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서로 죽여라는 실장석 참피가 근본인 소설 가장 귀여운 자 상편
“어머나~, 귀여운 실장석이네.”
[데? 뭐 그런 얘기를 새삼스럽다고 호들갑데수?]
“기분이다. 콘페이토 하나 받으렴.”
[뭔 콘페이토도 겨우 하나 주면서 그렇게 생색내면서 주는데수?]
공원의 한가로운 어느 날, 한 인간이 한 실장석에게 콘페이토 하나를 주고 갔다. 실장석 단 하나에게 단 하나였다. 콘페이토를 받은 실장석이 큰 감흥 없이 맛있게 핥아 먹어치우기 시작하고 인간은 그대로 가던 길을 마저 간다. 공원 모두의 시선을 독차지 하지 않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풀숲에서 쏘아붙여대는 질투와 시기의 눈빛을 일광욕하듯 온 몸으로 받으며 실장석은 살아있다는 희열을 느꼈다.
[불공평한데스! 와타시가 훨씬 귀여운데스! 와타시가 훨씬 잘나가는데스!]
[닌겐이 아직 와타시를 보지 못 해서 저러는데스. 와타시를 보면 콘페이토가 아니라 몸을 바치고 싶어질 것인데스. 데프프…….]
공원의 모든 실장석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다음 날, 공원은 실장석으로 바글거렸다. 나무 뒤에서, 골판지 아래서, 수풀 속에서 뛰쳐나온 실장석들이 인간에게 자신의 귀여움을 어필하고자 서로 각자의 방법으로 애교를 단련해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태다. 이제나 저제나 인간이 나타나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그 날은 공원을 지나가는 인간이 많지 않았다. 가끔 골목 건너편에서 모습이 보인다 싶으면 인간이 공원을 멀리서 보더니 빙 돌아서 가는 것이다. 대부분의 실장석들은 이를 눈치채지도 못 하고 있었다.
[슬슬 올 때가 됐는데스…….]
실장석들은 이 말을 30초마다 42번 째 반복하고 있다. 자고 일어나서부터, 곧 해가 중천에 뜬 때부터 서둘러 준비하고 나와 기다리고 있는데 인간은 코빼기도 안 보이니 실장석들은 점점 짜증이 일기 시작했다.
[와타시가 일부러 아침일찍 일어나 기다려주는데 늑장을 부리는데수?]
[계속 늦을 때마다 콘페이토를 곱절로 바쳐야 할 것인데스!]
[바칠 수 없다면 목을 가져가는데스!]
마침내 인간이 모습을 드러낸 건 1시간이 더 지난 뒤였다. 하루보다 느린 1시간을 기다리느라 지쳐 나가떨어질 뻔했던 실장석들은 어제와 같은 차림의 인간을 보자 눈에 생기를 불태웠다. 인간이 공원 옆을 지나고 고개가 돌아가면서 실장석들과 눈이 마주치자 실장석들은 각자 자기들만이 알고 있는 일가 고유의 노하우로 갈고 닦아온 가지각색의 애교를 부렸다.
[데스우웅~♥]
수십 마리의 실장석들이 하나같이 같은 자세, 같은 음절, 같은 음계, 같은 박자로 애교를 부리는 모습은 흡사 제식을 완벽히 갖춘 군인들과도 같았다. 인간은 그 모습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옆으로 멘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실장석들은 그것이 사모해 마지않던 자신의 콘페이토라 믿었다. 그 믿음은 약 2000배 정도 어긋났는데, 인간이 꺼낸 건 콘페이토 한 알이 아닌 수천 알이 들어있는 봉투였다.
[데헤엑-!]
모든 실장석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인간은 그 떡 벌어진 입 단 하나에 수천 알의 콘페이토 중 단 한 알을 꺼내 넣어주었다. 어제도 인간에게 콘페이토를 받아먹은 그 실장석이다.
[데? 데스웅~.]
“귀여운 실장석이네. 하나 먹으렴.”
그 외 나머지 떡 벌어진 수십 개의 입들은 이제 선홍빛 혀꽃을 피우고 있었다. 혀꽃이 활기차게 움직이며 주변에 냄새나는 침을 튀겨댔다.
[닌겐! 와타시 몫은 어딨는데수!]
[와타시도 귀여운데스!]
“없는데?”
[거짓말데스! 손에 든 그 보따리가 안 보일 줄 아는데수!]
[와타시를 병신취급하는데수!]
[쓴 맛을 보여주는데스! 피 맛을 보여주는데스!]
