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할머니 어릴적 시절 못생긴 검정고무신 헛소리 급의 실장석 참피 소설 운치퍼 실장

가을의 해는 서서히 뜬다. 새벽 6시, 몇 달 전 같으면 이미 떠올라 대지를 덥혔을 태양은 점점 게을러져 뜰까 말까를 고민하는 시간이다.


그런 계절, 한 신도시의 아파트촌.


새로 지어진 아파트 사이로 가로등이 켜진 산책길을 따라, 무언가가 새벽녘을 가르며 나아가고 있었다.


그것은 아이러니였다. 이 깨끗한 신도시 아파트촌에서는 볼 수 없는, 아니 절대 보여서는 안 되는 존재. 바로 실장석이기 떄문이다.


“영차 데스! 영차 데스!”

“영차 테스! 영차 테스!”


성체실장에 맞춘 작은 리어카를 사이에 두고 앞에서는 친으로 보이는 성체가, 뒤에서는 그 자로 보이는 중실장이 밀거니 끌거니 하며 나아간다.


이윽고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 들어서는 실장석들. 누군가가 다가온다. 파란 모자와 옷. 대다수 실장석들의 천적.


“어~ 춘향이 왔냐? 안 그래도 오늘은 우리쪽이라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신 데스요 경비상.”


초로의 경비아저씨가 웃으며 반겨주자 춘향이라 불린 친실장도 웃으며 화답한다. 


이것 또한 아이러니다. 대개 아파트촌에서는 경비와 실장석들 간에 쫓고 쫓기는 것이 일상이니까. 하지만 이 실장석은 그런 경비와 오히려 화기애애한 대화를 주고받고 있다.


“이거라도 마시면서 조금만 기다려라, 나오고들 계실 테니.”

“감사한 데스요. 잘 마시겠는 데스.”


경비아저씨가 나눠준, 물이 든 일회용 컵을 받아 들고 장녀에게 먼저 먹인 후 남은 걸 마시는 춘향이가 벌컥벌컥 마신다. 날씨는 제법 쌀쌀하지만 차가운 물을 꿀꺽꿀꺽 마시는 폼이 오가는 일이 예삿일이 아님을 알려준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경비실 앞에는 사람들 몇몇이 비닐봉지를 들고 줄을 서기 시작했다.


“안녕 춘향아?”

“안녕하신 데스요 닝겐상.”


가장 먼저 나온 건 101동 204호 집주인. 녹돌이라는 이름의 거대 우지챠를 키운다.


“오늘은 양이 제법 된다야.”

204호 집주인은 봉지 한가득 가져온 운치를 리어카에 쏟아부었다.

“데에~ 녹돌이가 요즘 장운동이 활발한 모양인 데스요.”

“핫핫핫 녀석이 요 며칠 같이 산책을 갔더니 뽈뽈 거리며 엄청 기어다니더라. 그 덕인지는 몰라도 운치도 많이 싸.”

유쾌하게 웃는 남자와 화답하는 춘향이. 남자는 춘향이를 한 번 쓰다듬어준 후 출근준비를 하러 집으로 돌아간다.


“안녕? 오늘도 활기찬 하루네~”

“안녕하신 데스요. 닝겐상.”


다음은 103동 505호 집주인. 아직 20대로 보이는 이 여성은 도리코라는 자실장을 수조에서 사육한다.


“오늘은 어째 양이 적은 데스요. 도리코가 어디 아픈 데스까?”

“글쎄말이야. ‘이번’ 도리코도 슬슬 갈 때가 된 건지 에휴.”


살짝 낙담하는 여성. 말투에서도 보이듯 이 여성은 학대파다. 들실장을 잡아와 수조에서 방치사육하면서 들실장이 스스로 지옥을 만들고 그에 떨어지는 것을 보며 즐기는 타입. 하지만 분충끼 가득한 들실장만 좋아하는지라 춘향이에게는 그저 소중한 운치 제공자일 뿐이다.


“아이고, 면목이 읎어요 허허허.”

“춘향 오바상 오늘도 감사한 데스.”

“엄청 많은 데스. 면목이 없다니 무슨 말씀이신데스. 와타시는 이렇게 많이 주시니 감사할 따름인 데스요.”


