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가족도 수틀리거나 하면 호적을 파버리는데 가짜 가족에게 가족애를 바라면 안되는 진리의 참피 소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실장석

후타바 공원에는 화창한 날씨와는 사뭇 대조적인 적막감이 감돌고 있었다.

 

 공원 한켠의 벤치에는 한 남자가 앉아있었다.


 남자는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남자는 젊어보였으나 그의 옆에 지팡이가 벤치에 비스듬이 기대어 있는 걸 봐서는 다리가 불편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으리라

 

 그는 웃고있는 것 같았으며 또 언듯 보기에는 울고 있는 것 같이 보였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남자의 얼굴에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남자는 실장석을 사랑했으며, 증오했다.





 

 남자는 소방대원이었다.


 그는 밝은 성품에 이타심 넘치는 기질을 타고났으며 타인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근래에 보기 드문 좋은 청년이었으나...



 한 건물붕괴사고가 그의 인생을 바꾸어놓았다. 



 사고 당일, 남자는 여느 사고현장에 투입되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한명의 피해자라도 더 구하기 위해 붕괴되는 건물 안에서 상부의 철수명령을 무시하고 건물 안을 살피는 중이었다.


 빨리 나오라는 무전을 무시하며 수색을 계속 하던 남자의 머리 위로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쏟아져내렸다. 안전모를 쓰고 있어서 머리의 부상은 없었지만 순간적인 충격에 균형을 잃고 옆에 크게 나있던 균열 사이로 떨어지고 말았다.

    

 추락 후 몇 시간이 지났을까. 불쾌한 빛의 깜빡임이 인지되었을 때, 남자는 눈을 떴다.


 전깃줄에 매달려 대롱거리는 형광등이 불규칙적으로 깜빡이고 있었고 주변을 보니 건물의 잔해들과 부서진 무전기, 쓰레기더미들, 그리고 반대로 꺾인 자신의 오른다리가 보였다.


 꺾인 다리를 본 충격에 남자는 소리를 지르려고 했으나 먼지를 많이 마신 탓인지 기침만 나올 뿐이었다.


 기침을 할 때마다 느껴지는 전신의 통증을 견디며 남자는 침착하게 몸을 점검해보기로 했다. 비록 기본적인 수칙을 지키지 않아 이 꼴이 되긴 했지만, 남자는 잘 훈련받은 소방대원이니까.


 시야는 괜찮다. 목을 움직이는 것은 힘들다. 손가락은 움직일 수 있지만 팔을 들어올리는 것은 힘들다. 허리와 하반신은... 감각은 있지만 움직일 수 없다. 말은 할 수 있을까? 

 남자는 마이크테스트 하나둘셋 따위를 중얼거리며 청각도 함께 확인한다. 작은 소리를 내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큰 소리를 내면 몸에 무리가 올 거 같다.

 척추나 신경은 다치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한다. 스스로 위로하며 남자는 조금이라도 회복을 하기 위해 잠을 청한다. 잠이 든 것인지 기절한 것인지 알 수 없이 남자는 곧 의식을 잃었다.




 

 의식과 무의식의 상태를 몇 번 반복하고 조금 정신을 차린 남자는 갈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탈수현상이 일어나서인지 허기는 참을 수 있어도 갈증을 참기는 힘들었다. 몸이라도 움직일 수 있다면 양말따위의 땀이라도 짜서 마시고 오줌이라도 마셨을텐데... 따위의 생각이 든다. 


 "무...물... 누가 물 좀..."


 남자는 도움을 요청해도 헛일이라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당장 수분을 섭취하지 못하면 곧 위험해질 거라는 것도 안다. 지금 남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한도내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 밖에 없었다.


 그렇게 남자는 한참을 신음하듯 물을 갈구했다 


 -테치 테치


 순간 남자의 말에 화답하는 것 처럼, 자실장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평소 실장석에 관심이 없던 남자라도 그 소리가 자실장이 내는 소리라는 것 정도는 안다.

 실장석. 사람과 비슷한 외형의 들짐승. 먹이사슬의 최하위에 위치해있으나 강한 번식력과, 뛰어나진 않지만 적당한 지능으로 그 종을 유지하며 기본적으로 숨어 지내지만 찾고자 마음만 먹으면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생물이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자그마한 자실장 하나가 잔해 뒤에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남자가 바라던 구조대는 아니었지만, 자신 이외에 살아있는 생물을 본 남자는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꼈다.

 

 "안녕?"


 심한 탈수증세로 언제 정신을 놓을지 몰랐기에 남자는 실장석에게 말을 걸었다. 아무래도 대화를 하면 정신을 좀 더 오래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테츄?


 잔해 뒤에서 자실장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 모습이 귀여워 남자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이리 와보지 않을래?"


 남자는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자실장을 부른다.


 -테에에에...


 자실장은 쫑쫑걸음으로 남자의 손으로 다가간다.


 자실장이 손에 닿을 정도로 충분히 가까워져서, 남자는 손가락으로 자실장의 뺨을 쓰다듬는다.


 재생력이 뛰어난 실장석이지만 자실장의 오른편 뺨에는 긁힌 듯한 조그마한 흉터가 있었다.


 -테츄우우웅~


 남자의 손가락이 기분이 좋은지 자실장은 남자의 손가락에 뺨을 부빈다.


 부드럽고 탱글탱글한 볼의 감촉이 꽤나 기분 좋다.

 

 그렇게 한참을 쓰다듬으며 놀아주다가 남자는 무의식적으로 말을 꺼냈다.


 "혹시 물 좀 줄 수 있니?"


 말을 하면서 남자도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실장석은 식탐이 어마어마한 생물이다. 기본적으로 자실장의 외형은 귀엽다(실외에서 살아가는 성체들실장들은 거친 환경과 쓰레기같은 음식을 통해 영양소를 공급받다보니 외형도 흉하게 변하는 걸로 파악이 된다). 하지만 배가 고프면 자신의 대변도 먹고 심지어 동족까지 


먹는 식성 때문에 많은 사람이 혐오한다. 

 그런 실장석에게 음식물을 나누어달라고 하다니 아무리 급했어도 말이 안되는 상황이라 실소가 나왔다.  


 -테츗! 테칫! 


 자실장은 인상을 쓰며 콧김을 킁킁 뿜으며 오른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쿵쿵 쳤다. 그리고는 몸을 훽 돌려 자신이 온 곳으로 쫑쫑거리며 뛰어갔다.


 '당연히 화가 났으려나...'


 그 모습이 화가 난 것이라기 보다는 왠지 '맡겨주세요!' 라고 말하는 것 같아보여서 남자는 역시 사람이 힘들면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남자는 믿기 어려운 광경을 보았다.


 자실장이 자기 몸집만한 작은 패트병을 끙끙대며 질질 끌고오고 있었다.  


 '에이 설마???'


 힘든 상황에서도 정신을 잘 붙잡고 있다고 생각했던 남자였지만 그 순간 만큼은 드디어 자신이 정신줄을 놓았구나 라고 확신했다.


 남자의 얼굴까지 패트병을 끌고 온 자실장이 패트병의 뚜껑을 열어 남자의 입에 패트병을 기울이기 전까지도 남자는 헛것을 보고있다고 확신했지만 입으로 물이 들어와 갈증이 조금이나마 해소가 되었을 때 비로소 남자는 자신이 자실장에게 도움을 받고있다는 것이 현실임을 깨달았다.


 "조...조금만 더..."


 -테치 테치~


 의도한 것은 아니고 원체 힘이 약한 자실장인지라 패트병을 천천히 들어올릴 수 밖에 없었고 남자는 급하지 않게 천천히 수분을 섭취할 수 있었다.


 작은 패트병의 물을 다 비운 것을 확인한 자실장은 주저 앉아 한숨을 쉬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힘들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 후 옆에 찬 주머니에서 작은 물건들을 꺼냈다


 과자조각, 초콜렛조각, 실장푸드


 아주 작은 양이긴 하지만 음식물이다.


 자실장은 남자의 입에 음식물을 조금씩 넣어주면서 자신도 음식물을 먹기 시작했다.


 극소량의 음식물 부스러기에 허기가 가실리 없겠지만 믿을 수 없는 기적같은 상황에 남자는 왠지 허기짐이 가시는 듯했다.


 식사가 끝난 후, 자실장은 아까 전처럼 남자의 손가락에 볼을 부비며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자실장의 감촉에, 남자는 지옥같은 상황에서 위안을 받았다.


 


 

 그와 같은 기적같은 일상이 몇 번 반복되고 자실장의 정성어린 간호에도 불구하고 남자의 정신이 희미해질 때 즈음, 비로소 남자는 구조되었다.







  


 "벌써 퇴원하셔도 되는지 말입니다?"


 남자의 후배는 친근하게 남자에게 말을 걸어왔다. 후배의 눈에는 친근함과 존경심이 가득했다. 

 

 "뭐, 병원에서는 좀 더 안정을 취하라고는 하는데... 좀이 쑤셔서 가만히 누워있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


 "복귀는 언제쯤 하실 예정이신지 말입니다? 선배님 안계시니 서가 뭔가 허전하지 말입니다."


 농담처럼 하는 말에 진심이 숨어있다던가. 후배의 말에서 느껴지는 진심때문인지 남자는 그런 후배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좀 움직일만 하면 바로 복귀해야지."


 "아이고 뭐 좋은 일 있다고 바로 복귀하시는지 말입니다. 이번 기회에 좀 푹 쉬시다가 오시지 말입니다. 그건 그렇고 왜 그렇게 퇴원은 서두르신건지 말입니다?"


 남자는 후배의 물음에 웃으며 대답한다.


 "어디 좀 가봐야해서."


 

 후배와 헤어지고 목적지로 가는 길. 남자는 엄지손가락으로 자신의 손가락들을 훑어본다. 


 



 


 남자의 가방에는 이것저것 들어있다. 랜턴, 콘페이토, 최고급 실장푸드, 자실장용 장난감 공, 린갈 등등.


 남자는 건물 잔해 속으로 들어갔다. 출입엄금이라는 표지가 있었지만 그런 것 따위는 개의치 않았다.


 일주일간 이 곳에 갇혀있었다고 했었던가. 2차 붕괴의 위험때문에 구조작업이 늦어질 수 밖에 없었다고. 살아있었던 게 기적이라는 이야기는 귀가 따갑게 들었다. 일주일간 꼼짝못하고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환자가 때깔이 왜 이렇게 좋냐고 농을 던진 의사에겐 그냥 웃어보였다.


 후배에게 들었던 자신이 구조되었던 위치를 되새기며 남자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구조작업을 하면서 길을 터놔서 어렵지않게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자 그럼..."


 남자는 본인이 누워있던 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리고 좀 전에 실장샾에서 구입한, 실장석이 좋아할만한 것들을 앞에 꺼내어놓고 묵묵히 기다렸다. 어차피 이 잔해 더미 속에서 자그마한 자실장을 자력으로 찾기란 불가능하다. 그저 기다리는 수 밖에 방법이 없다. 하지만 남자는 이 곳에서 기다리면 자실장을 만날 수 있다는 묘한 확신이 들었다. 

 

 그리 길지 않은 기다림에 자실장은 모습을 들어냈다. 



 -테에에....


 자실장은 남자에게 다가갈까 말까 망설이는 모습이었다. 남자를 알아본 것 같았지만 조금은 경계하는 그런 스텐스를 취했다. 남자의 앞에 먹을 게 산처럼 쌓여있었으나 지능이 낮고 탐욕스러운 실장석 답지 않게 신중한 모습이었다.


 남자는 웃으며 말없이 예전 자실장을 만날 때 처럼 손가락을 까닥거려보였다. 그제서야 자실장은 예전처럼 남자의 손가락으로 다가가 뺨을 부비며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남자는 린갈을 꺼내들었다.


 

 "안녕?"


 -닌겐상 오랜만인테치! 몸은 좀 어떠신 테치?


 "덕분에 건강해졌단다. 오늘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러 왔어."


 -아닌테치! 와타치도 닌겐상이 함께 있어줘서 즐거웠던테치!


 

 남자와 자실장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실장은 남자와 대화하는 것을 즐거워하기도 했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는 조금 침울해보였다.


 

 모친인 친실장은 3명의 자들과 함께 겨울을 나기 위해 건물 지하 깊숙한 곳에 실장하우스를 만들었다고 했다. 친실장과 장녀는 월동을 위해 함께 먹이를 구하러 다녔고 막내였던 자실장은 골판지로 만들어진 실장하우스에서 차녀의 보살핌을 받으며 지냈다고 했다.


 -마마는 정말정말 세레브하고 강한테치! 나갔다하면 우마우마한 먹을 것을 이마아안큼 가지고 왔던테치! 와타치도 세레브한 마마를 돕고싶어서 늘 함께 가자고 떼썻지만 장녀 오네챠가 때찌때찌 때렸던 테츄...


 -차녀 오네챠는 정~말 좋았던 테치... 와타치가 배고프다고 하면 항상 자신의 몫을 양보해줬던 테치...와타치가 떼써서 장녀쨩에게 혼나고 시무룩해있으면 노래도 불러주고 춤도 쳐줬테치! 오네챠는 춤 출 때 가장 예쁜테치!


 자실장은 쓸쓸함이 역력히 묻어나오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사실 와타치는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게 너무 너무 싫었던테치... 마마와 오네챠가 먹을 것을 가져오면 그것들 모두 와타치가 먹고 싶었던 테치... 함께 나눠먹는 것 이야였던테치...


 -마마와 오네챠는 열심히 음식을 모아놓은테치. 우마우마한 양의 음식을 모아놓은테치! 와타치가 먹고 싶어서 손대려고하면 장녀오네챠가 아껴야한다며 때찌한 테치. 너무 아팠던테치. 양도 많은데 왜 안되는지 이해가 안되는테츄. 와타치는 장녀오네챠가 너무너무 

미웠던테치...


 -갑자기 콰광! 하며 천장이 무너져내렸테츄. 하늘에서 돌들이 막 쏟아져내린테치. 마마는 와타치타치들을 보호하려고 감싸주었지만... 마마몸을 뚫고 나온 것에 아래에 있던 차녀쨩도 찔렸고 와타치의 얼굴도 아야한테치. 

무서워서 도망치려는데 장녀쨩이 와타치를 밀쳐내고 돌에 대신 깔려버린...테에엥테에엥


 이야기를 멈추고 자실장은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남자는 자실장을 쓰다듬어주었다. 남자의 따스한 온기에 조금 진정이 되었는지 자실장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음식은... 돌에 깔리고 날아가긴 했지만 여전히 산더미처럼 남아있었던테치. 마마와 오네챠가 정말정말 열심히 모아놓은테치. 


 -분명 와타치는 혼자만의 음식이 쌓여있으면 행복해야했을테치. 하지만 하나도... 하나도 행복하지 않은테치! 마마와 오네챠타치들과 함께 먹고 싶은테치! 혼자 먹는 음식은 이야인 테치!


 -마마와 오네챠들... 아파하지도 못한테치. 먹을 것을 입에 넣어주어도 먹지 못한테치. 마마들이 열심히 구해온 음식을 마마들은 먹지 못하고 와타치만 먹는 건 너무한테치. 


 -닌겐상이 하늘에서 떨어진 테치. 닌겐상도 마마들과 마찬가지로 아야한테치. 하지만 닌겐상은 괜찮았던테치. 닝겐상 손은 마마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웠던 테치. 음식도 함께 먹어준 테치!


 -닌겐상에게 와타치는 세레브하고 멋있었던 테치? 마마가 그랬듯 와타치가 잘 했던 테치?


 "그럼."


 남자는 말했다.


 "네가 나에게 먹여준 음식은 세상에서 먹었던 그 어떤 음식보다 맛있었단다."


 -테츄?


 "너희들 식대로 말하면... 음... 극상의 콘페이토?"


 자실장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닌겐상에게 준 건 콘페이토가 아닌테치! 닌겐상 아직도 어디 아픈 거 아닌 테챠?


 "그러게... 아직 아픈 게 다 안나았나봐."


 -닌겐상 아야인테츄? 


 "응. 그러니까 네가 계속 간호해주지 않을래?


 -텟?


 "나와 함께 가자."


 -테에...


 "같이 사는거야."


 -닌겐상과?


 "그래."


 자실장은 조그마한 입을 벌리고 멍하니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웃으며 자실장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남자의 손이 닿자 자실장은 테헷 웃으며 남자의 손에 얼굴을 부벼왔다.


 "그럼, 슬슬 가보자. 우리들의 집으로."


 




 


 남자는 자실장과의 생활에서 행복을 느꼈다.


 실장석은 교육받은 사육실장이 아니면 대변을 가리기 쉽지않다고 했는데 미도리(남자가 붙여준 이름)는 남자가 두어번 알려주면 이해했다


. 실장전용화장실에 가서 싸고 실장전용티슈로 닦는다. 그 개념을 넘어서 알아서 티슈로 바닥이나 벽등을 닦곤 했다. 

 


 -미도리는 주인님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테치!


 -미도리도 주인님 열심히 도와서 마마처럼 훌륭한 마마가 되고 싶은테치!


 -미도리가 어릴 때는(지금도 자실장이지만) 마마들을 도와주고 싶어도 도울 수가 없었던테치. 지금은 어엿한 어른인테치(물론 지금도 자실장이지만). 미도리도 마마가 미도리에게 해주었던 것 처럼 주인님을 위해 열심히 하는 테챠아아앗!


 남자는 곤란하다는 듯이 웃었다. 자그마한 자실장이 자기에게 어떤 도움이 된단 말인가. 하지만 의욕에 불타는 미도리가 그저 귀여워 남자는 고맙다며 쓰다듬어준다.

 실장석에 대해 무관심했던 남자는 미도리를 키워야하니 실장석에 대한 지식을 쌓아갔다. 실장석을 알아가면 알아갈 수록 그 분충성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지만 동시에 분충과는 차원이 다른 미도리의 영특함과 진심어린 마음에 감동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이만 퇴근한다."


 "에이 선배님. 요즘 너무 빼신다! 주말인데 퇴원 기념으로 거국적으로 한잔 하시지 말입니다."


 남후배에게 여후배가 태클을 건다


 "야이 인간아 선배님 다치시고 복귀하신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술타령이냐! 선배님, 이 놈이 이렇게 정신머리가 없습니다. 빨리 퇴근하시고 푹 쉬세요."


 "안돼 나 못놔 우리 선배님 못놔 선배님! 출근하실 정도면 술 한두잔쯤은 하실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니가 퍽이나 한두잔만 권하겠다. 이 화상아."


 "...퇴근한다."


 귀여운 후배들의 투닥거림을 뒤로하고 남자는 잽싸게 서를 빠져나간다.


 예전같으면 몸이 회복되자마자 후배들과 술을 들이부었을 텐데. 남자는 쓴웃음을 짓는다.


 집에서 미도리가 기다리고 있다. 미도리는 착하고 영특하지만 단 한가지 고쳐지지 않는 버릇이 있었는데, 혼자서는 밥을 잘 먹지 않는 것이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두어도 미도리는 소량만 먹을 뿐이지 언제나 남자가 와서 함께 먹기를 기다린다. 학대파였다면 언제까지 안먹을까나~ 하며 기다렸겠지만, 이미 남자에게 미도리는 자식과 같은 존재다. 실장석의 왕성한 식욕을 공부를 통해서 아는 남자는 미도리가 고통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

 아마 점심도 제대로 먹지 않고 내가 오길 기다리고 있겠지. 남자는 서둘러 편의점으로 향한다. 자신의 저녁거리과 미도리가 좋아하는 콘페이토 따위를 사서 얼른 집으로 향한다.




