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카오스 럭키짱 천일모험기를 능가하는 진정한 판타지 실장석 참피 소설 실장석과 환상 64화 : 인피
“알겠지. 무슨 일 터지면 무조건 나부터 구해.”
“죽을 수 없는 이가 죽을 위기에 처한 이를 구하는 것은 당연하니 말이오.”
러트너는 키아시토와 함께 카오스 자실장의 탄생을 알아내기 위하여 위험한 발걸음을 딛어보기로 했다. 결계도 없는 격리실 안에 직접 들어간다는 것이 정말 두려웠지만 키아시토가 러트너의 지시를 너무 서투르게 따르는 바람에 직접 하지 않는 것이 더욱 위험할 것 같았다. 요정이 곁에 있었으면 무조건 말렸으리라, 요정이 없는 것을 다행스럽게 여기는 자신이 한심했다.
“몸조심하세요…….”
“저 죽으면 와이드스트림에 안부 전해줘요. 어차피 죽은 사람 취급받고 있으니 별로 충격도 아니겠다.”
키아시토가 먼저 격리실에 들어갔다. 카오스 자실장은 헐벗고 쭈글쭈글한 대머리 인간을 보면서 숨기는 기색도 없이 비웃으며 말했다.
[그 반동닌겐새끼는 해치운테츄?]
[오마에도 조사를 받아야겠는데스.]
[테에? 아타치가 왜 받는테츄? 그 반동이 뭐라고 씨부렸던테치!]
[들어오란데스.]
후우, 세 차례 심호흡을 하고 러트너가 언나를 챙겨 들어간다. 카오스 자실장은 딱히 러트너를 기억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키아시토도 닌겐이라 부르고 있었으니 누군들 닌겐이 아니겠어, 그는 굳이 그 사실을 집지 않았다.
[오마에는 또 뭐인테챠! 그 반동이 보낸테츄?]
[질문은 와타시가 하는데스. 오마에는 대답만 하는데스.]
[지금 아타치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것인테챠! 이건 불공평한테치! 아타치는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는테치!]
[순순히 답을 하지 않는 걸 보니 찔리는 게 있는 것인데수?]
[아닌테챠!]
[그럼 조용히 답만 하란데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말도 모르는데수?]
카오스 자실장은 이를 갈았지만 러트너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러트너는 카오스 자실장이 무슨 말로 따지든 이를 받아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지만 카오스 자실장은 너무도 쉽게 넘어와서 그냥 따질 지능이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오마에, 여기 오기 전에는 뭘 했었던데수?]
[그야 으리으리한 대저택에서 닌겐타치의 수발을 들면서 살았던테치! 오마에같은 똥노예랑은 차원이 다르게 예의가 바르고 세레브를 존중할 줄 아는 노예였단 말인테치!]
[그 닌겐타치가 오마에에게 어떤 것을 해준데수?]
[수발을 들었다고 아까 말하지 않았냔테치!]
[정확히 어떤 수발을 들었냐고 묻는 것인데스.]
[테……. 우선 매일 아침 스시와 스테이크와 콘페이토로 아타치가 먹을 밥을 넘쳐나게 준비했던테치! 그리고 밥을 먹으면 미용 마사지도 빼놓지 않았던테치! 최고급 트러플 오일로 아타치의 세레브 바디에 광을 내준테치! 그리고 아타치가 지루할 새가 없게 전 세계에서 아타치를 웃겨보겠다고 기를 쓰고 덤볐던테치! 뭐, 아타치의 마음에 드는 건 하나도 없었지만 예의상으로나마 입꼬리라도 씰룩거려주면 다들 감개무량해서 삼보일배를 했던테치. 또 그리고…….]
러트너는 자실장이 늘어놓는 말의 대부분을 듣지도 않았다. 이미 자실장이 말을 하기 전 길게 뜸을 들인데다 말을 하면서 러트너를 쳐다보던 눈이 점점 천장으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아주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거기까지 하란데스. 오마에, 오마에의 마마는 어떻게 된데수?]
[모르는테치.]
[왜 모르는데수?]
[그딴 분충을 왜 아타치가 신경써야하는테츄? 지 앞가림이나 똑바로 하란테치. 아타치는 내일도 뭘 하면서 빈둥거릴까 고민하는 것도 피곤해 죽겠는데 그딴 년한테 쓸 신경이 있을 것 같은테츄?]
[오마에, 이 자가 기억나는데수?]
피가 끓어오르는 듯한, 어쩌면 카오스 자실장의 마력 때문에 그러는 걸지도 모른다고 자신을 다그치는 러트너는 바로 옆의 키아시토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자실장은 키아시토를 볼 때마다 웃음을 참지를 못했다.
[치픗, 독라닌겐따위가 아타치의 머릿속에 남을 거라고 생각하는테츄?]
[이 자가 오마에에게 했던 말은 기억하는데수?]
[운치굴독라노예라고 했을 게 분명한테치. 치프프프프. 어떻게 오마에는 눈깔도 제대로 안 달려있는테츄? 닌겐이긴 한테츄? 대체 그딴 몰골로 왜 살아가는테츄? 자살마렵지 않은테츄?]
러트너는 한숨을 푹 쉬었다. 이 카오스 자실장은 아는게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러트너의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일부러 안 하고 있다는 것이 러트너의 정설이다. 그는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나가자, 키아시토.”
“벌써 가시오?”
“얻을 게 없어.”
러트너는 들어올 때처럼 나갈 때도 카오스 자실장에게 아무 인삿말도 하지 않았다. 카오스 자실장이 예절도 없다고 궁시렁거리는 게 염화술로 다 들렸지만 그는 대꾸하지 않았다. 격리실을 무사히 나오는 걸 보고 밖에서 보던 사람들이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잘 했어요, 러트너 님. 안에 오래 있으면 위험하겠죠?”
“아뇨, 쟤한테 증언을 듣는 건 의미가 없어요. 다 거짓말 아니면 헛소리 뿐이야.”
“저희도 들리긴 했으니까요.”
리베라나는 러트너를 안아주면서까지 안도의 뜻을 표했다. 굳이 이럴 필요는 없는데 이 여자가 왜 이러나, 하는 생각이 러트너의 뇌리를 스쳤다.
“그럼 역시 인간들에게 축복을 받았다는 얘기도 다 거짓말이겠네요.”
“실장석들이 하는 말의 특징이요, 자기들에게 불리한 이야기나 관심없는 얘기는 절대 안 해요. 무조건 자기들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이야기를 돌려. 쟤도 다르지 않아요. 아마 다른 세계에서 있었던 얘기는 다 까먹었을 거야.”
“모든 실장석이 그런 것은 아니오만…….”
“하지만 쟤는 그러잖아. 의미가 없어.”
혀를 쯧쯧 찬다. 그것이 누구를 향한 혀놀림인지는 러트너만이 알고 있다. 그는 다킴을 슬쩍 쳐다보고 너무 오래 쳐다본다고 눈치보이지 않게 적당히 시선을 끊으면서 말했다.
