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대국이 소국이라 말하는 실장석 참피 소설 누가 내 치킨을 옮겼을까?

"만 오천원입니다~"

"알겠다"

"??"


며칠은 씻지 않은듯 떡진 머리를 긁으며 한손으로 꼬질꼬질한 지폐를 내밀었다

어눌한 말투에 직원의 얼굴엔 의문이 한가득이다

익숙한 상황이었다


'소국 주제에..'


철웅이 이 나라에 온 지 3년째,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철웅은 그러지 못했다

아니 안했다

별 능력도 없어서 직업을 구하러 온 주제에, 공사판에서 일하는 잡부주제에 철웅은 고집했다

자신은 세계의 중심인 대국 출신인데 어째서 소국의 언어를 익혀야 하는가

그 고집은 같이 왔던 다른 조선족들이 유창하게 한국어를 말하며 양꼬치, 마라탕 가게로 떼돈을 벌 때에도 바뀌지 않았다

철웅은 아직도 공사판에서 일한다

그래서 항상 생활비에 쪼들려야 했다

그런 철웅에게 가끔씩 사먹는 이 치킨은 스스로에게 주는 상이자 행복이었다


"캬! 냄새가 주기네!"


모락모락 솟아오르는 갓튀긴 치킨냄새가 코로 스며든다


"닭튀김엔 맥주지!"


철웅은 맥주를 사러 마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왜 치킨집에서 바로 안사느냐고?

철웅은 돈이 없다

생맥주보다는 캔맥주가 싸고 치킨집보다는 마트가 싸다

거기에 유통기한이 다되어가는 떨이상품이면 금상첨화!

얼른 집에가서 치맥을 할 생각에 철웅은 속도를 높였다


"아 여기래 공원은 왜 있는지 참 싫은기라"


치킨집에서 마트로 가는 길에는 공원이 껴 있었다

치킨이 식기 전에 집에 가고 싶었던 철웅은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급격한 움직임은 철웅의 장운동을 촉진시켰고 산책로 한 가운데서 일이 터지고 말았다


"아이!"


배를 찌르는듯한 변의에 철웅은 다리를 꼬았다

다행히 근처에 보이는 하얀 건물, 공원 화장실이다

한걸음 옮기려는 순간


"허읍!"


저녁에 먹었던 마라탕이 잘못된 것일까?

조금이라도 힘을 푸는순간 쏟아져나올 느낌이다

철웅은 어쩔 수 없이 치킨을 내려놓고 양손으로 뒤를 꼭 누른채 화장실로 비틀비틀 향했다


*

"바보들인데스"


산책로 화단의 수풀 속에서 잠복하고 있던 한 실장은 중얼거렸다

수풀 밖의 상황은 참 가관이었다


"실장 권법! 와자뵷!"

"데스빔데스!"

"프니프니후! 프니프니후!"

"와타시의 보검에 찔려보고싶은데스? 그 우마우마를 내놓는데스!"

"마마레후! 마마레후!"


수많은 실장들이 뒤엉켜 서로를 때리고 찌르고 잡고 늘어졌다

친실장도 독라도 너나할거없이 서로를 위협하고 눈을 공격당한 한 실장은 강제출산에 들어가 구더기를 뽑아냈다

각종 실장과 구더기가 어울려 환장의 대합주를 연주하는데 그 중심에는 치킨이 있었다


이 실장은 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어떻게?

이 실장이 먹이를 구하는 방법은 바로 잠복

수풀 속에 숨어서 가만히 대기하고있으면 먹이수집활동을 마친 실장이나 독라가 지나간다

상대할 만하면 공격하고 아니다싶으면 다음 상대를 기다린다

크기가 다 고만고만한 들실장인데 상대할 만한 상대가 많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의외로 잠복 사냥의 성공률을 높았다

먹이 수집 활동을 마친 실장은 무거운 짐을 이끌고 오거나 허탕을 치더라도 빨빨거리며 돌아다녔기에 힘이 빠져있고 독라는 기본적으로 먹이를 구하기 힘들어 약해진 상태다

지친 몸으로 걸어가다보면 주위에 대한 경계심도 떨어지는 바

조용히 지켜보다가 살금살금 뒤로 가서 대가리를 딱! 후려치면


하무라뾰? 메빠소?