    

 "다녀왔어, 미도리."


 -주인님 잘 다녀오신테치? 수고하신테치!

 

 "오늘은 뭐하고 놀았어?"


 -오늘은 바닥을 삐까삐까하게 닦은테치!


 미도리 본인의 옷과 그릇은 본인이 정리하지만 세탁이나 설거지 같은 사람의 일은 자실장인 미도리가 하기 힘들다. 남자의 양말을 빨아보려다가 대야에 거꾸로 박혀서 익사할 뻔 한 후 남자는 미도리가 빨래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시무룩한 미도리에게 남자는 청소를 가르쳐주었다. 걸레질만 대충 하면 되고 위험하지 않으니 괜찮을 것 같았다. 대충 적당히 하길 바라였지만 의욕에 불타는  미도리는 쉴새없이 움직였다. 그리 넓은 집은 아니라 남자가 청소를 하면 금방하지만 자실장인 미도리가 바닥을 닦으려면 아마 하루종일 움직여야했을터이다.  

 깨끗이 닦인 바닥을 보고 남자는 왠지 걱정이 되었다.



 "...너무 무리한 거 아니고?"


 -으으응, 재미있는테츄.


 "미도리가 나를 도와주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너무 무리해서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미도리가 힘들면 마음이 아프단다."


 -아닌테치! 와타치는 끄떡없는테치!


 

 

 꼬르르르륵.




 뱃속에서 나는 소리에 미도리는 얼굴을 붉혔고 그런 미도리가 귀여워 남자는 소리내어 웃었다. 


 "어서 밥먹자. 오늘도 미도리가 좋아하는..."


 

 뭐야 이거?



 음식물을 꺼내려던 남자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편의점 봉지 안에는 있어야할 먹거리들은 없고 음식물이 담겨져있던 포장지라던가 빈 각 등등의 쓰레기들이 있었고...


 

 배가 산더미쳐럼 부풀어오른 자실장 한마리가 불쾌한 코골이소리를 내며 잠을 자고 있었다.



 

 탁아당했나???



 남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누구나 그렇듯 남자가 탁아시도를 당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감이 좋은 남자는 봉지안에 자실장이 날아들어올 때마다 늘 감지를 했으며, 학대파도, 애호파도 아닌 남자는 그저 봉지안에 자실장이 들어오면 꺼내어 그 자리에 놓고 갈길을 갔었을 뿐이었다.


 그런 남자가 처음으로 봉지에 자실장이 들어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집까지 데려온 것이다.



 ...미도리를 신경쓰느라 미처 느끼지 못한 모양이다



 남자는 자고있던 자실장을 들어올렸다. 그대로 밖에 내버릴 생각이었다.


 -주인님 주인님. 그 자는 누구인 테치?


 미도리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아마 자기 가족을 제외한 동족을 처음 보는 거겠지. 미도리의 천진난만한 시선에, 남자는 차마 내다버린다는 말은 할 수 없어서 자실장을 일단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참... 이 들실장은 드럽게 못생겼구나. 하고 남자는 생각했다.


 "글쎄... 실수로 잘못 들어왔나보다. 얼른 원래 있던 자리에 두고 올께."


 -그런테치? 그 자의 마마가 애타게 찾고 있을테치. 빨리 만났으면 좋겠는테츄     

 

 "그래. 얼른 찾아주고 올테니 기다리고 있어?


 -알겠는테치...


 미도리가 왠지 쓸쓸해보인다.


 "미도리?"


 미도리는 고개를 양옆으로 붕붕 젓는다.


 -주인님. 저 자도 자고 일어나서 마마나 오네챠가 곁에 없으면 많이 슬플테치?


 "그럴 것 같구나."


 그럴리 없다. 탁아에 성공한 자실장은 사육실장이 될 기대에 부풀어 있을 것이다. 마마같은 거 봉지에 들어가서 인간의 음식을 먹는 순간 잊었을 것이다. 거기다가 탁아에 성공했다면 십중팔구는 친실장이 다른 자식들을 데리고 탁아성공한 집에 찾아온다. 친실장이 집에 찾아오기 전에 얼른 버리고 오는 것이 속편하다.



 콩콩콩



 남자가 책에서 읽기로 탁아성공 후 80퍼센트 정도의 확률로 친실장이 본인의 일가까지 탁아요구를 한다고 했다. 찾아오는 시간대는 탁아성공 후 빠르면 2시간에서 늦으면 다음날 저녁이라고 했던가. 보통 이틀후에는 찾아오는 일이 없다고 한다.


 이건 너무 이른 거 아닌가? 1시간 정도밖에 안지났는데?


 지금까지 이 시간에 연락없이 집으로 찾아오는 손님은 없었다. 그리고 '사람' 이라면 분명 초인종을 눌렀겠지.  콩콩콩. 둔탁하지만 약한 힘으로 문을 두드리는 것은 틀림없이...


 

 -실례하는데스우~ 와타시의 귀~여운 자가 이 집에서 키워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스우~



 성체들실장의 굵직하고 허스키한 목소리가 문 밖에서 들려온다. 남자는 예전에 실장샾에서 얼핏 들었던 성체 원사육실장과는 다른 거칠고 투박한 성체들실장의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남자가 착한 성품을 타고 났다고는 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과 자신이 마음을 준 생물에게 한정된다. 저녁거리를 강탈당하고 거기에 저녁에 찾아와 생면부지인 자신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려하는 생물에게는 친절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남자 성격에 문을 열고 꺼지라고 외치며 친실장을 걷어차진 않았을 것이다. 아마 집에 있던 자실장을 문앞에 두고 다시 닫았겠지. 친실장이 문을 두드리든 말든 무시해버렸을 것이다. 미도리가 없었다면.


 

 -데에... 누구신테츄우?


 "...아마 이 아이의 마마인 듯 하구나."


 남자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그런테치? 잘된테치! 


 미도리는 기뻐하는 듯 하면서도 왠지 섭섭해보였다


 -목소리는 다르지만 말하는 게 마마랑 똑같은테치... 


 미도리를 쓰다듬은 후 남자는 문을 열었다.


 -닝겐상, 안녕하신데스? 와타시의 자가 닝겐상에게 키워지는 것으로 아는 데스. 귀여운 자이기 때문에 닝겐상에게 사랑받을 것이 분명한 데스우. 자의 귀여움에 메로메로 되었다면 분명 와타시와 와타시의 다른 자들에게도 메로메로될 것이 분명한 것이지만 정 닝겐상이 사정이 안되면 그 자만이라도 부탁드리는... 데뎃?


 고개를 들어 남자에게 말을 하던 친실장이 고개를 숙이자 남자의 다리뒤에 숨어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있던 미도리와 눈이 마주쳤다.


 -이상한 데스. 저 자는 와타시의 자가 아닌 데스우.


 "아아, 니 자식이라면 탁자 위에서 자고 있다."


 남자는 곤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미안하지만 이미 우리집에는 사육실장을 키우고 있어서 다른 실장들을 키울 여력이 안돼. 다른 집을 알아보는 게 좋을 거 같다."


 친실장은 미도리를 쳐다본다. 친실장의 시선을 받은 미도리는 부끄러운지 남자의 다리 뒤에서 꼼지락거린다. 미도리를 유심히 살펴본 친실장은 남자에게 말을 건낸다.


 -저 아이는 자실장치고 너무 마른 데스. 분명 음식을 가려서 닝겐상을 힘들게 하는 분충이 틀림없는 데스. 얼굴에 흉측한 흉터도 있는데스. 저런 흉터있는 아이보다는 와타시의 자가 열 배는 더 귀여운데스우. 저런 바보같은 분충을 지금까지 키워오셨다니 닝겐상은 참으로 바보같은데스. 저 분충은 독라로 만들어서 노예로 쓰고 지금부터 와타시의 훌륭한 자를 키우는 게 현명한 데스. 와타시의 자를 키우는 것을 영광으로 아셔야할 것으로 아는데스우.


 

 솔직히 남자는 실장잡지로 실장탁아에 대한 정보를 접하면서 학대파가 대다수인 독자들을 자극하기 위해서 일부러 악의적으로 편집해서 기고하는 줄 알았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잡지대로 친실장이 멍청한 소리를 하며 탁아를 요구한다면 제 아무리 애호파라도 학대파로 돌변할 수 밖에 없다는 게 남자의 생각이었으니까. 


 (주. 실제로는 린갈을 쓰는 것은 주로 젊은 층들이고 기기에 익숙치 않은 나이 지긋하신 중장년층들은 린갈 사용법을 알려고 하지 않고 인터넷에도 익숙하지 않아 정보를 습득하기 어려우며 굳이 잡지를 통해 실장석에 대해 공부하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소변만 잘 가린다면 알아서 먹고 알아서 잘크고 말도 알아듣는 실장석이 1인가구의 증가에 따른 출생률 감소,고령화가 가속되어가는 삭막한 현대사회에 굳이 의사소통을 하지 않아도 좋은 반려가 되기도 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로 들으니 정말 기가 찬다. 이 새끼가 미도리에게 무슨 개소리를 지껄이는거지? 남자는 순간 걷어차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다리를 잡고 있는 미도리 때문에라도 그럴 수 없었다.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참는다고 참았지만 어쩔 수 없이 말투에서 새어나오는 분노에 친실장은 움찔한다. 바지를 전보다 꼭 잡는 거 보니 미도리도 겁을 먹은 눈치다.


 -주...주인님... 무서운 테치...


 "아냐아냐 화 안났어. 겁먹지마렴."


 놀란 미도리를 남자는 다정히 안아서 달래준다. 살기를 띄던 남자가 미도리의 한마디에 풀어져서 달래는 모습을 친실장은 흥미롭게 바라본다. 두 명의 모습을 보며 잠시 생각을 하던 친실장이 이내 남자에게 말을 건다.


 -크음... 닝겐상. 와타시가 말실수를 한 데스우. 사과를 받아주시는데스웅.


 남자는 미도리를 바라본다. 폭언을 들은 것은 미도리고 미도리가 마음이 풀려야 대화를 진행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미도리는 마음 상한 것이 전혀 없는 양 그저 웃으며 남자를 바라본다. 친실장은 그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그 아이는 닝겐상에게 중요한 자인 듯한 데스. 다시 보니 귀여운 자인 데스우. 와타시의 자보다는 조금 못하지만 충분히 귀여운 자인 데스.


 남자에게 말을 마친 친실장은 미도리를 바라본다.


 -분...아니 오마에의 마마는 어디로 간 데스우?


 -아...와타치의 마마는... 하늘나라로 간 테치...


 미도리의 대답에 친실장은 뭔가 들뜬 듯한 분위기다.


 -그것 참 큰일인데스! 연약하고 멍청한 자실장 혼자 세상을 살기는 어려운 일인 데스! 너는 너의 마마에게 충분한 교육을 받은데스우?


 -아니...와타치는...


 -어린 실장이 그런 교육을 받았을 리 없는 데스! 자실장에겐 마마가 필요한 데스! 지금부터 와타시가 함께 살면서 마마가 되어주는데스!


 -마마???


 

 듣자듣자하니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실장샾에서 판매되는 자실장들은 한마리씩 분양되는 게 보통이다. 저 친실장은 말도안되는 헛소리를 미도리에게 늘어놓고있다. 남자는 점점 화가 난다. 좀 더 일찍 깔끔하게 내쫒지 못한 게 후회된다. 거기에 뭐? 같이 살면서?



 "다른 집을 알아보라고 분명히 말했을텐데?"


 낮게 깔린 목소리가 친실장의 고막을 부드럽게, 하지만 강렬하고 묵직하게 때린다. 남자는 천천히 걸어가 친실장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친실장과 눈을 마주한다. 보통의 성인남자들보다도 크고 단련된 신체의 남자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에 친실장은 공포에 질린다.  


 -데... 데...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 조용히 나가라."


 한참을 벌벌 떨던 친실장은 순간 결심을 굳힌 듯 A자 입을 앙다물더니 무릎을 꿇고 이마를 땅에 쳐박는다.


 -부탁인데스! 제발 부탁인데스! 부탁드리는데스! 이번 겨울만 이 집에서 살게 해주시는데스! 


 "말이 말 같지 않은가?"


 -잘 아는 데스! 닝겐상에게 맞아죽어도 할 말 없는 데스! 하지만 어차피 나가도 죽는 건 매한가지데스! 다른 들실장들에게 습격을 받아 식량이며 보금자리며 모조리 뺏겨버린 데스! 귀여운 자들도 둘이나 죽어버린 데스! 어차피 나가도 죽을 거 차라리 닝겐상에게 죽는 게 오히려 나을 지도 모르는 데스! 하지만 와타시를 죽인 후에 와타시의 귀여운 자들만은 제발 길러주는 데스! 다들 착한 자인 데스 오로롱 오로롱


 실장석에 관심이 없었던 과거의 남자였다면, 저렇게 까지 비는 친실장에게 측은지심을 느껴서 실짝 혹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도리를 위해 실장석에 대해 공부를 했기에, 실장석이란 것들이 어떤 놈들인지 잘 알게 되었다. 실제로 방금 전까지 그 분충성을 직접 보기도 했고


 친실장의 필사의 도게자는 남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미도리에게는 꽤나 잘 먹혀들어갔나보다.


 -주인님...


 "응?"


 -아줌마, 불쌍한테치. 도와줄 수 없는테츄?


 이럴 줄 알았다. 미도리는 착한 아이라 동족의 간곡한 부탁을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 남자는 문답무용으로 친실장 가족을 내치지 못한 걸 다시 한번 후회했다. 미도리 눈치 보지말고 바로 내보냈었어야했는데...



 "그래 미도리. 하지만 같이 살 수는 없을 것 같구나. 저 가족들이 살 수 있는 곳을 바로 알아보마."


 -같이 살 수 없는테치?


 

 같이 살 수 없다는 말에 미도리는 슬픈 표정을 짓는다.

 남자는 미도리의 슬픈 표정을 보는 게 싫다.



 "아무래도 힘들어. 걱정마 미도리. 여기보다 더 좋은 곳에 살 수 있게 힘써볼테니까."


 남자의 회유에도 미도리는 슬픈 기색을 지우지 않는다.


 -하지만... 마마가 되어준다고 말한테치... 아줌마는 미도리의 마마가 되어준다고 틀림없이 말한테치... 테에엥 테에엥


 미도리의 울음이 남자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남자는 결심을 굳힌 상태다. 분충끼를 보인 저 들실장과 미도리를 같이 살게 할 수는 없다. 


남자가 없을 때 저 분충이 미도리에게 무슨 짓을 할 지 모른다. 그렇지만...


 -주인님, 미도리는 다시 한번 마마와 함께 살고 싶은테치... 미도리의 소원인 테치. 아줌마는 미도리의 기도를 듣고 신이 다시 보내주신 


마마인테치!


 남자와 미도리가 함께 지낸 기간이 꽤 되었지만 미도리는 남자에게 단 한번도 무언가를 원한다고 떼 쓴 적이 없었고 마마가 보고싶다던가 하는 투정을 부린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남자는 더욱 마음이 무거워졌다.


 "미도리."


 "츄?"


 남자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분명히 말하지만 함께 사는 건 안돼. 하지만 저 가족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거처를 알아볼거야. 알아보는 동안은 맡아두겠지만 거처가 정해지면 바로 그 곳으로 보낼 것이고. 하지만 미도리가 보고 싶다면 언제든지 볼 수 있는 그런 곳으로 알아볼께."


 미도리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말한다.



 -오늘부터 같이 사는 테치?


 "당분간은."


 -그럼, 언제든지 다시 만날 수 있는 테치?


 "응."


 -텟츄웅~


 미도리가 기뻐한다. 기뻐하는 미도리를 보며 남자는 각오를 다진다


 그래. 내가 제대로만 하면 크게 문제되진 않을 것이다.


 

 -같이 살아도 되는 데스우?


 친실장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본다. 


 "당분간만이다. 일단 들어오도록."


 친실장은 뒤에 숨어있던 2마리의 자실장들을 데리고 현관으로 들어온다. 자실장들은 미도리보다 키는 작았지만 살이 퉁퉁하게 쪄있었다. 친실장과 자실장들은 호기심에 주변을 계속 두리번거렸다. 남자는 우선 미도리를 남자의 방에 데려가서 얌전히 있으라 당부를 하며 문을 닫고 거실로 나왔다.


 으... 냄새. 남자는 악취에 미간을 찌푸린다. 이참에 확실히 해두기로 한다.



 "어이 친실장. 너만 이리 따라와라."


 -데승.


 

 남자는 욕실로 친실장을 안내한다. 친실장이 욕실로 들어온 후, 남자는 욕실 문을 닫고 친실장을 노려본다. 친실장은 남자의 태도에 겁을 먹었으나 용기를 내어 남자에게 애교를 부려본다.


 -데스웅~


 

 그래, 내가 제대로만 하면 되는 일이다. 


 남자는 친실장의 복부를 시원하게 걷어찼다. 데풋! 하는 비명소리와 함께 친실장은 날아가 욕실 벽에 쳐박힌다.


 -데...데에...


 벽에 부딪혀 튕겨나온 친실장은 쓰러진 상태로 부들부들 떨며 남자를 올려다본다. 빵콘을 해서 불룩해진 팬티밖으로 똥물이 줄줄 흘러나온다.

 

 "똑바로 서라."


 -데...데스...


 피를 토하는 친실장을 내려다보며 남자는 친실장에게 일어설 것을 요구한다. 겁에 질린 친실장은 억지로 일어서려고 하지만 데미지 때문인지 힘들어보인다. 연기인지 진짜인지 알 수 없지만 남자는 굳이 알려하지 않았다.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남자는 친실장의 안면을,

아까보다는 약하게 걷어찼다.


 -데붑!


 입과 코 부위를 걷어차인 친실장은 바둥바둥 거리며 고통스러워한다.


 "두 번 말하지 않는다."


 남자는 싸늘한 시선으로 친실장을 바라본다. 친실장은 코를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며 겨우 일어서는데 성공한다. 좀 전에 못 일어난 것이 연기인지, 아니면 공포심에 육체의 한계를 초월해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역시 남자는 그 점이 전혀 궁금하지 않다.



 "내 눈을 똑바로 봐라."


 -데...데승... 데슷...


 

 친실장은 울먹이며 남자와 시선을 맞춘다. 눈, 무섭다.  일초라도 빨리 시선을 피하고 싶다. 하지만 남자는 자신을 보라고 명령했고, 명령을 어기고 시선을 피한다면 무슨 참사가 벌어질지 모른다. 친실장은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들어 남자의 눈을 바라봤다


 "그리고 똑바로 들어라."


 남자가 말한다


 

 "네가 이 집에 있을 시간은 짧으면 하루, 길어봤자 사나흘이다. 이 집에 있는 한 제대로 기억해둬라. 이 집에서 서열은 너보다 미도리가 위다."


 친실장은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을 짓고있다. 남자는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네가 덩치가 크고, 나이가 많고, 니 자식만 귀하게 여기고 미도리에게 함부로 대한다면, 그 자리에서 널 죽일거다. 네가 미도리에게 실수를 하던 니 자식 중 하나가 미도리에게 실수를 하건, 너희 가족 중 누구 하나라도 미도리에게 해를 가하면, 단 한사람의 잘못으로 너희 가족 모두는 죽는다."

