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인간들은 알지도 못하는 베트남전 드라마 머나먼 정글과 맞먹는 베트남 실장석 참피 소설 회색의 정글 2화

그날 이후로 해가 여러 번 떴다가 졌지만 별다른 일은 없었다. 

그 알 수 없는 커다란 소리에 대한 공포와 이웃이 죽은 슬픔을 추스른 산실장들은 차츰차츰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데스우 
데스! 
데스데스우~ 

며칠간은 먹이사냥도 안 나가고 굴에 숨어 떨고 있었기에 모아둔 식량이 적어지자 간만의 먹 
이사냥엔 자실장까지 데리고 나가기로 해서 40여 마리의 산실장이 굴에서 우르르 몰려나오고 있었다.

마을에 남은 성체는 엄지실장과 구더기들이 있는 굴의 입구에서 나뭇가지를 들고 손을 흔들며 배웅을 하고 있는 임신한 성체 한 마리뿐이다. 

이 임신한 실장은 며칠 전에 죽은 산실장을 독립시켰던 친실장이었다. 갓 독립하고 자를 가질 
희망에 부풀어 행복의 한가운데에 있던 그 자의 죽음에 크게 상심한 이 산실장을 안쓰러워하 
던 마을의 이웃들이 굴 가까이에 핀 꽃을 발견해 만장일치로 건네준 것이다. 

며칠 만에 크게 부푼 배를 쓰다듬으며 뎃데로게 거리는 그 이웃을 부러움과 흐뭇함이 섞인 눈 
으로 쳐다보던 회색눈도 장로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테치? 테치? 

굴에서 멀리 나온 적이 없는 자실장들이 분지에 도착하자 들떠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런 
자실장들을 성체들이 따라다니며 위험한 것과 먹을 걸 구분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모습을 보며 회색눈도 먹이를 찾기 시작했다. 

데스우~ 

한참을 낙엽을 뒤집고 땅을 긁던 회색눈은 썩은 나무둥치를 부스러트리다가 커다랗고 통통한 
풍뎅이 유충을 발견하고 기뻐하며 집어 들었다. 

데?! 

그러다가, 문든 먼 능선을 올려다본 회색눈이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굳어졌다가 급히 장로를 
불렀다. 

데스! 데스! 
데스우? ....데?!

능선에는, 인간이 있었다. 녹색과 검정색의 얼룩덜룩한 옷을 입고 머리에도 이상한 두건을 쓰고 있어 나무들에 섞여 잘 안보였지만 확실히 인간이다. 

데스우! 
데스? 
데! 
테치! 

인간은 두려운 존재, 라고 태교 때부터 들은 산실장들은 장로의 외침에 모두 풀숲에 납작 엎 
드렸다. 실장석들이 입고 태어나는 녹색의 옷은 자연 속에선 훌륭한 위장색인 것이다. 

데이... 

풀 속에 섞인 채 장로는 조심스럽게 인간들을 살펴봤지만 매우 멀리 있는 인간들은 사방을 주 
의 깊게 살피며 능선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인간들은 뭔가 검고 긴 막대기를 들고 있었지 
만 그것이 뭔지 모르는 장로는 거리가 있으니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데스우... 

장로가 낮게 울자 사방에 흩어져 엎드려있던 산실장들이 자실장들을 데리고 서둘러 굴이 있는 방향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자실장들도 두려운 인간을 처음 본 공포에 떨면서도 조용히 따라왔다. 조금의 위협이라도 느끼면 바로 드러누워 손발을 버둥대며 울부짖기만 할 분충을 미리 솎아낸 덕분에 산실장들은 조용히 굴로 돌아올 수 있었다. 

데? 데스우? 

굴을 지키던 임신한 산실장이 평소보다 빨리 돌아온 동족들을 보고 의아해 했지만 그 무서운 
인간을 본 공포와 굴로 돌아온 안도감에 산실장들은 털썩 주저앉을 뿐이었다. 한참 뒤에야 진정한 산실장들은 구해온 먹이를 굴 앞에 모았다. 

인간을 보고 도망치느라 조금 잃어버리긴 했어도 작은 버섯, 풀의 열매, 먹을 수 있는 잎사귀 
와 곤충들이 제법 모이자 회색눈은 아까 자신이 발견한 풍뎅이의 유충을 들고 장로에게 울었다. 

데스? 
데? 데스데스우 

장로가 고개를 끄덕이자 회색눈은 유충을 들고 굴로 내려갔다. 굴에 들어가자 밥을 본 엄지들 
이 양손을 들고 레치거리며 뛰어왔지만 회색눈이 구석에 누워있는 자실장을 가리키며 울자 모두 실망하면서도 물러났다. 

데스우... 

