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카오스 럭키짱 천일모험기를 능가하는 진정한 판타지 실장석 참피 소설 실장석과 환상 80화 : 첫 패배

 [테햐암…….]

“어, 이, 이, 일어나, 셨습니까. 주, 인님.”

[……. 이게 뭐인테챠아아아아아아아앙! 테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엥!]

“윽…….”

[바다는 어딨는테치! 리조트는 어딨는테치! 아타치의 세레브 바캉스는 어디있냔말인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앙!]

 

니파티는 24시간을 꼬박 자고 다음날 밤이 되어서야 일어났다. 제1노예는 그 니파티를 두고 도망을 가기엔 너무 겁이 나서 낮이 되면 니파티를 데리고 숲을 좀 돌고 주변 숲에서 먹고 마실 만한 것을 찾아 주워먹으면서 힘들게 연명했다. 먼저 도망간 전령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니파티가 깨어난다면 그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올 것은 자명했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두려움도 커져갔지만 아무리 두려움이 커도 다른 선택을 생각할 수가 없었다. 이제 와서 도망가기엔 너무 늦었다.

 

[오마에같은 똥노예 때문에 아타치의 세레브 실생 절반을 손해본테챠아아아아아아앙! 죽어버리란테…… 테?]

“윽……!”

[……오마에. 노예 하나는 어디 간테츄?]

“……도, 도망, 갔습니다.”

 

할 수 있는 말은 그것 뿐이었다. 전령이 어딜 가서 뭘 하고 있는지 제1노예는 알 바가 아니었다. 니파티는 그 단어에 매우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도망……? 도망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어디로 갔냔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저, 저는 모릅니다……. 알면 그게 도망이겠습니까.”

[똥노예에에에에에에에에엑! 아타치가 그렇게 장하고 예쁘다고 칭찬해줬더니 은혜를 원수로 갚는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악!]

 

니파티의 몸에서 녹색 후광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제1노예는 이젠 녹색을 보면 진절머리가 났다. 다음 생에는 녹색이 아예 없는 곳에서 태어났으면 좋겠다, 그는 무릎을 꿇은 채 자포자기하고 있었다. 눈을 질끈 감아도 녹색 빛이 자꾸 눈꺼풀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테샤아아아아아아아악!]

 

제1노예는 어마어마한 광풍에 뒤로 밀려나다가 나무에 등을 부딪혔다. 니파티가 있던 곳을 중심으로 나무들이 뿌리채 뽑힌다. 눈을 질끈 감으려는데 광풍이 눈꺼풀을 뒤집어 앞을 보기 싫어도 볼 수밖에 없었지만 제대로 보이는 것도 없었다. 제1노예는 나무의 중간 쯤에 바람의 힘으로 붙어있다가 바람이 그치고 나서야 바닥으로 털썩 떨어졌다.

 

“크헥! 컥, 으허억, 으으…….”

 

살아있다. 아직은. 제1노예는 니파티가 서있던 곳이 평지풍파로 헤집어진 꼴을 보면서 니파티는 어디로 갔나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오래 살필 필요는 없었다. 달이 맑은 밤인데도 하늘의 달빛이 밝은 연둣빛이었다.

 

[똥노예에에에에에에에에엑! 아타치에게서 도망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한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창공을 가르며 녹색의 별처럼 빛나는 니파티는 두르마르의 땅을 내려다보며 자신의 뜻을 거스른 괘씸한 노예를 찾으려 눈을 굴렸다. 그러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자실장의 시력도 별로 좋지 않은데다 니파티는 노예의 모습은 기억에 없었고 기억하려 하지도 않았다. 모습이 보인다고 해도 알아볼 리 없었고 못 알아본다고 해도 상관 없었다.

 

[세상 모든 똥닌겐이 아타치의 노예인테챠아아아아아악! 아타치도 똥닌겐 따위에게 과분한 자비 따위 베풀지 않을 것인테챠아아아아악! 똥닌겐타치는 모두 쳐죽여버릴 것인테챠아아아아아아아아악!]

 

니파티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밝은 빛이었다. 어둠 속에서 별처럼 반짝이는 작은 빛은 분노로 일그러진 니파티의 시선을 이끌기에 충분했다. 니파티는 그 즉시 녹색의 선을 하늘에 그리며 빛을 향해 날아갔다. 제1노예는 그 자리에 남겨둔 채. 홀로 남은 제1노예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짐작도 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주저앉은 채로 하늘만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트루피아의 원정군은 파스테이트를 확보하고자 하루 종일 고군분투했지만 좀비도 실장석도 아무리 죽여도 끊임없이 나왔다. 죽이고 난 다음의 시체를 처리하는 것도 일이었고 시체를 처리하는 동안 도시로 몰려올 산송장을 경계하는 것도 큰일이다. 전투원이고 비전투원이고 할 것 없이 모두가 작업에 투입되어 셀 수도 없이 많은 피를 손에 묻혔다. 작업은 밤이라고 그칠 일이 없으나 밤에는 좀비 말고 다른 산송장들도 몰려올 것이 확실하기에 전력의 일부를 불침번 경계 임무로 돌려야 했다. 원정군은 결국 달이 중천에 뜬 시간이 되어서야 작업 중단을 선언한다.

 

“내일 기상 시각은 6종이다.”

“이야, 행군 때보다 2종을 더 잘 수 있다.”

“무슨 소리야? 근무 시간이 2종인데. 그게 그거지.”

“젠장.”

 

수면 시간의 변화는 없어도 파스테이트에는 주민들이 쓰던 침대가 잔뜩이다. 모포 깔고 밤하늘을 이불 삼던 행군 때와는 차원이 다른 수면의 질을 기대할 수 있었다. 스레고르의 3번 부대가 맡은 서쪽에는 본디 영주의 처소였던 아성과 귀족가의 거처가 많아서 침대의 질이 꽤 괜찮다. 이런 침대에 누워볼 일도 거의 없을 비전투원까지도 귀족의 침대를 써보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그에 비해 아이라즈의 2번 부대가 맡은 동쪽에는 귀족가가 별로 없었다. 아예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런 곳은 아이라즈가 자연스럽게 들어서고 나머지는 가능하면 더욱 편한 자리에서 자보겠다고 비싼 침대를 찾아 도시를 뒤지며 좀비를 더욱 처리해 나가기도 했다.

 

“이야, 침대에까지 장막을 쳐두네. 포니카, 가서 누워봐. 푹신하냐?”

“와, 구름에 누워있는 것 같아요.”

“양털로 속을 채웠구나. 침대 하나에 양이 몇 마리야.”

 

포니카는 아이라즈와 통역사를 따라서 귀족가의 가장 좋은 침대를 써볼 수 있었다. 모노헌 길드에서 아이라즈와 함께 깃털과 짚으로 채운 침대만 해도 두 발 뻗고 잘 수 있었는데 양모로 속을 채운 침대는 그야말로 눕자마자 눈이 감기는 수준이다. 포니카는 누운 채로 꾸벅 졸다가 깜짝 놀라며 일어났다.