 

 친실장은 이를 부딪히며 떨고있다. 


 "혼자 씻고 있어라. 너희는 회복이 빠르니 조금 있으면 움직일 수 있을 거다. 니 자식들도 넣어줄테니 깨끗히 씻기고..."


 말을 멈춘 남자는 친실장의 멱살을 잡아올렸다. 자신의 눈 앞까지 친실장의 얼굴을 들어올린 남자는 친실장의 눈을 보며 말한다.


 "씻기는 동안 자식 교육 잘 시키는 게 좋을 거다."

 

 -뎃... 왈벼키 쉬퀴눈 뒈수우...


 입이 터져서 그런지 링갈 번역이 시원찮다.

 

 샤워기의 물을 틀어놓고 비누를 건내주며 남자는 밖으로 나왔다. 


 자실장 둘은 신기한지 손을 입에다 가져다대고 연신 두리번 거리고 있었고 테이블위의 자실장은 여전히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누가 장녀고 차녀고 삼녀인지 남자는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자실장들의 한심한 몰골을 본 남자는 한숨을 푸욱 쉬고 세 마리를 잡아서 욕살로 데려갔다.


 -닝겐상이 우릴 안아주는테치! 높은 테치!


 -치프프프. 우리의 귀여움에 메로메로된 게 틀림없는테치!


 -그럼 이젠 닝겐상이 아니라 똥노예인테치?


 -야 똥노예! 와타치의 똥맛을 보고 싶지 않다면 빨리 와타치다치를 깨끗히 씻긴 후 스시와 콘페이토를 대령하는 테챠아아아아!!


 

 아... 분충놈들 애미의 뱃속엔 분충의 매뉴얼이라도 들어있는 걸까. 만약 분충성 컨테스트라는 게 있다면 이 둘은 당당하게 높은 점수를 받았을 것이다. 정말 분충의 교과서이지 않은가. 


 욕실문을 열고 세 마리 모두 어미에게 던진다. 친실장은 어떻게든 받아보려고 짧은 두 팔을 붕쯔붕쯔했지만 결국 세 마리 모두 친실장의 전신으로 받게 되었다.


  

 -아픈테치! 무슨 일인 테치!


 -마마! 마마 괜찮은테치?


 -야 똥노예! 무슨 짓인 테챠아아앗! 



 친실장은 황급히 자실장들의 입을 막았다. 남자의 안색을 살피며 친실장은 자식들을 꾸짖는다


 -조용히 하는 데스! 주인님이 오마에들을 친히 옮겨주신 것에 감사하는데스! 주인님께 감사하지 않는 자들은 분충인 데스!

  

 -하지만 마마...


 -말대꾸하지않는데샤아아앗!


 

 자실장들을 침묵시킨 친실장은 남자의 눈치를 보며 말을 건냈다.


 -주...주인님, 이 자들은 영리한 자들이기 때문에 와타시가 금방 훈육시키는데스우... 


 "그래. 잘해봐라. 깨끗히 씻기고. 그리고..."


 

 기본적으로 착한 성격의 남자이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행동과 말투가 스스로도 좀 지나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실장석에 대한 훈육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해도 모자라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남자는 독해지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너희들 중 한놈이라도 아무데나 똥을 싼다면 그 즉시 모조리 죽인다."


 

 







 

 남자와 미도리, 그리고 친실장 가족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남자의 으름장이 먹혔는지 친실장은 자실장 훈육을 꽤 잘 시켰다. 남자를 보고 똥노예라던가 하는 분충성 발언을 하지 않았고 대변도 잘 가렸다. 자실장들은 자기들끼리 테치테치 거리면서 놀았다. 친실장은 미도리를 아주 살갑게 대했으며 미도리 역시 친실장을 마마라 부르며 잘 따랐다. 행복해하는 미도리를 보며 남자는 기분이 좋았지만 언제 저 분충이 미도리를 해꼬지할 지 모르는 일이라 마음을 놓지 않았다. 

 

 -저... 주인님


 친실장이 남자를 조심스럽게 부른다


 "무슨 일이지?"


 -이제 슬슬 주인님께서 와타시와 와타시의 자들에게 이름을 지어주시는데스우.


 친실장의 부탁을 남자는 단호하게 거절한다


 "난 너희 가족의 주인이 아니라고 말했을텐데? 계속 너희들의 거처를 알아보고 있으니까 거기 가서 지어달라고 해라."


 -하지만, 다른 닝겐들은 믿을 수 없는 데스우...


 친실장이 말을 이어간다


 -주인님이 미도리쨩을 대하는 것을 보아온 데스우. 마치 친자처럼 미도리쨩을 챙기는 주인님을 보면 주인님은 참 좋은 닝겐인 것이 분명한데스우. 분명 와타시의 가족이 잘한다면 주인님은 미도리처럼 와타시와 와타시의 자들도 사랑해주는데스우. 


 주인은 고개를 돌려 미도리의 본다. 미도리는 구석에서 친실장의 자들이 노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다. 함께 놀지 않는 것이 자실장들이 미도리를 배척하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오히려 남자는 자실장들이 미도리에게 밉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헤어질 때 뒷탈이 없을테니. 하지만 미도리는 가만히, 헤실헤실 웃으며 자실장들이 노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모양이다.


 미도리의 시선이 이곳을 향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후, 남자는 왼손으로는 친실장의 입을 막고 오른손으로는 친실장의 팔을 비튼다.


 "여긴 안전하다고 생각해?"


 남자는 오른손에 힘을 준다


 -끄를를루으ㅜ를우원루마ㅜㅈㄹ


 친실장은 고통스러워한다.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이미 입은 남자의 왼손에 틀어막힌 상태다. 


 "내 말에 토를 달 때마다 니 자식 한마리 씩 죽이겠다. 앞으로 세 번 반항할 수 있으니 알아서 해라.


 입이 막혀 대답할 수 없는 친실장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친실장을 놓아주고 남자는 미도리에게 다가간다.


 "미도리. 식사시간이야."


 미도리는 춤을 추며 기뻐한다. 식사라는 말에 다른 자실장들도 고개가 휙- 하며 남자를 향한다.


 -똥... 아니 주인님, 식사시간인 테치?


 -우마우마한 식사를 할 수 있는 테치?


 남자는 똥벌레들에게도 미도리와 같은 식사를 줘야한다는 것에 짜증이 났다. 생각같아서는 미도리에겐 좋은 것을 주고 다른 것들에겐 쓰레기만 먹이고 싶었지만, 마음씨 착한 미도리가 그것을 용납할 리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틀림없이 자신이 먹는 좋은 것을 나눠줄테지. 남자는 저것들이 있는 동안에는 미도리에게도, 저것들에게도 같은 고급실장푸드만 먹여야겠다고 생각했다.


 미도리의 전용 그릇에 실장푸드를 주고 친실장과 다른 자실장들에게는 보통의 접시에 실장푸드를 한번에 부어줬다. 와아-하며 자실장들은 실장푸드에 달려든다. 몇 번 입을 오물오물하던 자실장들이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뭐인테치! 또 이것인 테치! 주인님은 이거밖에 없는 테치카?? 평소에 애호닝겐들이 뿌리는 것과 다른 게 없는 테치!


 -사육실장이 되면 우마우마한 스시나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다고 했던 테치! 와타치다치들 저 닝겐에게 속은 거 아닌테치???


 -콘페이토는 어디 숨겨놓은테챠아아아!


 자실장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그것을 들은 친실장은 행여 남자가 들었을까 어찌할 바를 몰라 데,데 거리며 바둥바둥거리고 있다. 친실장가족에게는 다행히도 남자는 식사준비에 집중하느라 자실장들의 불만을 듣지 못했다. 

 미도리는 그런 자실장들을 달래었다.



 -이모토들, 불평은 나쁜테치... 



 그 말을 들은 자실장들은 분기탱천하여 미도리를 매도하기시작했다



 -닥치는테챠아아아! 누가 오마에의 이모토인테챠아아!!


 -이 똥벌레가 미친테치! 어디서 훈계질인 테챠아아아!


 -건방진 분충은 죽는테챠아아아!!


 세 마리의 자실장들은 폭언을 퍼부으며 미도리에게 이빨을 들이대며 분노했고 미도리는 겁을 먹고 뒷걸음질쳤다. 남자가 소란스러워진 식탁으로 고개를 돌리는 것을 본 친실장은 심장이 얼어붙는 기분을 느꼈다. 친실장은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로 덩치가 가장 큰 자실장에게 주먹을 날렸다. 티잉-하는 소리와 함께 자실장이 쓰러진다.


 -밥을 앞에 두고 뭐하는 짓인 데슷! 마마가 닝겐상의 집에서는 항상 예의바르게 행동해야한다고 알려준 것을 잊은 데스? 여기 있는 미도리쨩에게도 깍뜻하게 행동해야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려줬던데샤! 


 다른 자실장들의 머리를 쥐여박으며 친실장은 미도리에게 이야기한다.


 -미도리쨩. 정말정말 미안한데스우. 마마의 불찰인데스우. 훈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한 마마의 불찰인데스우. 마마가 제대로 혼낼테니까 미도리쨩은 이모토들을 용서해주는데스.


 남자가 다가오는 것을 느낀 친실장은 잽싸게 남자에게 도게자를 한다.


 -죄송한데스우. 자들이 식사시간인지라 흥분을 좀 했던 데스우. 알아듣게 잘 타일렀으니 제발 용서해주는 데스우.


 -주인님. 소란스럽게 해서 죄송한테치. 마마랑 이모토쨩들을 용서해주는테치...


 미도리도 친실장의 옆에서 거든다. 미도리를 본 남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남자는 자실장들이 미도리를 괴롭히는 것은 보지 못하였고 그냥 약간의 소란이 있었던 것으로만 여겼다. 친실장이 미도리를 감싸며 자실장을 구타하는 장면을 본 남자는 그래도 이 친실장은 조금 개념이 있는 개체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방심할 수는 없다. 한번 풀어주면 끝까지 기어오르는 생물, 그것이 바로 실장석 아니겠는가.


 "자식 관리 잘해라. 다시 한번 소란 피우면 너희 가족 전원 독라행이다."


 생각같아서는 약간의 구타 후 더한 언어폭력을 가하고 싶었지만 미도리가 보는 앞이라 적당한 협박으로 마무리 지었다.


 -명심하는데스우.


 친실장은 연신 고개를 조아렸고 그런 모습을 본 미도리는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주인님. 마마에게 너무 뭐라그러지않았으면 좋겠는테치...


 "응?"


 -마마는 상냥하고 착하고 자식들을 아껴주는테치. 미도리에게도 상냥한 테치. 마마는 좋은 마마인데 주인님이 마마에게 너무 심한 말을 하는테치.


 "그랬니? 미안하구나. 나도 조심할께."


 미도리를 달랜 후 남자는 친실장을 안아들고 말했다. 


 "내 말이 심했다면 사과한다. 너무 마음쓰지마라."


 -데승...


 친실장을 달래는 것을 미도리에게 보여주고 친실장을 내려놓기 전에 귓속말로 당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기어오르면 사지를 찢어발겨주겠다."


 -데슷!


 친실장의 겨드랑이를 콱 꼬집은 후 남자는 친실장을 내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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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는 마음이 영 찜찜하다.

 생각같아서는 친실장가족은 거실에 두고 미도리는 남자의 방에 둬서 퇴근하기 전까지 격리를 해두고 싶지만 미도리는 친실장에게 껌딱지처럼 붙어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억지로 격리시키려고 하니 미도리가 너무 슬프게 울어서 어쩔 수 없이 내버려둘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도리는... 행복회로가 작동한걸까.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인해 생겨난 마음의 구멍을 친실장의 존재 그 자체로 메우려는 방어기제가 생겨난 듯 했다. 친실장을 자신의 마마로 투영해서 예전에 못다한 응석도 부리고 미쳐 하지 못했던 애정표현도 하고 마치 한풀이를 하는 듯 친실장에게 꼭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세 마리의 자실장도 친동생처럼 이뻐해줬다. 자실장들은 살이 뒤룩뒤룩 쪄서 덩치는 미도리보다 컸지만 키는 미도리가 머리 하나 정도 더 커서 누가봐도 미도리쪽이 연상임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친실장은 미도리가 굉장히 귀찮았다. 자기 자식도 아닌 남의 자식이 자신에게 마마라고 부르며 앵겨오는 것이 너무나도 불쾌했다. 자기 자식들 챙기기도 바쁜데 왜 이런 짐덩이같은 것 까지 챙겨줘야하는지.

 친실장은 미도리가 부러웠다. 자신도 인간에게 사랑을 받아보고 싶다. 아니, 자신은 아니더라도 자기 자식들이 미도리처럼 인간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친실장은 미도리에게 좋은 감정을 가질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해꼬지할 수 없다. 친실장은 남자가 너무나도 무서웠고, 미도리에게 조금이라도 해를 가하면 어떻게 될 지 알고 있었다. 이 집에서 지내려면 미도리에게 무조건 잘 보여야한다. 그 점을 친실장은 알고 있었다.


  

 잘 대해주는 척을 해야하는데스우. 그래야 우리 가족이 사는데스우. 와타시의 자식들을 멀리하고 미도리년을 가까이해야지 와타시의 자식들이 사는 데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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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은 듯 긴 주말이 끝나고 월요일 아침이 되어 남자는 일을 하러 가야 한다. 출근을 하기 전, 남자는 따로 친실장을 불러내었다.


 

 -주인님 어디 나가시는데스까?


 "저녁에 돌아온다. 만약 내가 없다고 미도리에게 해꼬지를 하면...


 -뎃, 주인님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는데스우. 미도리는 이미 와타시의 자나 다름 없는 데스우. 주인님이 왜 그런 걱정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데스우.


 남자의 말을 끊고 친실장이 말한다. 주말동안 미도리에게 대하는 친실장의 태도를 보아온 것도 있어서, 남자는  친실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천에 하나 만에 하나,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안심하지 않는다.


 "어찌되었건, 우리 집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어서 내가 밖에 나가더라도 집에서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바로 알 수 있으니까... 행여나 이상한 행동을 한다면 즉시 돌아와서 너희 가족 전원을 강판에 갈아버리겠다."


 CCTV와 강판이 뭔지 몰라 물어온 친실장의 질문에 친절하고 상세히 답변을 해준 후, 사색이 된 친실장을 뒤로하고 남자는 출근길에 나섰다.

 물론 CCTV가 설치되어있다는 것은 거짓말이지만 실제로 퇴근길에 사서 설치할 예정이었다.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실장전용 CCTV가 있는 모양이다. 실장석의 체온을 감지해 위치를 파악해서 감시하기 용이하고 실장들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녹화기능도 있다고 한다


. 설치해두고 중간중간 확인한다면 외출중에도 조금은 안심이 되겠지만...


 뭐... 사고가 터지는 걸 보고 달려가봤자 이미 늦은거지.


 실무배치를 받고 처음 출근했을 때 보다도 더 긴장되는 출근길이다. 너무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남자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선배님! 오늘은 절대로 놓치지 않... 뭐야 어디가셨어?"


 "바로 뛰쳐나가시던데?"


 남후배는 어이없어한다.


 "아니 이런 일이 없었는데 사람이 사고 당한 후 좀 이상해지셨어. 그지않냐?"


 남자는 무뚝뚝한 편이지만 정이 깊고 착하고 업무도 솔선해서 처리하는 믿음직한 선배였다. 특히 남후배와는 술친구 같은 느낌으로 퇴근 후 자주 어울렸었다.


 여후배는 대수롭지않게 받아친다.


 "누가보면 니가 선배님을 짝사랑하는 줄 알겠네. 업무시간 후에 프라이버시는 존중해줘야하는 거 아니니? 이거 아주 스토킹이라도 할 기세네?"


 여후배의 말을 들은 남후배는 손가락을 딱- 튕기며 말한다. 


 "연애하시네 연애. 그거밖에 없지. 안그래?"


 "아니 그러니까 남이 연애를 하든 뭘 하든 왜 그렇게 신경을 쓰냐고."


 "아몰랑. 되게 막 차인 거 같고 기분이 좀 그래. 그러니까 자기가 술 한잔 같이 하면서 위로해줄랭?"


 "꺼져."


 "역시 선배님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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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약해놓은 CCTV장비들을 낚아채다시피 사고, 남자는 집으로 뛰어갔다. 



 -주인님 다녀오신테치~


 

 집에 들어가니 평소처럼 미도리가 현관앞에서 남자를 반겨주었다. 아니. 평소보다 더 좋아보인다. 기운차고 즐거워하는 게 확연히 눈에 보인다.예전에는 좀 헬쓱하고 퍼석퍼석한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피부와 머리카락에 제법 윤기가 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후, 남자는 미도리의 상태를 체크했다. 별 이상 없어보인다. 친실장과 자실장들은 거실 구석에서 웅크려서 부대끼고 자고있었다.  


 

 "별 일 없이 잘 지냈지?"


 -물론인테치! 주인님이 나가시면 늘 쓸쓸했었는데 마마와 이모토들과 함께 있으니 너무너무 좋은 테치! 주인님이 차려놓은 음식도 다 먹은 테치! 가족과 함께 먹으니 정말 맛있는테치!   


 남자가 없는 동안에 음식을 먹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남자는 기쁨과 동시에 조금은 서운함을 느꼈다. 남자가 없으면 식사를 제대로 못해온 미도리였는데 남자가 없어도 포식한 미도리를 보니 약간은 섭섭한 기분이 든다.


 

 "난 지금부터 밥 먹을 건데 미도리는 배불러서 같이 못먹겠네?"

 

 -무슨 말씀을 하시는테치? 미도리는 마마와 같이 먹는 배와 주인님과 같이 먹는 배가 따로 있는 테치.


 

 미도리의 넉살에 남자는 웃음이 나왔다. 



 "하긴 요 며칠 실장푸드만 먹어서 지겹겠구나. 피자라도 한판 시켜먹을까?


 -텟츙~


 미도리가 춤을 춘다. 남자는 피자를 좋아해서 자주 시켜먹었고 미도리에게도 나눠준다. 처음엔 뜨거운 피자를 먹고 입천장이 다 헐어버려서 피자는 처다보지도 않더니 약간 식혀서 먹고난 후부터는 피자만 찾는다. 떼쓴 적은 없지만 피자라고 하면 사족을 못쓰는 미도리다. 


 

 "그러고보니 식충이들도 있어서 한판으로는 모자라겠구나."


  

 남자는 기분이 좋았다. 아마 남자가 없는 동안 친실장이 미도리를 잘 돌봐준 것이겠지. 여느때보다 건강하고 즐거워보이는 미도리를 보니 남자는 친실장에게 고마울 지경이었다.    

 

    

 "야."


 -음냐음냐 커러러렄커겈컼커걱 코로롱코로롱


 

 친실장은 남자의 부름에도 일어날 기색 없이 신나게 코를 골며 숙면을 취하고 있다. 미도리가 쪼르르 달려가서 친실장을 흔들어보았지만 아무 반응이 없다. 코만 안골았으면 급사했다고 해도 믿을 정도다. 정말 야생동물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둔감함이다. 저러니 먹이사슬 최하층이지. 미도리를 돌봐준 고마움과는 별개로 한심함을 느끼며 남자는 친실장을 깨우지않고 그냥 피자나 주문하기로 한다. 때가 되면 일어나겠지. 못 일어나면 자기만 손해고. 