착한 엄지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회색눈이 자실장에게 다가갔다. 거머리에 물린 회색눈의 자실장은 상처는 거의 나았지만 그래도 오늘의 먹이사냥엔 데리고 가지 않았다. 일단 약초를 떼 
어 낸 회색눈은 물렸던 자리가 하얗게 새살이 돋아 자국이 남은걸 보곤 안심했다. 

데스! 데스우! 
테이....? 테테! 테치~ 

자를 깨워 유충을 건네 준 회색눈은 커다랗고 부드러운 고기에 기뻐하며 유충을 양 손으로 꼭 
쥐고 먹는 유일하게 남은 자, 마지막 자인 자실장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곤 굴 바깥으로 나왔 
다. 모두 모여서 밥을 먹고, 굴에 있는 마을의 자들에게도 밥을 가져다주어야 하는 것이다. 
3주정도가 지나 완전히 원래의 생활로 돌아온 산실장들은 그날도 먹이를 찾으러 나서고 있었 
다. 다시 비축이 생겼기에 자실장들은 굴에 두고 또 그 임신한 이웃이 지키기로 하곤 성체들 
은 모두 굴 바깥으로 나섰다. 

이웃들이 모두 떠난 뒤. 자실장들이 굴 안 여기저기서 엄지나 구더기들과 놀며 푸니푸니를 해 주거나 엄지를 안고 어설프게나마 텟테로케 거리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임신한 한실장도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뎃데로게~뎃데로게~젯데로게에에~ 
‘레~’ 
‘레루~’ 
데? 데에! 데스데스! 

그때, 이미 다 자란 태낭속의 자들이 마마의 노랫소리에 희미하게 울음소리를 내는 걸 처음으 
로 느낀 산실장은 최고의 기쁨을 맛보며 목청을 높였다. 

데스데스우~ 뎃데로게에~ 보에에에에~~~ 보에에에~~~~~ 

-쿠콰과아아아아앙!!!!!! 
-구우우웅....

데.....? 

굴에서 먼 능선까지 올라가 먹이를 찾던 산실장들은, 멀리서 낮게 울려 메아리치는 묵직한 소 
리를 듣고 모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자 능선 위에서 멀리까지 내려다보이는 숲 
에서, 검은 흙먼지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데? 데? 
데에에... 

또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에 불안해진 산실장들은 모두 수풀로 뛰어가 엎드려선 고개만 
들고 그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쿵... 쿠우웅...

몇 번 더 그 소리가 멀리서 울리고 흙먼지가 더 일어난 후, 조용해졌다. 그러자 그때까지도 
먹이도 다 떨어트린 채 엎드려있는 산실장들을 장로가 급히 재촉해서 일으켰다. 그 흙먼지중 하나는, 굴이 있는 근처에서 올라왔던 것이다. 

데히....데히..... 
데스우....데..... 
데히....데뎃?!

먹이도 다 버리고 숨이 턱에 찰 정도로 급히 굴을 향해 달리는 산실장들. 그 맨 앞에서 달리 
던 회색눈은 굴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갑자기 발을 멈췄다. 

실장석의 걸음으로 굴까지 2분정도 걸릴 정도로 가깝고 익숙한 그 주변은, 동그랗게 땅이 팬 
채 산산 조각난 나뭇조각과 흙먼지를 뒤집어 쓴 풀들, 그리고 매캐한 연기가 가라않고 있는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데스우....?

장로도 난생 처음 보는 광경에 코를 킁킁대며 조심스럽게 다가가다가 매캐한 냄새가 강해지자 얼굴을 찌푸리며 물러났다. 그리고 급히 굴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회색눈도 끔찍한 모습이 된 숲과 굴의 모습을 겹쳐보며 온 힘을 다해 달리고 있었다. 

데! 

수풀을 헤치고 굴이 보이는 곳으로 나온 산실장들은, 떠나기 전의 모습 그대로 멀쩡한 굴과 주변을 보고 안심했다. 땅이 패거나 나무가 부서지지도, 알 수 없는 매캐한 냄새가 나지도 않았다.

데스우...

긴장이 풀린 회색눈은 제일 먼저 굴로 들어갔다. 

데스우? 
데에에... 
데?! 

그리고 소리쳐서 이웃을 부르자, 굴 안쪽에서 괴로워하는 듯한 그 이웃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회색눈이 급히 굴 안쪽으로 들어가자. 

텟테로게~ 
텟테로게~ 
레치~
데에이?

갑작스럽게 출산이 시작 된 듯 굴 안에서 자를 낳는 이웃의 모습과 이미 점막이 핥아져 자실 
장과 엄지가 된 새로운 자들이 보였다. 놀란 회색눈은 일단 굴 바깥으로 소리쳐서 장로와 이웃들을 부르곤 급히 점막에 쌓인 구더기 실장을 한 마리 안아들었다. 