 

“졸리면 자. 오늘 힘 많이 썼잖아.”

“그래도 씻고 자야죠.”

“씻는 건 좀 참아줘. 이 도시 물 상태가 말이 아니더라고. 그 물로 씻으면 씻기 전보다 더러워질 거야.”

“으, 그래도 피는 좀 씻고 싶은데…….”

“많이 묻었어? 얼마나 잡아봤는데?”

“어……. 잘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잡을 때마다 이런 걸 챙겨야지.”

 

통역사는 천 주머니를 하나 꺼내서 보여주었다. 포니카가 그 안을 들여다보고는 흠칫 놀라며 주머니를 닫았다. 주머니 안에는 사람의 이빨이 잔뜩 들어있었다.

 

“으에엑!”

“근데 나도 몇 마리인지는 모르겠다. 세보지도 않았고, 이가 없어서 못 뽑은 좀비도 있었고.”

“이, 이런 걸 왜 모으시는 거에요…….”

“현상금 사냥꾼들은 원래 이래. 잡았다는 걸 증명을 해야 보수도 받을 거 아냐? 너도 습관을 들이는 게 좋아. 흡혈귀 사냥꾼 하려면. 흡혈귀 사냥 보수는 송곳니 갯수대로 받거든.”

“으…….”

 

아직은 뼈와 살을 가른다는 것이 포니카에겐 익숙하지 않다. 트루피아에서 아이라즈한테 잔뜩 굴려지던 때가 차라리 나았다고 회상하게 된다. 그리고 아이라즈는 침실 위치를 확인하고 어딘가로 가서는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아이라즈가 걸어다닐 때면 그 덩치와 무장에서 울리는 소리가 비범하여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포니카.”

“언니!”

“누오드 에목. 합 아 에바흐.”

 

손짓을 보아하니 따라오라고 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포니카는 바로 침대에서 일어나 아이라즈를 따르는데 통역사가 묻는다.

 

“합? 레타우 에흐 텍 워이 디드 에레후?”

“랄렉 에흐 니. 치납그나이 엡 춤 노이스남 시흐 포 레누오 에흐. 레타우 윌로흐 포 레랍 엘로후 드누오프.”

“뭐 좀비랑 싸웠으니까 필요하긴 하려나…….”

“뭔데요?”

“지하실에 성수가 잔뜩 있어서 그걸로 좀 씻으라는데. 이 집 주인이 양바니 교도였다나봐.”

 

포니카의 얼굴에 화색이 돌고 손에 묻은 피가 더욱 신경쓰인다. 통역사는 씻고 올 때까지 기다리려고 방 안에서 귀족들은 평소에 뭘 하면서 노나 찾아보려는데 포니카가 묻는다.

 

“아저씨는 안 내려오세요?”

“여자들 씻는데 내가 거길 왜 내려가?”

“손만 씻는 건데 뭐 어때요. 그리고 아저씨 없으면 서로 말도 안 통하는데.”

“손만 씻다니. 온몸 다 씻을 거야. 아이라즈도 우리말 할 줄 알고. 아, 이거 하나만 묻자. 왜 아이라즈는 언니라고 하면서 나는 아저씨냐? 난 오빠라고 해주면 안 돼?”

“그야 아저씨는 언니보다 나이가 많잖아요.”

“오빠에 나이가 어딨어! 으이그, 됐어. 내려가 이 아줌마야.”

 

연세라고 안 불러주는 게 어디야, 통역사는 피식 웃으면서 찬장에서 양바니의 경전과 성물 등을 찾았지만 지루함을 해결할 만한 물건은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아이라즈를 따라 지하실로 내려간 포니카는 어둡고 축축하고 기분나쁜 지하실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 예상은 아주 많이 빗나갔다. 이 집의 지하실은 아주 깔끔하고 먼지쌓인 곳도 하나도 없다. 구석진 곳에 거미줄이 쳐있긴 하지만 집주인이 원치않게 집을 오래 비워야 했던 것을 생각하면 거미줄 정도는 용납해줄 수 있었다. 나무 상자와 둥근 나무통이 잔뜩 쌓여있는 가운데 나무통은 포도주 아니면 물이었고 나무 상자 안에는 금속제 병이 들어있다. 꺼내서 살펴보니 등불용 기름이었다. 아이라즈는 지하실의 문을 단단히 닫아 잠그며 말한다.

 

“어떠한 상처가 있나요?”

“생채기 정도에요.”

“만약 있다면, 성수는 고통스럽습니다. 당신의 옷을 날아오르십시오.”

 

포니카는 아이라즈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지하실에 몸을 씻으러 들어왔으니 몸을 씻기 위해서는 당연히 옷을 벗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포니카는 우선 가죽으로 만든 겉갑옷과 장갑을 벗었다. 그 안에는 면직옷이 있었고 아이라즈는 그 옷을 벗기지 않고 팔만 걷어붙였다. 그리고 수건에 성수를 적셔 산송장과 실장석 피에 젖은 포니카의 팔을 부드럽게 문질렀다. 성수가 피에 닿자 흰 거품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신기하게 보고있기만 하던 포니카는 갑자기 참을 수 없는 따가움을 느껴 소리를 지르며 팔을 뺀다.

 

“앗 따가!”

“워이 들롯. 성수는 고통스러운.”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당신의 상처를 보이십시오.”

 

따가운 손바닥을 살펴보니 손이 많이 까져있었고 곧 물집이 잡힐 법한 흔적도 보였다. 좀비의 피가 따로 섞이지는 않은 것 같았다. 아이라즈는 안심하지만 저 손으로 성수를 만지다간 눈물로 몸을 씻겠다며 자기가 까진 상처에 다시 성수를 묻힌다.

 

“으아아아으!”

“산송장 상처는 잘 대우해야 합니다. 혹은 전염병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손만 까졌을 뿐 얼굴이나 몸에는 특별한 상처가 없다. 아이라즈가 몸 곳곳을 꼼꼼히 닦아줘도 따갑다고 할 만한 곳은 없었다. 그렇게 온몸의 핏자국을 닦아낸 포니카의 피부는 한층 뽀얗게 보인다.

 

“에노드.”

 

다 됐다는 말에 포니카는 자기도 모르게 글썽이는 눈물을 닦았다. 닦으면서 생각해보니 손에 아직 성수가 발린 채로 조금 남아있어 기겁하면서 손을 떼낸다. 눈은 아프지 않았다.

 

“어, 언니. 이거 눈에 들어가도, 괜찮아요?”

“눈이 아픕니까?”

“아니요. 혹시나 해서.”

“당신이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것은 좋아서 마십니다.”

“어…… 안 아프기만 하면 괜찮다 이거죠?”