 오히려 잘되었다. 남자는 녀석들이 깨어나기전에 CCTV를 설치해두기로 한다.


 

 -킁...킁킁. 이...이게 무슨 냄새인 데스???


 

 피자가 도착하고 먹기 좋게 세팅을 하는 중에 냄새를 맡은 친실장이 깨어났다. 태어나서 처음 맡아보는 고소한 치즈냄새에 잔뜩 흥분해있다. 냄새를 맡은 자실장들도 하나 둘씩 깨어나기 시작한다.


 -테에... 처음 맡아보는 냄새가 나는테치.


 -맛있는 냄새가 나는테치!


 

 친실장과 자실장은 두리번거리며 냄새의 근원을 찾는다.


 "일어났나?"


 -데뎃! 주인님 언제 오신데스까??



 몽롱한 표정으로 냄새를 맡던 친실장이 뒤늦게 남자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며 인사를 한다. 피자 세팅을 마친 남자는 친실장에게 이리오라는 손짓을 한다. 친실장은 잔뜩 긴장하여 총총걸음으로 남자에게 다가간다. 


 

 "오늘 하루 미도리를 잘 돌보아준 모양이더구나."



 남자의 부드러운 어투에 친실장은 깜짝 놀란다. 지난 며칠 함께 지내면서 남자가 자신에게 이렇게 부드러운 어투로 말을 건 적이 있었던가. 묘한 쾌감을 느끼며 친실장은 대답한다.


 

 -당연... 당연한데스. 미도리는 귀여운 자인 데스. 친자나 다름없는데스. 자식을 잘 돌보는 건 마마의 기본 소양인데스우.


 

 "그런데..."



 신중한 남자는 친실장을 한번 떠보기로 한다.



 "CCTV로 봤는데... 식사를 할 때는 왜 그랬던거지?"


 -데?


 

 친실장은 열심히 눈을 굴리며 생각한다. 주인님은 그 CCTV라는 걸 통해서 언제나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뭐 잘못한 게 있었나?  



 "시치미떼지말고. 밥 먹을 때 왜 그랬던거지?"


 -그...그건



 남자의 말투는 여전히 부드러웠고 친실장은 남자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남자는 이미 다 봤을테고 자신은, 자신의 기준에서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미도리에게 잘해주었는데.



 -미도리가 너무 말라서 그랬던 데스우.


 "응?"


 

 장고 끝에 친실장은 대답한다.


 

 -주인님은 자의 몫의 식사를 미도리에게 조금 떼어준 거에 대해 화가 나신 거 같은데스우. 닝겐상들은 비쩍 마른 암컷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실장석들은 살집이 있어야 하는데스우. 그래야 오래살고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사는 것인 데스우. 아마 주인님은 마른 실장석이 좋은데 제가 더 먹여서 화가 나신 게 아니신데스까?



 "아닌데." 


 남자는 적어도 오늘은 별 일이 없었던 것이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꼈다. 기본적으로 실장석들은 거짓말을 밥먹듯 하는 놈들이지만 단순한 거짓말을 할 뿐 창의적인 거짓말을 할 정도로 지능이 높지 않다. 왠지 친실장의 반응이 재미있어 남자는 좀 더 장난을 쳐보기로 한다.



 "왜 너의 몫이 아닌 자식의 몫을 떼어준거지?"


 -데엣??



 남자는 정색하고 말한다.

 


 "어미란 작자가 자기 몫은 온전히 챙기려들고 많이 먹어야할 자식의 몫을 떼어서 다른 자식에게 주다니. 그게 어찌 어미라고 할 수 있나. 너는 필시 너만 중한 줄 아는, 배고프면 자식도 잡아먹는 나쁜 친실장임에 틀림이 없어보이는구나. 너 같은 극악무도한 친실장은 엄벌에 처해야 마땅할 것이야." 


  

 남자는 장난스럽게, 그러나 진중한 목소리의 사극톤으로 친실장을 매도했다. 


 

 -오...오해! 오해인 데스! 주인님, 와타시의 말 좀 들어주시는데스!



 친실장이 다급하게 반론한다.


 

 -주인님도 보셔서 알겠지만 정말 작은 양이었던데스! 그것마저도 한사코 사양하는 것을 제가 겨우 권해서 먹었던 데스! 


 "그러니까 그 소량을 왜 너의 것이 아니라 자의 것을 주었냐 이 말이다


 -그것은 훈육의 일종이었는데스! 와타시의 자들 중 장녀와 삼녀는 말을 잘 듣고 착한 자이나 차녀가 가끔 분충같은 소리를 내뱉는데스! 하지만 알고보면 좋은 자인 데스! 분충같은 소리도 자주 안하는 데스! 하지만 나쁜 말을 할 때는 혼을 내야 하는데스!


 "으음... 차녀가 분충이라...


 -트...틀린데스! 아닌데스! 분충이 아니라 정말 가끔, 가아아아끔 그러는 것일 뿐인데스! 와타시의 자들 중 분충은 없는데스! 차녀도 정말 좋은 자인 데스!


 

 주말동안 남자가 느낀 게 있다면 친실장의 자식 셋 다 분충이라는 것이다. 친실장이 그나마 말귀를 알아듣긴 하지만 그 자식들은 영락없는 분충이라고 남자는 생각한다. 

 

 

 "뭐, 그건 그렇고."


 -데?


 "밥먹어야지. 자식들 데려와라."


 -알겠는데스우.



 혼낼 것 처럼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밥을 먹자니, 주인님은 참 이상한데스우... 친실장은 고개를 갸우뚱갸우뚱하며 자실장들을 데려왔다.

 남자는 피자 한조각을 뜯어올려 입으로 가져가며 말한다.



 "뜨거우니 너희들은 좀 있다 먹어라."


 -맞는테치. 바로 먹으면 입 아야하는테치.



 미도리가 맞장구친다. 친실장과 자실장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헤- 하며 피자를 먹는 남자를 주시한다. 잘 익혀져 윤기가 흐르는 쥬시한 치즈와 가지각색의 토핑들이 실장석들을 미치게한다.



 -도오저히 참을 수 없는 테챳!


 

 자실장 한마리가 피자를 향해 돌진한다. 미도리가 깜짝 놀라 자실장을 저지한다.


 

 -차녀쨩 안되는테치. 지금은 굉장히 뜨거워서 만지면 손 아야 먹으면 입 아야하는테치!


 -이거 놓는테챠아아! 으아아아아아! 


 차녀라 불리운 자실장은 이성을 상실한 듯 했다. 남자는 조용히 친실장을 쳐다본다. 피자에 정신이 팔려있다가 남자의 시선을 느낀 친실장은 잽싸게 뛰쳐나가 차녀를 제압한다.



 -죄송한데스우 죄송한데스우. 주인님 이 자가 닝겐상들이 먹는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너무 흥분을 해버린데스우. 너그럽게 용서해주시는데스우



 친실장이 주말동안 겪은 남자는 조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철두철미한 성격이었다. 그런 남자의 눈치를 보며 얼마나 집중을 하며 자식들을 돌보았던가. 친실장은 제법 똑똑한 개체였다.  

 남자는 이상하게도 굽실거리는 친실장이 귀엽게 느껴졌다. 필사적으로 굽실거리면서도 피자가 먹고싶어 침을 질질 흘리고 있다. 외견은 추한데 하는 짓이 귀엽다고 생각한다. 남자는 퍼그를 키우는 사람들이 이제야 조금은 이해가 갔다. 

 남자는 웃으며 말했다.



 "슬슬 먹기 시작하면 될 거다."


 -...먹어도 되는 데스까?


 "너희들 몫은 저기 있다. 지금 온도면 딱 적당할 거야."


 -데샤아아아앗!



 남자의 허락이 떨어지자 친실장이 미친듯이 피자를 향해 돌진했다. 모르긴몰라도 초실장적 인내심으로 참았던 거 같다. 어미의 뒤를 따라 자실장들도 피자를 먹기 시작했다.


 -!!!


 실장석은 말이 없다. 맛있는 것을 먹을 때 실장석은 말이 없는 법. 허겁지겁 게걸스럽게 피자를 먹어대는 실장일가를 보며 미도리는 후후 하며 웃는다. 남자는 미도리를 쓰다듬어준다. 




 -천국... 천국이었던데스우...


 -이게 진짜 닝겐들의 음식인테치? 우리가 지금까지 먹었던 건 도대체 뭐였는테치??


 -피드미모어테치! 피드미모어테치!


 -유니버스인테챠아아아!


 

 

 피자 한판을 다 먹어치운 실장일가는 혼이 나간 듯 드러누워서 남산만한 배를 움켜쥐고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고있다. 그 모습을 본 남자는 의외의 보람을 느꼈다. 호의를 저 정도로 받아주면 베푼 입장에서도 기분이 좋은 법이다. 실장일가는 너무 큰 행복에 마치 마약을 맞은 것 처럼 몽롱한 눈으로 천장을 보며 중얼거리다가 웃다가 중얼거리다 웃다가를 반복했다.

 


 "미도리는 저 정도는 아니었는데..."


 -테츄?


 

 미도리가 갸웃-하며 남자를 바라본다. 남자는 웃으며 미도리의 볼을 콕 찌른다. 

 

  

 


     


 실장일가와의 생활은 며칠 더 지속되었다. 미도리는 여전히 친실장을 잘 따랐고 친실장은 기대이상으로 남자와 미도리에게 잘했다. 가끔 자실장들이 안좋은 말을 할 때면 남자의 지시가 없어도 친실장이 따끔하게 교육을 시켰다. 친실장과 함께 있는 미도리는 행복해보였고 남자가 부재중일 때도 식사를 잘 하게 되었으며 말라서 볼품없어보였던 미도리의 외견도 점점 귀엽게 변해갔다.  얼른 분양을 시키건 처리소에 줘버리건 최대한 빨리 실장일가를 보낼 계획이었던 남자도 뭐...천천히 해도 괜찮겠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문제 일으키지 않고 빠릿빠릿하게 자기 할 일을 하는 친실장에게 남자는 조금 정이 든 것을 느꼈다.   

 

 

 안정된 생활을 영위하던 남자에게 걱정거리가 찾아왔다.



 "훈련...입니까?"


 "그래. 삼박사일 일정으로."


 남자는 고민에 빠졌다. 4일동안 집을 비우는 것은 조금 걱정이 된다. 


 "비상으로 잡힌 일정이라 내일부터 바로 진행하여야 한다네."


 "아... 하지만 서장님, 제가 부상당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훈련은 조금 힘들 것 같습니다만."


 "바로 그 문제 때문이네."


 

 서장이 남자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상부의 명령을 어기고 마음대로 구조활동을 지속하다 사고를 당한 점. 그 것 때문에 자네 진급이 누락될 것일세. 자네가 무대포같은 점이 있지만 지금까지 함께 해오며 자네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내가 아주 잘 알고 있네. 사실 이번에야 사고를 당했지만 자네의 그런 판단으로 그전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았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세"


 "...감사합니다."


 "이번 훈련을 받아두면 자네 진급에 큰 차질이 없을걸세. 육체적으로도 힘든 부분도 없고. 내가 자네를 생각해서 윗선에 특별히 부탁을 해서 잡은 기회니까 무조건적으로 하게."


 

 남자는 서장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 남자가 그 동안 스스로 잘 해왔던 것도 있지만, 자신을 챙겨주는 좋은 상사를 만난 것을 큰 행운으로 여기고 지내왔다. 

 평소였다면 두말없이 오케이 했었을터인 남자의 미지근한 태도에 서장은 조금 서운한 눈치다.


 "제가 확인할 것이 있어서요. 저녁에 연락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하게. 하지만 자네 분명히 알아둘 것은 이번 기회를 놓치면 조금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네. 난 자네가 불이익을 받는 것은 정말 원치않는다네."


 "알겠습니다. 늘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게 무슨 문제가 되는 데스우?


 싱크대 앞에 의자를 두고 그 위에서 설거지를 하던 친실장이 남자에게 되묻는다. 

 미도리와 자실장들은 소파 위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자고 있었다. 미도리를 배척하던 자실장들이 이제는 미도리를 언니라 부르며 잘 따르게 되었다. 

 

 

 "솔직히 걱정된다."


 남자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내가 없는 동안에 행여 너희들이 미도리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퇴근하며 미도리만이라도 따로 맡아줄 사람을 찾아보았지만 이상하리만치 모두들 스케쥴이 있었다. 실장샾에 맡길까도 생각했지만 실장샾의 점원들 중에 학대파가 많다는 소문이 신경쓰였다.

 지금까지 보아온 모습만이라면 실장일가와 미도리를 함께 두는 것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래도 남자는 왠지 걱정이 든다.


 

 -미도리는 이미 제 자나 다름없는데스우. 다른 자들도 미도리를 오네챠라 부르며 따르는 데스우. 주인님이 걱정하실 일은 하나도 없을 것인 데스우. 



 "오랜만에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남자는 싸늘하게 말한다. 섬뜩한 느낌에 친실장은 설거지를 멈추고 시선을 남자에게 향한다. 


 내가 부재중일시에도 내 눈이 여기 있다는 걸 기억해라."


 -잘 알고 있는데스우! 주인님 눈이 여기 있다는 건 이미 잘 알고 있는데스우! 주인님이 와타시를 믿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는데스우!

 


 예전같았으면 벌벌떨며 고개를 조아렸겠지만 이번엔 친실장이 오히려 역정을 낸다. 


 

 -주인님은 도대체 언제 와타시의 진심을 알아주는데스! 

와타시타치들은 정말 가족 아닌데스까? 와타시가 왜 가족을 해친다고 생각하는데스까? 닝겐들끼리는 이유없이 가족끼리 해치고 그러는데스까?


 

 화를 내는 친실장의 모습에 남자는 당황한다. 이걸 어쩐다. 말로 달래어주는 게 좋을까 아니면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좋을까. 만약 친실장이 분충스러운 반항을 했다면 주저없이 공격을 가했을 것이다. 하지만 바른 성품의 남자는 친실장과 정도 들었고 자신이 친실장을 믿지 못한다고 한 것에 대해 화를 내는 친실장의 입장이 이해가 되고 정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폭력을 행사할 경우 앙심을 품은 친실장이 남자의 장기부재중에 미도리에게 해를 가할 수 있을 확률도 배제하지 않았다.


 

 "...미안하다."


 -당연히 미안해하셔야하는데스!



 콧방귀를 뀌며 친실장이 고개를 훽-하고 돌린다.



 "4일후에 돌아온다. 뭐 그리 길지도 않은 시간이니까 별 문제없이 잘 지내리라 믿는다."


 -오실 때 피자 두 판 사오신다고 약속하시면 잘 지내보도록 하는데스우



 친실장의 대답에 남자는 웃는다.


 "약속하지."





     

 

 "여~ 오랜만이다."


 익숙한 목소리에 남자는 인상을 찌푸린다. 입소하자마자 불쾌하구만. 남자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부른 소방대원을 바라본다.


 "오랜만에 보는 동기가 반갑지 않으신가?"


 남자의 동기라 칭한 남자가 남자를 향해 이죽거린다. 남자를 바라보는 동기의 눈빛에는 적대감이 가득하다.


 "오랜만이기는한데... 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서로 반가워할 사이는 아니지 않나?"


 동기의 악의에 남자도 악의로 대한다.


 "그렇지. 후타바서의 에이스님께서는 나같은, 진급누락 밥먹듯이 하는 낙오자와는 말도 섞기 싫으시겠지."


 

 소방학교에서부터 월등했던 남자와 꼴찌로 합격한 열등생이었던 동기. 동기는 사사건건 남자에게 시비를 걸었었고 남자는 그런 동기와 친해질 수 없었다.


 "이야기는 들었다. 이번 훈련도 순전히 에이스 나으리를 위해 짜여진 판이람서? 아주 우리 나으리를 차기 서장으로 점찍어놓으신 후타바서장님 정성이 정말 대단하셔.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좀 알려주라. 나도 윗선한테 이쁨받고 출세 좀 해보게"


 "그렇지. 너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할 짓을 하긴 했지. 열심히 맡은 바 소임을 다하는 거."


 "지랄도..." 

  

 동기는 땅에 침을 퉤-하고 뱉는다.


 "너 이 새끼 진짜 뒷통수 조심해라. 니깐놈 때문에 급조된 훈련에 편성되어서 시다짓 해야하는 내 입장은 정말 좆같으니까."


 "약식으로 하는 거라 준비할 것도 별로 없다던데."


 "니미 그놈의 약식. 훈련받는 분들이야 약식이지 준비하는 입장에서 보조자도 없고 귀찮은 일 투성인데 알지도 못하고 씨부리지마라."


 "뭐 여튼 잘 부탁한다. 내 발목 잡고 늘어지는 것 정도는 봐줄께. 늘 그래왔던거니까."


 

 남자와 동기는 서로를 노려본다. 동기는 남자에게 썩은 미소를 날리고 혼잣말을 하며 돌아선다.


 

 "오냐 개자식아. 제대로 한번 잡아주마."







 2일차 훈련이 끝난 남자는 샤워 후 침상에 누워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녹화된 CCTV어플을 터치한 남자는 빠르게 드래그하며 하루동안 찍힌 영상을 확인한다.

 화면 속에 미도리는 여전히 밝은 표정으로 자실장들과 놀고 있다. 그 모습을 친실장은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첫째날은 별 문제 없었고 오늘도 특이한 일은 없어보인다.  미도리는 행복해보였고 실장일가도 남자가 있을 때와 다른 게 없어보인다. 아무래도 기우였던 거 같다.


남자는 안심하며 잠을 청한다. 


 


 

 "지금 할 레펠 훈련을 끝으로 훈련을 정식으로 종료하겠습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내일 수료식이 있겠습니다만, 급하신 분은 오늘 저녁에 퇴소하셔도 평정에는 지장없습니다. 혹시 조기퇴소를 희망하시는 분? ...역시 한분도 빠지지않고 손을 드셨네요. 네, 예상했던 바입니다. 물론 여러분도 예상하실거라 믿고 마지막 훈련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멋지게 하강하신 분들을 추려 조기퇴소자를 정하도록 하겠습니다."


 


 50미터의 아찔한 높이였지만 잘 훈련된 대원들답게 모두 멋지게 줄을 타고 내려온다. 하나같이 멋지게 내려와서 조기퇴소자를 가리기 쉽지않을 것 같다. 하지만 남자는 걱정하지 않는다. 특히 레펠은 자신이 있었다. 조기퇴소는 따놓은 당상이다.



 "넌 새꺄 내가 조기퇴소 못하게 만들어준다."



 타워에 올라가니 동기가 반겨준다. 만난 지 꽤 되었지만 정말 한결같은 친구다.



 "...본인이 맡은 일 제대로 하는 게 그리 힘드나. 조교면 조교답게 굴어라."


 "닥쳐 이 새끼야. 내가 지금 누구때문에 좆뺑이를 하고 있는데. 거지같은 니 새끼 싸질러놓은 똥 때문에 왜 내가 피해를 봐야하는데? 영웅놀이가 그렇게 하고 싶으면 줄 없이 그냥 뛰어내리면서 슈퍼맨놀이나 하세요 이 새끼야." 


 남자는 한숨을 쉬며, 그냥 무시하기로 한다.


 "15번 교육생, 레펠 준비 끝."


