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석 참피가 베어그릴스 찍다가 마지막에 방심 하나로 파멸하는 소설 초록이의 생존일지 8화(완결)
<종말>
들실장이 된 지도 2년이 지났다.
4살이 넘은 초록이는 이제 갈색 뒷머리에 듬성듬성 흰색이 보일 정도로 나이를 먹었다.
보통 실장석의 수명은 10년, 그러나 들실장의 경우 5년을 넘기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두세살 정도 사는 것조차도 아주 드문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만큼 들생활이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임을 잘 알 수 있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초록이의 들생활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초창기의 미숙함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버려진 후에 가진 자들을 보존식으로 만든 엄지와 사녀를 제외하고 모두 훌륭하게 성체로 길러내는데 성공했다. 그 자들은 초록이를 떠나지 않고 옆에 보금자리를 만들어 마치 씨족이나 집성촌처럼 뿌리를 내리고 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자들이 또 자들을 낳아 성체가 되고 또 자들을 낳아 지금 원래 초록이가 하우스를 만든 곳은 총 일곱 개의 하우스가 들어서 있고 그 안에 초록이, 세 마리의 자들, 열한 마리의 성체 손녀들, 서른두 마리의 자실장 증손녀들이 공간을 나누어서 바글바글하게 살고 있었다.
이제 나이를 먹은 초록이는 더 이상 먹이채집을 하지 않았다. 자들과 손녀들도 성체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만큼 자급자족이 가능했기 때문에. 가끔씩 동족들이 넘어올 때마다 초록이와 가족들은 똘똘 뭉쳐 그것들을 몰아냈다. 때로는 힘으로, 때로는 번뜩한 기지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성체는 잡아다가 강제출산을 시켜 운치굴의 구더기를 확보한 뒤 보존식으로 만들었고 자실장들은 프니프니 노예로 활용하다 수명이 다하면 역시 먹이로 써먹었다. 덕분에 하우스 주변에는 대규모 운치굴이 네 개나 만들어질 수 있었다. 굴마다 구더기가 가득 차 있는 상태라서 별도의 채집 활동이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가끔씩 별미로 개미굴에서 개미들을 꾀어 먹는다든지 땅속에 막대기를 꽂은 뒤 두들겨서 지렁이들을 뽑아내어 먹는 정도가 아니면 운치굴만으로도 대식구들의 먹이는 충분히 조달이 가능한 상태였다.
성체인 자들과 손녀들은 먹이채집 대신 정찰을 주로 시행했다. 근처에 들실장들이 오면 겁을 줘서 쫓아내든지 그래도 반항하면 가차없이 보존식행이었다. 그놈들이 가진 하우스와 살림은 안그래도 풍족한 초록이의 재산에 또 한번 보탬이 되었다. 초록이는 들실장이 꼬이는 것을 정말로 질색했다. 들실장이 많아진다는 것은 자칫 구제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위에 동족들이 얼씬도 못하도록 철저하게 경계했고 대신 자신의 일가에게는 닝겐을 자극할 수 있는 일체의 행동을 자제하도록 당부하고 교육시켰다. 덕분에 이들 초록이 일가는 조용히 숫자를 불려나갈 수 있었고 지금은 그 일대에서 거의 한 마을을 일궈낼 수 있었다.
낮잠을 늘어지게 잔 뒤 초저녁에 일어난 초록이. 나이가 들수록 잠이 더 많아지는 느낌이다. 희끗희끗한 머리와 얼굴의 잔주름이 초록이의 인생경험이 만만치 않음을 나타내준다. 사실 같은 나이의 사육실장보다 훨씬 늙어보이는 것은 그 동안의 들생활이 만만치 않았음을 나타내는 증거라 할 수 있다. 몸고생 마음고생을 남부럽지 않게 하고 이제는 완전히 남부럽지 않게 기반을 잡는데 성공한 초록이는 하우스를 나와 흡족한 표정으로 자신의 터전을 둘러보았다.
하우스가 모인 뒤편은 가시나무로 철조망처럼 담장을 쌓아 바깥에서의 침입이 불가능하게 만들어 두었다. 만약을 대비한 도주로와 대피 장소도(그리고 그 안에 준비된 보존식도) 완벽히 마련되어 있었고 하우스 앞쪽은 각종 덫과 올가미로 혹시라도 있을 외부의 공격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자들과 손녀들에게 보검을 익히고 유사시 맞서 싸우는 팀과 어린 실장들을 인솔하여 대피하는 팀을 나누어 번갈아 훈련시키기도 하였다. 물론 어린 것들이 실수로 덫이나 함정을 건드리지 않도록 교육도 시켰고, 아... 그럼에도 두달전에 한 자실장이 무심코 덫을 건드려 안타깝게 콘페이토별로 간 사례도 있었다.