“다킴은 다시 들여보내요.”
“이미 반역자라고 얘기를 해뒀는데 다시 들여보내면 위험하지 않을까요?”
“제 의도대로 되면 좋을 텐데, 이제는 저걸 속여서라도 우리 말을 따르게 하는 수밖에 없어요.”
러트너는 다킴과의 통신기를 받고 다킴이 격리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카오스 자실장이 어이없어하며 따지는 소리를 들었다.
[테, 오, 오마에, 반동분자가 어떻게 살아있는테츄?]
[데프프, 와타시는 주인사마가 가장 아끼는 심복데스. 뭐, 오마에는 기억도 못 하겠지만 말인데스.]
[그, 그치만! 아타치가 모두 말한테치! 오마에가 반동분자라고 이 세상에 널리 알린테치!]
[열심히 알리는데스. 아무도 안 믿는데스. 오마에가 하는 말은 죄다 거짓말 뿐이니 말인데스.]
[아타치는 거짓말 같은 거 한 적 없는테치! 하늘에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정직한 실장이란 말인테치!]
[데픗, 오마에가 사실이라고 해도 오마에가 하는 꼬라지가 그 모양인데 주인사마가 오마에를 믿어줄 것 같은데수? 꿈도 야무진데스. 주인사마의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들으면서 주인사마가 오마에의 말을 들어주길 기대하는데수? 오마에가 멍청해서 정말 다행인데스. 이제 와타시가 완벽하고도 잔혹한 계획을 완성하는 동안 오마에는 절규하면서 구경이나 하란데스.]
[오, 오마에! 죽여버리는테치!]
[데에. 주인사마가 두렵지 않은데수? 와타시를 죽이면 오마에는 진짜 반역자가 되는 것인데스.]
[테, 테, 테, 오마에는 진짜 사악한테치! 진짜 분충인테치!]
[와타시가 똑똑한 게 아니라 오마에가 멍청한 것인데스. 분충.]
카오스 자실장은 다킴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그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다킴은 카오스 자실장을 향해 대놓고 입꼬리를 올려 보였다. 그 모습을 밖에서 바라보는 러트너는 한숨만 푹푹 쉬고 있을 뿐이다.
“러트너 씨, 그러다 다킴이 부서지기라도 하면 곤란하지 않겠소?”
“이제 저 카오스 자실장이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 말을 믿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제 행실을 똑바로 차리길 바랄 수밖에. 키아시토 네가 그랬던 것처럼.”
“그렇구려.”
“하지만 성공하리란 보장이 없어. 그러니까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해.”
“어떤 준비 말이오?”
러트너는 확신 없이 말했다. 카오스 자실장의 격리실 유리창이 미세하게 떨렸다.
“저걸 죽일 방법을 찾아야지.”
정보 쪽에서 성과는 없었지만 역모 소동 이후로 카오스 자실장은 한동안 얌전해졌다. 주인을 욕하지도 않고 밥투정도 하지 않았다. 그게 다였다. 에립마브 먹을 실장석이 들어와도 죽이겠다느니 하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킴을 째려보는 눈길 하나만큼은 모두가 잘 알 수 있다.
“조금은 얌전해졌구려. 다행이오.”
“다행일까. 맨날 사고 치던 사람이 갑자기 조용하면 왜 저러나 불안하지 않아?”
행동은 얌전해졌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키아시토와 러트너는 하루 한 번씩 격리실 안에 들어가서 카오스 자실장의 과거를 캐물었지만 물어볼 때마다 이야기가 다르다. 그 수많은 이야기를 기억해뒀다가 풀어놓는 건지 아니면 생각날 때마다 즉흥적으로 풀어놓는 건지, 음유시인 뺨 칠 정도로 카오스 자실장의 상상력은 뛰어났다. 정보를 캐는 시도가 전부 무위로 돌아가는 동안 피시스에는 손에서 진땀을 흘리며 걱정만 하고 있었다.
“……먹었지, 먹었지? 지금 나만 먹은 것처럼 보이는 거야?”
“저도 보입니다. 확실하게 먹고 삼켰습니다.”
“근데 왜 안 죽는 거야! 실장독에 아주 범벅을 해놓았는데…….”
카오스 자실장은 평소처럼 스테이크를 게걸스럽게 뜯어 처먹고 있을 뿐이다. 아무런 변화 없이. 피시스에가 스테이크를 가져오기 전 다른 실장석에게 먹이고 피를 토하며 죽는 것까지 보고 왔는데도 여전히 카오스 자실장은 멀쩡하다. 콜드펌은 자동 펜으로 기록하는 카오스 자실장의 모습을 비교해보고 그 차이점을 살펴보았다.
“맛의 차이는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번에는 스테이크를 먹을 땐 눈도 번득 돌아갔는데 지금은 그냥 화난 표정으로 먹고 있을 뿐입니다.”
“다킴 때문에 화가 잔뜩 났나보죠.”
“그리고……. 저 자실장, 지금껏 배설을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음?”
그 말에 피시스에와 리베라나는 카오스 자실장의 하반신을 잘 살펴보았다. 마력으로 중력을 거스르듯 흔들리는 실장석의 옷은 속옷을 제대로 가려주지 못했고, 그 속옷은 지금껏 본 실장석의 속옷 중에서 가장 깨끗했다. 실장석만 마주하면 일단 코를 싸쥐고 보던 러트너도 자연스럽게 카오스 자실장을 마주하고 있었다.
“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으리라 보십니까?”
“생명체 치고 배설을 안 하는 생물은 없는데……. 내장 속에 뭐가 있는 걸까.”
“쭙쭙이도 화장실은 안 가잖아요. 근데 저건 산송장도 아닌데.”
“먹은 것을 모조리 소화한다……. 실장독까지? 독을 소화한다라……. 바실리스크라면 믿어주겠는데 실장석이 저러고 있으니…….”
최근 괴생물학파장의 손톱은 남아날 새가 없었다. 자꾸 물어뜯는 걸 막아보려고 장갑까지 끼고 다니지만 이젠 그 장갑마저도 너덜너덜하다. 리베라나가 그 손을 피시스에의 입에서 떼어보지만 별로 소용은 없었다. 격리실 밖으로 나온 러트너도 진이 다 빠졌다.
“후우, 쟤한테 물어봐서는 얻을 게 하나도 없겠어요.”
“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원. 확 두개골을 반으로 갈라서 들여다보고 싶…….”
피시스에는 그 말을 하다가 번득 키아시토를 노려보았다.
“키아시토, 너…….”
“저 자실장에게 독심술을 해주길 바라시오?”
“방금도 독심술 썼냐?”
“아니오.”
학파장으로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굉장히 껄끄러웠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방도가 생각나지 않았다. 그는 수석심문관의 말처럼 열정 높은 사람들이 흑마법에 자주 빠지게 된다는 말의 산증인이 될까 매우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미 실장석에게 독심술도 여러 번 써봤다며? 그럼 저것한테도 충분히 가능하잖아.”