 

손은 여전히 따가웠다. 비단 성수 탓만은 아닌 것 같다. 아이라즈도 손에 묻은 성수를 보송보송하게 닦아내고 포니카의 눈가를 훑어주었다.

 

“야드 뤄이 사우 워흐?”

“괜찮아요. 할 만해요.”

“아직도 피빠는 사람 사냥꾼을 되고 싶어요?”

“네.”

“나는 당신을 자랑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많은 일을 가질 수 있다. 당신은 다른 일의 생각을 하지 않아요?”

“하지 않아요.”

 

아이라즈는 갑옷을 입은 채로 포니카를 끌어안고 등을 툭툭 두드려주었다. 포니카에겐 퍽퍽 두드리는 것 같지만 아프지도 않다. 단지 갑옷의 모서리가 몸 곳곳을 찔러 조금 따끔거렸다.

 

“세밋 위사에 에라 에세흐. 좀비는 죽이기 쉽다, 그러나 좀비만 죽일 수 없어요. 당신은 사람들을 죽여야 합니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

“좀비는 당신을 다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무엇이 다칠지 당신은 알 수 없다.”

 

그 말을 하면서 아이라즈는 자신의 은제 갑옷을 하나둘씩 벗었다. 부위 하나하나의 무게가 포니카가 휘두르던 검의 무게와 비슷하다. 그 은제 갑옷 안에는 은사슬갑옷을 입고 있었고 또 그 안에는 두껍다 못해 뻣뻣하게까지 보이는 천갑옷을 입고 있었고 그 천갑옷의 밑에는 이제야 제대로 의복이라 할 만한 천을 두르고 있었다. 아이라즈는 그 옷까지도 벗었다. 포니카가 입으면 한벌옷도 아니고 목 빠져나오는 구멍으로 온 몸이 빠져나와 그대로 흘러내릴 것 같은 옷을 벗어넘기니 수술 흉터와 수술도 제대로 하지 못한 흉터가 가득한 암갈색 근육투성이 몸이 드러난다. 포니카는 지금껏 아이라즈의 맨몸을 본 적이 없었고, 아이라즈가 보여주지 않으려 했다는 사실을 새삼 떠올렸다.

 

“만져볼래요?”

“아, 아니요.”

“사냥꾼의 인생은 거칠어요. 당신은 죽을 수도 있습니다.”

“알아요.”

 

포니카가 입을 열자 아이라즈는 바로 입을 닫았다.

 

“저도 그 정도는 감안했어요. 부모님 돌아가시고…… 나니까, 사람은 언제 어디서든 죽을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

“저도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거고요. 지금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이렇게 좀비가 될 줄은 몰랐겠죠. 억울할 거 아녜요. 흡혈귀 사냥꾼도 아닌데 좀비가 되면. 그럴 거라면 차라리 죽을 위험이 있는 일을 하는 게 덜 억울하잖아요. 죽기 싫어서 편한 일 하려다가 죽어버릴 바에야.”

“을릭 레벨크. 언제든 더 가질 수 없을 때 말하라. 나는 다른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생각 들면 말할게요.”

 

아이라즈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손은 굳은 살과 흉터가 가득할지라도 세상 그 어떤 인간보다도 따스했다. 포니카는 자신의 손을 쳐다보았다. 이 까진 손이 다 아물면 아이라즈처럼 굳은살이 좀 배길까, 빨리 배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누프 그니헤모스 에에스 옷 트나우?”

“누프……? 재밌는 거요? 뭔데요?”

 

아이라즈는 자기 대흉근을 손으로 가리키더니 손도 대지 않고 근육만으로 대흉근을 움직여댔다. 포니카는 그 모습을 잠깐 보고는 뭐 대단한 건가 싶어서 자기 가슴에 힘을 빡 줘보았다.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잉? 이게 어떻게 되지?”

“시흐 오드 리우 워이 야데모스. 워이 에캄 리우 이.”

 

신기해서 만져보니 나무토막같이 단단하다. 칼로 쳐도 이빨도 안 들 것 같았다. 아이라즈는 자신의 몸 위에도 성수를 적셔 닦고 벗어둔 갑옷을 다시 입었다. 포니카가 도와주려고 했지만 도움 없이도 혼자서 잘만 입었고 오히려 포니카는 자기 머리가 들어가는 상완 갑옷을 들면서 오크와 인간의 차이를 실감했다.

 

“트힛 페엘스. 위투드 드라욱 에바흐 톤 오드 워이.”

“……네?”

“흠, 조여 잡니다. 당신은 의무를 지키지 않는 오늘밤?”

“에……. 아저씨한테 물어볼게요.”

“에루스.”

“아, 언니. 그, 아저씨 성함이 어떻게 돼요?”

“허? 당신은 알지 못합니까? 워이 렛 톤 에흐 디드?”

“아저씨는 언니한테 물어보라고 하던데요?”

“푸흐흐흐흐흐…….”

 

아이라즈는 실실 웃었다.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건가 싶어 포니카는 멀뚱히 아이라즈를 보기만 한다.

 

“왜요? 이름이 웃겨요?”

“세이, 세이. 그의 이름은……. 크흡, 키드.”

“키드? 그게 아저씨 성함이에요?”

“당신이 오크의 알면 엉덩이가 폭발합니다.”

 

포니카에게는 통역사의 이름보다 아이라즈의 말이 더 웃겼다.

 

 

 

아침 해가 아직 모습도 안 보이는데 도시의 종이 울린다. 며칠간 종이 울리지 않던 파스테이트에 오랜만에 울리는 종이었다. 집 안에서 종소리가 작게 들릴 것이 뻔하니 경계 근무를 맡던 병사들도 크게 나팔을 불어 아침을 알린다. 몸이 녹아내릴듯이 편안한 침대에서 잤는데도 온몸이 뻐근한 포니카가 앓는 소리를 내며 일어났을 때 아이라즈와 통역사 키드는 벌써 일어나서 이불도 개고 갑옷까지 챙겨입고 있었다.

 

“일어났으면 아침 먹어.”

“흐암……. 아침이 뭔데요?”

“탁자에 차려놨어.”

 

아이라즈는 포니카가 누운 침대의 이불을 털어내며 포니카도 함께 털어냈다. 갑옷도 제대로 걸치지 못한 포니카는 탁자 위 은접시에 놓인 빵과 수프를 보면서 제대로 된 식사를 맛있게 먹는다.

 

“오늘도 열심히 좀비 청소해야지.”

“음냠, 네.”

“점심까지만 하고, 우린 바로 가이더링으로 뜰 거야.”

“언니는 부대장인데 언니도 같이 가요?”

“그럴 리가. 우리만 갈라질 거야. 아이라즈는 여기서 도시를 다 청소할 때까지 남을 거고. 나는 너 데려다주고 돌아와도 시간 충분해.”

“……그렇구나.”