천천히 몸을 움직여 산 아래로 내려가는 초록이, 마주치는 자들과 손녀들에게 눈인사를 하며 잠시 아래로 산책 나갈 것을 말해주었다. 오늘은 조금 밑으로 내려가도 되겠지? 그동안 멀리 나가지 못해서 답답했는데 마침 선선한 초가을 바람이 불어서인지 좀 더 거닐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 초록이였다.
산 아래쪽으로 내려오던 초록이의 귀에 멀리서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이곳에 닝겐이 왜? 놀란 초록이는 재빨리 보금자리로 도망치려고 뒤를 돌아섰다. 그런데 그때 들린 목소리는 바로 자신의 전 주인의 목소리가 아닌가? 주인사마가 여길 왜 왔을까? 잠시 혼란스러웠던 초록이는 몸을 숨기고 사람들이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
“자 보세요. 정남향으로 언덕이 깎아내려오지 않습니까? 채광이 아주 좋은 입지거든요. 거기다 지금까지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곳이기 때문에 나중에 땅값이 오를 확률이 아주 높다고 볼 수 있지요”
“글쎄요 제가 보기엔...”
초록이의 전 주인은 지금 상황이 맘에 들지 않았다. 아는 지인의 부탁으로 기획부동산 관계자를 만나는 자리에 합석하긴 했지만 제 3자인 자신이 왜 이곳 야산까지 따라와서 뺑뺑이를 돌아야 하는지... 게다가 알고보니 여기는 하필 2년전에 자신이 기르던 사육실장을 쫓아낸 장소 근처인 것이다. 이래저래 별로 안좋은 기억이 되살아나 심경이 몹시 불편해진 주인. 슬슬 내려갈 분위기인 것 같으니 조금만 더 참자 싶었다.
그때 그의 귀에 돌멩이를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지인과 부동산 관계자는 안들리는 듯 서로 이야기하기에 바빴지만 주인은 알 수 있었다. 옛날에 키우던 사육실장이 좋아하던 탐험 프로그램의 주제가 박자라는 사실을. 초록이가 저렇게 탁탁 소리를 내며 주제가를 따라하곤 했다. 초록이구나. 이녀석이 근처에 있구나 싶은 주인은 동행한 사람들에게 말했다.
“두 분은 먼저 내려가세요. 저는 여기 좀 더 둘러보고 따로 가겠습니다”
이윽고 혼자 남게 된 주인은 조용히 말했다.
“초록이 너냐?”
“안녕하신데스, 주인사마?”
풀숲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는 초록이. 주인은 속으로 가볍게 탄식했다. 저게 안죽고 끝까지 살아 있었구나. 질기기도 하지. 초록이의 나이든 모습은 사람으로 치면 할머니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반가움보다는 짜증이 솟구치는 주인. 믿었던 사육실장에게 배신당했던 불쾌감이 다시금 마음속에서 치솟아 올랐지만 애써 누르고 담담하게 말했다.
“어떻게, 산속 생활에 잘 적응한 느낌이다?”
“이게 다 주인사마의 가르침 덕분 아닌데스? 그동안 갈고 닦은 생존기술을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었던데스”
주인의 심정과 달리 초록이는 득의만만한 기분이었다. 보라, 당신이 와따시를 버렸지만 이렇게 잘 살고 있지 않은가? 대단하지 않나? 와따시가 험난한 들생활에 지쳐 쓰러지기를 바랬겠지? 주인사마, 당신이 틀렸다. 와따시를 잘못봐도 한참 잘못봤다. 뭔가 자신을 모질게 버린 옛 주인에게 제대로 한방 먹였다는 생각 때문에 통쾌함에 어쩔 줄 몰랐다.
그 모습을 주인이 눈치 못 챌 리가 없었다. 씁쓸한 기분을 목구멍 너머로 꿀꺽 삼키며 간신히 입을 연 주인.
“그래, 넌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거냐?”
“와따시의 하우스를 구경하고 싶은데스까? 허락하는데스. 와따시를 따라오는데스. 하우스는 저 위쪽에 있는데스”
승리감에 불탄 초록이는 옛 주인에 대한 존중 같은것도 점점 없어져갔다. 주인은 그걸 뻔히 알고 있었지만 묵묵히 초록이의 뒤만 쫓을 뿐이었다. 이윽고 초록이의 거처에 다다른 주인은 놀라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세상에... 이건 실장석 하우스가 아니라 아주 요새를 만들어놨는데 그래?’