세번째는 초로의 남성. 111동 1502호 집주인이었을 거다. 키우는 실장석은 성체실장인 코다리. 성체지만 양충이고 작가인 남자의 작업을 도와주고 있다. 이 둘은 늘 아침 산책을 나갈 겸 같이 나오곤 한다.


그 외에도 여러 사람들이 춘향이와 인사를 건네며 운치를 리어카에 실린 통에 붓는다. 작지 않은 리어카지만 금세 운치로 가득 찼다. 


한 시간 정도 이어진 운치 모으기가 끝나자 춘향이는 경비를 도와 수거 중에 흘린 운치나 쓰레기 등을 정리하고는 경비가 건낸 묵직한 비닐봉지를 받아 리어카 한 켠에 걸었다.


“내일은 저쪽 희망 아파트 단지지? 내가 미리 거기 장영감에게 전달해 놓으마.”

“감사한 데스.”

“그려그려. 오늘도 힘 내그라.”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는데스 경비상.”

“안녕히계신테스.”

“오냐, 오늘 잘 보내고 3일 있다 보자.”


경비와 인사를 건네고는 냄새를 가리려 받은 쌀겨를 운치위에 뿌리고 리어카를 몰고 나오는 모녀. 


아파트 단지를 나오니 시간은 어느덧 8시. 완연하게 떠오른 햇살이 감질나게 비추는 길을 따라 춘향이 모녀는 왔을 때처럼 열심히 리어카를 끌고 간다. 목적지는 아파트 단지에서 조금 떨어진 동네의 작은 산 초입. 사람의 걸음걸이로는 10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지만 실장석의 걸음거리에 무거운 리어카까지 있으면 족히 4시간도 더 걸리는 거리다. 하지만 그렇게 고되고 힘든 길이라도 리어카를 꽉 채워 돌아가는 춘향이의 발걸음은 그에 반비례로 가볍고 활기차기만 하다.


“마마 온 데스.”

“마마!”

산길 초입에서 약간 들어간 곳에 위치한 나무집. 흙과 나뭇잎으로 위장되어 있지만 만든 모양세가 실장석의 솜씨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그 정교한 나무집은 분명 애호파의 시혜였을 것이다. 춘향이가 집 앞에 달린 문을 열자 작은 자실장 한 마리가 뛰어나오며 춘향이와 장녀를 맞아준다.


“차녀, 아침에 무슨 일 없었는 데스까?”

춘향이가 이마에 난 땀을 훔치고는 차녀라 불린 자실장을 안아주며 이야기했다.

“없었는 테치. 까악씨도, 야옹씨도 오늘은 나타나지 않은 테치.”

차녀가 까르르 웃으며 이상유무를 보고한다. 춘향이는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 숨을 쉬더니 밖에서 땀을 털어내는 장녀를 불러 집 안으로 들였다.


“아침 먹는 데스.”

춘향이는 아까 경비에게 받은 리어카 한 켠에 달고 온 비닐봉지를 내렸다. 차녀는 금세 눈이 반짝반짝 빛났고 장녀도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적지 않게 기대하는 눈치.

“오늘은 진수성찬인 데스. 고기도 있고 맛난 튀김도 있는 데스요.”

비닐 봉지 안에 든 것은 음식물 쓰레기. 춘향이가 아파트 단지의 실장석 운치를 수거해주는 답례로 받은 것이다. 비록 음식물 쓰레기라지만 빌라나 개인주택이 많아 비교적 음식물 쓰레기를 구하기 쉬운 일본과 달리 한국의 들실장들에겐 이것은 만한전석 만큼이나 귀하고 맛있는 것이다.


데챱데챱

테챱테챱


있다 점심으로 먹을 것과 보존식으로 쓸 만한 것을 따로 빼내고 적당히 분류한 자기 몫을 받아 든 모녀들은 이윽고 아침식사를 시작한다. 보통 들실장들의 식사는 누가 자기 것을 빼앗아 먹을까 허겁지겁 입에 퍼 넣는 식이지만 이 가족의 식사는 좀 더 여유롭고 느긋했다.


“뼈에 닭고기가 많이 붙은 테스. 살짝 매콤한 양념이 아마아마 테스.”

“데에~ 이 해초는 늘 고기가 많이 엉켜있는 데스. 천상의 맛인 데스야.”

“마마, 이 눅진한 튀김도 진미인 테치.”