 

포니카는 빵을 수프에 찍어 먹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름 빠르게 아침을 챙겨먹고 갑옷까지 챙겨입고 칼도 받아서 일찍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하루를 보낸 저택 앞에는 아이라즈의 부하장 10명이 대기를 하고 있었다. 다들 한 덩치 하는 오크들이지만 10명이 다같이 덤벼도 아이라즈에겐 안 될 것 같았다.

 

“오드 옷 타후 원크 워이. 위틱 에흐 라엘크, 스로비브루스 에루케스.”

“니앗팍, 세이!”

 

아이라즈의 짧은 지시에 부하장들은 바로 자신들이 맡은 구역으로 뛰쳐나가 작업을 시작한다. 파스테이트 청소 작업이 재개되고 이내 도시에는 실장석의 비명소리만이 가득 퍼졌다.

 

“너도 열심히 해야지?”

“네!”

 

포니카는 아이라즈를 따라다니며 지난날과 마찬가지로 열심히 좀비를 베었다. 목을 노리는 것부터 연습하며 검을 휘두르지만 꼭 관자놀이를 베거나 척추에 날이 막혀 온전히 베지 못한다. 아이라즈가 직접 단칼에 목을 베는 모습을 보여주며 가르치지만 기본적인 힘의 부족은 기술만으로 만회할 수 없었다. 결국 힘을 제대로 기르기 전까지는 목을 나무 베듯 두어 번 찍어가며 친다. 깔끔하지는 않았다.

 

“으에.”

 

좀비들도 포니카의 솜씨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포니카는 좀비에게 검을 휘두르다가 마치 좀비가 자기를 향해 손을 뻗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바로 목이 잘려나가니 손도 뻗다가 말았지만 기분이 불쾌했다.

 

“키드 아저씨.”

“왜.”

 

아이라즈가 피식 웃는 소리를 뒤로 하며 통역사 키드가 건성으로 대답한다.

 

“좀비가 자꾸 따라붙는 것 같은데요.”

“생각이 없으니까 마구 움직이다보면 따라오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

“그런가.”

 

포니카는 목 치기도 힘든 좀비 대신 실장석을 잡아가며 목을 치는 연습을 했다. 그냥 인간보다 살도 뼈도 물러 쉽게 베이니 단번에 목을 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좀비보다 어려운 점이 딱 하나 있다면 목이 보이지 않아서 목만 딱 골라서 칠 수 없다는 점이다. 아이라즈마저도 실장석의 목이 아니라 위턱과 아래턱을 치거나 목 아래 가슴과 팔까지 다 쳐서 토막내버리기도 했다. 포니카는 웬만하면 목을 깔끔하게 자르고 싶었다. 부위를 잘못 치면 내장까지 흘러나와서 보기 징그러웠다.

아이라즈와 포니카가 돌아다니는 거리는 거주 구역이었고 그 옆으로 오물과 빗물을 내보내도록 파인 배수구가 있었다. 근래에는 비도 많이 오지 않았고 인간이 내버리는 오물은 여러 생물들의 양식이 되는 만큼 실장석들도 배수구에서 많이 보인다. 그 안으로 사람이 직접 들어가기는 힘들어 양바니 수도사들이 팔팔 끓인 성수를 배수로에 들이붓기도 했다. 끓는 성수가 배수로를 타고 내려가면 물이 흘러나오는 반대편으로 피부가 빨갛게 익은 실장석들이 흘러나온다.

 

“뎃쌰아아아아악! 데갸아아아아아아악!”

“테챠아아아아악! 찌야아아아아아아아앙!”

“으아악!”

 

그런데 성수를 끼얹으니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수도사들이 놀라서 배수로를 샅샅이 훑어보지만 물리적으로 사람이 배수로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양바니 수도사들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실장석 비명소리가 배수로 벽에 메아리치다가 사람의 소리처럼 들린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때 누군가 자신의 어깨를 짚기에 수도사가 뒤를 돌아본다.

 

“무슨 일이……?”

“어이씨, 뭐야 이거.”

 

어깨에 손을 짚은 것은 다름 아닌 좀비였다. 수도사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양바니의 표식을 들어 좀비의 이마에 놓고 기도문을 왼다. 표식이 빛나며 좀비의 이마에 양바니의 문양을 새기자 좀비는 그냥 시체가 되어 쓰러졌다.

 

“좀비가 급한가보다. 비키라고 손까지 얹잖아.”

“그러게. 급하면 빨리 보내줘야지.”

 

죽여도 죽여도 끝이 보이지 않는 좀비의 무리들은 수도사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수도사들도 여유롭게 기도문을 읊어가며 좀비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전한다. 좀비들은 손을 뻗으며 다가왔다. 빨리 안식을 취할 수 있도록 자기부터 보내달라고 비는 것처럼 보였다.

 

“자, 줄 서세요 줄 서. 뭐 좀비가 줄을 설 줄도 모르겠지만……. 어? 이게 지금 뭐하는, 으아악!”

“뭐, 뭐야!”

 

그때 좀비들은 수도사의 팔과 머리채와 옷깃 등 잡을 수 있는 것은 다 손에 쥐어가며 수도사를 물어뜯었다. 다른 수도사들이 놀라서 금방 떨쳐낸 덕분에 목숨에 지장은 없었지만 몸에 좀비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이놈들이 갑자기 왜 이래? 왜 안하던 짓을 하는 거지?”

“으아악! 이 새끼들이 미쳤나!”

“뭐야! 좀비가, 좀비가 문다! 꺼져 이 새끼야!”

“좀비가 공격한다! 좀비가 공격한다!”

 

좀비의 공격은 수도사 뿐만 아니라 도시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원정군 중에 좀비와 싸우지 않는 이들이 거의 없었으므로 그 소식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포니카!”

“네!”

“워이 드니헵!”

 

좀비들의 움직임에 변화가 생겼다는 걸 알아차린 아이라즈는 포니카의 뒤에서 덮쳐오던 좀비의 목을 쳐내면서 포니카를 감쌌다.

 

“쿠프 에흐? 그닉캇타 에라 세입모즈!”

“언니, 왜 그러세요?”

 

아직 포니카의 손에는 머리채를 잡힌 채 팔다리를 바둥거리는 성체 실장석이 들려있었다. 포니카는 그 성체의 목을 칼로 그어버리면서 묻는다. 통역사도 아이라즈에게 당황한 빛으로 다가왔다.

 

“아이라즈! 그닉캇타 에라 세입모즈!”

“원크 이! 노 그니오그 시 타후!”

“세입모즈 포 레참……. 덴루테르. 쎄우그 이.”

“쿠프…….”

 

곳곳에서 원정군의 함성이 점점 커졌다. 장비를 대충 챙겼던 인원들이 도망가는 모습도 보였다. 아이라즈의 등 뒤에 서있던 포니카도 좀비들이 사람을 물어뜯는 모습과 움직임이 점점 격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조, 좀비들이 왜 이래요, 아저씨?”

“좀비의 주인이 돌아온 것 같아!”