“독심술을 쓸 수는 있소만, 가능할지는 모르겠소. 물리와 마력을 동시에 차단하는 존재요. 독심술의 마력도 어렵지 않게 막을 것 같소.”
“젠장, 그것도 문제네. 그 마력이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모두가 한 번씩 한숨을 푹 쉰다. 각자 자신이 아는 방면의 지식을 총동원해보았다. 피시스에는 카오스 자실장과 맞붙어 이길 수 있을 만한 괴물을 손에 꼽아보고, 리베라나는 다른 세계로 쫓아버릴 생각밖에 들지 않고, 콜드펌은 저 자실장에게 인간을 두려워하도록 만들 방법을 찾고, 키아시토는 어떻게든 저 자실장을 가르쳐볼 생각 뿐이었다. 러트너는 지금껏 자신이 만나고 상대했던 실장석들을 생각해보다가 입을 열었다.
“독 바른 스테이크는 먹는단 말이죠.”
“네. 좋은 생각이라도 떠올랐어요?”
“그 스테이크도 카오스 자실장이 좋다고 먹었으니까……. 흠. 그러니까, 실장석이라는 게 말이죠. 이유는 모르겠지만 목줄이랑 옷을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목줄이랑 옷?”
“……사육실장. 사육실장. 실장석들은 하나같이 사육이라는 말을 했어요. 그러니까 인간에게 사육되고 싶다, 이런 말을 하는 거죠.”
“사육되고 싶다라. 근데 그건 말이 안 되는데. 지금 당장 쟤만 봐도 인간을 노예로 삼겠다느니 그러잖아요.”
“바로 그거에요. 실장석들이 말하는 사육실장은, 사육되는 실장석이 아니라 사육하는 실장석이 되고 싶은 거예요. 다른 종족을 사육하면서 군림하는 것.”
“오, 그거 일리가 있네요.”
사람들은 어느새 러트너를 말하지 않아도 실장석의 권위자로 추대하면서 그 말을 경청하고 있었다. 러트너는 어딘가 부족한 논리의 고리를 짜맞추기 위해 머리가 아프도록 기억을 뒤졌다.
“목줄은 어떻게 보면 사육의 상징이죠. 그런데 실장석들은 사육이라는 단어를 다르게 알고 있단 말이에요. 사육되는 존재가 차는 게 아니라, 사육하는 존재가 차는 거라고 착각하고 있는 거예요.”
“아하, 러트너 씨는 카오스 자실장의 잘못된 지식을 바로잡아주려는 것이오?”
“아니. 그 꿈을 이뤄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러트너는 그렇게 말하면서 키아시토의 목을 한 번 쳐다보았다. 그의 목에는 더 이상 착용하는 의미가 없는 마력봉쇄 목걸이가 걸려있었다.
“저 목줄, 실장석 목에 맞는 것도 있을까요?”
“마력봉쇄 목걸이라, 만들어달라면 만들어주긴 할 텐데, 키아시토는 저걸 차고도 잘만 마법을 쓰잖아요.”
“키아시토가 특출난 거잖아요. 쭙쭙이도 저거 차면 마법 못 쓴댔어요. 그리고 키아시토 네가 그랬지. 카오스 자실장은 마력은 세지만 섬세하게 다룰 줄은 모른다고.”
“그랬소.”
“그래. 마력봉쇄 목걸이를 채우면 마력도 쓸 수 없는 그냥 분충이 될 거야. 그때 죽여버려야지.”
목소리까지 낮게 까는 러트너는 굉장히 진지한 태도였다. 그러나 러트너도 자신은 마력에 대해 아는 게 없어 계획이 먹힐지 확신은 없어 불안했다.
“그 전에 밑작업을 충분히 해둬야겠죠. 당분간은 원하는 대로 주는 게 좋겠어요. 스테이크랑 콘페이토랑……. 그 스시라는 건 대체 뭘까요? 뭐 콘페이토만으로도 충분해보이지만. 옷도 하나 있어야겠죠. 실장석에게 맞는 옷으로. 별사탕이랑 옷은 제가 구해볼……. 아, 맞다. 돈이 없네.”
“전표 하나 써드릴 테니까 그걸로 시장 좀 돌다 오세요.”
“헌데……. 이 방법이 먹힐 거란 확신이 있습니까?”
러트너의 계획을 종이에 적어내려가던 콜드펌은 키아시토를 힐끔거리며 물었다. 키아시토는 자기가 차고 있는 목걸이에 손을 올렸다.
“이미 마력봉쇄 목걸이의 무력화가 가능하다는 건 입증된 사실입니다. 카오스 자실장이 마력봉쇄 목걸이를 무력화하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습니다. 폭주해서 목걸이를 스스로 풀어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러기 전에 격리실을 통채로 옮겨버릴 수도 있기는 한데……. 폭주해놓고 어디로 갈지도 모르니. 죽여버리는 게 확실히…….”
“예로부터 강력한 마법사를 상대로는 신의 힘을 바라는 것이 주요 요법이었습니다. 나뮈는 제외하고 말입니다. 카오스 자실장을 공포에 미쳐버리게 하는 정도는 가능하지만 그럼 더욱 위험해질 겁니다.”
“근데 하필이면 키아시토 때문에 수도사들에게 신의 힘을 빌리기는 껄끄럽단 말이죠. 솔직히 콜드펌 님도 지금…….”
“예, 아니라고는 못 하겠습니다.”
그 어떤 교단이라도 산송장에게 신의 힘을 빌려줄 의사는 추호도 없을 것이다. 키아시토는 고개를 떨어트렸지만 그렇다고 리치를 산사람으로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모두 어쩔 수 없는 부분에 쓸데없는 힘을 쏟지는 않는다. 일단 시도해볼 수밖에 없는 건가, 러트너는 아렌지를 믿었지만 어떤 위험이 도사릴지 모르는 일에 운을 걸기에는 신심이 부족하다.
“요정 님도 키아시토 이전에 쭙쭙이만으로도 힘들어하셨으니까요. 수도사의 힘을 빌려달라기엔 염치가 없죠.”
“더구나 카오스 자실장을 죽일 정도면 저희같은 성직자보다는 좀 더 높은……. 정말 교단의 우두머리 쯤은 되어야 싶지 않을까 합니다.”
끄응, 소리만 오고 가는 사이 리베라나가 손가락을 튕기며, 자신이 손가락을 튕길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말했다.
“쭙쭙이한테 부탁할까요?”
“걔도 산송장에다가 수도사는 더더욱 아니잖아. 무슨 수로 신의 힘을 빌려?”
“흑의 계약서요.”
아무렇지 않게 흑마법에 관한 이야기를 덥석 던지는 리베라나에게 모두가 진심이냐는 눈으로 쳐다봤다.
“너는 진짜 그 경고 새겨들어야겠다…….”
“무슨 경고요?”