 "개가 짓나 싶나보지? 그래 언제까지 니가 날 무시할 수 있는지 한번 보자?"



 동기가 차갑게 웃는다. 무시하고 남자는 레펠을 외치며 하강한다. 


 순조롭게 하강하는가 싶었다. 순간, 손아귀에 힘을 주어도 줄이 당겨지는 감각이 느껴지지않는가 싶더니, 남자는 추락했다.





 

 

 

 남자는 눈을 떴다. 사방이 하얗다. 정신이 멍하다.

 남자가 깨어난 것을 본 간호사가 급하게 의사를 찾는다.



 "정신이 드셨습니까? 이게 몇 개로 보이십니까?"


 의사가 손가락 세 개를 펴며 물어본다. 남자는 셋 이라고 대답하고 의사를 바라본다.


 "큰일날 뻔 했습니다. 용의자는 완전 당신을 죽일 생각으로 가득했던 것 같습니다. 줄을 자르기 위해 칼도 미리 준비해뒀다고 하더군요. 예상보다 빨리 잘리지 않아서 다행이지 조금만 더 일찍 끊어졌다면 정말 위험했을 겁니다."


 잠시 머뭇거린 의사는 말을 이어간다.


 "최근에 큰 일을 당하셔서인지 회복이 많이 더딥니다. MRI결과 다른 곳은 큰 외상이 없지만... 오른쪽 다리는... 평생 제대로 회복하지 못할 겁니다. 그래도 서장님께서 사무직으로 일을 계속 하실 수 있게 해주신다고 깨어나면 꼭 전해달라고 하셨으니 큰 걱정은 안하셔도 될 겁니다. 훈련 중 일어난 사고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충분한 보상이 나올 예정이라더군요."


 한참 침묵하던 남자가 말을 꺼냈다.


 "며칠... 제가 다친 지 며칠이나 지났습니까?"


 "열흘만에 눈을 뜨신 겁니다. 컨디션이 좋으셨다면 좀 더 일찍 회복하셨겠지만 아시다시피 저번에도 큰 일을 당하셔서..."


 남자는 의사의 말을 끊는다. 


 "제 폰을 좀 가져다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럼요. 여기 있습니다."


 의사는 테이블에 놓여있던 남자의 폰을 건내준다. 남자는 낚아채듯 스마트폰을 받아든다. 의사는 머쓱해하며 말한다.


 "안정을 취하시고 푹 쉬고 계십시오. 전 이만 쉬시는데 방해되지않게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남자에게 의사의 인사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남자는 재빠르게 스마트폰을 켜고 CCTV어플을 확인한다.








 삼일째 되는 날, 미도리는 친실장에게 칭얼거린다.



 -마마... 주인님이 보고 싶은테치...



 우울해하는 미도리를 친실장이 달래준다.



 -주인님은 내일 오시는 데스우. 미도리쨩이 너무너무 좋아하는 주인님은 내일 만날 수 있는 데스우     


 -미도리는 정말정말 주인님이 보고 싶은테치...


 -주인님은 우리가 좋아하는 피자도 사온다고 말한 데스우. 조금만 더 기다리면 주인님과 함께 우마우마한 피자를 먹을 수 있는데스우


 울먹거리는 미도리를 보며 삼녀가 놀린다.


 -정말이지, 미도리네챠는 울보인테치. 울보는 맴매맞아야되는테치.


 -그런 식으로 말 하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한 데스!


 친실장이 삼녀를 살짝 쥐어박으며 주변을 두리번두리번 살핀다. 요 며칠 친실장은 남자가 있을 때 만큼 자실장들의 입단속을 철저히 하지 않았고 그 결과 자실장들은 수시로 나쁜 말을 입에 올렸다.


 

 -치프프프. 사실 주인님은 미도리가 울보라서 버리고 간 것이 아닌테치?


 차녀도 삼녀를 도와 미도리를 놀리기 시작했다.


 -아닌테치! 그럴 리 없는테치! 주인님은 내일 오시는테치!


 -그...그런데스우. 너희들도 미도리쨩 놀리고 그러면 안되는 데스우.


 장녀가 친실장을 한심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마마도 정말 한심한테치. 똥닝겐도 없는데 왜 그렇게 신경쓰는테치? 


 -마마에게 그런 말 하는 거 아닌데스! 그리고 똥닝겐이 아니고 주인님이라고 몇 번을 가르쳐줘야 아는데스? 장녀쨩 정말 혼나고 싶은데샤아!


 장녀도 지지 않고 말했다.


 -마마는 도대체 누구 마마인테치? 예전부터 말하고 싶었는데 마마는 왜 친자식인 와타치타치들은 멀리하고 미도리네쨩만 이뻐하는테치?


 -데...데에


 -보는테치! 내가 이렇게 해도 똥닝겐은 나타나지 않는테치! 

 

 장녀는 그 자리에서 똥을 싸며 벽에 투분을 했다. 친실장은 식겁하며 장녀를 후려쳤다. 맞고 날아간 장녀는 벽에 쳐박혀져서 서럽게 울었다.


 -마마는... 마마는 와타치타치는 신경도 안쓰고 미도리네쨩만 신경쓰는테치! 정말 미운테치! 마마는 마마도 아닌테치!


 친실장은 미칠 지경이었다.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오해를 받았다. 왜 마마의 마음을 몰라주는데샤! 친실장은 고함을 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다. 스스로도 주인님 눈치를 본다고 미도리만 편애하고 친자실장들은 내버려뒀던 것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자식에 대한 미안한 감정과 별개로 걱정이 되는 것은 이 장면을 주인님이 본다면 분명 큰 일이 벌어질 것이다. 이미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일이 되면 어찌될 지... 또 한편으로는 미도리가 밉다. 미도리는 주인님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주인님은 자기 자식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미도리 때문에 자식들에게 오해를 받아서 그 미움이 더욱 커진다. 친실장은 슬픔과 미움 서러움과 두려움 등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마마... 주인님은 언제 오시는테치?


 남자가 오기로 약속한 날 보다 사흘이 더 지났다. 그 동안 친실장은 매일같이 미도리의 주인님 소리에 시달려야했다.


 -마마... 이모토챠들 말대로 주인님은... 이제 미도리가 싫어진테치... 그래서 버리고 간 테치?  

 

 친실장은 대꾸도 하기 싫었다. 온다고 한 날보다 한참이 더 지나서 친실장도 이제는 남자가 돌아올지 돌아오지않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집을 버리고 갈 리가 없지만, 실장석들이 인간의 상식을 이해하기는 힘들다. 실장석의 상식으로는... 인간은 늘 자신들을 버리는 존재이다. 

 친실장은 미도리의 말을 철저히 무시했다.


 -몇 번을 말하는테치. 똥닝겐은 우릴 버리고 간 게 틀림없는테치. 흉터있고 빼빼마른 미도리가 보기 흉해서 우리까지 버림받은 게 틀림없는테치.


 차녀는 치프프프 웃으며 말한다. 


 -그런테치? 세레브한 우리들도 미도리때문에 버림받은테치?


 삼녀가 물어본다. 차녀대신 장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테챠아아아앗!


 삼녀는 미도리에게 투분을 시작했다. 삼녀의 똥에 맞은 미도리는, 자신이 더러워지는 것은 상관하지 않고 얼른 자신의 걸레를 가져다가 똥이 튄 벽과 바닥을 닦기 시작한다.

 친실장은 그 장면을 아무말없이 바라보고만 있다. 자들을 나무라지도, 미도리를 달래지도 않는다.


 -어쩔꺼냐는테치! 미도리 때문에 앞으로 피자도 못 먹는테치!


 걸레질을 하며 미도리는 테에엥- 서럽게 운다.


 




 4일째. 자실장들은 자기들 마음대로 투분을 하고 있고 미도리는 그런 자실장들을 따라다니며 자실장들의 분을 닦고 있었다. 윤기있던 머리카락은 푸석푸석해졌고, 맵씨있던 몸매도 비쩍 말라갔다. 


 미도리를 보며 장녀가 말한다.


 -치프프프. 미도리는 정말 똥노예가 잘 어울리는테치.


 차녀도 거든다.


 -정말 미도리는 똥노예를 하기위해 태어난 게 분명한테치


 이제는 자실장들의 조롱도 미도리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미도리는 주인님만 생각하며, 주인님이 오시기만 기다리며 주인님이 오실 때, 예전과 같이 칭찬해주시기를 바라며 열심히 청소를 한다.


 분명 와타치가 열심히 하면 주인님이 돌아오시는테치... 수고했어 미도리, 하며 쓰다듬어주실테치 

 묵묵히 청소를 하는 미도리의 뒤에서 삼녀의 목소리가 미도리의 귀에 박힌다


 -앗, 주인님 돌아오신테치?? 어서오시는테치!


 주인님 오신테치? 미도리는 고개를 휙 돌려 현관을 바라본다. 현관문은 굳게 닫힌 채이며 두리번 거리는 미도리를 보며 장녀와 차녀, 삼녀는 치프프거리며 웃는다.



 -바보 멍청이 똥노예인테치! 그걸 속는테치!


 -삼녀는 정말 재간둥이인테치!


 -치프프프. 똥노예는 너무 바보같아서 속이는 재미가 있는테치~


 

 미도리는 부들부들 떨고있다. 너무한테치... 미도리는 생각한다. 뭐가 재미있는테치. 주인님이 돌아오시지 않는 게 즐거운테치? 이모토타치들은 주인님이 보고 싶지 않은테치?

 

 

 -그딴 똥닝겐 뭐가 그리 좋다고 저 난리인테치?


 -그러게나말인테치. 지금처럼 세레브한 생활을 하면 되는 거 아닌테치? 닝겐놈이 와타치타치들에게 뭘 해준테치. 마마나 미도리나 닝겐한테 붙어서 아양떠는 거 꼴보기 싫은테치.


 -그딴 똥노예는 밥이나 꼬박꼬박 바치면 되는테치. 밥을 바친 후에는 강한 와타치가 다시 꺼지게 만들어주는테치. 



 미도리는 화가 났다. 자신을 놀리는 건 참아왔지만 계속해서 사랑하는 주인님을 욕하는 건 정말 듣기 싫었다. 미도리는 울면서 삼녀를 팍-하고 밀쳤다. 



 -주인님 욕은 하지 않는테치! 이모토타치들 주인님이 오시면 사과하는테치!



 미도리는 삼녀와 영겨붙어 투닥투닥 작은 주먹을 날렸다

 


 -이 똥노예가 미친테치! 오네챠들 도와주는테챠아아!



 미도리에게 맞으면서 삼녀가 자실장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둘은 웃으며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다.



 -치프프프. 막내가 이긴다에 실장푸드 하나 거는테치.


 -그럼 난 똥노예에게 거는테치. 그래도 키가 커서 이길 수 있을 거 같은테치.



 막내는 퉁퉁하고 미련한 몸뚱아리로 주먹을 날려보지만 몇 번 날리지 못하고 지쳐서 쓰러진다.


 

 -사과하는테치! 사과하는테치! 주인님 오시면 사과하는테치!


 -테챠아아악!



 어느새 둘의 뒤에는 친실장이 와있었다. 장녀와 차녀는 아...또 혼날 거 같은테치... 하며 궁시렁거리고 있었다



 -데샤아아앗!



 친실장이 미도리에게 주먹을 날린다. 친실장의 주먹에 맞은 미도리가 멀리 날아간다.


 -테... 마마...


 미도리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울먹거리며 친실장을 바라본다.


 -누가!


 친실장이 외친다


 -누가 오마에의 마마인데샤아아악!


 쓰러진 미도리에게 다가가 친실장이 발길질을 한다.


 -오마에가 뭔데 와타시의 귀여운 자에게! 감히 똥노예주제에 주제도 모르고!


 자실장들과는 차원이 다른 완력이 미도리를 덮친다. 그러나 미도리는 아픔보다도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듯 하다.


 -마마가 미친테치! 


 삼녀가 깜짝 놀라하며 장녀에게 말한다


 -아닌테치.


 장녀는 친실장이 미도리를 구타하는 친실장을 바라보며 웃으며 대답한다.  


 -마마가 정신을 차린 테치.


 

 친실장은 구타를 멈추지 않았다. 지금까지 미도리에게 가져온 질투심과, 자식들에게 베풀지 못한 사랑의 한을 지금 이 순간 미도리에게 모조리 분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오마에같은 분충이 너무 과도한 사랑을 받은데스! 주제도 모르고 함부로 날뛰니까 주인님도 오마에에게 질려버린 것이 틀림없는데스!


 -테...


 -덕분에 우리도 버림받게되어버린데스! 오마에는!


 친실장은 미도리의 머리카락을 잡는다.


 -앞으로 와타시타치들의 독라노예가 되는 것인 데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친실장은 미도리의 머리카락을 뽑아버린다.


 -꺄아아아악!!!


 미도리의 비명은 친실장이 미도리의 옷을 찟는 소리에 묻혔다. 


 -마마 멋진테치! 분충은 분충답게 똥이나 먹는테치!


 삼녀가 씩씩거리며 분을 싸질렀다. 그리고 분을 한움큼 쥐고 미도리의 입에 쳐넣었다.


 -똥노예주제에 주인님한테 대들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줘야하는테치!



 

 








 벌써 남자가 약속한 날보다 6일이 지났다. 

 

 -이제 식량도 얼마 없는데스우...


 남자가 남겨두고 간 실장푸드의 봉지를 뜯으며 친실장이 말한다. 꽤나 많은 양의 최고급 실장푸드를 두고 갔지만 친실장과 자실장들은 무분별하게 음식을 섭취했었다. 


 -피자가 먹고 싶은테치. 스테이크도 먹고 싶은테치. 콘페이토 먹고 싶은테치!


 닝겐의 음식에 맛을 들려버린 탓에 실장일가는 허전함을 없애기위해 평소보다 많이 실장푸드를 섭취했다. 


 -더 이상 이곳에 있으면 안되는데스우. 나갈 곳이 있나 찾아보는데스우.


 그럴 일은 없겠지만 주인님이 돌아올 수도 있는데스우. 그렇게 되면 큰일인 데스우. 여차하면 도망갈 길을 찾아둬야하는데스우.


 불길한 말을 입 밖으로 꺼내기 무서워 친실장은 입을 다문다.


 -이게 다 똥노예에게도 밥을 준 마마 잘못인테치. 


 차녀가 말한다.


 -차녀말이 맞는테치. 처음부터 똥노예에게는 똥만 줬어야했던테치.


 장녀가 거든다. 친실장은 자실장들이 자신을 비난하는 것마저도 사랑스럽다. 친실장은 자실장들을 달래기시작했다.


 -그런데스우. 마마가 잘못한데스우. 하지만... 정 안되면 똥노예라도 잡아먹어야하기 때문에 너무 굶기면 먹을 수가 없는 데스우.


 -테에... 똥노예 먹기 싫은테치. 와타치의 장난감 없어지면 싫은테치. 맛도 없을 거 같은테치


 미도리의 등에 올라탄 상태로 삼녀가 말한다. 미도리는... 알몸으로 멍하니 걸레질을 하고 있다. 삼녀의 무게때문에 부들부들 떨고있지만 미도리는 기계적으로 바닥을 닦고있다. 표정의 변화가 없다. 눈물도 흘리지 않는다. 그저 미도리는 묵묵히 바닥만 닦고있을 뿐이었다.


 -편식하면 안되는 데스우. 살려면, 똥이라도 먹어야 하는 데스우. 


 친실장은 삼녀를 나무란다. 

 하지만 절대 와타시의 귀여운 자들에게 똥을 먹이는 일 따윈 없는데스우. 여차하면 와타시의 살이라도 뜯어먹이는데스우.

 친실장은 마음을 다잡는다. 가족을 살리기 위해, 친실장은 계속해서 나갈 곳을 물색한다. 








 9일째.


 미도리는 움직이지 않는다. 숨은 쉬고 있지만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하고 계속 움직인 탓에 몸에 기력이 없다. 


 -마마, 장난감 언제 움직이는테치...


 쓰러져있는 미도리를 걷어차며 삼녀가 징징거린다.


 -아마 앞으로 움직일 일은 없을 것 같은데스우.


 -에... 움직이지 못하는 장난감은 필요 없는테치!


 미도리는 작게 숨을 쉬고 있다. 희미한 숨마저도 계속 사그라들어 조만간 끊어질 것만 것 같다. 


 -그렇다면... 슬슬 때가 된 것 같은데스우.


 친실장은 미도리를 내려다보며 말한다.


 -비상식량을 먹어야 할 때인 데스우.


 나갈 곳을 찾지 못한 친실장은 절망에 빠져있는 상태다. 이대로가다간 며칠 지나지 않아 굶어죽고 말 것이다.


 -에- 싫은테치! 맛대가리 없어보이는테치!


 장녀가 불평한다


 -맞는테치. 와타치의 세레브한 입맛만 더러워질 것 같은테치.


 차녀가 거든다


 -그럼 오네챠들은 굶는테치! 와타치와 마마만 꿀꺽하는테치!


 삼녀가 기세좋게 말한다. 아직 실장푸드는 남아있었지만 친실장이 섭취를 엄격히 금했기 때문에, 신나게 먹어대던 자실장들은 예민해져있는 상태다.


 -헛소리하지마는테챠아! 삼녀쨩 자꾸 분충같은 소리 하면 삼녀쨩 부터 먹어버리는테챠아아!


 차녀가 삼녀에게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바로 미도리에게 달려든다.


 -와타치가 먹는 테치! 


 장녀도 이에 질세라 미도리에게 달려든다. 


 -마마도 삼녀쨩도 늦으면 먹을 것 없는테치!


 친실장은 자실장들을 저지한다.


 -잠깐만 기다려보는데스우. 마마가 사이좋게 먹을 수 있게 균등하게 나눠주는데스우.


 친실장은 미도리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팔을 찢는다. 눈물이 말라버린 미도리의 눈에는 이미 생기가 없다.


 친실장은 미도리의 팔과 다리를 해체한다. 두 다리는 친실장 본인과 장녀, 두 팔은 차녀와 삼녀에게 각각 나누어준다.


 -치이... 와타치타치들도 다리가 먹고 싶은테치!


 삼녀와 차녀가 불평을 한다.


 -마마와 장녀가 더 크니까, 조금이라도 큰 건 우리가 먹는 게 맞는데스우. 불평은 하지 않는데스우.


 친실장이 엄하게 말한다. 삼녀는 불만이 가득했지만 미도리를 해체한 친실장이 어딘가모르게 무서워 더 이상 불만을 표하지는 않는다.


 -테...테...


 미도리가 입을 연다. 팔다리없는 비쩍마른 몸통에 머리만 붙어있는 끔찍한 몰골이다.


 -미도리... 주인님과 마마들과 함께 살았던 거... 정말정말 행복했던테치...


 미도리가 뭐라고 하든 실장일가는 미도리의 팔과 다리를 먹는 것에 집중한다.


 -죽어도... 진짜 마마와 오네챠들 볼 수 있어... 좋은테치...


 말라버린 미도리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른다.


 -하지만... 미도리, 적어도 마지막으로 주인님과 함께 식사를 해보고 싶은테치... 주인님이 너무 보고 싶은테치... 주인님의 손 따뜻한테치...


 -미도리쨩.


 친실장은 말한다. 