먹은 음식의 맛을 음미하는 즐거운 식사. 들실장들에겐 결코 허락되지 않는 이런 사치는 평소에도 나름 배불리 먹는 춘향이 일가의 여유로움이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아침식사를 마치니 시간은 9시가 조금 넘은 시간, 아직 체력이 부치는 장녀는 짧게나마 휴식을 취하고 춘향이는 차녀의 도움을 받아 받아온 리어카를 이끌고 어딘가로 간다.


모녀의 리어카는 집 옆 공터에서 멈췄다. 춘향이는 킁킁 냄새를 맡더니 흙으로 덮인 마분지의 끝을 찾아냈다.


“차녀, 와타시 반대쪽에서 마분지상을 잡는데스.”

“하이테치.”

춘향이와 차녀가 끙 하고 힘을 주고 들어야 할 정도로 제법 큰 마분지다. 그런 밑에는 숨겨진 운치굴이 펼쳐져 있었다.


“레에에…”

“레흐? 밝은 레흐? 해님이 온 레후?”

“빛씨가 온 레후. 오네챠가 잘 보이는 레후.”

“오네챠, 아침 프니프니 해주는 레후~”

“프니프니후~”


어둡고 컴컴한 운치굴에 빛이 들자 구더기들이 기지개를 펴는 듯 꿈틀대며 일어난다. 계절은 가을이지만 운치굴 안은 제법 따뜻하다. 운치굴 한 켠에 쌓인, 구더기들이 미처 다 먹지 못한 운치더미에서 올라오는 발효열 덕분이리라. 춘향이는 리어카 한켠에 달려있는 플라스틱 바가지를 들고는 아침에 가져온 운치를 퍼서 운치굴에 부었다.


“마마, 와타시가 뭐 하나 여쭤봐도 되겠는 테치?”

그런 춘향이의 뒷모습을 보며 차녀의 물음.

“그리하는 데스요 차녀. 뭐가 궁금한 데스까?”

평소엔 마냥 밝은 차녀가 진지한 얼굴로 묻는 건 오랜만이다. 춘향이는 귀를 쫑긋 세운다.


“마마는 왜 사육실장들의 운치를 가져오는 일을 하는 테치요? 와타시, 가끔가다 이웃 토모다치들이 뒤에서 ㄴ…아닌 테치. 그냥 궁금한 테치.”

차녀는 중간에 말을 하다말고 살짝 얼버무리고는 말을 끝맺었다.


아마 이웃의 철없는 아이들이 놀렸겠지. 사육분충들의 운치나 푸는 천한 노예의 자식이라고. 춘향이는 뒤를 돌아보고는 잔잔하게 웃으며 차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차녀, 이웃 분충들이 놀린 데스까? 운치푸는 천한 일가 자식이라고?”

“아, 아닌 테치. 아닌 테치…”

차녀는 순간 울거 같은 표정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괜찮은 데스 차녀. 그런 분충들은 알아서 실컷 떠들라고 하는 데스. 그 놈들은 그저 부러워서 그러는 데스요.”

“그런 테치?”

“그런 데스.”

춘향이는 자랑스럽다는 듯 어깨를 쭉 펴고는 차녀를 쓰다듬어 주며 말을 잇는다.


“알다시피, 와타시타치, 실장석이 먹고사는 데는 구더기들이 정말 요긴한 데스.”

자신을 위로해주다말고 갑자기 구더기 이야기를 하는 친. 차녀는 순간 의아했지만 친실장이 여태까지 허튼 소리를 한 적이 없기에 이번에도 그런 것이겠구나 짐작했다. 

“맞는 테치. 귀엽기도 하고 맛도 좋은 테치.”

“맞는 데스. 그런데 그런 구더기를 키우려면 운치가 필요한 데스. 그래서 운치는 많으면 많을 수록 좋은 데스요.”

그렇게 말하며 친은 가져온 운치 한 바가지를 퍼서 운치굴에 더 부어넣었다.


“운치 온 레후. 어서 먹는 레후~”

“몸 따습고 배 빵빵레후. 이런 게 천국인 레후?”

“레챱레챱. 맛있는 레후! 오늘도 달달한 레후!”

“레훼에에엥~ 우지챠 운치인 레후. 어서 먹고 손발 긴긴 되어야 하는 레후. 비켜주는 레후!”