“있어. 근데 뭐, 지금 우리가 손 내밀어볼 만한 건 정말……. 쭙쭙이밖에 없긴 하겠다. 걔 계약서에도 위반시 반홈의 빛으로 불태운다고 적혀있었으니까. ……아으, 진짜 싫어. 흑마법이라는 거 진짜…….”
피시스에는 자신의 금발이 우수수 뽑히도록 머리를 쥐어뜯고는 손에 묻은 머리카락을 대충 털어버렸다. 학파장 시험을 준비하던 때보다 지금이 훨씬 머리아프고 피곤했다.
“키아시토, 흑의 계약서 쓸 줄 알아?”
“알지만 흑의 계약서는 혈마법으로 완성되오. 나는 혈마법을 전혀 익히지 않았소.”
“혈마법 하면 쭙쭙이지……. 어쩔 수 없네.”
“그럼 에립마브에게는 내가 부탁하면 되겠소?”
“아니, 심문관이 절대 허락해주지 않을걸. 내가 해야지 뭐. 이미 흑의 계약서에 이름까지 쓴 마당에……. 한 장 더 만든다고 뭐라 하겠어. 하아…….”
격리실 안의 카오스 자실장은 그런 피시스에의 한숨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지막 스테이크 조각을 우걱우걱 씹어 넘기고 포만감에 젖어 행복에 겨운 숨을 쉬고 있었다. 다킴을 째려볼 땐 삶의 모든 불합리란 불합리는 다 겪어본 것처럼 하더니 배가 부르고 나서는 그런 불합리는 어디갔냐는 듯 입꼬리가 움찔거린다. 그 모습이 너무도 보기 싫었다. 보고 있으면 무섭고 살이 떨렸다.
“그럼 나는 쭙쭙이한테 부탁해볼 테니까, 열쇠님, 잠깐 종이 한 장을…….”
콜드펌이 종이 한 장을 뜯어주자 피시스에가 종이에 격자를 긋고 뒷면에는 ‘이 종이를 내미는 사람의 대금은 괴생물학파장의 이름으로 전부 지급함’이라는 말과 날짜를 적었다. 거기에 학파장의 가락지로 엄지를 세워 꾹 누르니 괴생물학파와 피시스에의 이름이 섞인 인장이 종이에 남는다.
“어차피 러트너 씨한테 빌렸던 돈도 있으니까요. 일단 장에 가서 콘페이토랑 실장석한테 맞을 만한 옷, 거기에 뭐 따로 필요한 거 있으시면 너무 비싼 거 말고 집으세요. 그리고 사는 물건은 여기에 전부 기록하세요. 그럼 당장 돈이 없어도 넘겨줄 거예요.”
“허. 학파장이라는 자리가 참 대단하긴 하네요.”
“저도 요새 햇빛을 못 본 지 꽤 된 것 같은데 함께 나가도 되겠습니까.”
“되죠, 그럼요. 일손좀 거들어주세요. 리베라나, 너는 나랑 같이 쭙쭙이좀 보러 가자.”
리베라나는 흠칫 놀랐지만 그렇게 싫어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오히려 간만에 에립마브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갑고 즐겁기만 했다.
“저는 왜요?”
“너한테 해줄 말도 있고 해서 그래. 그리고 키아시토.”
“듣고 있소.”
“……사고치지 마.”
“걱정 마시오.”
마침 에립마브가 깨어날 시간대고 저녁 실장석도 대령하고 있기에 피시스에와 리베라나는 서둘러 에립마브의 격리실 앞으로 향했다. 문 앞을 지키는 심문관이 피시스에는 학파장 증표만 보고도 알아주지만, 리베라나가 명예 마법사 증표를 들이밀어도 시큰둥하게 바라볼 뿐이다.
“저도 듣고 있는 바가 있으니 사정은 알겠습니다만, 각별히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어차피 흑의 계약서도 써놨으니까 공격은 못 할 거예요.”
리베라나가 가슴팍을 두드리면서 말해도 심문관은 그저 무미건조하게 대꾸할 뿐이다.
“이건 아셔야 합니다. 흑의 계약서에 쓰인 조건대로면 계약 위반 조건이 성립해도 바로 즉사하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 하나 데려가는 건 일도 아니다, 이 말입니다.”
“쭙쭙이는 그럴 일 없을 거예요.”
피시스에는 확신이 있음에도 불안함을 떨쳐낼 수가 없다. 에립마브 때문은 아니었으나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불안이다. 격리실 문을 열기 위해 뻗는 손끝이 덜덜 떨렸다. 결국 그는 손잡이를 잡지 못해 가락지의 염동력으로 손잡이를 돌려 열었다. 데스데스 거리는 실장석들이 피시스에와 리베라나를 보면서 뺨에 손을 붙이고 아첨을 하는데 인간의 귀로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여. 리부시사히.”
“웬일로 일찍 깼냐.”
“맛있는 냄새가 나서. 너네는 웬일이야.”
격리실에 들어가자마자 에립마브가 침대에 앉아 리도미의 머리통을 통통 두드리면서 인사한다. 실장석더러 맛있는 냄새라고 할 녀석이 아닌데, 피시스에는 입을 우물거렸다.
“데스데스데스! 데스데스 데스데스데스데스 데스데스 데스데스!”
“시끄러! 흑의 계약서 말인데.”
“어.”
이제 와서 계약 수정이나 취소같은 소리를 들먹이진 않겠지, 에립마브는 코웃음을 칠 준비를 하며 피시스에의 말을 경청했다.
“데스데스데스데스데스! 데스데스데스데스데스!”
“시끄럽다고! 한 장 더 쓸 수 있냐?”
“뭐? 한 장 더?”
그렇게 말하는 에립마브는 계속 리베라나만 쳐다보고 있었다. 저녁 실장석들이 리도미를 보고 독라라고 손가락질하며 비웃고 피시스에와 리베라나의 옷자락에 똥을 묻히려 하기에 에립마브가 곧장 손을 뻗는다. 그 마력에 휘말린 실장석이 피를 빨려 오그라지는 모습을 보며 나머지 실장석들은 겁에 질려 울부짖으면서도 피시스에와 리베라나를 노예라고 부르는 걸 멈추지는 않았다.
“여차하면 죽여버려야 할 생물이 있는데, 우리 힘으로는 죽일 수가 없어.”
“그 카오스 드래곤인가 뭔가 하는 그거구만.”
“데스데스! 데스데스데스데스! 데스데스!”
“그래, 카오스 자실장…… 아니, 드래곤. 시끄럽다니까! 우리가 일단 조공 바치면서 진정을 시키고는 있긴 한데, 언제 폭주할지 몰라. 아무래도 인간의 힘보다는 신의 힘이 필요할 것 같아. 네가 했던 것처럼, 다른 인간을 공격하면 반홈의 빛으로 불태운다든가, 왈디오의 힘으로 으스러진다든가, 가망의 혼돈으로 형체도 없이 부숴버린다든가……. 그런 계약을 해보려고.”