일용할 양식의 탄생이다

그렇기에 잠복 실장은 오늘도 수풀 속에서 대기중이었다

어딘가 다급해보이는 마라 닝겐이 나타나기 전까진


"허읍!"


무엇이 문제인지 마라 닝겐은 우마우마한 냄새가 풀풀 나는 봉투를 급히 내려두고 떠났다

맡기만해도 입에서 침이 고이는 고소한 기름 냄새

간식으로 들고온 구더기 육포가 갑자기 운치맛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당장 뛰쳐나가서 고개를 처박고 우마우마를 흡입하고 싶었지만


"다메데스"


잠복 실장은 그러지 않았다


"분명 학대파의 함정인데스"


혹시 아니더라도 닝겐은 빠르다, 크다, 강하다

자신이 들고 움직여도 닝겐은 순식간에 쫓아와서 자신을 실각시킬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굳이 저 우마우마를 먹어서 좋을 일도 없었다

냄새만 맡아도 미칠 것 같은 우마우마다

괜히 먹어서 입맛을 올려버리면 다른 것이 운치맛으로 느껴질 것이다

구하기 힘든 우마우마로 고통받느니 저 우마우마는 냄새만 우마우마하다고 여기는 편이 좋았다

그렇다고 이 자리를 떠날 이유도 없었다

왜냐하면..


"데에에에에?!!"

 

대신 우마우마가 되어줄 존재가 나타나니까


"원시마마의 가호인데스!"


닝겐이 떠나자마자 나타난 실장은 옷도 깔끔하고 어딘가 어리숙했다

크기도 약간 작은 것이 딱 봐도 독립한 지 얼마되지않아보였다

한 손에 들고있는 꽃이 그 증거였다


"이제와서 추자를 임신하려는데스? 데프픗 풋내기인데스"


추자추자거려서 가을에 태어난 자라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추자를 가을에 낳는 것은 것은 멍청한 짓이다

일반적으로 자를 임신해서 낳기까지는 일주일, 태어난 자는 작고 연약하다

어느정도 부려먹기 좋은 크기까지 자라는데 다시 일주일, 그것도 충분한 먹이를 주었을 때의 일이다

그것뿐인가? 아무리 태교로 가르치더라도 한계가 있는법, 추자에게 일을 가르치는 것은 얼마나 걸릴 지 모른다

경험있는 실장들은 여름의 끝자락에 임신해서 가을이 올 때즈음부터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추자를 낳는다


잠복 실장은 조용히 비웃으며 다시 상황을 지켜봤다


"오마에! 그 우마우마를 내놓는데스!"


횡재에 신이난 풋내기 실장이 방방 뛰면서 우마우마를 챙기자마자 독라가 나타났다


"역시, 그럴줄 알았던데스"


잠복 실장은 예상했다

상황은 4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

독라가 이기거나 풋내기가 이기거나 둘 다 동시에 쓰러지거나 혹은 닝겐이 나타나서 다 마라되거나

잠복 실장에게는 어느 상황이라도 상관없었다

누가 이기든 지칠 것이고 노련한 자신을 이길리가 없을테니까

그런데 상황이 묘하게 돌아갔다


퍽!

"데뵥!"


풋내기가 생각보다 영리했다

치킨을 내던져 독라의 주의를 끌고 단방에 백치로 만들어버리다니 체력소모도 거의 없는것이나 마찬가지


"이러면 나가리인데스"


고민하던 잠복 실장에게 반가운 소리가 들렸다


"데스젯슨!"

"데샤아아!"