“레흐? 운치 온 레후! 오네챠, 일어나는 레후~”


운치가 떨어지자 그곳으로 구더기들이 꾸물꾸물 모여들었다. 일가의 운치굴은 보통의 운치굴보다도 더 넓었고 그 안에는 스무마리도 넘는 구더기들이 레후레후 하며 (그들 입장에서는) 천국의 나날을 즐기고 있었다.


“게다가 사육실장들은 평소에 잘 먹는 덕분에 그들의 운치는 영양분도 많은데스. 그래서 구더기 사육에 안성맞춤일 뿐만 아니라 저런 엄지나 심지어 성체독라가 먹어도 연명이 가능할 정도인 데스.”


모녀는 동시에 한켠을 바라봤다. 행복을 만끽하며 운치를 열심히 레챱레챱 먹고 있는 구더기들의 반대쪽에는 역시 포동포동하게 살이 찐, 그러나 표정은 저실장들과 정 반대로 절망 가득한 표정의 독라 엄지가 레…하는 표정으로 가만히 저실장들을 응시하고 있었다.


“마마, 아무래도 엄지의 상태가 별로인 테치.”

차녀가 엄지를 보고는 말했다.


“그래 보이는 데스. 그래도 다행이도 몸은 자들에 육박하게 커진 거 같은 데스네. 그러면…”

친은 엄지를 보며 상태를 가늠하듯 턱에 손을 대고는 곰곰이 생각한다. 아마 언제 저 엄지를 도축해야 되려나 고민중일 것이다.


“아, 아닌 레치. 와타치 아직도 운치 잘 먹는 레치! 프니프니도 잘 하는 레챠아!!!”

그런 친의 시선을 느낀 것일까, 갑자기 엄지가 위를 보더니 팔을 붕붕 흔들며 필사적으로 자신의 쓸모를 어필한다. 죽음의 공포가 방금까지 엄지를 지배하던 무기력을 떨쳐낸 것인지 엄지는 프니프니후~를 외치며 유일한 자신의 가치 – 구더기들의 프니프니 – 증명해 보이려 했다.


“뭐, 일단은 더 지켜보는 데스요.”

친은 코웃음을 치며 엄지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이 독라 엄지는 몇 달 전 친과 자들이 운치를 수거하려 집을 비운 사이 골판지가 낡아 해진 구멍을 뚫고 들어와 말리고 있던 구더기 육포를 모조리 먹어 치웠다. 그리고 다시 도망치려는 찰라 운이 없게도 중간에 도구를 가지러 다시 돌아온 장녀에게 현장에서 바로 잡히고 말았다.


‘그땐 정말 아찔했는 데스. 

친은 그때가 다시 떠오른 건지 자기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불행 중 다행이도 당시 말리고 있던 건 시험삼아 말리던 거라 3마리 밖에 되지 않아 큰 피해는 없었지만 본격적인 겨울 보존식을 먹어치우기라도 했으면 자칫 일가를 실각으로 몰아넣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기에 이런 짓을 한 엄지를 친은 용서하지 않았다.


[아줌마 미안한 레치! 너무 배고파서 돌아다니다가 먹은 레치! 다시는 안 그럴 테니 한 번만 용서해는 레치이!!!]


아마 엄지라는 이유로 쓸모없다고 친에게서 낳자마자 버려진 놈일 것이다. 이 근방 실장석들은 오랜 경험으로 동족식이 실장취를 심하게 만들고, 분충화를 가속시킨다는 것을 알기에 위석을 빼서 말린 구더기가 아니면 정말로 코너에 몰린 경우를 제외하고는 동족식을 하지 않았다. 그러니 엄지는 구더기를 돌볼 하나 정도면 충분. 나머지는 출산장소에서 그대로 옷과 머리카락을 빼앗긴 후 버려진다.


그래도 뒷처리는 알아서 잘 할 것이지. 씁 하는 소리를 내며 친실장은 얼굴을 찌푸렸다.


[오마에, 집이 어디인 데스?]

[모르는 레츄…와타치가 불렀는데도 마마는 그냥 가버린 레츄아…]


설마했더니 진짜 버려진 모양이다. 춘향이는 순간 낙담했지만 이 엄지의 친을 찾을 방법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어차피 사람의 걸음걸이에 비하면 황새 따라가는 뱁새만도 못한 것이 실장석의 걸음. 이 엄지가 어제 오늘 태어났다면 어미도 이 주변에 살고 있는 놈일 것이다. 