“난 여기서 제일 귀여운 아이에게 줄 뿐인걸.”
당장이라도 인간에게 똥을 던지기 위해 손을 팬티 속에 집어넣고 있던 실장석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이들의 시선은 한 마리의 실장석에게, 인간에게 받은 콘페이토를 혀 끝으로 농염하게 굴리고 있는 실장석에게 고정되었다.
[저 분충이…?]
[말도 안 되는데스! 이 구역에서 제일 귀여운 건…….]
[와타시란 말인데스!]
“미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른 거라구.”
인간은 콘페이토 봉지를 가방에 넣고 유유히 가던 길을 따라 멀어져갔다. 실장석들은 망연자실하여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세상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웠던 콘페이토가 저 멀리 사라지고 나니 남은 것은 그보다 더 가까운 곳에서 눈에 콘페이토밖에 들어오지 않는 실장석 뿐이다.
[오마에가…… 제일 귀엽단데수……?]
[그럴 리…… 없…….]
[인정하기 싫어도 당연한 건 어쩔 수 없는데스웅~. 닌겐상이 보증한 팩트이니 그만 나불대고 골판지에서 자위나 하는데스웅~.]
붉은 혀로 콘페이토를 감싸 안으며 가장 귀여운 실장석이 거만하게 말했다. 그 실장석 주위엔 온통 실장석 뿐이었다. 앞에도 뒤에도 옆에도. 실장석의 밀집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곧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실장석들이 몰렸지만 가장 귀여운 실장석은 미각과 세로토닌에 심취하여 자신의 주위도 돌아보지 못 하고 있었다. 그 세로토닌이 아드레날린으로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덱!]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주먹이 가장 귀여운 실장석을 향해 날아갔다. 이어서 발, 이어서 또 다른 주먹, 이어서 또 다른 발이 날아왔다. 폭행의 폭우에 주인공이 된 가장 귀여운 실장석은 어떻게든 콘페이토를 빼앗기지 않으려 저항하다가 곧 콘페이토를 버리고 주먹과 발을 막기에 급급해졌다. 유일하게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부위는 입 뿐이었다.
[데엑! 데봇! 무슨 짓인데스! 이 공원에서 가장 귀여운 와타시에게 무슨 짓인데스!]
[개소리인데스! 그 콘페이토는 와타시의 것데스!]
[와타시의 것데스!]
[와타시의 것데스!]
[데붓, 이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는데스! 덱, 닌겐상은 와타시에게만 콘페이토를 주기로 했단 말인데스! 와타시가 제일 귀여우니 말인데스!]
[데프픗, 무식한 분충데스.]
주먹질을 하던 실장석 중 하나가 입꼬리를 한 쪽만 올리며 냉소했다.
[닌겐의 말도 기억 못 하는데수?]
[덱, 데벡!]
[가장 귀여운 실장석이 콘페이토를 받는데스.]
[데…… 덱, 데!]
[데프프프프……. 그러니 가장 귀엽다는 오마에만 없으면 콘페이토는…….]
[와타시의 것데스!]
[와타시의 것데스!]
[와타시의 것데스!]
가장 귀여운 실장석은 여지껏 느껴보지 못 한 공포에 몸서리쳤다. 평생 느껴볼 일 없을 거라 생각했던, 다른 실장석의 일인 줄만 알았던 죽음이 이젠 남일이 아닌 것처럼 실장석을 맞이하러 오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콘페이토란 사형 선고의 표식일 뿐이었다.
[잘못한데스! 잘못한데스! 살려주는데스! 콘페이토를 주는데스! 오마에의 것데스!]
[데픗, 오마에는 역시 병신데스. 콘페이토는 오마에가 아니라 닌겐이 주는데스.]
그 대화 덕분에 이유도 모른 채 린치에 가담했던 실장석들도 목적의식을 가지고 주먹질과 발길질에 열정을 더했다. 손발은 가장 귀여운 실장석의 급소를 사정없이 파고들었다. 명치에 주먹이 작렬하니 숨이 턱 막혀 가장 귀여운 실장석이 컥컥대다가도 그 숨이 뚫릴 새도 없이 주먹이 떨어짐과 동시에 다른 주먹이 명치에 꽂혀 숨통을 틀 여지를 남겨주지 않았다. 다른 부위도 아프기는 엄청나게 아프고 피멍이 들지 않은 곳이 없었지만 흐려지는 의식 속에 느껴지는 건 갑갑함 속에서 비롯되는 초차원적인 공포였다. 곧 가장 귀여운 실장석은 숨통을 트는 방법을 잊어버렸고 다시는 기억해내지 못했다.