이후로 무슨 포켓몬도 아니고 풋내기가 한걸음을 옮길때마다 다른 실장들이 등장했다

절반은 독라, 절반은 그냥실장

풋내기는 때로는 협박, 때로는 협상을 하며 치킨을 지키려했으나 점점 퍼지는 우마우마의 냄새는 공원의 실장석들을 죄다 불러모았다


"거기선 총구를 쑤셔버리는데스! 오마에의 주먹은 구더기 돌기인데스까? 저건 또 뭐하는 병신인데스?"


보검을 휘두르는 실장석, 주먹을 휘두르는 실장석, 네 발로 위협하는 실장석 등등

산책로에서 벌어지는 배틀로얄을 지켜보며 잠복 실장은 구더기를 뜯었다


"모 야메룽데스! 와타시는 이 지고쿠를 탈출하는데스!"


마침내 치킨을 지키던 풋내기가 치킨을 던져버렸다

소중히 담겨있던 박스로부터 탈출한 치킨들은 일몰의 장막에 고소한 반원을 긋고 흩뿌려 졌다


"우마우마우마우마우마데스!"

"무다무다무다무다무다데스!"


황급히 치킨을 입에 집어넣는 실장석, 그것을 또 막는 실장석

다른 실장석의 팔에 들린 치킨을 팔째로 물어뜯는 실장석까지

새로이 시작된 아귀다툼에서 풋내기는 몸을 뺐다

싸움의 처음부터 있었던 주제에 꽤 멀쩡한 모습이었다

거기에 우마우마 한조각과 꽃까지 챙겼다

뒷머리 한쪽이 허전했지만 독라가 된 녀석이 수두룩한데 비해 운이 좋은 편이었다


'닝겐이 떠난 지 시간이 꽤 흐른데스, 이정도까지 오지 않는 것을 보면 버리고 간 것이 분명한데스'


잠복 실장은 찌뿌둥한 몸을 풀기 시작했다

풋내기가 탈출한 뒤로부터는 추가적인 난입도 없었고 대부분의 실장들은 팔다리 중 하나는 잃고 지친 상태였다


'지금인데스'


잠복 실장은 마침내 수풀에서 나왔다

우마우마를 탐할 생각은 없다

그저 저기 굴러다니는 독라달마 자판기 중 싱싱한 것 하나와 갓 낳은 구더기 몇 마리를 챙기는 것이 목표였다


"데히.. 데히이잇"

"저리 꺼지는 데샷!"

"데갸봇!"


반병신이 되어서도 자신에게 덤비는 실장들을 걷어차며 잠복 실장은 자판기를 고르기 시작했다


"이건 눈병신인데스, 이건 너무 마른데스, 오마에! 오마에로 정한데스! 신선한 구더기를 낳아주는데스요?"

"마라까는 소리하지마는데샤아아!"


살이 탱탱하게 오른 실장을 고른 잠복 실장은 그 자리에서 자판기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우선 팔인데스"


잠복 실장은 자판기의 팔을 물어뜯었다

비명을 지르는 자판기의 팔에 운치를 비벼 재생을 막았다


"오로롱! 오로로롱~!"

"다리는 집에가서 마무리하는 데스"


임시 처리를 마친 잠복 실장은 자꾸 뒤돌아보며 버티는 자판기를 보검으로 찔러대며 끌고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로로.. 데픗! 데퍄퍄퍗!"


자판기가 갑자기 미친듯이 웃기 시작했다


"왜그러는데스? 오마에, 미친데스까?"

"뒤를 보는데스, 데퍄퍄퍄퍄퍄!"


뒤를 돌아보는 잠복 실장, 뒤에는 분노에 찬 닝겐이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니가 그랬슴까?"

"데히이이이이이!!!!!"


그날 공원은 해골 3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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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웅의 치킨, 운치로 대체되다


댓글에 자꾸 치킨치킨거려서 씀

원래 다쓰고 외전으로 쓰려고했는디

쓰다보니 귀찮아서 용두사미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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