 -이제 그만 헛소리는 하지 않는데스우. 주인님은 이미 우리를 버린 데스우. 집에 cctv인지 뭔지 하는 게 있다는 것도 거짓말이었던데스우. 주인님은 순 거짓말쟁이였던데스우.


 -아닌테치... 주인님은 거짓말쟁이 아닌테치...


 -아직도 모르는데스우? 미도리가 이렇게 고통받는데도 주인님은 오지 않는 데스우. 주인님이 미도리에게 했던 말은 다~ 거짓말인데스우.사실 가기 전에 주인님이 와타시에게 말 했던 데스우.


 -에?


 친실장은 사악하게 미소짓는다.


 -미도리가 꼴 보기 싫어서 돌아오지 않는다고 분명히 말한 데스우. 미도리를 부려먹건 잡아먹건 마음대로 하라고 했던 데스우. 주인님은 미도리보다 와타시를 훨씬 사랑한다고 이야기해준데스우.  


 -거짓말인테치... 마마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테치...


 -거짓말이라면,


 친실장은 가슴을 쭉 펴며 말한다.


 -거짓말이라면 와타시타치들이 미도리를 이렇게 괴롭히는데도 도와주러오지 않을 리가 없는데스우. 와타시가 왜 거짓말을 하는데스우? 주인님은, 미도리보다도 와타시를 훨씬 사랑한데스우. 사실 미도리가 죽으면 주인님은 돌아올 것인 데스우. 미워하는 미도리가 죽으면 세레브한 와타시를 사랑해주러 다시 돌아온다고 했던데스우.


 친실장은 계속해서 앞뒤가 맞지 않은, 말도안되는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자신은 받아본 적 없는 사랑을 처음부터 받았던 미도리에게 조금이라도 더 고통을 주고 있다는 것으로 친실장은 쾌감을 느꼈다.


 -아닌... 아닌...


 

 파킨. 

   


 남자는 스마트폰을 집어 던졌다. 벽으로 날아간 스마트폰은 경쾌한 소리를 내며 박살이 났다. 남자는 병원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렀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달려와 남자를 짓누르고 진정제를 투입했다.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남자는 간절하게 신에게 빌었다. 

 

 제발. 제발 내가 돌아가기 전까지, 저 새끼들이 아사하지 않고 살아있게 해주십시오...

 




 

   

 

 


 -데... 마마... 이제 한계인 테치... 


 장녀가 친실장에게 말한다. 친실장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여전히 소량의 식량이 남은 상태다. 하지만 식탐이 많은 자실장들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달았다. 


 -죽기 전에 한번이라도 잔뜩 먹고 죽는 게 나은테치!


 친실장도 그 어떤 실장석에게도 뒤지지 않는, 탐욕스러운 실장석이다. 하지만 자실장들을 위해, 모성애로 지금까지 식욕을 억제하고 있었다. 그런 친실장도 역시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문소리를 듣고 허기가 싹 가시는 걸 느꼈다


 끼익.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친실장은 심장이 얼어붙는 듯했다. 지팡이를 짚고 쩔뚝거리며 들어온 남자는 주변을 살펴본다.


 "다녀왔어."


 남자는 친실장을 보며 미소짓는다. 남자를 보며 친실장은 더듬거리며, 벌벌 떠는 목소리로 말을 한다.


 -주...주인님... 다...다녀오신 데...데스우.


 남자는 사온 피자를 식탁에 놓아둔다. 피자향기를 맡은 자실장들은 침을 질질 흘리며 식탁 밑에 모여든다. 하지만 친실장은 피자따윈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미도리는?"


 남자가 친실장에게 물었다. 


 -주...주인님 그...어... C? CC인가 그걸로 보신 거 아닌데스까?


 튀어나올 것만 같은 심장을 누르며 친실장은 대답을 쥐어짜낸다. 


 "아아... 그거?" 

     

 남자는 웃으며 말한다.


 

 "거짓말이지. 그런 신기한 게 있을리가 없잖아."


 -아... 아... 그런데스까...


 친실장은 한숨을 쉰다. 긴장이 조금은 풀리는 듯하다. 남자는 전혀 모르는 눈치다. 하긴, 알았다면 저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친실장은 생각한다.


 "그래서, 미도리는 어디갔을까? 보이질 않네?"


 친실장은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쥐어짜며 생각에 잠긴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남자는 미소를 짓고 있다.


 -미...미도리는...


 한참을 생각하던 친실장이 고개를 숙인 상태로 말을 꺼낸다.


 -주인님이 돌아오시지 않아서... 주인님을 찾으러 밖으로 나간 데스우...


 "허어..."


 -정말인데스우. 주인님이 약속하신 날에 오시지 않아서... 그... 울다 지친 미도리가... 주인님을 찾아 떠나버린데스우.


 친실장은 용기를 내어 고개를 들어 남자를 바라보며 거짓말을 한다. 


 -혹시, 밖에서 만나지 못한 데스까?


 순간, 친실장은 한기를 느꼈다. 남자는 친실장을 죽일 듯이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내 풀어진 얼굴로 친실장의 물음에 대답한다.


 "아니, 못 만났어. 그치만 뭐..."


 남자는 별거 아니라는 투로 말을 한다. 남자의 극적인 표정 변화에 친실장은 자신이 너무 겁을 먹어 헛것을 본 게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주인을 기다리지도 않는 분충은 필요 없지."


 -필요... 없는데스까?


 "그래. 오히려 나가지 않고 끝까지 집을 지키고 있었던 니가 나는 더 좋구나."


 친실장은 귀를 의심했다. 주인님이 뭐라고 한 거지? 정말로 미도리보다 내가 더 좋다고 한 건가? 너무 배가 고파서 헛것을 들은 게 아닌가? 남자는 말을 이어갔다.


 "못된 녀석이 어떻게 빠져나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내가 없는 동안 너는 너의 가족을 지키고 집을 지켰다. 훌륭하다."


 남자의 말을 들은 친실장은 왈칵 눈물을 쏟았다.


 -정말... 정말로 힘들었던 데스우...


 "그래 고생했다.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 하지만 난 시험을 하고 싶었어. 니가 미도리보다 낫다면, 내가 집을 비우더라도 끝까지 집을 지켜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결과적으로 내 예상이 맞았어. 미도리는 도망가고, 네가 버텼구나. 이제부터 우리집의 사육실장은 너다.


 -와타시만 고생한 것이 아닌데스우... 와타시의 귀여운 자들도 힘냈던데스우... 정말, 훌륭한 자들인 데스우.


 "물론이지. 너의 자식들 또한 우리집의 보물이다. 앞으로 행복하게 지내보자."


 -감...감사한데스우...


 "감사는 무슨"


 남자는 웃으며 중얼거린다.


 "너의 소원대로 너의 가족들을 훌륭하게 길러보이마."


  

 







 피자를 포식한 후, 자실장들은 행복에 겨워 텟테로게~ 노래를 부르며 거실 가운데에서 잠이 들었다. 친실장도 누워서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볼을 꼬집어 보았다.

 이게 무슨 일인데스... 정말 와타시가, 행복을 손에 넣게된 것인데스까? 이 집에서, 그 미도리년이 받던 사랑을 와타시가 받으며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데스까?

 친실장은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며 데프프 하고 웃는다.

 

 "메리? 메리 어디있니?"

 

 남자는 친실장에게 메리란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름이 익숙치 않은 친실장은 멍하니 있다가, 뒤늦게야 남자가 자신을 부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주인님, 저 여기 있는...


 두리번 거리던 남자가 자고있던 자실장을 밟는다.


 -테뺙!


 삼녀의 몸 1/3이 남자에게 밟혀 터져나갔다. 친실장은 그 장면을 보고 말을 잇지 못하다가, 비명을 지르려던 찰나에 남자가 먼저 비명을 질렀다.


 "아아악! 안돼!"


 남자는 재빨리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왔다.


 -데...데... 주인님... 이게 무슨


 "침착해!"


 다급하게, 하지만 정확하게 남자는 무언가를 할 준비를 마쳤다.


 "실장석들은 재생력이 뛰어나. 아직 늦지 않았어. 지금이라도 위석을 꺼내어서 활성제에 담그면 빠르게 회복될거야."


 남자는 핀셋으로 터져나간 삼녀의 몸속을 휘휘 젓는다. 핀셋이 움직일 때 마다 삼녀는 고통에 몸부림친다. 이윽고, 남자는 핀셋으로 삼녀의 위석을 집어낸다. 그리고 바로 활성제에 넣는다.

 땀을 닦은 남자는 한숨을 쉬고 친실장을 달랜다.


 "저건 특제 활성제인데, 효과가 아주 뛰어나단다. 이제 걱정할 필요 없어. 내일이면 회복되어서 걸어다닐 수 있을 거다."


 말을 마친 남자는 메리에게 고개를 숙인다.


 "정말 미안해. 내가 부주의했어."


 남자의 태도에 메리는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닝겐이 실장석에게 저렇게 정중하게 사과를 한다? 혼란스러움도 잠시, 메리의 뇌에서 행복회로가 작동했다. 이건 정말 저 닝겐이 와타시에게 메로메로된 게 틀림없는데스우. 메리는 하늘을 날 듯이 기뻤다. 



 -아...아닌데스우. 와타시가 자들을 안전한 곳에서 재웠어야했는데스우. 와타시가 대답을 빨리 했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인 데스우


 "메리는 정말 착하구나"


 남자는 메리를 쓰다듬었다. 

  

 "그래도 이건 전적으로 내가 잘못한거야..."


 남자가 정색을 하며 말한다.


 "혹시 또 이런 일이 있을지도 몰라. 메리에게 상처를 입히면 난 정말 슬플거야."


 -데스데스


 "혹시나 모르니까... 메리의 위석도 미리 활성제에 넣어두는 게 안전하지 않을까? 허락해줄래?"


 








 메리의 행복한 생활이 이어진다. 

 주인님의 말대로 삼녀는 밟힌 다음날,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걸어다녔다. 오히려 예전보다 훨씬 생기넘쳐보인다. 위석을 활성제에 보관한 메리 역시 몸에 활기가 넘치는 것을 느낀다. 곧, 장녀와 차녀의 위석도 활성제에 넣어졌다. 가족 모두 안전해진 것에 메리는 큰 기쁨을 느꼈다. 이젠 기쁜일이 매일같이 일어나는 게 당연하기만 하다. 남자는 늘 맛있는 것을 가져왔다. 아침은 스시, 점심은 스테이크, 저녁은 피자, 간식으로 콘페이토. 자실장들이 지겹다고, 다른 것을 내어오라는 호통에도 남자는 웃으며 새로운 음식을 내놓았다. 처음엔 메리도,주인님을 똥닝겐이라 부르는 자실장들을 나무랐지만 개의치 않는 남자를 보고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메리는 남자에게 꼬박꼬박 주인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했으며 남자에게 깍듯하게 대하였다. 메리는 남자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리고 이전의 미도리보다도 더 한 사랑을 받고 있다고 굳게 믿었다.


 -주인님...


 "응?"


 책을 보며 무언가를 배합하는 남자에게 메리가 말을 걸었다.


 -정말 정말 좋아하는데스우.


 남자는 하던 일을 멈추고 메리를 바라본다.


 "나도." 


 남자는 웃으며 메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메리는 주인님의 손길이 너무 좋았다.

 

 "오늘은 뭐가 먹고 싶으니?"


 -오늘은 와타치는 햄버거가 먹고 싶은테치!


 -와타치는 거대한 소세지가 먹고 싶은테치! 나보다 더 커어~다란 소세지가 먹고 싶은테치!


 -오늘은 와타치가 고르기 귀찮은테치! 똥노예가 알아서 와타치의 세레브한 입맛에 맛는 고급음식을 대령하는테치! 물론 어제 먹었던 걸 가져오면 패버리는테챠아악!


 남자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희들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메리야. 메리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 메리는 뭐가 먹고 싶니?"


 메리는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말만 들어도 배가 불러오는 기분을 느꼈다. 


 "메리는 주인님이 주시는 것이라면 뭐든 좋은데스우."


 "음 그럼..."


 남자는 메리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메리가 기특해서 오늘은 특별히 자들이 원하는 걸 다 사도록 할까?"


 -텟테로게~ 텟테로게~


 -똥노예 정말 마음에 드는 테치! 마마보다 와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테치!


 -다 늙은 마마따위보다 와타치가 더 귀엽지 않은테치?


 "요녀석."


 마지막으로 말한 차녀의 코를 검지로 살짝 퉁기며 남자는 말했다.


 "너희들 모두 합쳐도 메리의 반도 못따라가."


 메리는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했다.





 

 기대하고 기다리던 식사시간이 되었다. 남자는 정말로 자실장들이 원하는 모든 것들을 주문했고, 메리에게는 특대 츄러스를 내어주었다. 


식사를 하기 전, 남자가 자신의 왼손, 오른손에 각각 다른 배합된 액체를 뿌리는 것을 아무도 보지 못하였다. 

 

 "자, 이건 장녀 것."


 남자는 왼손으로 햄버거를 건내어준다. 


 "이건 차녀 것."


 왼손으로 소세지를 건내어준다.


 "이거슨 우리 귀염둥이 막내 것."


 왼손으로 도너츠를 막내에게 건내어준다.


 "그리고 이건 우리 메리의 것."


 오른손으로 츄러스를 내어 메리에게 건내어준다.


 -야 똥노예!


 장녀가 남자를 부른다.


 -우리에게도 이제 이름을 만들어주는테치.


 남자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그건 안돼... 내가 이름으로 부르는 건 우리 메리뿐이야. 다른 아이들도 귀엽지만,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은 메리 뿐이니까."


 쑥쓰러워하며, 메리는 츄러스를 크게 한입 베어문다. 달달한 설탕에 바삭한 츄러스가 메리의 입안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것만 같다. 역시 주인님의 선택은 언제나 옳다. 다른 자실장들도 자신의 몫의 음식에 얼굴을 쳐박는다.


 -정말 좋은테치. 이보다 더 맛있을 수는 없는테치.


 -웃기지마는테치, 오마에의 음식은 와타치의 음식에 비교하면 그냥 똥인테치!


 예전에는 음식을 먹는 것에 집중하던 자실장들이, 이제는 음미를 하며 여유롭게 대화를 하며 먹는다.


 -쿠웨에에에엑!!!


 가장 먼저 신호가 온 것은 삼녀였다. 식탐이 가장 많은 삼녀는 가장 빠르게 음식을 먹었으며, 가장 빠르게 남자가 원하던 반응을 보여주었다.


 -우어어억!!!


 -케에에엑!!!


 뒤를 이어 차녀, 장녀도 음식을 토하기 시작했다. 음식을 토한 것 뿐만 아니라 강렬하게 피까지 쫙쫙 토해내기 시작했다.


 -이...이게 무슨 일인데스???


 메리가 놀라서 허둥지둥 거린다. 메리 본인은 아무 이상이 없다. 


 "뭐야, 무슨 일이야! 왜들 그래?"


 남자도 놀라며 자실장들을 살핀다. 


 "왜이러는거지? 음식에 무슨 문제가 있는건가? 메리 너는 괜찮아? 어디 아프지 않아?"

 

 벙찐 메리가 뒤늦게 답한다.


 -아무 이상도 없는데스우.


 "음식이 이상한가?"


 남자는 오른손으로 자실장들이 먹던 음식을 집어서 맛을 보기 시작한다. 


 "아무 이상도 없는 것 같은데... 위험하긴 하지만... 메리 너도 맛을 한번 보는 게 어때? 위험하니까 소량만 먹어보도록 해."


 -알겠는데스우


 오른손으로 음식을 집어 메리에게 건낸다. 메리는 두근두근하며 음식을 조금 베어먹어본다.


 "어때? 이상한 것 같아?"


 남자가 자실장들을 돌보며 물어본다. 메리는 아무 느낌도 받지 못했다. 그냥 맛있는 음식일 뿐이었다.


 -조금만 더 먹어보는 데스우


 메리는 크게 한입 두입 베어물기 시작했다. 맛있다. 위험한 것일 수도 있지만 너무 맛있다. 그리고 위석은 이미 안전하게 용액에 담겨져있다. 생명에 지장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음식을 다 먹은 메리는...


 아무 이상도 느끼지 못했다.












 이상한 생활이 이어진다. 메리와 남자가 먹는 음식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 하지만 자실장들이 음식을 먹으면 꼭 고통받으며 피를 토했다. 


실장일가는 식사 전에 남자가 손에 무언가를 바르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하였다.


 -이젠 싫은테치...


 음식에 입도 대지 못해 홀쭉해진 자실장들이 입을 열었다.


 -배고픈테치... 하지만 먹기 싫은테치...


 -차라리 죽는 게 나은 테치... 더 이상 피토하는 건 싫은테치...


 실장푸드를 먹어도, 인간의 음식을 먹어도, 심지어 남자가 건내어준 자신들의 똥과 마마의 똥을 먹어도 자실장들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토하면서 구멍이란 구멍에서 피를 콸콸 쏟고 나서야, 자실장들은 단식에 들어갔다. 

 

 -주인님...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데스까...


 메리는 눈물을 흘리며 남자에게 물어본다.


 -자들이 고통받는 걸 보는 건 너무 가슴이 아픈데스우... 오로롱 오로롱


 "나 또한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돼. 실제로 너와 나는 아무거나 먹어도 전혀 이상이 없잖아?"


 -그런데스우. 맞는데스우. 아무리 생각해도 자들에게 이상이 생긴 것 같은 데스우.


 곰곰히 생각하던 남자가 무언갈 발견했다는 듯 손가락을 딱-하고 튕겼다. 하지만 이내 걱정되는 표정으로 메리를 본다. 남자는 주저하며 메리에게 말을 했다.


 "일단 원인은 계속 알아봐야하겠지만... 당장에 써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 같아."


 -그게 뭐인데스?


 "메리."


 남자가 메리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조금 아파도 참을 수 있지?"


 메리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뭐가 되었든 상관 없는데스우. 자들이 건강해지기만 한다면 괜찮은데스우.


 남자는 지긋이 메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메리의 팔을 꼬집는다.


 -캬아아악!!


 끔찍한 통증에 메리는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남자는 메리의 몸을 고정하고 꼬집는 힘을 더욱 강하게 한다.


 -주인님데슷, 놓아주시는데슷, 너무 아픈데슷데슷!


 "나도 가슴이 찢어질 것 같구나..."


 남자의 가슴이 찢어지는 대신, 메리의 팔의 살점이 묵직하게 떨어져나온다.


 그리고 그 것을 먹성이 가장 좋은 삼녀의 입에 가져다대었다. 


 "이걸 한번 먹어볼래?"


 삼녀는 먹기를 주저한다. 먹고 또 피를 토하게 되는 건 무섭다. 가장 식욕이 왕성한 삼녀조차 입맛이 싹 없어졌다. 실제로 굶어죽기 직전이지만 장녀 차녀 삼녀 누구하나 음식에 입을 대려하지 않았다. 

 먹는 걸 주저하는 삼녀의 볼을 잡고 남자는 메리의 살점을 삼녀의 입에 쑤셔넣는다. 삼녀는 격하게 반항을 하고 싶지만 힘이 전혀 들어가질 않는다(풀컨디션일때라도 남자에게 반항할 힘은 없었겠지만). 턱을 잡고 머리를 잡아 강제로 꼭 꼭 씹게 만든다. 피를 다시 토할 지 모른다는 공포가 삼녀를 떨게 만든다. 남자는 어떻게든 삼녀가 메리의 살점을 씹어먹게 만들었다.