[오마에, 이 냄새가 오마에 친 냄새가 맞는 데스?]

[레에…맞는 레치…]

그래서 친실장은 어렵지 않게 후보군을 추려내어 일일이 엄지를 데리고 다니며 냄새를 맞게 했다. 그 중 하나. 어디서 구한 건지 모를 낡아빠진 골판지 상자에서 엄지는 친의 냄새를 확인했다.


춘향이는 그 허술하기 짝이 없는 골판지 문을 걷어차다시피 하며 소리를 질렀다.


[오마에! 나와보는 데스!]


순간 몇쌍의 적녹 눈동자가 춘향이를 주시한다. 점심식사 도중이었는지 일가는 썩기 직전의 열매들을 한창 섭취중이었다.


[오마에, 이 엄지, 오마에가 낳은 엄지 맞는 데스?]

[데에? 무슨 일 있는 데스까?]

갑자기 처들어온 춘향이를 황당하다는 눈으로 바라보는 성체실장. 아마 이 엄지의 친일 것이다.


[오마에가 낳은 이 똥덩어리가 와타시 집에 기어들어와 보존식 육포를 다 쳐먹은 데스!]

춘향이는 빼액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러든말든 엄지의 친은 뭐하는 놈이냐는듯 친을 아래위로 한 번 훓어보고는 같잖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맞긴 한데…그래서 뭘 어쩌란 말인 데스?]

[뭐인 데스?]

[그 엄지는 와타시가 낳고 버린 엄지인 데스. 하지만 그딴 엄지분충에게 집 문 단속을 잘못해서 털린 건 오마에잖냐는 데스. 그걸 가지고 와타시에게 이렇게 이유불문하고 쳐들어와 행패를 부리는 건 무슨 똥분충짓인 데스까!]


춘향이는 입을 떡 벌렸다. 무슨 이런 적반하장이 다 있지? 


[와타시는 모르는 일이니 어서 나가는 데스! 아니지, 노예로 굴릴만한 엄지를 친히 하사했으니 오마에도 뭐 하나 내놓고 가는 데스! 잘 보니 옆에 맨 가방이 세레브해 뵈는 데스야 데프프픗.]

숫제 이제는 자신의 보검을 꺼내서 위협하는 엄지의 친. 뒷처리도 안 한다 싶었더니 분충도 이런 상분충이 없네…친은 어처구니없어 하면서 옆에 맨 가방에서 플라스틱으로 된 무언가를 꺼냈다.


[뎃?! 뭐인 데스까 그건 사육분충들이 쓰ㄴ…]

엄지의 친이 말을 잇기도 전에 ㄱ자 모양의 플라스틱에서 전기가 나갔다.


[데샤아아앗!!!!!!]


데스 스턴건. 원래는 한 사육실장이 사용하던 호신용품이지만 그 사육은 주인의 허락없이 새끼를 쳤고, 그런 어미와 새끼를 세트로 조용하게 ‘실종’시켜 달라는 사육주의 부탁을 들어준 대가로 춘향이가 받은 것이다.


[뎃! 뎃! 데에…]

스턴건을 맞은 엄지의 친실장은 제대로 말도 잇지 못한 체 쓰러져 꿈틀거리기만 했다. 

[잘 된 데스. 마침 운치를 처리할 구더기를 낳을 출산노예도 하나 장만할 때다 싶었는데 그게 이렇게 굴러오다니.]

[아…안 되ㄴ…]

순식간에 일가의 장에서 출산노예로 굴러떨어지게 생긴 엄지의 친은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친실장에 의해 얼굴이 밟히자 그저 비명만 질러댔다.


[시끄러운데스. 자기가 똥을 낳아놓고는 뒷처리도 안 한 대가인 데스! 그래도 마지막 자비로 오마에의 자들은 손대지 않을 테니 고마운 줄 알라는 데샤!!]


집 구석에서 벌벌 떨고 있던 자실장들은 춘향이의 말에 들릴 듯 안 들릴 듯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비록 마마는 출산노예라는, 실장석에게 있어 최악의 상황으로 굴러떨어졌지만 자신들은 어떻게든 그 상황을 모면한 거 같다.


춘향이는 그 모습을 흘끗 보고는 작게 혀를 찼다. 아무리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진짜 멍청하다. 지금이라도 자기 친에게 달라붙어서 자신에게 마마를 살려달라고 했으면 조금이라도 자비를 베풀어줄 의향이 있었건만. 