하우스 뒤쪽 가시나무 방벽과 도주로, 앞쪽에 쫙 깔린 부비 트랩들, 비바람과 추위에 완벽히 대비한 하우스들 하며, 초록이 녀석의 자손으로 보이는 것들이 창처럼 지니고 있는 날카로운 쇠붙이들... 이거 생존 기술이랍시고 이것저것 배운 걸 제대로 써먹었네 그래 하고 내심 감탄한 주인. 폰을 꺼내서 여기저기를 연신 찍어댔다. 흡족한 기분의 초록이. 그래 찍어라 찍어. 세상에 어떤 실장석이, 그것도 사육실장이었다가 버림받은 녀석이 이정도 세력을 만들어 내겠냐? 이제 알겠지? 네 예측은 틀렸어. 와따시는 살아남아서 이렇게 자손들을 번성시켰다. 지금 심정이 어때? 날아갈듯한 기분의 초록이. 주인이 사진을 다 찍을때까지 흐뭇한 표정으로 기다릴 수 있었다. 이내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은 주인은,
“잘살고 있네. 난 이만 내려가봐야겠다”
“가보는데스. 닝겐”
슬슬 초록이의 말투가 건방져지는 것도, 또 그 이유도 잘 알고 있는 주인은 미련없이 산을 내려갔다. 한참동안 웃음을 꾸욱 눌러참던 초록이는 끝내 참지 못하고,
“데에뿌뿌뿌뿌뿌우~~~~~~~~”
하고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아이고 시원하다. 뱃속에 눌어붙은 운치가 싸그리 씻겨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마마의 웃음소리에 놀란 자들과 손녀들이 다가오자 초록이는 큰 소리로,
“오늘 밤은 푸짐하게 먹는데스, 파티를 준비하는데스요!!! 데프프픗~~”
이윽고 기대에 가득찬 가족들이 모닥불용 장작과 살이 토실토실 오른 구더기들을 준비했다. 아직 초록이만 쓸 수 있는 파이어스틸을 가지고 나온 오늘의 주인공 초록이는 이윽고 장작에 불을 댕겼고 타오르는 모닥불에 자들은 독라로 만든 구더기들을 꼬챙이에 꿰어 얹어놓았다. 밤에는 연기가 잘 보이지 않았고 초록이의 하우스는 숲에 가려진 분지 형태라서 불빛이 드러날 일이 없었다. 그래도 조심성이 많은 초록이였기에 함부로 불을 피우는 것을 그동안 자제해 왔는데 오늘은 병신같은 전 주인닝겐에게 한방 제대로 먹인 기념으로 구더기 불고기 파티를 연 것이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 일가들은 잘 익은 구더기 고기를 목구멍에 찰 정도로 포식할 수 있었다. 물론 초록이의 주도하에 정리정돈은 확실하게 마무리되었다. 불씨를 놓쳤다가는 큰일나니까.
늦게까지 이어진 잔치의 여파로 초록이를 비롯한 가족들 모두 다음날 오후쯤에야 눈을 뜰 수 있었다. 뿌듯한 기분으로 기세좋게 기지개를 편 초록이. 2년간의 고생의 보답을 어제 한방에 받을 수 있었다. 통쾌한 느낌에 저절로 씨익 웃음이 지어진다. 하루하루가 어제와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터덜터덜 내려가는 옛 주인의 뒷모습이 너무도 궁상맞아 보였었다. 흥, 지가 어쩔텐가? 이제 와서 다시 살자고? 됐네 이닝겐아. 여긴 와따시가 일군 와따시의 왕국이라고. 어딜 넘보려고?
응? 그런데 저 아래에서 누군가가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닝겐이 여길 왜...? 자세히 살펴보니 어제 만났던 옛 주인인 것이다. 어제와 달리 뭔가 단단히 차려입고 오는 모습이 보였다. 짐짓 반가운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다가온 주인.
“초록아~~ 초록이 있나?”
저 닝겐이 여긴 또 왜 찾아온 것인가? 뭐 벨이라도 꼬였나? 그래봤자 닝겐 한사람의 힘만으로는 여길 어떻게 할 수 없으리라. 천천히 밖으로 나온 초록이.
“여긴 또 어쩐 일인데스? 주...”