 -맛없는테치이...


 삼녀가 울상을 짓는다.


 "어때? 속이 아파와?


 남자가 삼녀의 반응을 살핀다. 삼녀는 공포에 떨며 몸의 변화를 기다린다. 하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다. 


 -괜찮은테치! 이건 맛은 없지만 토하지는 않는 테치!


 "그거 참 다행이군."


 남자는 이빨을 씩 드러내며 웃는다. 메리는 그런 남자의 웃음이 왠지 무섭다고 느꼈다. 분명 기적적으로 자들을 살린 것이 기뻐서 웃은 것일텐데 왜 이렇게 불안한 마음이 드는걸까? 아마 팔의 통증때문이겠지. 메리는 좋은 쪽으로 생각한다. 극심한 통증에 눈물을 줄줄흘리며 메리는 남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한다.


 -주...주인님... 자들을 살려주셔서 감사한데스우...


 "아니야. 근데 팔은 괜찮아? 아프지 않아?"


 남자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메리의 안색을 살핀다.


 -괜...찮은데스우... 자들이 건강하면 와타시는 괜찮은데스우... 그리고 팔은 금방 낫는 데스우.


 "그래? 그러면"


 남자는 메리의 몸을 짓눌렀다.


 "두 번 더 뜯어내야할 거 같은데 참을 수 있지?"


 두 번이라는 말에 메리는 머리속이 새하얘지는 것을 느꼈다.


 -주...주인님 잠깐만...


 메리는 주저한다. 다른 방법은 없는지 물어본다. 남자는 고개를 젓는다.


 -마마... 배고픈테치...


 -토하지만 않는다면... 똥...똥이라도 마음껏 먹고 싶은테치...


 자식들의 애처로운 소리를 듣고, 메리는 눈을 꼬옥 감으며 다른 쪽 팔을 내민다.


 -주인님... 부...부탁드리는데스우.


 








 생살을 쥐어뜯기는 빌어먹을 고통은 매일같이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메리는 하루하루 생살이 찢기는 고통속에 살았다. 행복회로는 극심한 고통이 지속되면 방어기재로 발동하지만, 메리는 고통을 순간적으로 느끼고 간헐적으로 느끼는지라 행복회로로의 도피는 불가능했다.

 그런 메리를 지탱하는 것은 남자의 헌신과, 자식들의 건강이었다.


 "자, 그럼 오늘은?"


 남자는 활기찬 목소리로 자실장들에게 말을 걸었다.


 "튀김이 좋겠니, 구이가 좋겠니, 찜이 좋겠니, 탕이 좋겠니, 생 것이 좋겠니?


 물론 남자가 말하는 음식은 메리의 살점들로 만든 것이다. 남자의 활기찬 목소리에 메리는 겁이 난다. 


 "메리는 뭐가 먹고 싶어? 스테이크? 스시? 제육볶음? 피자? 말만 해. 무엇이든지 내 사랑하는 메리에게 받치지."


 남자는 메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남자의 말에 메리는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오늘은... 스테이크가 먹고 싶은데스우.

  

 메리가 남자에게 아양을 떨며 말한다. 그런 메리를 남자는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나...나도... 스테이크가 먹고 싶은데스우...


 장녀가 메리를 시샘하는 듯한 눈빛을 보내며 말을 한다. 초록빛으로 물든 장녀의 두 눈을 보면서, 메리는 기쁨과 동시에 고통을 느꼈다. 자가 드디어 출산을 한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지만 자신의 자가 성체가 되어 출산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실장석 최고의 기쁨이다. 


하지만... 만약 태어난 자신의 손주실장들도, 자신의 자와 마찬가지로 음식을 못먹는 체질이 되어 자신의 살을 먹이게 되면 그 고통은 현재 느끼는 고통의 배가 되는 것이다. 


 =스테이크같은 소리 하지 않는 데스우. 삼녀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는데샤?


 성체가 된 차녀가 장녀에게 핀잔을 준다. 실장석 중에서도 식욕이 남다른 삼녀는 메리의 살점만 먹다가 질려버렸다. 이번엔 분명 괜찮을테치! 하며 피자를 흡입한 삼녀는 모든 구멍에서 사방팔방으로 피를 뿜으며 중태에 빠졌다. 죽지 않고 겨우 살아남은 삼녀는 남자의 조치로 링겔을 꼽고 간신히 숨만 쉬고 있는 상태이다.

 남자는 진심으로 슬퍼했다. 간만에 배합을 하니 독이 너무 과하여 생각보다 큰 데미지를 입히고 말았다. 오른손에 발라놓은 중화제를 뒤늦게 햝게 해도 회복되지 않았다. 이 정도로 끝내면 안되는데... 미도리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논 저 년은 메리 다음으로 특별히 더 사랑해줘야하는데... 남자는 후회하며 삼녀를 극진히 간호했다. 매일매일 살이 뜯기는 지옥같은 생활에 지쳐가던 메리는, 그런 남자를 보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았다. 


 -맞는 데스우. 스테이크가 먹고 싶겠지만 지금 장녀는 임신중인 데스우. 또 피를 토하게 되면 분명 손주들에게 큰 문제가 생기는 데스우.


 메리가 장녀를 타일렀다. 장녀는 그런 메리가 밉다.


 =마마는 좀 닥치는데스! 마마는 매일매일 맛있는 거 먹으니 그런 말을 할 수 있는데스! 와타시는 죽더라도 피를 토하는 고통만 없으면 피자 한조각 먹고 죽는 게 나은데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장녀도 이제 친실장이 된다. 장녀는 사랑하는 자들을 볼 생각에 마음을 굳게 먹는다. 와타시의 사랑하는 자들도 과거 와타시가 그랬던 거 처럼 세상 모든 맛있는 음식을 먹게 해주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장녀는 남자에게 주문한다.


 =튀김은 아무래도 태아에게 좋지 않은 기분이 드는데스우. 구이로 부탁드리는데스우.


 임신을 한 장녀는 남자에게 공손해졌다. 임신을 한 후에, 장녀는 깨달았다. 남자에게 잘보여야한다. 귀중한 자들이 마마처럼 사랑을 듬뿍 받고 살면 여한이 없을텐데... 메리에게 격한 질투를 느낀다. 메리는 모든 것을 다 가졌다. 임신을 한 자식, 누가봐도 완벽한 헌신을 하는 주인님, 그리고 아무것이나 먹을 수 있는 체질. 저 자리가 나와 나의 자식의 자리여야 한다. 모든 걸 가진 주제에 살 좀 뜯기는 게 뭐 그리 아프다고 저리 엄살을 떨어대는지... 장녀의 대가리로는 이해를 할 수가 없다. 그런 생각은 차녀도 별 다를 바 없었다. 

 하루하루 장녀와 차녀의 마음에는 메리에 대한 적대감이 점점 커져간다. 


 


 

  


 


 

 

 

 





 -텟테로게~


 장녀가 출산에 성공했다. 엄지와 저실장이 없는 건강한 자실장들로만 4마리를 출산했다. 비록 맛은 없었지만, 좋은 것만 먹고 자란 메리의 살점은 영양소가 가득했나보다. 실제로 어미의 살을 파먹고 낳은 자식들은 어떨까... 남자는 웃으며 장녀의 출산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메리는 감격에 빠졌다. 실장석 중 손주실장까지 보는 개체는 대단히 드물다. 먹이사슬의 최하층에 위치한 실장석이 할머니가 되다니. 자세히는 모르지만 메리는 본능적으로 엄청난 행복을 느꼈다.


 -수고한데스우... 수고한데스우...


 메리는 눈물을 흘리며 장녀에게 고마워한다. 그런 메리를 장녀는 못본 척 하며 남자에게 말을 건다.


 =주인님... 모두들 건강한 자인 데스우. 주인님 덕분에 이런 건강하고 귀여운 자들을 출산할 수 있었던 데스우.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데스우.


 남자는 퉁명스럽게 말을 한다.


 "당연한 이야기를 왜 하지? 메리가 기뻐하면 나도 기쁘다. 메리가 원하는 게 내가 원하는 것이고. 너의 출산을 메리가 간절히 원하였기에 도와준거니 고마워할 필요도 없다."


 그놈의 메리,메리! 장녀는 메리라는 소리 조차도 듣기 싫다. 


 -마마... 아픈테츄...


 자실장의 점막을 햝아주다가 손에 힘을 주자 자실장이 고통스러워한다.


 =미...미안한데스우. 아팠다면 사과하는데스우. 괜찮은 데스우?


 -마마... 너무 좋은테치! 마마의 품 너무 좋은테치! 사랑하는테치 마마!


 자실장의 말에 장녀는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와타시의 자는 어떻게 이렇게 귀엽고 착할 수가 있는데스우. 마마는 감동인 데스우 오로롱 오로롱


 메리는 자신의 자와 손자를 자랑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메리는 자신의 자와 손자를 경멸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저 쓸모없는 분충이 역시나 쓸모없는 분충을 낳은데스우. 메리는 자신의 상황에 절망한다. 장녀가 낳은 자식들 역시 음식을 먹지 못하였다. 음식을 먹은 장녀의 장녀는 피를 토하며 죽었다. 순식간에 장녀의 자식은 셋으로 줄었다. 

 

 -마마... 마마가 말한 우마우마한 음식은 도대체 언제 먹을 수 있는테치...


 장녀의 장녀가 메리의 살을 씹으며 보챈다.


 -마마... 할마마의 몸 맛 없는테치... 이제 그만 우마우마한 음식을 내어놓는테치...


 장녀의 차녀가 메리의 살을 씹으며 보챈다.


 그 말을 듣는 메리는 분노에 몸을 부들부들 떤다. 와타시가... 와타시가 어떤 마음으로 매일 살을 뜯기는지 저 분충놈들은 알아주는 것들이 하나도 없는데스우! 메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 나 견딜 수가 없다. 헛소리를 지껄여대는 저 망할 것들에게도 살을 떼어줘야해서 팔 다리 몸통 어디 한군데 성한 곳이 없다. 이젠 재생조차도 느려진 자신의 몸뚱아리를 내려다본다. 재생이 느려져서 완쾌가 안되어 흐물흐물한 살점마저도, 엄청난 통증을 감수하며 내어주는 자신의 생살을 쳐먹으면서도 손주란 놈들은 저런 소리만 해대는 것이 견딜 수 없다. 


 이젠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저... 주인님.


 메리가 심각한 얼굴로 남자를 부른다. 


 "응, 왜그러니?"


 아주 다정한 목소리로, 남자는 메리의 부름에 답한다. 저 다정한 목소리 덕에, 지금까지 잘 버텨왔다고 메리는 생각한다.

 남자가 메리를 대하는 목소리는 진심이다. 진심으로 남자는 메리가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다. 전신이 살이 차오르는 부분이 울긋불긋한 메리를 보며 남자는 기쁨에 소름이 돋는 걸 느낀다.



 -이제 그만 죽고 싶은데스우... 


 "뭐???"


 남자는 심각한 얼굴로, 메리의 양 어깨를 잡고 흔든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니가 없으면 난 어찌 살라고!" 


 반쯤 혼이 나간 표정으로, 메리는 남자에게 부탁한다.


 -와타시는 정말 살만큼 살은데스우. 주인님께 큰 사랑을 받고, 손주까지 보고, 더 이상 사는 것에 미련이 없는 데스우...  매일같이 살점이 떨어져나가는 고통도 잘 참아온데스우. 하지만 더 이상은 견디기 힘든 데스우. 와타시를 죽여주는 데스우.


 남자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한다.


 "메리, 마음을 굳게 먹어. 니가 죽는다면 나 역시도 살수가 없어. 메리 너는 내가 죽기를 바라는 거야?"


 -아닌데스우, 틀린데스우, 주인님은 끝까지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는 데스우.


 "메리가 죽으면, 메리의 장녀를 메리처럼 여기고 살아야할 거 같은..."


 -그건 안되는데샤!


 메리가 남자 앞에서 큰 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다.


 "저런 분충과 저를 비교하지 말아주는 데스! 부탁인 데스! 주인님도 아시는 거 아닌데스! 와타시의 자는, 은혜도 모르는 분충인 것임에 틀림이 없는 데스! 저런 자가 와타시를 대신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데스!


 남자는 흥분한 메리의 볼을 쓰다듬으며 말한다.


 "그러니까 그런 끔찍한 소리는 하지마... 메리가 죽으면, 메리의 자손들도 모두 굶어죽을텐데. 그런 걸 원하는 건 아니지 않니."


 -데...


 그렇다. 메리가 장녀를 미워하긴 하지만, 자신의 친자식이다. 그들이 죽는 것은 원치않는다. 실제로 자신의 살이 없으면 굶어죽을 것이 틀림이 없다. 그것을 깨달은 메리는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남자는 메리의 어깨를 꽉 쥐며 말했다.


 "메리... 마음을 굳게 먹어야해. 행여나 빠킨사를 한다거나 하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을거야."


 -데?


 "메리, 잘 생각해봐."


 남자는 메리에게 차분히 자신의 생각을 주입시킨다.


 "메리가 힘들어하는 건 알아. 하지만, 메리만큼 사랑받은 실장석이 얼마나 되겠어?"


 -데...


 "메리만큼 원하는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실장석이 얼마나 되겠어?"


 -데에...


 "메리만큼 자손을 번영시키고, 그것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주인을 만난 실장석이 얼마나 되겠어?"


 -데...데...


 "메리는,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실장석일 수도 있단다."


 메리는 생각에 잠긴다. 분명 한가지 문제를 제외하고는 분명 와타시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실장석일 것이 분명한데스우. 논리정연한 남자의 말이 메리의 뇌에 각인된다.


 "그러니까 너는..."


 남자는 단호하게 못을 박는다.


 "절대 파킨사를 할 수 없어."


 남자의 단언에 메리는 왠지 적대감 같은 것을 느꼈다.


 "힘들어하는 메리에게 기쁜 소식을 알려줄께."


 -데?


 남자는 소식을 전하는 게 너무 즐겁다는 듯이, 소년과 같은 웃음을 지으며 메리에게 통보했다.


 "축하해, 둘째도 임신했어."


 찌직. 


 메리는 통나무 쓰러지듯 뒤로 쓰러졌다. 가슴을 부여잡은 메리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파킨사할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메리는 파킨사하지 않았고, 남자는 그런 메리를 보며 타이르듯 말했다.


 "파킨사 할 수 없다니까 그러네... 너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실장석이니까." 


 












 

 깜빡 졸았던 메리는 다리에 불이 붙는듯한 통증을 느꼈다. 일어나서 보니 자실장한마리가 자신의 다리를 물어뜯고 있었다. 자신의 다리는 이미 만신창이였으며 자실장은 재생된 살이 아닌, 이미 패여있는 상처쪽을 집요하게 뜯고 있었다. 끔찍한 고통에 메리는 자실장을 후려쳤다. 날아간 자실장을 보며 메리는 생각에 잠겼다. 저 분충이 누구의 자였더라... 차녀의 장녀가 출산한 놈 중 하나인 것 같다고 메리는 생각했다. 

 

 -할마마마, 미안한테치. 하지만 너무 배가 고픈테치. 조금만, 조금만 먹고 가는테치. 



 자실장이 애원한다. 저런 애원을 매일같이, 몇 시간도 안되어서 잠도 자지 못하고 듣고 있다.

 잠을 잘 수도 없다. 장녀의 장녀와 차녀의 장녀까지 출산을 해버렸고 그들 역시 인간의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자들이었다. 하지만 메리의 사랑이 지극한 주인님께서 좋은 것을 발견하였다. 출산을 마친 실장석의 고기는 그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우선 남자는 식물실장상태의 삼녀를 강제임신시켜 그의 살을 발라내어 모자란 고기를 보충하였다. 그 후 메리의 살과 더불어 장녀의 살도 찢어내기 시작했다.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낀 장녀는 얼마가지않아 파킨사했다. 남자는 그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둘째를 혼수상태로 만들어 살을 찢어냈다. 그렇게 부족한 고기를 보완한다고 해도 부족한 건 어쩔 수 없다. 온전히 제정신으로 살이 찢기는 건 메리가 유일했다.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메리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실장석이니까. 


 -데샤아앗!


 

 메리는 자실장을 잔혹하게 구타한다. 마구마구 밟아서, 자실장의 얼굴이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다.


 =샤아아아앗!


 성체실장의 공격에 메리는 쓰러진다.


 =어디서! 고기주제에! 와타시의 귀중한 자에게 뭐하는 짓인데샤아아아!!


 고기라고 불렸다. 저 성체실장은 차녀의 장녀겠지. 


 =고기는!!


 퍽퍽퍽


 =고기답게!!


 퍼억! 퍽 퍼벅!


 =다져지면 되는 데샤아아아!!


 자손에게 고기라고 불리우며 심각한 구타를 당한다. 구타를 당하는 곳이 아닌, 메리는 가슴에 통증을 느낀다. 이 타이밍이다. 드디어 파킨사할 타이밍이다.


 "뭐하는 짓이냐!!!"


 남자가 달려와서 차녀의 장녀를 강하게 걷어찬다. 차녀의 장녀는 포물선을 그리며 멋들어지게 벽에 쳐박힌다.


 "메리! 괜찮아? 이 놈들이 감히 메리를!"


 남자는 메리를 어루만지며 쓰러진 친실장에게 위협을 가한다. 하지만 말로만 뭐라그럴뿐 더 이상의 폭력을 행사하진 않는다. 


 "저런 분충이라도 메리의 귀중한 자손이니까..."


 남자의 대답에 메리는 가슴의 통증이 가라앉는 것을 느낀다. 가라앉는 통증을 놓지지않으려는 듯 가슴을 부여잡으며, 메리는 피눈물을 흘린다.

 메리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실장석이니까.










 자살시도를 수없이 반복했다. 벽에 부딪혀도 보고 높은 곳에서 떨어져보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자살기도를 한다. 하지만 끔찍한 고통 후에 어김없이 재생을 하고, 남자의 극진한 간호를 받으며 메리는 깨어난다.


 -주인님...


 "오 일어났니? 기분은 좀 어때?"


 남자가 걱정하며 물어본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상쾌해보인다.


 -부탁이 있는데스우.


 "뭐야? 말만해 우리 공주님 부탁이라면 뭐든 들어줘야지. 죽는 것 빼고."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와타시의 자손들을 모조리 죽여주는 데스우.


 남자는 놀라며 되묻는다.


 "그게 무슨 말이야. 자손들이 잘 사는 것 이상의 행복이 실장석에게 어디있다고?"


 -어차피...


 메리가 뜸을 들이며 말한다.


 -와타시가 없으면 자들은 모두 굶어 죽는 데스우. 


 "무슨 소리야. 메리는 절대 없어지지 않아."


 남자는 알고 있었다. 남자의 극진한 케어에도 수십 수백 번의 큰 충격떄문에 위석에 금이 제법 가있었다. 분명 몇 번의 충격이 더 가해진다면 깨질 것이다. 


 -조금은 알 것 같은 데스우. 와타시의 목숨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을...


 이젠 케어를 해도 소용없나... 남자는 슬슬 플랜B를 진행해보기로 한다.


 "메리가 정 그렇다면... 그렇게 해야지. 메리. 너의 자손들을 싹 다 없애줄께."


 -정말인데스? 


 메리는 감정없이 되묻는다. 자손이 죽건, 자기가 죽건, 뭐가 되었건 상관 없다. 