에립마브는 흠, 하는 소리를 내면서 항상 품에 지니고 다니는 흑의 계약서 유리병을 슬쩍 꺼내 자신의 옆에 놓았다. 한동안 계약서가 덜덜 떠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드래곤이 계약을 곧이곧대로 해줄까?”
“데스데스데스데스데스데스데스데스데스데스!”
“그러니까 강제로…… 강제로 죽여버린다 진짜! ……강제로 시켜야지. 계약을 자발적으로 하든 강제로 하든 일단 쓰기만 하면 유효하잖아.”
“너네 힘으로는 죽일 수가 없다고 했잖아. 그 말은 한 번 싸워보긴 했다는 거지?”
“하, 싸움은 무슨. 완전 미친놈이라니까. 물리차단이랑 마법차단을 동시에 하는 거야! 공성마탄도 맨몸으로 막아낼걸?”
“그런 놈한테 무슨 수로 계약을 받아내려고?”
“말했잖아, 강제로…….”
피시스에가 설명하려 했지만 에립마브는 그의 말을 중간에 끊었다.
“흑의 계약서는 계약자의 피로 서명을 해야 한단 말이야. 물리차단이랑 마법차단을 동시에 하는 놈의 피를 무슨 수로 뽑을 거냐고.”
“그건 우리가 다 알아서 할게. 다 생각이 있으니까.”
“……그래, 그렇다면야 뭐. 네 손해지 내 손해인가. 그럼 흑의 계약서 재료 정도는 모아줄 수 있지?”
“얼마든지. 근데 그 재료가 뭔지는 안 알려져 있거든. 네가 좀 알려줘.”
“리베라나가 있는데 말해도 돼?”
“오히려 리베라나가 직접 들어봐야 할 것 같아.”
“그렇다면야 뭐. 일단 필요한 게 사람 가죽하고…….”
첫 번째 재료부터 에립마브는 뜸을 들여 두 인간의 반응을 기다렸다. 피시스에는 입이 떡 벌어지고 리베라나는 입을 막는다.
“사, 사, 사, 사, 사, 사, 사람 가죽?”
“그 가죽으로 계약서를 만들고, 계약서에 피로 내용을 적을 거야. 그러려면 피가 거부하지 않는 재질을 써야지. 근데 드래곤 가죽보다는 사람 가죽이 훨씬 구하기 쉽고, 사람 가죽은 다양성의 부조리 때문에 아무 피나 잘 스며들거든. 사람 피도 어떤 가죽이든 잘 스며들고.”
“……아아, 계약 대상이 드래곤이고 드래곤 피로 계약을 할 거니까 원래는 드래곤 가죽이 필요한 거야?”
“드워프한테는 드워프 가죽, 오크한테는 오크 가죽, 그런 거야. 어차피 피도 뽑아야 하니까 가죽도 겸사겸사 벗겨낼 수 있으면 최고겠지. 무두질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돼.”
피시스에는 경악하는 척하다가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동시에 어딘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 고개를 든다. 에립마브 옆에 놓인 계약서 유리병이 평소와 다르게 보였다.
“그, 그럼, 내가 너랑 계약할 때 썼던 그것도?”
“응. 사람 가죽.”
다른 사람이 놀라는 것은 놀라울 일이 아니었지만 에립마브는 자신이 이렇게 말하면서도 좀 너무하다고 생각이 드는 자신이 더욱 놀라웠다.
“계약할 드래곤 피랑 사람 가죽, 드래곤 가죽 벗겨올 수 있으면 벗겨보든가. 아, 마력도 잔뜩 필요하니까 실장석 피도 잔뜩 필요하고. 그거만 마련해주면 나머진 내가 알아서 해줄게.”
“그렇단 말이지……. 알았어, 구해볼게.”
“진심이냐? 너 학파장이잖아! 학파장이 사람 가죽 구하고 다닌다는 얘기 돌면 절대 좋게 안 끝날 텐데.”
“다 방도가 있으니까 걱정마.”
학을 뗄 줄 알았던 피시스에가 너무 당당하고도 자연스러운 것이 에립마브의 의심만 가중시킨다.
“너……. 설마 리베라나를 그래서 데려온 건 아니지?”
“엥? 하, 학파장님, 아니죠?”
“미쳤다고 그러겠어? 리베라나, 너 말야. 수석심문관이 해준 말이 있어서 그러는데 이번 기회에 잘 들어.”
“데스데스, 데스데스데스! 데스데스! 데스데스데스!”
무언가 할 말이 있었는데, 피시스에는 하려던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데스데스 떠드는 실장석들의 소리 때문에 하려던 말이 자꾸 데스로 바뀐다. 리베라나데스 흑마법데스 쭙쭙이데스 가까이 붙는데스, 이게 아니라며 고개를 휘젓던 피시스에는 눈에 핏발이 빨갛게 섰다.
“닥쳐! 집중 안 되잖아!”
피시스에는 자꾸 발 밑에서 시끄럽게 데스데스거리는 실장석의 이마에 대고 공성마탄을 쏘았다. 사람의 몸을 아예 부숴버릴 수 있는 공성마탄은 실장석의 몸을 완전히 터트려버렸다. 순식간에 에립마브의 격리실 한쪽 벽이 실장석의 피와 육편으로 범벅이 된다.
“데, 데, 데, 데에에에에에! 데에에에에엥! 데에에에에에에에엥!”
“데뎃, 데스데스데스! 데스데스데스데스데스! 데스데스데스 데스데스데스데스데스!”
“하, 학파장님!”
“야, 그거 내 밥인데…….”
순식간에 상반신을 실장석의 피와 살로 뒤집어 쓴 피시스에는 머리가 띵하고 눈앞이 핑 돌았다. 살상용 마공탄의 반동이 피시스에의 팔을 휘감자 그는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고 깜짝 놀라서 손에 끼고 있던 가락지를 모두 빼다가 탁자 위에 던지듯이 내려놓았다. 실장석들은 동족 하나가 죽고도 입을 다물지 않았지만 피시스에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터져나간 동족의 피가 다른 실장석의 눈에 튀어 느닷없이 새로운 자실장을 낳기도 했다.
“텟테레 테치테치~.”
“……이건, 이건 아냐. 이건 아니야. 쏘려던 건 아, 아니었는데…….”
“뭐래? 너 괴생물학파장이잖아. 실장석을 쏘면 죽는다는 건 학파장이 아니어도 아는 상식 아냐?”
“그냥, 그냥 입만 닫게 할 생각이었는데, 나는…….”
에립마브는 한숨을 푹 쉬며 실장석의 피를 조금씩 빨아들여 의식을 잃게 만들고 온 몸의 구멍에서 피가 쏟아지도록 두었다. 실장석 소리는 줄어들었지만 피시스에는 상반신에 피가 튀지 않은 곳이 없다. 오른손은 실장석의 피로 젖어 원래 피부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모든 실장석의 울음소리가 사그라들고 나자 피시스에는 거친 숨을 쉬며 피에 젖은 손을 자신의 연보라색 로브에 닦는다. 흡혈귀보다도 피에 젖은 학파장은 눈빛이 흐렸다.