레후~? 
데스우~ 

물이 없는 굴 안에서 점막은 빨리 마르지만 다행이도 친실장이 점막을 빨리 핥아주고 있었고 
회색눈과 이웃들도 돌아왔기에 자들이 구더기가 될 위험은 없어보였다. 그리고 들어온 장로와 이웃들이 모두 힘을 합쳐 물을 떠오고 점막을 핥아주며 법석을 떤 끝에, 8마리의 자실장과 한 마리의 엄지실장이 훌륭하게 태어났다. 

테치이~ 
테치~ 
레치~ 
데스우~ 데스웅~

일제히 ‘붙임성’을 보인 후 품에 안기려 우글우글 모여드는 귀여운 자들을 보다가 행복하게 
젖을 먹이는 이웃을 보며 회색눈과 다른 산실장들도 미소를 지었다. 알 수 없는 무서운 일들이 일어나고 이웃이 죽는 슬픈 일이 있었지만 새로운 자들이 태어났다. 

이 자들은 새로운 희망의 상징인 것이다. 

데스우웅~ 

행복해하는 이웃을 바라보던 회색눈도 이웃을 지나쳐 굴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자신에겐 단 한 마리의 자만이 남아있지만 자신도 자를 훌륭하게 키우고 그 자가 다시 자를 낳는 모습을 그리며 자를 돌보려 가는 것이다. 

-꾹 

데에?

그때, 자를 안고 앉아 있던 이웃이 지나치는 회색눈의 옷자락을 잡았다. 갑작스런 행동에 의아해하며 아래를 내려다 본 회색눈은, 배가 터져 바닥에 쓰러진 상반신에서 사방으로 태낭과 내장을 흩뿌린 채 자신의 옷자락을 당기는 산실장의 적록색 피투성이 얼굴이 자신을 올려다보는것과 눈이 마주쳤다. 

데에에에에에에에에!!!!! 

-쿠콰과아아아아앙!!!!!! 

곧 태어날 자들을 위해 행복의 노래를 불러 주던 임신한 산실장은, 몸에 충격을 느끼는 순간 
굴 안에 있던 자들이 허공으로 붕 떠오르는 모습을 봤었다. 그리고 자신의 몸도 떠오른 걸 깨달은 순간, 자들이 일제히 폭발하듯 배가 터져나가며 허공에 적록색 액체와 풀어진 내장이 가득 흩날리는, 이상하게 천천히 흘러가는 그 장면을 똑똑히 봤다.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조금 무너져 흙더미가 쏟아지는 굴의 벽에 그 ‘자들이었던’ 물체들이 
철썩철썩 달라붙는 광경을 멍하니 보는 자신의 시야 아래에서, 찢긴 뱃가죽과 내장의 사이로, 
녹색의 태낭들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

그것이 자신의 배가 찢겨 나온 태낭, 자들이라는 걸 안 순간 산실장은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갑자기 바닥이 올려쳐온 듯 한 그 충격에 자들과 산실장이 떠올라 터지는데 걸린 시간은 2초도 안 되지만 그 2초 사이에 모든 게 끝났다. 

데히....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정신을 차린 산실장은 이미 아무런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 몸을 질질 끌고 일어나려했지만, 하반신은 이미 없었다.

데! 데헤에....!

그때 산실장은 주위 여기저기에 흩어진 태낭을 보고 비명을 지르곤 필사적으로 기어가려했다. 태낭은 출산 후 점막으로 바뀌어 잠시 동안 보호를 해 주지만 오래 방치되면 오히려 구더기 실장의 초기변이를 막고 굳어지면 자들이 질식사를 하게 된다. 

본능적으로 그걸 알 고 있는 산실장은 어떻게든 태낭채로 뱃속에서 꺼내진 자들의 태낭을 제 
거해주려 움직이려 했지만 기어가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데...히....데에에에..... 

방금 전만 해도 뱃속에서 레~ 거리며 힘껏 대답을 해주던 자들이, 지금은 태낭채 흙바닥에 내 
팽개쳐진 채 죽어가고 있다. 

그걸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산실장의 상반신 앞에서 몇몇 태낭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아마 뱃속에서 혹은 떨어질 때 충격을 받고 태낭 속에서 적록색 죽이 되어있었지만 
운 좋게 낙엽이 쌓인 곳에 떨어지거나 저 멀리 있는 하반신채 떨어진 태낭은 무사한 것 같았 
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곧 태낭이 굳어가자 괴로움을 느끼는 듯 태낭안의 구더기들이 꿈틀대 
기 시작했다. 

데히....! 데아아아아아!! 

아직 ‘태어나지도 못한’ 자들이 괴로워하는 그 모습에 산실장은 피눈물을 흘리며 손을 뻗었지 
만 그게 할 수 있는 것의 전부. 구더기들은 본능에 따라, 팡콘조차 할 수 없는 구더기실장의 
유일한 방어수단인 둥글게 몸을 만 모습으로 부들부들 경련하다가 질식해 죽어갔다. 