“가이더링 옷 레흐 에캇! 위루흐! 스레이들로스!”

 

아이라즈가 소리치자 아이라즈 주변에 가까이 있던 병사들이 전투원과 비전투원을 가리지 않고 모였다. 비전투원들은 좀비 잇자국이 군데군데 보였다. 키드는 그 병사들에게 아이라즈가 말하지 않아도 하려는 말을 알아서 척척 전달했다.

 

“관문까지 길을 뚫는다! 서둘러!”

 

제대로 무장을 갖춘 원정군 앞에 좀비들은 쓰러져나갔고 원정군 중에서 사망자도 나오지 않는다. 그저 공격을 하지 않을 줄 알았던 좀비들이 갑자기 공격을 하며 나서니 기세가 주춤했을 뿐이다. 곳곳에서 전투마법사들이 뿜어내는 불길이 하늘에 검은 연기를 그려냈다.

 

“관문으로 가면, 좀비 주인이 기다리고 있는 거 아닙니까?”

“그럼 쳐죽여야지! 그게 우리 목적이야! 좀비 주인을 죽이면 우린 집에 가는 거다! 죽이는 놈은 포상까지 두둑히 내려주마!”

 

방패를 챙기지 않았는데 진작 챙길 것이 조금 후회된다. 그래도 맨손의 좀비는 칼 한 자루만으로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얼굴에 좀비의 검은 피가 마구 튀어 시야를 가리지만 그런 건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 포니카는 키드의 뒤를 따르면서도 자꾸 아이라즈는 괜찮은지 고개를 돌리게 된다.

 

“이놈들 진짜 끝도 없이 나오네!”

“일부러 길을 막는 것 같아!”

 

길을 뚫는 병사들중엔 수도사나 마법사도 있었지만 절대적인 수적 우위 앞에서는 수도사고 마법사고 소용이 없었다. 어느 순간 병사들은 진전이 멈췄고 몰려오는 좀비들을 쳐내다가 뒤에서도 몰려오는 좀비떼를 눈치챘다.

 

“이것들은 어디서 이렇게 기어오는 거야!”

“아, 아저씨, 뒤에도요!”

“뒤? 이런 썅! 포위됐잖아!”

 

무시하고 지나갔던 좀비, 아직 뒤지지 않은 건물 속에 있던 좀비, 어디인지도 모를 구석에서 혼자 걷기만 하던 좀비들이 모두 거리로 나오고 있었다. 크나큰 도시에 구석진 곳은 셀 수도 없고 셀 수도 없는 구석에서 기어나온 좀비는 머리로 이해할 수조차 없다. 오크 병사들도 좀비의 물량을 힘겹게 쳐내고 있었다.

 

“구마진 안 되냐! 결계진은!”

“이대로는 안 됩니다!”

“염병났네 진짜! 안 되겠다, 후퇴하자! 뒤는 그나마 진형이 얇아!”

 

관문쪽에서 몰려오는 좀비들을 마법사들이 물리차단막으로 밀쳐내면서 지금껏 뚫고 지나왔던 길을 돌아간다. 포니카도 열심히 검을 휘둘렀지만 무작정 공격만 해오는 좀비는 목을 노려 치기도 힘들었고, 기껏 목을 친다고 해도 깊게 벨 수가 없어 무력화도 어렵다. 좀비가 포니카의 눈 앞까지 다가와 아가리를 벌렸다.

 

“으아아아!”

“꺼지라고!”

 

키드의 검이 좀비의 목을 단칼에 베어 떨어트렸다. 키드는 길을 뚫고 나가던 와중에 옆에 비어있는 술통을 보고 그 뚜껑을 집어 포니카에게 떠넘겼다.

 

“그걸 방패로 써!”

 

포니카는 검으로 좀비를 베는 대신 방패로 밀쳐내면서 좀비를 막았다. 좀비들의 눈빛에 생기는 하나도 없다. 자기를 물어뜯으려고 다가오면서도 눈에는 적개심도 없었다. 그 무감정한 눈이 이질적으로 두렵다.

 

“아이라즈!”

“언니이이!”

 

아이라즈는 지난 밤을 보냈던 집 앞에서 좀비들을 수확하듯 검을 휘두르고 전투수도사들을 시켜 창고 안에 있던 양바니의 성물로 구마진을 그려내고 있었다. 관문을 뚫고 나가야 했을 포니카와 통역사가 다시 돌아오니 아이라즈가 놀라며 둘에게 소리친다.

 

“타후!”

“세입모즈 위남 오옷! 후오르흐 에캄 톤낙!”

“에카스 소이들라우 로프!”

 

검으로 쳐내는 것으로 모자라서 은제 건틀릿을 낀 주먹으로 좀비들을 박살낸 아이라즈는 수도사들에게 계속 구마진에 집중하라고 일갈하면서 포니카를 향해 뛰어갔다. 좀비가 아무리 많아도 온 몸을 은갑옷으로 두르고 오크의 힘으로 질주해오는 아이라즈가 가는 길을 도저히 막을 수가 없다. 즉각 포니카 앞으로 뛰어와서 포니카를 물어뜯으려던 좀비의 머리를 붙잡고 바닥에 내리쳐 으깨버린 아이라즈는 포니카를 업으며 말했다.

 

“조여 멈추다!”

 

말은 알아듣지 못했지만 포니카는 아이라즈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팔다리에 힘을 잔뜩 주었다. 아이라즈도 포니카가 떨어지지 않게 손으로 단단히 잡고 좀비들 사이로 뛰쳐들어갔다. 좀비와 부딪힐 때마다 전해지는 충격량이 포니카의 몸을 흔든다. 대체 이런 충격을 어떻게 버티나 싶을 정도로 충격이 어마어마했다. 아이라즈 혼자라고 그 많은 좀비들을 전부 쳐낼 수는 없었지만, 하나의 바늘처럼 좀비떼를 뚫고 나가는 데는 충분했다.

 

“저 앞에 구마진에서 집결한다! 아이라즈! 들레이프 키치크록세 에흐 노 푸오르게르!”

“아이! 노이탐로프 니 야츠!”

“진형 유지하면서 따라와라!”

 

통행량이 많은 대로마다 사전에 설치해둔 구마진이 있었고 뚫고 나가는 사이 가장 가까운 구마진이 눈 앞에 보인다. 병사들은 좀비의 목을 치는 대신 은단검과 은도끼를 뽑아들고 진격 속도를 늦추려 드는 좀비의 손목을 잘라내며 기동성을 확보했다. 아이라즈는 온몸을 사용해 좀비들을 박살내면서 누가 봐도 공터가 확실하게 드러난 구마진까지 좀비들을 뚫고 들어갔다. 구마진 안에는 미리 진을 치고 대기하던 병사들도 있었다. 구마진의 병사들은 아이라즈가 도착하자 그나마 희망을 본 듯한 표정이었다.