[데프프프……. 이제 된 데스. 콘페이토는 와타시의 것데스.]
[과연 그럴데수? 닌겐이 이 자를 죽였다고 분노할 수도 있는데스.]
[닌겐안 멍청한데스. 와타시가 이 자의 행세를 해도 눈치도 못 챌 것인데스. 와타시가 이 자보다 귀여워서 들키면 들켰지 못 생겨서 들킬 리 없는데스.]
실장석 하나가 죽자 남은 실장석들이 사후대처에 대해 심도있지 않은 토의 겸 싸움을 거친 끝에 실장석 하나가 대타를 맡기로 했다. 대타를 서기엔 확신이 부족했던 나머지들은 인간이 자기들에게 시선과 콘페이토를 향해줄 것이라 독실히 믿으며 자기들만의 애교를 연마하는 데 열중했다.
다음 날이 밝고도 낮의 태반이 지나자 실장석들이 하나둘씩 일어나 공원 입구에 모였다. 가장 귀여운 실장석이 되기 위해, 콘페이토를 받기 위해. 애교 뿐만 아니라 꽃이나 나뭇잎으로 치장하고 나오는 실장석도 있었다. 대부분의 실장석들이 그렇게 치장한 실장석을 비웃었다. 비웃는 게 눈에 띄지 않게 속으로만 웃는가 하면 대놓고 입을 손으로 막고 큭큭대는 실장석, 아예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트려버린 실장석, 대놓고 들리란 식으로 중얼거리기까지 했다.
[저 자좀 보는데스. 얼마나 외모가 병신이면 꽃이랑 나뭇잎을 붙이고 오는데수?]
[저런 가짜 미모로 콘페이토를 받을 생각을 하다니 세상이 호락호락한 줄 아는 호구데스.]
꽃을 단 실장석은 은근슬쩍 꽃을 던져버렸다.
공원엔 긴장이 가득했다. 자신들이 공원에서 가장 귀여운 실장석으로 발탁된리라는 영광을 생각하고 있었다.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라 말을 잇지 못 할 것만 같은 칭호다. 세뇌라도 받은 것처럼 모든 실장석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대역을 맡은 실장석은 굉장히 느긋했다. 약속된 콘페이토와 스스로에게 보증된 미모, 다른 실장석들의 기대를 모조리 도루묵으로 만들었을 때의 희열을 생각하며 오르가슴에 가까운 쾌락을 느끼고 있었다. 들킨다 하더라도 상관 없었다. 대역은 실장권법에 통달했다고 스스로에게 인정받은 고수이기에 수많은 뇌내연습상대 중 처음으로 인간을 상대로 하게 되어 즐거워하고 있었다. 차라리 인간이 그냥 단번에 눈치채고 선공을 걸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인간은 실장석의 두뇌로는 셀 수 없을 만큼의 콘페이토를 가지고 있다. 인간을 죽이면 그 콘페이토가 자신의 것이 될뿐더러 그 콘페이토를 기반으로 실장석들을 노예화해 공원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 원대한 꿈도 품었다. 한 번 공원을 정복한 다음엔 다른 공원으로 침략 원정을 나서고, 차근차근 공원이란 공원은 모조리 정복할 계획도 있다. 콘페이도 한 알은 곧 지구 전체의 공원이 되어 단 하나의 빅 마마에게 모든 것이 통제되는 실장낙원이 되었다. 대역은 곧 계획을 바꿨다. 대역인 게 들통나든 말든, 일단 인간을 죽이고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 그 계획의 주춧돌이 되어줄 인간이 나타났다. 어제, 그리고 엊그제와 가튼 복장과 걸음걸이로. 실장석들이 그날 유일하게 지나가는 인간에게 있는 관심 없는 관심을 모두 기울였다. 인간은 저번과 마찬가지로 수천 알의 콘페이토 봉지를 꺼내고, 그 봉지에서 단 하나의 콘페이토를 꺼냈다. 실장석들은 그런 인간이 참 쩨쩨하고 더럽고 치졸하다고 생각했다.
[데스웅~♥]
일제히 오른손을 뺨에 갖다대며 같은 음정 박자로 애교를 부린다. 자세는 모두 똑같았지만 다들 눈동자를 힐끔거리며 대역실장을 눈치껏 살펴보고 있었다. 그리고 대역실장은 어디를 공격해야 단숨에 숨통을 끊어놓을 수 있을지 인간의 빈틈을 찾아 눈알을 굴려댔다.