“……너 괜찮은 거 맞냐?”
“만약에 저게 실장석이 아니라 사람이었다고 해봐. 내가, 내가 우발적으로 살인을…….”
“실장석 한두 번 죽여보나. 학파장이나 됐으면서.”
“……진짜 위험해. 이거 진짜 위험해……. 빨리, 한마디만 하고 갈게. 리베라나, 너는, 저기, 쭙쭙이한테 가서 앉아있어. 나 지금…….”
리베라나는 피시스에의 몰골에 떨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피시스에가 피묻은 손으로 리베라나를 잡는다. 마르지 않은 피가 리베라나의 로브에 스며들었지만 그걸 불평할 때가 아니었다.
“아니다, 너 쭙쭙이한테 가까이 붙지마. 그래. 이게 맞는 거야.”
“아까는 가서 앉아있으라 하시더니 왜 또 지금은…….”
“야, 너 솔직히 말해. 너 진짜 리베라나 가죽 벗겨버리려는 거 아니지?”
“내가 그런 짓을 왜 해……. 우린 생각하는 인간이잖아…….”
피시스에는 눈물을 흘려가면서 리베라나를 끝까지 자기 옆에 앉혔다. 지금 리베라나는 눈앞의 흡혈귀보다 자기 옆의 괴생물학파장이 더 무서웠다. 손으로는 피시스에의 등을 두드려주고 있었지만 두드려준다기보다는 떨고 있었다.
“어? 리베라나……. 제발 쭙쭙이좀 가까이 하지 말자. 너 가끔씩 나한테 찾아와서 쭙쭙이 보러 왔다고 하잖아. 그것도 안마 받으러. 흡혈귀한테 안마를 받는 게 말이 돼? 안 되잖아…….”
“그, 그, 그 얘기 하려고…… 저 부르신…… 거예요?”
“수석심문관님이 그러시더라. 보통 흑마법에 빠져드는 마법사들이, 너처럼 열정 넘치고 붙임성 좋은 애들이래. 너도 지금 산송장한테 붙임성 엄청 좋지? 쭙쭙이가 너에게 알게 모르게 마법 가르쳐준다면서 흑마법을 가르칠 수도 있는 거고, 맨날 쭙쭙이랑 같이 있다보니 익숙해져서 쭙쭙이가 쓰는 마법을 너도 아무렇지 않게 쓸 수 있다고. 그러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흑마법사가 되는 거야. 흑의 계약서 제작법 들었지? 사람 가죽이 필요하다잖아, 사람 가죽. 어? 흑마법은 흑마법인 이유가 있는 거라고…….”
리베라나의 고개가 사시나무 떨듯 위아래로 끄덕인다. 에립마브는 그런 말을 제대로 듣고 있지도 않고 계속 딴지를 걸고 싶었지만 그랬다가 돌이킬 수 없는 일에 휘말릴 것 같아 묻지 않기로 했다.
“……너 괜찮은 거냐? 요 며칠 사이에 갑자기 분위기가 확 바뀌었는데.”
“괜찮아, 괜찮아……. 괜찮다고……. 안 괜찮으면 안 되지, 내가 학파장인데…….”
“네가 학파장인데 방금 그건 뭐야?”
“……그러게. 아까 그건 뭐였지. 내가 왜 그랬지…….”
피시스에가 눈 앞에 자신의 오른손을 들어보인다. 오른손이 두 개로 보였다. 고개를 휘저어 정신을 차리고 초점을 맞추니 이번엔 왼손이 두 개로 보인다. 역시 내 손이 한 게 아니겠지, 피시스에는 양손으로 깍지를 끼고 깍지를 끼지 못하는 나머지 손 하나를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아까 그건 뭐 넘어가고. 그래서, 사람 가죽은 벗겨올 거야?”
“어? 어어. 어. 어.”
“……진짜 벗겨온다고?”
“어? 잠깐만, 무슨 말 했어?”
“사람 가죽 벗겨올 거냐고! 흑의 계약서 쓸 거라며!”
“어? 어어. 그거. 어떻게든 해볼게. 어.”
흡혈귀는 살면서 이런 질문을 해본 적은 많았지만 저렇게 대답하는 사람은, 그것도 저렇게 대답하는 학파장은 처음 보았다. 그는 슬슬 자기나 리베라나보다 피시스에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너 진짜 괜찮은 거 맞냐?”
“다 방도가 있으니까. 걱정 말고.”
“진짜 리베라나 가죽 벗길 건 아니지?”
“아니라니까. 너 리베라나 좋아한다고 걱정하는 것도 이해는 가는데, 나도 제정신이라는 게 있으니까…….”
“하, 이거 어째 불안한데.”
“우리가 널 불안해해야지 네가 우릴 불안해하면 되냐? 필요한 게 뭐라고? 사람 가죽에 실장석 피? 확실하게 확인했어. 고마워.”
학파장이 가락지를 챙겨 주머니에 대충 넣고 리베라나를 데리고 격리실을 나가자 에립마브는 다시 침대에 드러누웠다. 과연 사람 가죽을 구해올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면서. 바깥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피투성이로 튀어나온 학파장의 몰골에 놀라 흡혈귀를 심문하러 들어갔지만 피시스에가 그럴 필요 없다고 피곤하게 손을 휘저었다. 에립마브는 짜증이 나서 리도미를 쥐어박았다.
“학파장님, 설마 정말 사람 가죽을…… 아니죠?”
격리실을 나오자마자 리베라나가 묻고 피시스에는 숨을 가늘게 쉬며 답했다.
“아냐, 아냐. 학파장까지 달고서 그러겠어. 쭙쭙이가 지금 저 카오스 자실장을 드래곤이라 착각해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러니까 대상은 실장석이고 실장석 피로 계약을 할 거니까 우린 실장석 가죽을 벗겨오면 되는 거야. 하지만 어쨌든 흑의 계약서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흑마법이니까, 당분간은 수석심문관이 허가를 내릴 때까지 기다려야겠지. 그때까지 별일 없기를 바랄 수밖에.”
리베라나는 별 다른 대답도 없고 고개도 끄덕이지 않았다. 피시스에도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이러다가 진짜 흑마법에 자기도 모르게 발을 들이는 건 아닐는지 걱정이 크다. 피시스에는 리베라나와 함께 바로 지하 5층으로 올라가 실장석 보관소에서 몸에 상처 없이 깔끔한 성체 실장석을 찾았다. 보관소를 관리하는 마법사들이 학파장의 몰골에 수군거렸지만 학파장은 별 이야기가 없었다.
[데, 데뎃! 보라악마데스! 저 닌겐이 나타나면 꼭 누가 죽는단 말인데스!]
[데에에엥! 와타시는 싫은데스! 다른 자를 데려가란데스! 와타시는 여기서 죽을 것인데스!]
[데? 그럼 와타시를 꺼내주는데스! 와타시는 죽어도 자유롭고 명예로운 죽음을 누릴 것인데스!]
