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홍수 수준으로 지반이 약해진 산으로 가서 상을 받는 실장석 참피 소설 다윈상

 "아저씨."

"왜."

"이거 좀 보세요."

"뭔데?"


철웅은 자신에게 자꾸 말을 거는 고등학생이 달갑지 않았다.

그나마 친척인데다가 올 때마다 담배나 군것질거리를 들고 오길래 봐주는거지..

그것만 아니었다면 사냥견들을 이용해 겁을 주어 내쫓았을 것이다.


물론 철웅은 한 눈으로 기사를 흘기고....


"얘는 또 무슨 멍청이냐?"

"그렇죠? 올해의 다윈상 수상은 따 놓은 당상이라니까요?"


학대파가 있었단다.

그냥 학대파도 아니고 실장석에 불을 붙이는 것을 즐기는 학대파.

공원에서 골판지 상자를 불태우는 것은 예삿일이고, 머리에 불을 붙인 실장석을 보며 즐겼다고 한다.


애초에 공공장소에서 불장난을 하는 것 자체가 인분충이긴하다만.

철웅은 그렇게 생각하며 주변을 휘휘 둘러보았다.

산은 조용하기만 헀다.


"와, 진짜 바보 멍청이다."

"인분충 새끼."


그러던 어느 날.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는 몰라도, 실장석들을 콘페이토와 실장푸드로 유혹해 거대한 상자에 담았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집으로 그것을 운반해, 휘발성 기름을 부었단다.

그냥 참기름도 아니고 휘발성 기름.

이 학대파는 상자에 불을 붙인 다음, 폭발로 인해 3m를 날아가 뾰족한 울타리 부분에 머리를 박고 죽었다고 했다.


철웅은 세상에 참 많은 인분충이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저딴 새끼를 낳은 부모는 얼마나 심장이 찢어질까.

애를 낳았는데 일은 안하고 학대만 하니 말이다.


"어? 아저씨. 등산객은 여기 못 오지 않아요?"

"등산객?"


철웅은 노곤한 몸을 풀다가,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이 산은 김씨 일가가 관리하는 산.

고려 시대부터 머무르던 일가는 산실장과 깊은 유대가 있었다.


매년 겨울이 오면, 산실장들이 월동하기 위해 귀한 버섯과 삼들을 캐서 자발적으로 내려온다.

겨울에 실장석이 많이 오면 그 다음 해는 분명히 풍년이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말이다.


뿐만 아니라, 당장 철웅의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실장인의 피가 흐른다.

임진왜란에 동굴로 김씨 일가를 피신시킨 실장인.

하지만 청년 하나가 피신이 늦었고, 실장인과 함께 다른 동굴에 숨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서로 싹 튼 애정.

전래 동화 실장각시의 진짜 모델이 바로 철웅의 조상인 것이다.


아무튼 간에, 이 산은 김씨 일가에 의해 철저하게 관리가 된다.

안전상의 이유와 산실장들의 보호를 위해, 평소에는 철웅이 엄격하게 관리한다.

산에 묻힌 사람들에게 제사를 지내거나 하는 등의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평범한 사람은 이 곳에 얼씬도 할 수 없다.


그런데 등산색이 있다니.

철웅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그 사람을 잡기 위해 달렸다.

하지만 빨랐다. 빨라도 너무 빠르다. 남성은 마치 바람처럼 나무와 바위를 밟고 실장석들의 발자국을 추적해 올라갔다.


"미친 새끼, 개들은?"

"아저씨! 죄다 자고 있는데요?"

"아니, 이 인분충 새끼가아!!"


그렇다! 그 인간은 개들에게 수면제가 든 고기를 먹인 것이었다!

그걸 알게된 철웅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것 같았다.

앞에서 달리던 남성은 이내 철웅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학대파가 아니라 애호파에요! 안심하셔도 됩니다!"

"애호고 애오고 뭐고 간에 위험하다고, 이 멍청아!"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다시금 사라지는 남성.

철웅은 위액을 내뱉을 정도로 열심히 뛰었지만 남성을 잡지 못했다.

그때였다.


"아저씨! 어서 내려가요!"

"오냐, 잘 가져왔다! 비켜!"


철웅은 학생이 몰고 온 자신의 애마, 사륜 바이크에 올라탔다.

산악에서 쓸 수 있게 개조된 바이크는 이내 순식간에 산을 내려갔다.


"119 신고 했냐?"

"아뇨."

"빨리 해라!"

"네넷."


부아아아앙!


철웅은 속도를 내어 골짜기로 진입했다. 자갈이 바위에 마구 치이고, 이내 거대한 절벽이 드러났다.

전화기를 붙잡고 있던 학생이 외쳤다.


"저거 사람 아니에요?!?!"

"119는 언제 온다냐!"

"곧 온데요!"


철웅은 학생에게 반대편을 보라고 말하며 개울을 첨벙첨벙 건넜다.

그 앞에는 처참한 상태의 사람이 있었다.


양 다리가 아무렇게나 멀리 떨어져 있다.

허벅지의 살이 터져 피가 흐른다.

오른팔이 기이하게 꺾이고, 왼팔로 하얀 뼈가 쑤셔나와 있었다.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연신 신음만 내뱉고 있었다.


"아..... 아..... 아.... 아...."

"이 멍청이가! 이 근처는 지반이 약하다고!"


왜 굳이 철웅이 사냥견까지 데리고 이 산을 지키는가.

그것은 단순했다.


산실장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함.

이 산은 유독 지반이 무른 부분이 있었다.

어떻게 알았는지는 몰라도, 산실장들은 지반이 무른 부분을 지나 둥지를 틀었다.

실장석이 건너기에는 튼튼하지만, 사람이 건너기에는 아니다.

게다가 양 옆은 절벽. 자칫 잘못하다간 그대로 절벽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그렇게 산실장 고기를 먹겠다고 올라왔다가 발 밑이 무너져내려 죽은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다.


"야! 고개 돌려! 고기 평생 못 먹고 싶어!?"

"아뇨, 아저씨. 이 사람 그 뭐냐... 독라 빌런 같은데요?"

"독라 빌런?"

"네. 실장석들 옷을 벗겨 전부 독라로 만드는 사람이래요. 뒷수습은 하나도 안하고.."

"그딴 인분충 새끼가 애호파라고?"


철웅은 어이가 없었다.

실장석들에게 불을 붙이다가 폭발해 머리를 박고 죽은 놈이나, 실장석들 옷을 벗기겠답시고 산에 올라와 실족사할 위기에 처한 놈이나.


둘 다 거기서 거기였다.


아무래도 올해의 다윈상은 둘 중 한 사람이 차지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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