인사마라는 말을 꿀꺽 삼킨 초록이. 어차피 더 이상 주인도 아니고 와따시가 한방 먹였는데 이딴 닝겐에게 예절을 갖출 필요도 없었다. 당당하게 주인 앞에 선 초록이에게 주인은,
“내가 초록이한테 선물을 하나 하고 싶은데 말이야...”
빙그레 웃으며 말하는 주인을 한심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본 초록이는,
“보다시피 와따시 별로 필요한 것 없는끄억?!!!”
어깨를 파고드는 격통에 깜짝 놀라 주저앉아버린 초록이. 비명도 못지르고 쳐다본 어깨에는 야전삽날이 가슴께까지 파고들어 있었다. 우악스럽게 삽을 뜯어낸 주인은 큰소리로,
“시작해!!!!!”
하고 소리질렀고 이를 맞춰서 하우스 바로 아래쪽 나무 뒤에서 두 닝겐이 중무장을 하고 튀어나왔다. 둘 다 안전화에 각반, 청바지에 우의를 둘러쓴 차림이었고, 실장 구제용 빠루를 휘두르는 한 닝겐은,
“햣! 햐~~ ㅋㅋ”
소리와 함께 도주로로 도망치는 실장석들을 막아섰고, 다른 닝겐은 뭔가를 바라보며 천천히 일가를 구석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어차피 닝겐에겐 별 소용없는 덫과 함정이었지만 닝겐들은 마치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들을 샥샥 피해서 가는 모습이 초록이의 눈에 보였다. 고통과 황당함으로 정신이 날아가버린 초록이는 주인에게,
“주... 주인사마, 도대체 왜 이런...크억”
초록이의 항변에 아랑곳하지 않고 초록이를 발로 차서 눕힌 후 야전삽으로 초록이의 두 다리를 찍어서 끊어낸 주인은,
“그냥 그때 순순히 뒈졌으면 됐잖아. 왜 끝까지 살아남아서 사람 귀찮게 만드냐고?”
하고는 한마디 더 덧붙였다.
“넌 선을 넘었어 새꺄”
기절할 듯한 아픔 속에서도 초록이는 눈을 크게 뜨고 일가의 모습을 지켜봤다. 자신이 알려준 대로 도망가던 자손들은 한 녀석도 남김없이 붙잡혔고,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함정들은 닝겐에게 아무 영향을 끼칠 수 없었다. 자신이 가르쳐준 방식대로 보검을 들고 닝겐에게 덤빈 녀석들조차 그대로 빠루에 맞아 나뒹굴었고, 자신의 작품이었던 운치굴도 닝겐이 발을 몇 번 구르자 삽시간에 무너진 채 메워져 버렸다. 이번 겨울씨를 나야 할 식량마저 아작나 버린 상황. 초록이는 간신히 머리를 들어올렸다. 눈에 비치는 모습은 한 닝겐이 자들과 손녀들을 무참히 마대자루에 집어넣는 모습, 그리고 다른 한 닝겐이 자실장 증손녀들을 큼지막한 케이지 같은 것에 손에 잡히는 대로 집어넣는 모습이었다. 자신의 옆에서 그 장면을 줄곧 바라보던 전 주인은,
“다 잡았어? 살아남은 놈 없지?”
하고 소리쳤고, 뭔가를 바라보던 닝겐은 없어, 붙잡힌 놈들 말고는 네 발밑에 있는 놈 밖에 없어 하고 말했다. 마대자루를 질질 끌고 온 닝겐이 마당 한복판에 마대를 놓고는 또다시
“햣! 햐~~ ㅋㅋ”
하고는 무자비하게 빠루를 휘둘러대기 시작했다. 다른 닝겐과 주인까지 합세해서 빠루와 삽자루로 마대를 두들겨패니 둔탁한 마찰음과 마대 속에서 울려퍼지는 단말마의 절규가 초록이의 심장을 갈가리 찢어놓았다. 내 자들, 내 손녀들, 내... 내... 아이들이...! 초록이의 탄식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대에 린치를 가하는 닝겐들. 케이지 속의 어린것들은 어른들이 죽어나가는 모습에 울지도 못하고 꺽꺽대고 있을 뿐이었다.
절망감에 고개를 수그린 초록이 앞에 야전삽을 들고온 주인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삽날을 세워 초록이의 목을 끊어버렸다. 부르르 떠는 몸뚱이와 데굴데굴 굴러간 초록이의 머리를 심드렁한 표정으로 바라본 주인은,
“참피 시체는 뒷트렁크에 실어놔봐. 트렁크에 비닐 깔았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가는길에 타는쓰레기 버리는 곳에 버려야겠다. 저기, 위석서쳐로 한번 더 훑어봐줘봐. 혹시라도 남아있는 놈이 있는가?”