우선 얼굴이 멀쩡한 실장석을 빼냈다. 피도 묻어있지 않고 똥도 묻어있지 않은 실장석이 최선이었지만 그런 실장석은 격리소의 수천 마리 중에는 없었다. 어쨌든 중요한 건 몸통이었으니 얼굴이 지저분해도 몸통이 멀쩡하면 될 거라며 얼굴이 그나마 깨끗한 실장석들을 꺼내다 옷을 벗긴다.
[데에에! 와, 와타시의 소중한 옷 씨를 왜 빼앗는데샤아아아!]
[데프프, 이 닌겐은 엉큼한뎃슈웅~. 마라가 불끈불끈한 냄새가 나는데스. 와타시타치의 남편상이 되기 위해 최고의 신붓감을 찾고 있는 것인뎃슈웅~. 당연히 와타시가 적임자데스!]
[뎃, 그런 것인데수? 뎃슈웅~.]
한 실장석이 남편 이야기를 꺼내자 나머지 실장석들도 솔깃해서 피시스에에게 자신의 육체와 얼굴의 미모를 실장석의 기준으로 뽐냈다. 다른 실장석들이 보기에도 추하기 그지없는 그 모습이 인간에게 아름답게 보일 여지는 없었다. 피시스에는 번식용으로 가슴팍을 갈라 마력동석을 빼냈던 실장석도 제외하고, 철창에 몸을 부딪으며 잔상처를 낸 실장석도 제외하며 30마리를 뽑았지만, 옷을 벗겨보니 다들 피부 상태는 영 엉망이었다. 학파장이 의아해하며 격리소 관리를 맡은 마법사에게 묻는다.
“뭐 이렇게 피딱지가 많아? 안에 날카로운 것도 없는데.”
“아, 그거요. 양바니 수도사님께 여쭤봤는데 포진 피부염이래요. 자꾸 가려워서 긁다보니까 상처나고 진물나고, 그런 거죠. 유전병인지 전염병인지는 모르겠는데 이제는 안 걸린 실장석이 없더라고요.”
“허. 이거 걸린 사람은 없지?”
“아직은요. 근데 걸려도 쉽게 치료 가능하대서, 별로 걱정할 건 없을 것 같아요.”
모든 가죽을 온전하게 챙기기는 어려울 것 같아 피시스에는 배나 등쪽을 위주로 살폈다. 30마리중에서 배나 등이 깔끔한 실장석은 모두 5마리. 학파장은 그 실장석들의 옷은 계속 벗겨둔 채 승강기를 타고 올라갔다. 남은 25마리의 실장석들은 다시 철창으로 들어간다.
[데게에엑! 왜 와타시를 택하지 않은데스! 부조리데스! 불합리데스! 이유라도 알려달란데스!]
[이런 법이 어딨는데스! 한 번 꺼냈으면 다시 넣을 수는 없는데스! 데갸아아아악!]
[와타시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독라로 만드는데스……, 뎃, 뎃, 데게에에에…….]
25마리의 실장석들은 모조리 절망감에 마력동석을 스스로 깨부수고 세상을 떠났다. 나머지 5마리 실장석들은 긴장하는 자가 2마리에 3마리는 황홀한 미래만을 생각하며 벌써부터 눈이 뒤집힌다. 그러면서도 몸 곳곳의 피딱지는 계속 긁어댄다. 피시스에는 머릿속에서 계속 실장석들의 가죽을 벗겨낼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눈빛이 불안정하게 떨리고 있으니 보고 있는 리베라나가 다 불안했다. 이들은 지하 4층으로 올라갔고 실장석 교배실 바로 옆에 실장석 연구실로 들어갔다. 이미 안에는 속박당한 채, 인간에게는 실험이요 실장석에게는 고문을 받으면서 울부짖는 자들이 있었다. 곧 가죽이 벗겨질 실장석들은 그제야 뭔가 잘못된 것을 깨닫고 피시스에의 바짓가랑이를 붙들어댔다.
“데, 데스데스! 데스데스! 데스데스데스데스! 데스데스데스데스!”
“시끄럽다고, 진짜…….”
피시스에는 그 실장석들을 전부 하얀 통에 집어넣는다. 겉보기에는 욕조와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울음을 멈추지 않던 실장석들은 순식간에 울음을 멈추고 또 탐욕스러운 웃음을 짓는다. 하얀 통 위에는 금속 수도꼭지가 달려있었는데, 피시스에가 꼭지를 돌리자 맑은 물이 콸콸 흘러나왔다. 실장석들이 만세를 하면서 물로 몸을 씻다가도 데게엑 소리를 내면서 물러선다.
“데스데스! 데스데스데스! 데스데스데스!”
“뭐라는 거야……. 빨리 씻기나 해…….”
“애들이 덜덜 떠는데요. 추운가봐요.”
“곧 죽을 놈들이 춥거나 말거나.”
지금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철창 속에 갇혀서 목욕이라는 것은 꿈도 못 꾸고 실험만 받아야 하는 실험체 실장석들이다. 살면서 몸에 물이란 것을 묻혀본 적이 없는 실험체들에겐 지금 상황이야 말로 실험보다 괴로운 고문이다.
“가죽 벗길 줄 아세요? 러트너 님이 있으면 좋을 텐데. 사냥꾼이시니까 가죽 정도는 그냥 벗기시겠죠?”
피시스에는 말 없이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먼저 가락지를 빼고 깨끗한 장갑을 끼고 가장 피부가 더러운 실장석의 뒷머리를 잡는다. 자신의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면서 뒤통수가 끊어질 듯한 아픔에 실장석이 화를 내면서 팔다리를 휘둘렀다. 피시스에의 손에는 어느새 끝이 구부러져 초승달처럼 생긴 칼이 들려있었다. 다른 실장석들은 공중에 뜬 실장석을 비웃는다.
“머릿가죽도 필요할까?”
“네, 네? 저, 저야 모르죠…….”
“계약서 만드는 데 그런 건 필요없겠지 뭐.”
뒷머리를 잡았던 실장석의 목을 잡는다. 목을 잡고 혈관 위치를 대강 파악한 뒤 칼을 푹 찔러넣었다. 칼에 찔린 실장석이 뱃속이 텅 비도록 똥을 싸대면서 팔다리를 휘젓고 이를 지켜보는 실장석들은 찬물 속에서 웃겨 죽겠다며 배를 잡는다.
“데커커컥! 커어어억! 커어어어어어어!”
“데퍄퍄퍄퍄퍄퍄퍄퍄퍄퍄퍄퍄퍄퍄!”
피시스에는 그렇게 목 주위를 칼로 빙 둘러 잘라낸 뒤 몸과 목을 각각 손으로 잡고 빙 돌렸다. 우지끈 꺾이는 소리와 함께 실장석의 몸과 머리가 분리되었다. 찬물 속 실장석들은 그 장면에서 웃음을 빵 터트리며 뒤로 자빠졌다.