데아아아아!!! 

모든 태낭이, 구더기실장이 움직임이 없어진 걸 본 산실장은 처참하게 비명을 질렀다. 그러다가, 회색눈이 뛰어 들어왔던 것이다.

데이이?! 

그러나 굴 입구의 참상을 본 순간 멍하니 굳어진 채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회색눈에게 소리치 
던 산실장은, 마지막 생명을 다해 기어갔다. 그리고, 현실도피를 위해 행복회로를 발동시키고 있던 회색눈의 옷을 잡아당겼던 것이다. 

데에에에에에에에에!!!!!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
굴에는, 굴 안의 자들에겐 아무런 일도 없다. 
이제 곧 이웃이 자를 낳을 것이다. 

바깥은 아무런 이상이 없는 굴에 안심하며 들어간 순간, 입구 쪽에 동강난 채 죽어가는 임신한 이웃을 발견한 순간 큰 충격에 발동 됐던 그 행복회로에서 깨어나 비명을 지르는 회색눈의 아래서, 이웃의 손이 툭 떨어졌다. 

데이이이?! 
데스! 데스! 
데스우우우우!!! 

그 뒤로, 먼저 굴로 들어간 회색눈의 비명을 듣고 장로와 이웃 산실장들이 우르르 들어와선 
끔찍하게 박살난 산실장의 시체를 보고 비명을 질렀다. 

데스데이슷?! 

-툭 

....데! 

소리를 지르며 굴 안쪽으로 뛰어 들어가는 한 산실장이 어깨를 치고 지나가며 정신이 든 회색 
눈도 급히 굴 안쪽으로 뛰어들었다. 굴의 안쪽엔 마을의 자들과 함께 자신의 유일한 자가 있다.

데스우! 데스우! 

굴 안에서 멍하니 서 있는 이웃들을 밀치고 나선 회색눈의 눈에, 적록색 세계가 펼쳐졌다. 
바닥. 낙엽. 천장. 무너진 벽. 모든 곳에 적색과 녹색의 액체와 고기. 그리고 질척하게 젖은 옷 조각들이 달라붙어 있었다. 

데에에에에!!! 
오....오로로로롱....! 오로로롱! 
데에에엥.... 데에에에엥!!! 

그때서야 충격에서 벗어나 산실장들이 울부짖으며 자들을 주워 모으는 가운데를 회색눈이 비 
틀거리며 걸어갔다. 

데스우.... 

무너진 벽의 흙에 하반신이 묻힌 자실장 한 마리. 이미 눈이 탁해진 채 죽은 그 자실장의 목에 하얀 상처자국이 있는 걸 확인한 회색눈은 그 자리에 쓰러져서 오열했다. 

데아아아아아!!!!! 데아아아아아!!!!!!! 

마지막 자. 
다시는 자를 가질 수 없게 된 자신의 마지막 희망. 
그 자의 허무한 죽음에 울던 회색눈은 울면서도 자의 손을 잡았다. 
하다못해 깨끗하게 만들어 계곡에 떠내려보내주려고 한 순간. 

-주르륵 

하반신이 흙에 묻힌 게 아니라, 이미 배가 터져 두 조각으로 찢긴 몸을 흙이 덮었을 뿐이었던 자실장의 상반신은 쉽게 들려 올라왔다. 

데....데.....데아아아악!!!! 

자실장의 손을 놓은 회색눈은 뒤돌아서서 정신없이 굴 입구로 향해 뛰었다. 이게 현실이 아니기를 바라며, 꿈이길 바라며 뛰던 회색눈은 입구에서 발이 걸려 쓰러졌다.

오.....오로로로로로!!! 오로로로롱!!!! 오와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그리고 그대로 바닥에 이마를 찧으며 피눈물을 흘리던 회색눈의 귀에, 작은 소리가 들렸다. 

레....

데!? 

사방에서 들리는 이웃들의 통곡 소리. 굴을 지키던 이웃을 살펴보다가 고개를 젓는 장로. 아직도 살아있는 자가 있을 거라 믿으며 시산혈해를 뒤적이는 산실장. 그런 소란의 가운데서, 희미하게 자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해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회색눈은, 동강난 하반신의 내장 사이에 묻힌 태낭 하나를 발견했다.

물이 아닌 친실장의 피에 젖어 아직 마르지 않았기에 살 수 있었던 단 한 마리. 

회색눈이 급히 태낭을 꺼내 핥아주자 구더기실장의 모습인 채로, 그 자는 회색눈을 올려다보며 레후~ 거리며 천진하게 활짝 웃었다. 그 애처로운 탄생과 웃는 얼굴을, 그래도 살아 있어준 마을의 마지막 자를, 회색눈은 꼭 끌어안아주며 다시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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