이윽고 인간이 콘페이토를 건넸다. 곧 기대는 경악의 파도가 된다. 인간의 콘페이토는 정확히 대역실장에게 단 하나만 떨어졌다.
“오늘도 여전히 귀엽구나?”
대역실장은 대답하지 ㅇ낳았다. 살면서 처음으로 받아본 콘페이토의 그 아찔한 자태에 정신이 팔려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자신의 대역 연기가 제대로 먹혔다는 기쁨도 있었지만 이는 사람이 길을 걷다 50원짜리 동전을 줍는 기쁨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대역은 아까까지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잊어버렸다.
인간은 황홀경에 빠진 대역과 경악에 빠진 수십 마리의 실장석을 둔 채 가던 길을 유유히 가며 사라졌다. 인간이 내는 발걸음 소리가 완전히 들리지 않게 되자 대역이 자신이 받은 콘페이토를 양 손으로 들어 하늘 높이 올리면서 폭소했다.
[데퍄퍄퍄퍄퍄퍄퍄퍄퍄퍄퍄! 본 데수! 닌겐은 병신데스! 와타시가 진짜가 아닌 것도 모르고 곧이곧대로 콘페이토를 주는데스!]
[가장 귀여운 실장석이…… 아니라, 그냥 주는 거였던 데수?]
[퍄퍄, 와타시가 제일 귀여운 건 당연한데스! 하지만 닌겐은 진짜가 죽어도 모르는 허접병신쓰레기데스!]
[데에. 그런데수? 좋은 정보데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대역의 눈에 별똥이 튀었다. 정신이 멍하고 뒤통수가 울렸다. 본능적으로 누군가에게 맞았다고 생각한 대역은 뒤를 돌아보며 버럭 성을 냈다.
[어떤 분충데스! 감히 이 공원에서 가장 귀여운 실장권법의 대가 와타시에게 선방을 날리다니 즉시 몸과 머리를 분리시켜 오나홀로 써주겠는데스!]
그 말을 끝맺는 동시에 한 실장석이 돌멩이를 들어 대역의 정면으로 내질렀다. 말 그대로 돌주먹이 날아오는 걸 본 대역은 피하거나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능력이 되지 않아 그대로 강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짱돌은 정확하게 대역의 광대를 때렸다. 까지고 부러진 상처에서 피가 흘렀다. 대역이 이 한 방을 맞아 주춤한 틈을 놓치지 않고 2~3대의 연타가 추가로 날아왔다. 추가타를 맞고 대역이 쓰러지자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던 대역은 앓는 소리로 말했다.
[왜…… 이러는…… 데…….]
[오마에의 자리는, 그리고 닌겐의 콘페이토는 이제 와타시의 것 데스.]
[닌겐이…… 와타시랑 오마에도 구분 못 할 것 같은데수?]
[방금 오마에가 말하지 않았던데스. 닌겐은 병신이라고. 진짜와 대역도 구분 못 한다고 말인데스.]
[그거랑 이건 다르…….]
[시끄러운데스.]
수많은 실장석들이 대역을 덮쳤다. 수많은 나뭇가지와 돌멩이가 날아들었다. 대부분은 얼굴을 짓이기는 데 여념이 없었다. 얼굴이라고 불릴 수 있는 부분이 사라지는데는 1분이 채 걸리지 않았고 바로 다음 실장석이 대역을 자처했다.
[이제 와타시가 제일 귀여운 실장석데스! 와타시는 귀엽고 똑똑하고 강하고 귀여우니 오마에타치에게 거부권은 없는데스!]
[그거야 확인해봐야 알 일 데스.]
강하다는 말의 대가로 강함을 시험받은 새 대역은 곧 전대의 뒤를 따랐다.
그 다음 손을 든 실장석은 미리 한 마리를 직접 때려눕혀 강함을 과시하고 대역을 하겠다고 선포했다. 그러나 하나가 다수를 이길 수는 없었다.
그 다음 실장석은 자기가 콘페이토를 받으면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눠줄테니 싸우지 말자고 웅변했다. 그 말은 잠시나마 효력을 보이는 듯 싶었으나 곧 콘페이토 일부보다 온전한 하나가 더 좋다는 결론이 나왔다. 결국 N분에 1 공략을 내건 실장석은 콘페이토 대신으로 N분에 1이 되어 모든 실장석에게 나눠졌다.