“으.”
“피가 빠질 때까지 둬야 해. 자, 다음.”
목은 욕조에 집어던지고 몸은 발목을 쇠꼬챙이에 걸어 욕조 위에 걸어놓았다. 방금까지 살아있던 실장석의 피가 온 몸을 빠져나가며 찬물에 퍼지는데 남은 실장석들은 그 떨어지는 핏줄기 밑에서 피로 목욕을 하고 있었다. 피시스에는 눈살을 찌푸리며 다음 실장석을 집는다. 뒷머리가 잡힌 실장석은 왜 자기를 집어가냐면서 아까 죽은 실장석과 마찬가지로 화를 내며 팔다리를 휘둘렀다. 그 다음 절차는 모두 동일했다. 한 마리가 절망감에 죽어가고, 나머지가 그 죽음을 웃으면서 지켜보고, 그 다음 차례가 왜 자신이냐면서 현실을 부정한다. 마지막 남은 실장석은 네 번째 실장석의 목이 끊어질 때까지 데퍄퍄퍄퍄 웃으면서 배를 잡고는 웃음소리가 어느새 울음소리로 변하면서 피시스에에게 양 손을 뺨에 붙이며 애교를 부렸다. 별로 달라지는 결과는 없었다.
“데케에에에엑! 케에에에에에엑!”
“이럴 거면 그냥 쭙쭙이한테 피 뽑아달라고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요.”
“걔 방법대로 하면 피부가 건조해지잖아. 그럼 가죽이 잘 안 벗겨져.”
“……실장석이니까 봐줄 만하네요. 근데 사람 가죽이라니……. 그럼 쭙쭙이도…….”
다섯 마리 실장석이었던 것들은 이제 목 없이 피만 흘리는 고깃덩이가 되어 수조 위에 걸려있다. 핏물로 가득한 수조의 마개를 빼서 물을 빼내고 남은 머리통은 실험체들의 먹이로 주었다. 가죽용 실장석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폭소하던 실장석들은 오늘 식사는 특식이라며 환호했다.
“쭙쭙이도 흡혈귀라는 걸 명심해. 지금은 흑의 계약서 때문에 우리 말을 듣고 있지만, 영악한 새끼잖아. 사람도 거리낌없이 죽일 수 있는 위험한 흡혈귀라고. 가까이 붙으면 안 돼.”
“……네…….”
“그리고……. 진짜 리베라나 너랑 내가 보통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 말해주는 건데. 나 이 얘기 카부스한테도 못 해. 친하긴 한데 어색하게 친한…… 무슨 사이인지 알지?”
“네.”
“너네 학파 요즘 평판 알잖아.”
그 말에 리베라나는 단순한 ‘네’라는 대답조차 할 수가 없었다.
“흡혈귀에…… 리치에……. 내가 단순히 너만 걱정해서 하는 얘기가 아냐.”
“……죄송해요.”
“아니, 죄송할 거 없어. 잘못했다고 꾸짖으려는 게 아니니까. 잘못은 키아시토가 했지. 아니……. 오히려 키아시토가 잘 한 건가? 키아시토가 그 사고를 내지 않았다면 오히려 우리가 키아시토처럼 되었을까…….”
“…….”
“너무 머리 아픈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지금도 충분히 아프니까…….”
피시스에는 수도꼭지에서 흐르는 물에 피묻은 손을 닦았다. 비누거품을 내가며 깔끔히 닦아도 마음 속의 핏자국은 전혀 닦이지를 않았다. 몇 분 정도 시체에서 피가 빠지도록 두고 썩기 전에 서둘러 가죽에 칼을 댄다. 구부러진 칼로 실장석 시체의 발목을 자르고 사람이었다면 뒤꿈치 힘줄이 있을 부위에서부터 칼을 넣어 가죽과 살을 분리했다. 일단 한 번 가죽과 살을 가르고 나면 나머지는 쉬웠다. 가죽을 잘 잡고 밑으로 죽 내리기만 해도 실장석의 겉과 속이 뒤집어진다. 뱃가죽에 상처도 없어 내장도 안 빠지고 머리도 미리 잘라놨으니 안구가 딸려나오거나 하지도 않아서 박피작업중에서는 아주 쉬운 쪽에 속했다.
“학파장님은 이런 일 많이 해보셨나봐요.”
“우리 학파 애들이 경력 없을 때 제일 많이 하는 게 뭔 줄 알아? 마도구학파에 팔아넘길 괴물 가죽 벗기는 거. 특히 샐러맨더 가죽이랑 모르세르펜스 가죽은 수요가 끊일 날이 없어.”
“아, 그게 다 여기서 나오는 거였구나.”
“너흰 경력 없을 땐 뭐 하니?”
“세계 좌표 외우죠.”
“재미 없겠네.”
“요령만 알면 쉬워요. 그 좌표가 어느 나라 어느 도시인지 아는 게 어렵지. 대부분은 바다거든요.”
피시스에는 능숙하게 머리 없는 실장석 다섯 마리 가죽을 전부 벗겨내고 남은 몸뚱아리는 실험체들에게 먹으라고 주었다. 오늘은 특식이 많다며 실험체들이 흥얼흥얼 데스데스 노래를 부른다. 벗겨낸 가죽에는 실장석의 피하지방이 많이 붙어있었고 피시스에는 날이 서지 않은 작두칼같은 도구로 그 지방을 긁어냈다. 가죽보다 지방이 더 두꺼웠다.
“그나마 무두질은 안 해도 된다고 하니까 편하네.”
“무두질도 할 줄 아세요?”
“모르지. 그런 건 마도구학파에서 하는 거라서. 우린 생가죽만 만들어.”
지방을 다 벗겨낸 실장석 가죽은 털도 없어서 제모작업을 해줄 필요도 없었고 금방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소금 좀 뿌리는 것 외에는 방부처리도 필요 없었다. 수분 빠지면서 뒤틀리지 말라고 무두질 틀에 걸어서 밧줄과 집게로 집어 쭉 당겨 팽팽한 상태를 유지하기만 했다.
“……이제 어떡하지.”
“어떡해야 하는데요?”
“카오스 자실장 피를 어떻게 뽑냐.”
다섯 장의 실장석 생가죽을 보면서도 한숨만 나온다. 피시스에는 피를 뽑기 위해 주사기를 들고 카오스 자실장에게 접근하다가 자신이 저 생가죽처럼 되는 것이 아닐까, 실장석 가죽은 벗겨놓고 목도 떼어놓고 보니 모르는 사람이 보면 비명을 지를 만큼 사람 가죽처럼 생겼다. 피시스에는 저 가죽의 모양새와 크기를 보고 정말 상상도 하기 싫고 변명도 하기 어려운 누명을 쓰는 결과를 떠올렸다.
---------------------------------------------------------------------------------------
이 작품은 픽션입니다. 실존하는 지명 단체 인물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본작에 등장하는 설정과 사건은 모두 허구이며 모방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작가는 일절 책임지지 않습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