 

“대, 대장님!”

“너흰 여기서 뭐해! 쫄 여유가 있으면 한놈이라도 더 잡으란 말야!”

“수가 너무 많습니다! 장비도 성한 게 없습니다!”

 

은제 철퇴는 휘고 도끼는 자루가 부러지고 검은 이가 나갔다. 아이라즈 급 정도 된다면 은제 갑옷만 입고도 맨손으로 좀비들의 이빨을 털어내겠지만 이는 같은 오크에게도 어려운 일이었다. 키드는 포니카가 업힌 채로 들고 있어 쓰지도 못할 검과 단검을 병사들에게 나누어준다.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도 생기자 지붕 위에 올라간 병사들도 보인다. 모두 겁에 잔뜩 질려있다. 키드가 지붕 위의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어이 지붕! 상황 보고!”

“사, 사방이 좀비로 깔렸습니다!”

“그걸 누가 몰라! 다들 어디에 흩어져있냐고!”

“어어, 대부분의 부하장들이 동쪽의 거주구역에서 교전중입니다!”

 

동쪽 하늘은 여명이 밝아오고 있지만 아직 해는 보이지 않았다. 키드는 아이라즈에게 지시를 물었다.

 

“아이라즈, 오드 에우 들루오슈 타후?”

“투오 오그 에우.”

“밖으로 나간다고?”

“에각 에입모즈 트나이그 아 엡 리우 위틱 시흐, 티 에담 에우 피.”

“빠져나가기만 하면 성벽을 감옥처럼…… 아아. 대충 이해는 갔어.”

 

아이라즈는 머릿속에 좀비들의 움직임과 병사들의 배치를 전부 끝마친 지 오래였다. 그대로 따라주기만 한다면 전략에 없었던 예외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아이라즈는 주변에 전투마법사를 몇 명 찾아서 바로 지시를 내린다.

 

“타에르테르 포 란기스 에리프! 에타우카베 옷 에노위레베 레트! 워이!”

“후퇴신호탄을 쏴라! 그리고 지붕 위에 너네! 도시를 빠져나오라고 모두한테 전해!”

“예!”

 

그 즉시 지붕 위의 병사들은 건물을 뛰넘으며 곳곳에 흩어진 부하장을 찾아 나서고 전투마법사들은 하늘로 지팡이를 뻗어올려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밝은 흰색의 섬광이 아직 다 밝지 않은 하늘을 환하게 비추니 도시 곳곳에서 안 보이는 곳이 없다. 그 신호탄을 쏘아올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파스테이트의 아성에서도 똑같은 흰색 섬광의 신호탄이 올라왔다.

 

“스레고르 대장도 후퇴하려나?”

“서쪽은 아성이 있으니까 거기서 막아내고 있을 거야. 잠깐 기다려라. 마법사! 확성 목걸이 있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잘났다. 어차피 확성 주문으로도 안 닿았을 것 같네. 에라이, 성벽에 엄호 요청을 해줄 만한 방법이 뭐 없나?”

“발광으로 신호를 보내겠습니다.”

 

신호탄의 섬광이 사그라질 때까지 기다린 마법사들은 발광 주문으로 지팡이 끝에 밝은 빛을 띄우고 지팡이를 뒤틀어 마력을 집중해 빛을 가장 강한 세기로 키웠다. 그리고 손으로 빛을 가렸다가 다시 비추었다 하면서 성벽 쪽으로 신호를 보낸다. 그렇게 몇 번 반복하고 나자 성벽 쪽에서도 발광 주문을 사용하는 것이 보였다.

 

“봤다! 우리 엄호해달라고 보내.”

 

마법사는 빛을 일정한 방식으로 가렸다 비추기를 반복하며 엄호라는 단어를 보냈다. 성벽 쪽에서도 빛이 깜빡이는 것을 보니 신호를 받은 것이 분명했다. 마법사들은 그 빛이 깜박이는 순서를 보면서 입 안으로 순서에 해당하는 철자를 중얼거린다.

 

“……알겠다고 합니다.”

“좋아! 아이라즈! 위다에르 에그라츠!”

 

병사들은 주변에 무기나 방패로 쓸 수 있을 만한 목재는 전부 구해다 단단히 그러쥐고 아이라즈는 구마진 가장자리에서 목을 양 옆으로 꺾어 뚜둑 소리를 낸다. 등에 업힌 포니카의 허벅지를 두 차례 두드리면 포니카는 몸에 힘을 꽉 주면서 아이라즈에게 단단히 매달린다.

 

“세블레스뤄이 에카릅 네흐! 메흐 슈륵 옷 그니오그 에라 에우!”

“다들 정신 똑바로 차려! 관문까지 뚫고 나간다!”

“위다에르 워이 에라, 포니카?”

“세, 세이! 위다에르 이!”

 

아이라즈가 가장 앞에 선 좀비의 안면에 정권을 질러 그대로 함몰시킨다. 그것이 곧 돌격신호가 되어 쐐기대형으로 선 병사들이 뛰쳐나갔다.

 

“에그라아츠!”

“으랴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은갑주에 비하면 나무 판자와 몽둥이는 허접했지만 산송장을 상대할 수 있는 물건이라는 걸로 족했다. 성벽 위의 병사들은 좀비들이 계단을 기어오르는 걸 막으면서 아이라즈의 돌격대가 향하는 예상 경로에 화염구를 미리 던져 좀비들을 가능하면 치워놓았다.

 

“으앗 뜨거!”

“참아!”

 

그 한 마디면 아무리 뜨거운 불길 속이라도 얼마든지 돌파할 수 있었다. 열기가 갑옷을 달구며 몸에서 땀이 흐르고 그 갑옷 위에 업혀있는 포니카는 살이 익을 것 같아 손을 붙들고 있기 힘들었다.

 

“들로흐!”

“언니, 너무 뜨거워서…….”

“늦추면 죽습니다! 울어서 식히세요!”

 

아이라즈가 으르렁대자 근육이 그대로 굳어서 놓고 싶어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런다고 뜨거운 건 어쩔 수 없어서 포니카는 이를 악물고 열기를 참아보았다. 뜨겁다는 소리를 안 하려고 팔뚝까지 세게 물어본다.

 

“거의 다 왔어!”

 

저 앞에 관문이 보인다. 들어올 때부터 구마진을 펼쳐놓은 관문에는 좀비가 거의 없어 깔끔하다. 화염구는 그 관문 앞까지도 열심히 떨어지며 불의 융단을 깔아 길을 안내한다. 숯과 재가 된 좀비의 시체가 썩은 피과 섞여 질퍽인다. 겉보기에는 단순히 진흙같았다. 해가 떠오른다. 이제야 아침이 밝아오는 모양이다. 그러나 해가 뜬다고 좀비들이 알아서 쓰러지고 그러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해가 두 개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아이라즈의 돌격대는 관문 쪽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이질감을 느꼈다.

