은 기억이 떠올랐다.

이대로 자신이 노력하면 주인도 자신을 다시 아껴줄 것이고,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자를 가졌을 때 마침 기분이 좋게 술에 취한 주인에 의해 낳는 것을 허락받고는 뛸 듯이 기뻤다.

하지만 점차 시작된 주인의 폭력에 고통스런 나날을 보낼 때는 아이들을 보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이 아이들만큼은 자신과 다르게 행복하기를 막연히 바랬다.


하지만 삼녀는 고통스럽게 밟혀 죽었고, 차녀 또한 주인의 분노에 희생되었다.

장녀는 자신의 품에서 파킨하였다.


고통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다가 오늘같이 주인의 분노에 무의미하게 죽을 날을 두려워하며 지내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인가..


미도리는 회색으로 흐려지는 눈에 마지막으로 아이들의 모습을 담고 삶의 미련을 놓아주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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