이곳은 마마를 잃은, 그것도 갓 태어난 자실장들이 살아남기 녹녹한 곳이 아니다. 막말로 고아 서너 마리가 도대체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자신 같은 성체도 자칫 굶어 죽거나 잡혀 죽었을지도 모르는 곳이다. 멍청한 건지 아니면 순간적으로 공포에 압도되어 판단이 흐려진 것인지는 몰라도 저 자실장들은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뭐, 야생의 무자비함이란 그런 거겠지. 춘향이는 이 건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마마?”

“아이고, 와타시도 참. 와타시도 모르게 옛날 생각이 난 데스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회상에서 현재로 돌아오는 춘향. 옆에서 차녀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을 알고는 그런 차녀를 바라보며 웃는다.


“조금 서론이 길었는데, 결국 와타시가 사육실장의 운치를 모으는 건 이런 구더기를 가급적 많이 키우기 위해서인 데스.”


실장석들은 탐식하는 존재다. 


그것도 탐식을 하다 못해 배가 꽉 차도 그걸 실시간으로 운치로 내보내며 입으로는 음식을 우겨넣을 정도로 음식에 미쳐 있는 존재다.


그리고 그런 실장석들이 가장 좋아하는 두가지는 바로 단맛이 나는 것과 고기다. 


하지만 생태계 최하위의 지위를 자랑하는 실장석들이 얻을 수 있는 고기는 거의 없다. 기껏해봐야 곤충의 고기 정도. 음식물 쓰레기에도 간간이 고기가 있긴 하지만 한국의 실장석들은 음식물 쓰레기를 얻는 것도 자유롭지 않다. 


물론 동족의 고기도 있지만 얻는 데 위험이 있다는 건 둘째치고서라도 먹으면 실장취가 진해진다. 진한 실장취는 동족에게든 인간에게든 나 죽여줍쇼 하는 요소 그 자체다.


그래서 대부분의 실장석들은 운치로 저실장들을 비상식으로 키운다. 소화효율이 나쁜 실장석 특성상 운치에는 아직도 많은 영양분이 남아있다. 그런 운치를 먹여 키운 구더기는 실장석들에게 몇 없는 고기다. 그 자리에서 도축해서 먹어도 좋지만 가급적 위석을 빼고 잘 말리거나 하여 육포로 만들면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동족식에 따른 분충화나 실장취도 억제할 수 있고 겨우내 먹을 훌륭한 보존식이 된다.


하지만 문제는 운치의 양. 아무리 실장석들이 ‘똥’벌레라 불릴 정로 운치를 많이 배출해낸다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수분이 많이 섞인 실장석들의 운치는 그 특성상 수분을 제거하고 나면 양이 심히 줄어든다.


물론 장점도 있다. 첫째는 엄청나게 더운 날이 아니고서야 운치굴 가축들에게 따로 물을 공급해주지 않아도 된다는 점. 두번째는 수분이 많은 특성상 매우 부드러운 덕분에 치아가 없거나 잘 발달하지 못한, 덧붙여 치악력도 약한 구더기들이 문제없이 섭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구더기들을 보살피기 위해 내려놓는 엄지나 자실장 노예들 또한 대부분 노예로 만들 때 혹여 구더기를 잡아먹지 못하도록 치아를 다 뽑아내기에 이들에게도 부드러운 운치는 그나마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하지만 위의 장점은 운치가 넉넉할 때나 기능할 수 있는 점이다. 그리고 먹을 것이 부실한 들실장 한 개 일가가 내보낼 수 있는 운치의 양이란 뻔하디 뻔한 양. 그 정도라면 동시사육 가능한 구더기의 숫자는 정말 이상적인 환경에서 4마리가 한계다. 여기에 프니프니용 엄지노예를 하나 넣는다면 구더기는 3마리도 아슬아슬. 


“그래서 와타시는 생각을 해 본 데스. 그리고 이 결론에 도달하게 된 데스야. 사육실장을 키우는 닝겐상들의 운치를 거둔다면? 이라고 말인 데스.”

차녀도 뭔가를 알 거 같은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춘향이는 현명했다. 옛날이면 모를까 이미 질소나 다른 것으로 비료를 만드는 현대 한국사회에서 똥이란 그냥 불결한 부산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사람똥도 그럴 진데 동물의 분변은 말을 해 무엇 하리. 그나마 농촌에서는 유기농 바람을 타고 가끔가다 축분(가축의 분)을 다시 활용한다 하지만 여기는 농촌이 아니다. 