 

“오늘은 해가 남쪽에서 뜨냐?”

“말이 되는 소리를 해!”

“그럼 저게 뭐냐고!”

“몰라! 숙여!”

 

남쪽에서 떠오른 태양은 점점 밝아지더니 파스테이트의 관문과 하나가 되어 눈이 멀 듯한 섬광과 귀를 찢는 폭음과 함께 관문과 그 옆에 붙은 성벽을 송두리채 뽑아버렸다. 뜨겁다. 포니카가 뜨겁다고 했던 열기는 그저 투정이라고 생각될만큼 뜨거웠다. 돌격대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

 

“과, 과, 관문이…….”

 

관문이 터져나갈 때 하늘로 솟구친, 한때는 관문이었던 바윗덩이와 관문이 서있던 기반이 검게 그슬려 도시 곳곳에 떨어지고 있었다. 돌격대는 그대로 혼비백산해서 흩어진다. 대부분의 바위는 좀비들의 머리 위로 떨어졌지만 아렌지의 가호일 뿐이었다.

 

“도, 도망쳐, 도망쳐!”

“이 미친 좀비 새끼들이, 으, 으아아아아아아!”

 

도망을 쳐야 했지만 관문을 날려버린 대폭발도 도시의 좀비를 정리하지는 않았다. 도망치려는 시도는 좀비들에게 저지된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바윗덩이도 봐야하고 사방에서 자신들을 덮쳐오는 좀비도 봐야 했다. 제정신으로 하기도 어려운 일을 정신 혼미한 상태로 해내기는 굉장히 어려웠고 누군가는 바위를 피하다가 좀비에게 물려 쓰러졌고 누군가는 좀비를 먼저 치우다가 바윗덩이에 깔리고 또 누군가는 좀비에게 물려 쓰러진 위에 바위까지 떨어져 깔렸다.

 

“쿠프…… 쿠프!”

 

아이라즈도 움직임이 묶여있긴 마찬가지였다. 아이라즈는 좀비보다 바위를 보면서 바위가 떨어질 것 같은 곳에서 피하려 몸을 던진다. 업혀있던 포니카는 앞으로 데려와 안았고 열심히 뛰고 구르며 바위를 피한다. 포니카는 어지러운데다 뜨겁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혼란스럽기까지 하여 몸도 마음도 제대로 가눌 수가 없었다.

 

“저게 뭐야, 으아악!”

“저게 좀비 주인인가보다! 쏴라! 저놈을 죽여라!”

“커허억!”

 

성벽 위에서 엄호하던 이들도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목숨을 잃고는 그대로 좀비가 되어 일어났다. 도시 전체에 안전한 곳은 없다. 사방이 좀비 아니면 불길이었고 살아있는 자들이 좀비들과 함께하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그리고 관문이 폭발한 것에 이어서 이번엔 성벽이 터져나갔다.

 

“크하악!”

 

성벽이 터져나간 충격파는 아이라즈가 있던 곳을 그대로 훑고 지나갔다. 충격파와 함께 날아온 파편이 아이라즈의 머리를 세게 때린다. 투구를 쓰고 있기에 머리는 멀쩡했다. 그러나 정신은 그렇지 않다. 포니카를 감싼 아이라즈의 팔에 힘이 풀리고 포니카는 바닥에 철푸덕 떨어진다.

 

“어, 언니! 언니! 쿨럭, 언니. 저, 저리가! 에익!”

 

포니카도 어지러운 정신을 추스르고 아이라즈를 일으켜보려 한다. 그러나 어지러워질 정신이 없는 좀비들은 아이라즈가 누워있든 누가 누워있든 상관하지 않았다. 포니카는 그런 좀비들을 각목으로 쳐내고 밀어내며 불구덩이 쪽으로 몰아냈다. 그나마도 3마리 정도 몰아내고 나자 다시 좀비들이 포니카의 옷자락과 팔다리를 붙잡으며 밀고 당긴다.

 

“으, 으아아아! 언니이! 살려주세요!”

“쿠흑, 크윽, 포니카……!”

 

아이라즈는 찌그러진 투구를 힘겹게 벗어 집어던지고 포니카를 둘러싼 좀비의 아래턱을 분리시키고 척추를 꺾어가며 좀비가 되기 일보직전의 포니카를 구해냈다. 머리는 여전히 아프다. 하지만 아플 여유는 없었다.

 

“에레후, 에레후…….”

“언니, 언니! 피, 피가, 언니! 괜찮아요?”

“이……. 에리프 마 이……. 들루오슈 에레후……. 으랴아!”

 

눈 앞이 흐릿하면서도 아이라즈는 옆에서 덤벼오는 좀비의 관자놀이에 일격을 꽂아넣는다. 포니카는 아이라즈를 부축시키려 했지만 포니카가 부축시키기엔 너무 무거웠다.

 

“포니카!”

“아, 아저씨!”

“아이라즈! 렐라프 사흐 라우 에흐! 에탁 웬 아 시 에레흐! 에레흐 후오르흐 투오 텍!”

“워이……. 레흐 포 에락 에캇 워이. 이…….”

“아 포 노스! 포니카! 아이라즈 챙겨! ”

 

키드는 포니카와 함께 아이라즈를 일으키며 방금 전 무너진 성벽을 향해 걸었다. 벽이 무너지고 나니 원래 있던 관문보다 더 큰 통로가 생겼다. 키드는 그쪽으로 조금 걷다가 또 좀비들이 덤벼들기에 아이라즈를 반쯤 포니카에게 맡기고 검을 계속 휘둘렀다.

 

“이 새끼들이! 이봐! 지금 살아있는 놈 없냐!”

 

그 말을 하는 즉시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졌다. 바위인가 싶었지만 자세히 보니 부서진 성벽에서 떨어진 병사였다. 그는 다시 좀비로 일어나지 않았다. 좀비가 일어나는 데 필요한 필수 부속이 단단한 바닥과 부딪으면서 구더기처럼 꿈틀거렸다.

 

“히익! 우욱, 우웨엑!”

“정신 차려! 토하느라 시간 낭비하면 다 뒤지는 거야!”

[게으른테치!]

 

쓰러져서는 안 되지만 구토감은 참을 수가 없었다. 포니카는 침을 흘리듯 입에서 오물을 흘리며 성벽을 넘어가고자 애를 쓴다. 등 뒤에서 폭음이 한 번 더 울렸다.

 

“살려줘, 살려줘어어어억!”

“퇴각해! 도망쳐!”

“갈 곳이 없어, 갈 곳이 없어!”

[무능한테치!]

 

사방에서 원정군 대장, 신, 국왕, 부모를 찾는 목소리가 애타게 울려퍼지나 금방 잠잠해진다. 아이라즈는 비틀거리면서도 어떻게든 부축 없이 움직일 수는 있었다. 포니카의 부축을 떨쳐내고 자신의 단검을 뽑아들더니 도시 바깥이 아니라 안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옷 에바흐 이……. 니앗팍 아 사…….”