 "푹 쉬면서 기다려. 정리하고 올테니."


 남자는 방을 나서서 거실로 향한다.


 거실은 아비규환이다. 실장석들이 바글바글하다. 실장석들의 똥은 말할 것도 없고, 피,눈물, 침 구더기의 시체, 저실장의 시체, 자실장의 시체, 성체실장의 시체, 친실장의 시체를 뜯어먹는 실장석들. 싸우는 실장석, 우는 실장석, 모든 것들이 뒤섞여 실장석의 지옥이 있다면 분명 여기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남자는 빠루를 들고,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구제를 시작한다.










 "행복해?"


 -정말 행복한 데스!


 남자의 물음에 메리는 행복한 얼굴로 답한다. 주인님과 단 둘이 사는 시간은 행복의 연속이었다.

 모든 자손들이 죽었다. 자신의 몸을 뜯어먹던 분충들이 사라졌다. 메리는 생각한다. 왜 진작에 자식들을 없애지 않았을까. 자손번영 같은 것 보다 주인님과 둘이서 사는 게 가장 큰 행복인데. 그걸 모르는 멍청한 분충이었다는 사실을 메리는 새삼스럽게 인지한다. 


 "오늘은 뭘 먹을까?"


 -오늘은~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먹는데스!


 "하하, 오케이!"


 남자는 냉장고로 향한다. 냉장고로 향하면서 남자는 웃음을 참을 수 없다.


 "아 그리고 축하해 메리!"


 -데? 


 메리가 갸우뚱한다.


 "임신 성공했구나."


 찌직. 


 가슴에 통증을 느낀다. 메리는 가슴을 내려보았다.

 남자는 메리의 시선이 미치지 못하는, 찬장 위에 올려둔 위석에 실금이 가는 것을 보았다. 실금일 뿐이다. 너덜너덜했던 위석은 어느새 완치되어 영롱한 빛을 내고 있다. 거기에 실금이 간 것일 뿐이다.  


 "출산이 기다려지는데. 이번에는 어떤 귀여운 자실장들이 나올까나?"


 남자가 미소를 띄며 메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데... 주인님. 와타시는 자식이 필요없는데스우...


 "무슨 그런 섭섭한 소릴."


 남자가 웃으며 말한다.


 "이번엔 정말 귀엽고 건강한, 예전같은 하자있는 아이들이 아닐지도 모르잖아?"


 -데에...


 "희망이야 희망."


 남자는 즐거워서 견딜 수 없어보인다.


 "희망을 가지고 사는 삶이야말로 보람있는 삶이지."


 -희망...


 그래. 이번에는 제대로된 자들일 수도 있다. 메리도 희망한다. 


 하지만... 또 예전 같은...


 "메리같이 이쁘고 착한 자들을 나는 정말 보고 싶어. 메리는 이런 주인의 마음을 저버리진 않겠지?"


 -데...데에...








 -어째서인 데스우!!!!


 장녀는 피를 토하며 죽어간다. 메리는 신경질적으로 차녀에게도 남자가 건내어준 콘페이토를 먹인다. 차녀 역시 피를 토한다.


 -왜!!! 왜!!! 또 이런 분충들이 태어난데샤아아아아!!!!


 메리는 피눈물을 흘린다. 찌직 찌직. 가슴에 통증이 심하다. 피눈물이 맺힌 눈을 남자에게 향한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남은 4마리의 자들을 밟는다.


 







 남자는 위석을 바라본다. 갈라져가던 위석은 제대로 회복이 되어있다. 처음보다 갈라지는 속도는 빠르고 회복하는 속도는 느리구나. 남자는 생각한다. 수많은 경험을 떠올린다. 템포조절은 남자에겐 식은 죽 먹기다. 


   

 

  

 



 "축하해 메리!"


 행복한 나날의 연속. 그 끝은 늘 임신이 찾아온다. 여러번의 경험을 통해서 메리는 알고 있다. 희망? 그런 것은 없었다. 


 "이번엔 정말 모르지. 아아~ 우리둘의 예쁜, 건강한 자실장을 꼭 보고 싶구나."


 우리둘의, 예쁜, 건강한. 반복되는 경험을 통해 메리는 그런 것은 없다는 걸 안다.






 -텟테로게~


 메리는 필사적으로 출산을 참았다. 그리고 남자가 자고 있을 때를 노려 출산을 시작했다. 점막에 쌓인 자실장들을 내려다보는 메리의 눈빛에는 애정이라고는 전혀 없는, 마치 타인의 똥을 보는 듯한 혐오감이 가득했다. 

 메리는 말없이 자실장을 집어들었다.

 

 -마마~ 빨리 점막을 햝아주는테치! 너무너무 사랑하는테치!


 메리는 갓 태어난 자실장의 머리를 씹어먹었다. 한마리, 두마리. 남자가 눈치채기 전에 흔적도 없이 먹어치워버려야겠다. 메리는 우걱우걱, 자신의 자식들을 먹어치운다. 

 남자는 방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설치된 카메라로 찍히는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스마트폰을 바라보는 남자에게서는 어떠한 감정도 찾아볼 수 없다. 마지막 한마리를 먹으려는 시점에서, 남자는 몸을 일으켜 거실로 향한다. 그 모습은 마치 일을 하러나가는 인부의 뒷모습을 연상시켰다.


 "메리, 뭐하고 있어?"


 -데뎃!


 마지막 자실장을 입에 넣으려던 메리가 고개를 돌린다. 남자와 눈이 마주친다.


 "메리... 뭐하는 거야."


 메리는 어쩔 줄 몰라한다. 남자는 건강한 자실장을 원했다. 끊임없이 희망을 노래했다. 메리는 절망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남자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주인님은 화를 내겠지? 주인님이 화를 내는 것은 정말 싫은데. 메리는 이제 어떤 반응을 보여야할지조차도 모르게 되었다


 "메리가 이번에는 자식이 먹고 싶었구나?"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 메리가 원하는대로 해야지. 메리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실장석으로 만들어줄테니까."


 남자의 말에 메리는 방긋 웃는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자실장을 우걱우걱 씹어먹는다.


 -메리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데스우.





 







EPILOGUE.



 

 드디어 해냈다. 메리는 행복감에 빠져있다. 지금까지 정상적인 식사도 제대로 못 하는 분충만 출산하기를 수십 번. 드디어 메리는 자신의 살이 아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자들을 출산했다. 

 메리의 육체는 건강했지만, 피폐해진 정신때문인지 2년 전부터는 엄지실장과 구더기만 출산하게 되었다. 

 지금의 기적같은 자들을 출산했을 때도, 언제나처럼 메리는 자신에게는 운치나 다름없는, 자신의 자식을 경멸하듯 내려다보며 기계적으로 점막을 햝는다. 언제부터였을까. 메리는 점막이 혀에 닿을 때마다 강한 메스꺼움을 느낀다. 한번, 두번. 고작 두 번의 햘짝임에 메리는 구토를 한다. 왜 이런 괴로운 일을 겪어야하는걸까... 메리는 자신에게 사랑을 속삭이는 엄지와 구더기를 무시하고 남자를 바라본다. 남자는 웃으며 오른손으로 엄지와 구더기에게 콘페이토를 건내어준다. 너무나 많은... 너무나 많은 끔찍한 경험을 했다. 아니, 이젠 끔찍하지도 않다. 메리는 몸을 돌려 엄지와 구더기들이 보이지 않는 구석으로 걸어갔다. 익숙하지만, 역시 출산을 하고나면 지친다. 메리는 스르르 잠이 들었다.


 "메리! 메리!"


 얼마나 지났을까. 주인님의 격양된 목소리가 들린다. 메리는 눈을 비비며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걸어간다. 

 주인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메리는,엄지와 구더기가 콘페이토를 아주 맛있게 햝아먹고있는 장면을 보았다. 


 "하루가 지나도 아무 문제가 없어. 축하해 메리. 이번엔 정상적인 자가 나온 모양이야."


 흐릿하게 보인다. 좀 더 자세히 보고싶다. 하지만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닦아도 닦아도 시야는 계속 흐리다. 눈물이 멈추지 않아서 건강한 자들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없다. 메리는 하염없이 울며, 눈물이 그치기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마마 너무 좋은 테치! 주인님도 너무 좋은 테치!


 -와타치도 와타치도! 마마와 주인님 너무너무 좋아하는테치!


 자실장들은 메리의 주변에서 꺄르르 웃으며 뛰어다닌다. 엄지와 구더기였던 자들은, 남자와 메리의 정성어린 보살핌으로 곧 고치가 되었고 건강하고 귀여운 자실장으로 탈피했다. 지금까지 봤던 자와는 전혀 다른, 건강하고 착하고 귀여운 자실장들을 보며, 메리는 자신의 다른 자식들을 떠올린다.


 찌직.


 가슴에 통증이 온다. 며칠전까지, 메리는 그 통증을 늘 기다렸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강하게 온다면 왠지 이 행복한 세상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안된다. 저리도 귀여운 자들을 놔두고 자신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찌한단 말인가. 물론 주인님이 잘 보살펴 줄 것이다. 하지만 메리는 자신이 없어져서 슬퍼하는 자식들을 상상하니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실제로 눈물이 난다.


 ...건강에 좋지 않는데스우. 그만 생각하기로 하는데스우. 메리는 고개를 절래절래흔든다.


 "얘들아 밥먹자."


 주인님이 부른다. 오늘은 어떤 우마우마한 식사를 주실까. 주인님이 주시는 건 다 맛있다. 와~ 하며 자실장들이 뛰어간다. 종종걸음으로 뛰어가던 두 자실장이 멈칫하며, 발걸음을 돌려 메리에게 향한다. 


 -마마, 빨리 같이 가는테치!


 -함께 먹어야 맛있는테치! 

 

 두 자실장은 메리의 양손을 잡아당긴다. 메리는 미소를 지으며 자실장들에게 이끌려 식탁으로 향한다.


 "자. 오늘은 스테이크야."


 와~ 하며 자실장은 환호한다. 그런 자실장들을 메리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정말 귀여운 자들인데스. 착하고, 건강하고, 예쁜... 드디어 와타시에게 진정한 행복이 찾아온데스우. 메리는 신에게 감사드린다. 신에게 감사를 드리면서 마음속으로 주인님에게 감사를 드리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자실장들은 맛있게 스테이크를 먹기 시작한다. 마마도 빨리 먹는테치! 먹으면서도 자실장들은 마마를 챙긴다. 메리는 자식들을 보기만 해도 배가 부름을 느꼈다.


 "메리."


 매일매일이 황홀하다. 행복해하는 메리를 남자가 웃으며 부른다.


 "메리에게 신기한 것을 보여주고 싶은데 어때, 보고 싶어?"


 남자의 물음에 메리는 웃으며 답한다. 


 -주인님이 보여주시는 것은 뭐든 좋은데스우.


 "그 전에 메리가 꼭 알아야할 것이 있는데..."


 남자는 뜸을 들이며 말한다. 

 

 






 "지금까지 다 내가 한 일이야."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걸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무엇을 하셨다는 걸까. 어리둥절해하는 메리를 바라보며 남자는 집이 떠나라가, 크게 웃는다. 주인님의 저런 모습은 처음본다. 메리는 겁도 나고 주인님이 걱정도 되었다. 마마 무서운테치... 자실장들이 메리에게 안겨온다. 주인님 괜찮으신테치? 메리는 대답을 해줄 수 없었다.


 "아직도 모르겠냐 이 멍청한 새끼야."


 남자가 메리에게 욕설을 날린다. 메리는 알 수가 없다. 주인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왜 저러시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튼 멍청한 분충놈들은 말로 해서는 알아쳐먹지를 못하지. 직접 그 눈으로 똑똑히 봐라."


 남자는 장녀를 오른손에 쥐고 메리의 눈앞에 들이댄다. 마마 아픈테치. 주인님 조금만 살살 잡아주시는테치. 장녀는 아파하며 남자와 메리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런 장녀에게, 남자는 장녀의 입에 왼손가락을 넣는다. 입에 넣고 손가락을 휘휘 저은 후, 메리와 마주볼 수 있게 팔을 뻗는다.


 -마마, 아픈테치. 


 장녀가 울면서 메리에게 애원한다. 남자의 손 안의 장녀는 메리의 바로 앞에 있다. 메리는 장녀의 볼을 어루만지며 달랜다.


 -괜찮은데스우. 조금만 참는데스우. 주인님이 곧...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장녀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나온다. 장녀의 피를 뒤집어쓴 메리는, 아무 미동도 없이 장녀의 피를 맞고 있었다. 피를 토하던 장녀가 축 늘어진다. 남자는 뒤로 휙 하고 던지고 허리를 낮춰 메리와 눈을 마주한다. 남자의 눈빛에 메리는 천갈래만갈래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낀다. 아닌데스우... 나를 바라보던 주인님의 눈빛은 저런 무서운 게 아니었는데스우... 


 "니 새끼들이 피를 토하고 죽은 건 병이나 체질탓이 아니야. 내가 그렇게 되도록 만든거야. 니가 지금까지 겪어온 일 모두!"


 남자는 즐거워 견딜 수 없다는 듯,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듯이 말을 한다. 


 "내가 그렇게 되도록 만든 거라니까?"


 -데...


 이게 무슨 일일까. 현실이 아니다. 분명 꿈일 것이다. 그럴리가 없다. 사랑하는, 나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주인님이 그럴 리가 없다. 


 "미도리를 찢어먹었었지..."


 -힉!


 찌익.

 가슴이 아파온다.


 "도와준 은혜도 모르고... 내가 사랑했던 미도리를 때리고, 독라로 만들고, 마지막엔 먹기까지 하더구나."


 메리는 이를 딱딱 부딪히며 떤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무슨 말을 할 수도 없다. 

 

 "정말 모를 줄 알았어?"


 메리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흐른다. 코피까지 나기 시작했다. 남자는 선반 위의 위석을 바라본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서 튼튼해진 위석은 예상보다 균열이 천천히 간다. 


 "너 같은 더러운 들실장을 세상 누가 좋아하겠나."


 찌익... 찌익...


 "더럽고 추하고, 거기다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고."


 찌익 찌익 찌익


 "모성애조차도 없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쓰레기를 도대체 누가?"


 찌이이이이익


 남자는 고개를 돌려 위석을 본다. 아직은 괜찮겠군.


 "정신차려 메리."


 -데... 데...


 "이제 너의 자식은 한마리가 남았구나. 착하고 귀엽고 머리도 좋은, 정말 예쁜 자실장 한마리."


 피눈물을 흘리며 메리는 차녀를 바라본다. 탁자 끄트머리에서 차녀는 웅크리고 앉아, 귀를 막고 눈을 감고 벌벌 떨고 있다.


 "저 아이는 정말 최고의 자실장이지. 너도 알다시피. 내가 독을 먹이지 않으면 아무 문제 없어."


 행복회로가 발동했는지, 메리의 머릿속에 최근의 행복했던 나날이 떠오른다. 정말 귀여운 장녀와 차녀, 정말정말 좋아하는 우리 주인님... 


 "메리. 매리. 네가 똑바로 하면 차녀는 무사할거야."


 남자의 말에 메리는 정신을 다잡으려고 애쓴다. 일단 눈 앞의 차녀라도 지켜야한다. 주인님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고 생각했지만 장녀는 이미 주인님의 손에 죽었다. 주인님은 차녀에게도 해를 가할 수 있다. 몽롱한 정신을 메리는 필사적으로 붙잡는다.


 -와타시가... 와타시가 무엇을 하면 되는데스우..."


 "정신이 좀 드니?"


 정신이 들 리가 없었다. 메리의 모든 것들이 무너지고 있었다. 무너지는 정신 속에서,이미 절망적인 상황속에서 차녀 라도 살리기 위해 메리는 필사적으로 정신줄을 잡고 있다.


 -뭐든지 하는 데스우. 정말 무엇이든지 하는 데스우. 다시 자를 낳으라면 낳고 살을 뜯어주라면 살을 뜯어주는데스우. 제발... 제발 차녀만은 살려주시는데스우


 "좋은 대답이야."


 남자는 손을 위로 올린다. 


 "이제 이 손을 똑바로 보렴."


 메리는 명령에 따른다. 인생에서 가장 집중하여 남자의 손을 바라본다.

 메리의 시선을 확인한 남자는 손으로 차녀를 내리친다.

 찍- 하는 소리와 함께 차녀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납작하게 탁자 위에 붙어버렸다.  


 쩌적 쩌적 쩌적. 위석이 급격하게 갈라진다. 메리는 남자의 손을 계속 바라보고 있다. 명령이니까 바라보고 있다. 명령을 들어야 차녀가 산다. 그런데 차녀는 누구더라. 장녀는 누구였지. 도대체 나에겐 몇 명의 장녀와 차녀가 있었지. 


 -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메리가 비명을 지른다. 위석이 더욱 빠르게 금이 간다.


 


 위석이 완전히 박살나기 전에, 남자는 재빠르게 메리에게 주사를 놓는다. 주사의 감각도 느낄 수 없었던 메리는 영문도 모른 채 의식을 잃는다.



 



 

 




 -헛,헛,훅,흐...흐아-악!!!


 메리가 괴성을 지르며 잠에서 깬다. 주인님이 와타시가 미도리를 죽인 것을 아셔! 장녀는? 차녀는? 장녀는 피를 토했고, 차녀는 주인님의 손에...


 "오, 메리. 일어났니?"


 남자가 메리를 부드럽게 부른다. 메리는 머리가 깨어질 듯이 아프다.


 -주... 주인님...


 "왜그래 메리. 어디 아파? 악몽이라도 꾸었니?"


 악몽? 메리는 주인의 말이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데... 저희 장녀와 차녀는...


 "장녀? 차녀?"


 남자는 궁금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몇 번째 장녀와 차녀를 말하는 거니?"


 -에... 또...


 "장녀와 차녀가 한둘이라야말이지."


 남자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는다. 


 -그... 식사가 가능한, 건강한 자녀였던데스우.


 "무슨 말을 하는거니 메리야..."


 남자가 걱정된다는 듯이 말한다. 


 "저번에 낳았던 자들도 다 피를 토했었잖니. 우리 메리가, 마음고생이 심해서 이상한 꿈도 다 꾸는구나."


 남자가 메리의 이마에 손을 올려본다. 열을 재는 행위지만 실장석의 체온따위 알 게 뭐야. 남자는 웃는다.


 "힘든 것 같구나. 당분간은 임신을 하지 않게 주의하자꾸나."


 -너무... 너무 생생한 꿈이었던 데스우...


 메리가 눈물을 흘린다. 


 "그래도 자들이 식사를 할 수 있었다니 좋은 꿈을 꾸었나보구나! 그래... 앞으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면."


 남자가 메리의 뺨에 키스를 하며 말한다.


 "행복한 꿈을 잔뜩 꿀 수 있을꺼야. 메리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실장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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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으로 콘페이토를 한번 만들어본 데스우. 

 몇 번 검사를 해서 더 다듬는 편이 좋겠지만...

 아무래도 처음 만든 콘페이토다보니 

 얼른 우지챠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급하게 올려버린 데스우. 

 고증 그런 거 기대하지마는데스우. 

 우지챠 한마리라도 재미있게 봐주신다면 와타시는 정말 행복한데샷!



 ps. 결말이 미지근하다는 이야기가 많아서...추가를 좀 해본 데스우. 사족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스우 오로롱오로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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