즉, 사육주 입장에서 사육실장석의 운치는 쓰레기다. 그것도 아주 더러운.


“그 뒤로 와타시는 닝겐상들의 집을 돌면서 사육실장들의 운치를 거두어 온 데스. 처음에는 비닐봉지에 모아 다니느라 운치를 지고 다닌다고 오해도 많이 받아 밟히거나 쫓겨난 적도 있는 데스요. 하지만 그 이후로 닝겐상들이 와타시의 사정을 알게 되고 한 친절한 닝겐상으로부터 이 리어카를 받은 뒤로는 오히려 닝겐상들이 와타시를 환영해주게 된 데스.”


그 말은 사실이다. 차녀는 오늘 자신이 받은 막대사탕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마마가 운치를 푸러 가면 늘 닝겐상들은 웃는 얼굴로 뭐라도 하나씩 더 주면서 환영해준다고 한다. 이 막대사탕도 거기서 받아온 것이라 했다. 게다가 경비로부터 ‘춘향이’라는 이름과 명패까지 받았다. 실장석으로서는 사육실장만 아닐 뿐이지 그 바로 직전에 해당하는 영예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런 자원을 공짜로 얻는 것도 모자라 이름에 덤까지 받다니 얼마나 좋은 직업인 데스까?”

“맞는 테치!”

춘향이는 웃으며 말했다. 충분한 답이 되었는지 차녀도 따라서 웃었다.



“아무래도 운치굴이 하나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는 데스 장녀.”

오전 운치굴 운치배식을 끝내고 집으로 들어온 춘향이는 쪽잠을 자고 일어난 장녀에게 그렇게 말했다.

“지금 운치굴로는 안 되는 테스?”

“그런데스. 구더기들이 커져서 몇마리 정도는 새로운 곳으로 옮겨야 할 거 같은 데스. 그리고 오늘 도둑엄지를 보니 거의 자실장 크기인 데스. 도둑엄지도 새로운 곳으로 옮기고 한 네다섯 마리 정도 출산을 시켜야 하겠는 데스.”

“출산테스?”

“출산을 시키고 그 구더기들을 키우게 하면 엄지는 자기 자식들인만큼 더 지극정성으로 키우게 될 것인데스.”

물론 그 끝은 결코 밝은 미래가 아니겠지만. 


“그럼 기존 구더기들은 어떻게 하는 테스? 엄지가 가면 프니프니를 못 받지 않는 테스?”

제법 생각이 깊은 장녀의 말. 춘향이는 걱정 말라는 듯 자신있는 어투로 대답한다.

“이미 기존 구더기들은 다 커서 프니프니를 해도 더 커질 가능성은 별로 없는 데스. 그리고 어느정도 큰 구더기들은 제법 머리가 있어서 엄지가 없으면 아쉬운대로 자기들끼리 셀프 프니프니를 하는데스. 나중을 위해 잘 알아두는 데스 장녀.”

“알겠는 테스!”


“그럼 보자, 땅을 팔 도구가 필요한데…”

“마침 204호 닝겐상에게 받은 쇠 숫가락이 있는테스. 오늘 해씨가 지면 새로운 운치굴 부지를 찾아봐야겠는 테스요.”

장녀가 숫가락을 들고 맡기라는 듯 자기 손으로 가슴을 탕탕쳤다. 요즘들어 부쩍 믿음직스러워진 장녀다. 춘향이는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두 딸을 안아주었다.

“자, 그럼 오늘 부지를 보고 어느정도 기반을 닦는 데스.”

“하이 테스!”

“하이 테치!”


오후시간 모녀는 집 근처 다른 공터에서 땅을 판다. 그런 그들 뒤로 어느덧 가을의 해가 저물어 간다. 운치굴에서는 만복의 행복을 레후레후~ 노래하는 구더기들의 울음소리가 은은하게 울려퍼지고 집에서는 세모녀의 행복 가득한 식사소리가 나는 가운데 춘향이의 하루는 오늘도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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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50~60년대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똥을 푸던 직업이 있었다고 아는데스. 똥을 푸는 사람이 있다면 운치를 푸는 실장도 있는 법인데스 데프프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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