“아이라즈, 에수 온! 에봄 옷 에바흐 워이! 레흐 아바스 옷 에바흐 워이!”

“헤엑, 헤엑…….”

“포니카! 너도 정신 차려! 이제 아이라즈를 챙겨줄 사람은 너 뿐이야!”

[건방진테치!]

 

키드가 아이라즈의 뺨을 때리고 포니카와 함께 밀어붙이면서 둘이 밍기적거리고 있을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등 뒤에서 또 한 번 폭음이 들리자 키드는 도시의 풍경으로부터 아이라즈와 포니카를 막았다. 등 뒤 갑옷에 크고 작은 돌덩이들이 부딪히며 타당탕 소리를 낸다.

 

“아이라즈! 오그 디아스 이!”

“이……. 니앗팍 마 이……. 톤낙 이…….”

“워이 히우 세이드 에슈, 에이드 워이 피! 트캅 뤄이 투오바 크니흐! 아록캄 뤄이!”

“……아록캄…….”

“포니카! 너도 아이라즈 똑바로 챙겨! 너 죽으면 아이라즈도 죽는 거야!”

“아아, 아아아…….”

“가이더링으로 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

[닌겐인테치!]

 

온 몸이 불타오르면서도 움직일 수 있는 근육으로 걸어다니는 좀비들이 몰려온다. 키드는 불타는 산송장들을 베어넘기며 둘이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도록 발로 걷어차다시피 밀쳤다. 아이라즈가 포니카를 데리고 움직이는 건지, 포니카가 아이라즈를 데리고 움직이는 건지 헷갈리도록 서로가 서로를 부축한다. 그 사이 또 하나의 태양이 파스테이트의 도심지에서 폭발했다. 아이라즈와 포니카가 동시에 고개를 돌려보니 키드는 아직 그 자리에 있었다.

 

“아저씨!”

“키드……!”

“타 그니쿨 워이 에라 쿠프 에흐 타후! 오그! 로프 메흐 들로흐 리우 이!”

 

그때 포니카와 아이라즈와 키드는 동시에 하늘을 쳐다보았다. 이미 무너진 관문 위에, 이제는 연기와 불길만이 가득한 하늘 가운데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이질적인 녹색빛과 분홍빛이 떠있었다. 키드가 좀비를 베어내면서 악을 쓰며 소리친다.

 




[아타치도 더 이상 참지 않는테치. 아타치는 오마에타치에게 충분하고도 모자라서 분수에 넘치는 기회를 준테치! 오마에타치가 스스로에게 내려온 복을 전부 차버린테치. 오마에타치의 오만함 때문에 오마에타치는 일가실각할 것인테치! 더 이상의 자비는 없는테치! 오마에타치가 노예가 되지 않겠다면, 아타치가 오마에타치를 노예로 만들어주도록 하는테챠아아아아아아악!]

“오그! 로프 메흐 들로흐 리우 이!”

 

더 이상 꼼지락대고 있다가는 돌이킬 수 없겠다는 것을 모두 실감했다. 포니카와 아이라즈는 가슴 속에 키드를 품고 파스테이트를 빠져나갔다. 원정군이 도착할 때까지만 해도 도시는 멀쩡했던 파스테이트는 곳곳에서 커다란 불길이 터져나오고 있었다. 정신이 돌아오는 아이라즈는 포니카의 손을 잡고 뛰었다. 뛰다가 포니카가 따라잡지 못할 것 같으면 껴안았다. 껴안고 움직이기 힘들면 업었다. 길을 따라 움직이다간 꽁무니를 잡힐 것 같아 길도 따라갈 수 없었다. 그렇게 열심히 뛰었는데도 아이라즈와 포니카는 이제 겨우 파스테이트의 대로까지밖에 나오지 못했다.

 

“언니, 언니. 일어나요. 일어나요! 뛰어야 해요!”

“넴 윔……. 윔……. 키드…….”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안, 어, 어! 여기요! 여기요오오!”

 

드넓은 대로 저 멀리 마차가 보인다. 그것이 마차인지 수레인지 환상인지 알 수 없다. 대로에 먼지로 줄을 길게 그리며 달려오는 마차는 막 뒤를 돌아 파스테이트에서 멀어지려 하고 있었다. 포니카는 절실한 눈물을 담아 소리쳤다.

 

“제바알! 살려주세요! 콜로혹, 콜록, 제발, 케헤엑…….”

 

너무 크게 소리를 친 나머지 목이 무리가 가서 소리도 쉽게 지르지 못한다. 그 목소리는 마차까지 닿을 수 없었다. 포니카도 그 사실을 알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저 수레가 마지막 희망이다. 포니카는 목이 아프다고 하더라도, 목이 쉰다고 하더라도 일단 소리를 지르고 봐야했다.

 

“살려주세요!”

 

마지막 악을 담아 지른 소리는 메아리치듯 울려퍼졌다. 그것이 포니카의 귀에만 울린 환청이 아니라 실제로 울린 메아리였는지, 뒤를 돌던 마차는 제자리에 멈추고는 다시 돌아서 파스테이트쪽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포니카는 팔을 휘저으면서 자기 위치를 알리려다가 도시 안에서 또 터져나오는 화염폭발에 몸을 숙인다. 하늘 높이 버섯 모양의 구름을 뿜어내는 폭발이 마차에게 보이지 않을 수 없었을 텐데도 마차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파스테이트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포니카와 마부가 서로의 흰자위를 볼 수 있을 거리에서 다급히 멈췄다.

 

“빨리 태워! 얘야, 이게 무슨 일이야!”

“몰라요……. 모르겠어요…….”

“오크잖아?”

 

마차 뒤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는데 모두 파스테이트의 풍경을 보며 공포에 떨고 있었다. 아이라즈가 마차에 쉽게 오르지 못해 마차 위에서 인간들이 들러붙어 도와주니 그나마 숨 쉴 여유라도 있던 마차에 발디딜 곳도 남지 않는다.

 

“괜찮니? 다른 사람은!”

“없어요……. 전부 다…….”

“분명 저번에 지나칠 때는 좀비는 좀 있어도 조용했는데!”

 

마차는 파스테이트의 화마에 휩쓸리기 전에 서둘러 급하게 출발했다. 채찍을 끝까지 휘두르지 않아도 마부가 손을 움직이는 걸 눈치챈 말들이 알아서 뛰쳐나갔다. 포니카는 멀어지는 파스테이트를 보면서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다.

 

“키드 아저씨…….”

“어, 이 오크, 아이라즈잖아?”

“아는 오크야?”

“트루피아에서 가장 유명한 오크라고! 투기장 무패전설 아이라즈!”

 

그날 겪었던 일들을 포니카는 절대로 잊을 수가 없다. 오늘은 투기장 무패전설 아이라즈가 첫 패배의 고배를 마신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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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80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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