이윽고 위석서쳐로 여기저기를 살펴본 닝겐이 오케이 표시를 하자 일행은 뒤도 안돌아보고 마대를 질질 끌고 내려가 버렸다.
내 왕국이 사라져간다...
내... 왕국이...
와따시의... 왕국이...
마지막 숨을 들이킨 초록이의 머리는 이내 회색눈의 무생물이 되어 버렸다. 끝까지 미련이 남은 듯 그 눈길은 풍비박산이 난 자신의 왕국을 향하고 있었다.
시간을 다시 되돌려서 어제 이맘때쯤.
주인은 산을 내려가자마자 사촌동생에게 부랴부랴 전화를 했다. 현재 취준생인 그는 어려서부터 한동네에서 자라서 친척이라기보다는 친한 후배같은 녀석이었다.
“형니임~~ 이 불쌍한 백수한테 뜨끈한 순대국 사주실려고 전화하셨어? ㅎㅎ”
“바쁘니까 본론만 얘기할게. 너 실장석 구제 알바 해본적 있어?”
“아유 그거야 자주 해봤지. 그게 얼마나 꿀알반데... 아니 어디 알바 공고 뜬 거 있어요?”
“그 비슷한 건데 나좀 도와줘라. 딱 두시간만 수고해주면 돼. 십만원 줄게, 그리고 끝나고 삼겹살에 소주다. 어때?”
“아유우~~ 우리 형님이 아주 구세주셔 구세주~~ ㅎㅎ”
장비 다 챙겨서 언제 어디로 나와라 하고 일정을 알려준 뒤 아는 학대파 친구에게 연락한 주인.
“어쩐일이냐?”
“거두절미하고 얘기할게. 너 위석 서쳐 가지고 있지? 그거 내일 좀 써먹을 수 있겠냐?”
“갑자기 왜? 들참피가 너네 쓰레기통이라도 털었어?”
주인은 친구에게 그간의 일을 간략히 설명했다. 사육실장을 버린지 2년만에 만났는데 완전히 한 마을을 이룰 정도로 번성해졌다는 사실도 포함해서.
“아니 그렇게 똑똑한 놈이면 주워다가 다시 잘 키우면 더 좋은거 아냐?”
“말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마! 함정이랑 부비트랩을 어찌나 정교하게 박아놨던지 어지간한 들짐승도 막아낼 정도였다고. 그정도면 자칫 잘못하면 사람도 다쳐. 실수로 인명피해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러면 그놈한테 그런 기술을 가르쳐준 사람한테 비난의 화살이 꽂힐 거 아냐? 내가 왜 옛날에 손절한 새끼 때문에 피해를 입고 책임을 져야 되냐고? 큰일나기 전에 미리 싹을 잘라버려야 된다니까?”
“네 말도 일리가 있네. 알았다. 내일 나도 합류할게. 간만에 몸좀 풀게 생겼네”
“그래 내가 사례는 톡톡히 하마”
“사례는 됐고 거기 자실장들은 내가 몇 마리 챙겨가도 되지? 요즘 손맛을 못봐서 아주 몸에 사리가 생긴다야”
“학대용으로 말이지? 맘대로 챙겨가라고. 대신 한 마리도 탈출해서는 안된다. 개중에 지 할매들한테 이상한 거 배운 녀석들도 있을지 모르니까”
“염려 붙들어매셔”
집에 도착한 주인은 오늘 찍은 사진을 두사람에게 전송하며 간략한 작전을 짜서 보냈다. 준비가 다 끝나자 의자에 파묻히듯 주저앉은 주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주 대가리가 비상한게 뭔가 일 하나 낼 것 같았는데 정말 이렇게까지 민폐를 끼치냐? 초록이 넌 내가 직접 내손으로 끝장내주마. 내가 싼 똥이니까 내가 치워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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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초록이는 종말을 맞이하게 되는뎃숭.
이런 결말을 예상못한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되는뎃숭.
초록이라는 이름은 미나상들도 알고 있는 유명한 스크립트 '유기'에서 친실장의 이름을 따서 지은데스. 그 글에는 '어미는~' '친실장은~' 뭐 이런식으로 나오는데 초록이라는 이름이 한번인가? 나오는데수. 그걸 활용한 것인데스.
이제 또 눈팅모드 들어가는데스. 좋은 소재거리 들고 카페에 탁아하러 올것인뎃숭.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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