그 다음 대역은 아무 공약도 어필도 하지 않았다. 콘페이토를 받는 순간 전력으로 도망칠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대역도 곧 죽임을 당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처럼 아무 말도 없이 그냥 죽었다.
사태가 길어지자 모두들 앞서 대역이 되길 주저하기에 이르렀다. 속으로는 모두 나서고 싶어했다. 가장 귀엽다는 칭호와 함께 찾아오는 온전한 콘페이토 한 알. 실장석 되는 존재로서 도저히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어이, 오마에. 오마에가 나가는데스.]
[데에에? 미친소리 마는데스!]
[오마에가 이 공원에서 제일 귀여운데스. 내일은 오마에가 콘페이토를 받는데스!]
[와타시는 콘페이토를 받을 자격도 없는데스!]
[오마에는 닌겐도 마라를 불끈 세울 미모데스! 콘페이토를 받아 마땅한데스!]
[웃기지 마는데스! 콘페이토는 오마에의 것데스!]
누구도 양보할 마음만 있는 싸움이 계속 되었다. 유혈사태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이미 피가 잔뜩 흐른 뒤였다. 누구도 대역을 할 생각이 없었고 미모 따윈 잊은 지 오래였다. 결국 해가 저물어가면서 하늘에 주홍빛이 드리우고 자야 할 시간이 되자 한 마리 실장석이 제안을 하나 하였다.
[이대로는 밍나 죽고 마는데스! 와타시타치 밍나 콘페이토를 받고 싶지 않은데스. 그렇다고 콘페이토를 안 받을 수 있는데수?]
곧 그 실장석의 말에 모두가 귀를 기울였다.
[그럴 순 없는데스!]
[콘페이토를 마다하는 건 실장석이라 할 수 없는데스!]
[옳은데스. 결국 누구 하나는 콘페이토를 받아야 하는데스. 그 하나는 이제 밍나 결정하도록 하는데스. 밍나가 인정하는 실장석은 정말로 귀엽고 콘페이토를 받아 마땅한데스. 밍나가 인정했으니 불복해서 죽이는 일도 없을 것인데스!]
[하나를 뽑아 세우잔 말인데수?]
[좋은데스! 공평한데스!]
[와타시만 아니면 상관없는데스!]
먼저 제안한 실장석은 생각보다 호응이 좋자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다. 다른 실장석이 했을 말이었다면 누구도 귀담아듣지 않았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실장석은 설마 자신에게 이런 카리스마가 있었을 줄 몰라 놀랐고 곧 이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는 자신이야 말로 진정 귀여운 실장석이 확실하다고 여겼다. 실장석의 제안을 따라 동조하는 이들의 환호가 보리밭에 바람 가듯 퍼졌다.
[이럴 순 없는데스! 어째서 이런 일데스!]
[데프프, 오마에가 바라던 일 아닌데수? 소원성취데스.]
[무효데스! 조작데스! 불공평한데스! 다시 해야하는데스!]
민주주의를 도입하기로 한 실장석은 자신의 거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의 만장일치로 가장 귀여운 실장석으로 선출되었다. 자신이 가장 귀여우리라 여긴 예상이 빗나가지 않은 것에 좋아하고 싶었지만 그 예상이 불러올 폭풍이 너무나도 가혹했던 대표 실장석은 부들부들 떨다 총구근에 힘이 풀려 그만 빵콘해버렸다. 그와 동시에 다른 실장석들이 일제히 주먹을 날려댔다. 다들 하나같이 얼굴은 피하고 있었다.
[덱! 데걋!]
[콘페이토를 받아야 할 오마에가 빵콘을 해버리면 어쩌자는데스!]
[콘페이토를 못 받기라도 하면 그날로 독라노예데스!]
얻어맞으면서 대표 실장석은 구슬피 울었다. 그러나 실장석들은 눈물 따위에 약해질 온정따윈 없었다. 외려 눈물이 한 방울씩 배어나올수록 주먹이 한 방씩 추가되었다.
[이 자가 눈물을 흘리는데스!]
[와타시타치가 그딴 연기에 속는 똥닌겐으로 보이는데수! 괘씸한데스!]
[오로롱! 오로롱! 그만하는데스! 용서해주는데스!]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 지도 모른 채 무작정 용서를 빌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주먹질이 멈췄다. 계속 엎드려서 훌쩍이던 대표는 주먹질이 멈추자 힐끔 고개를 들었다. 미묘한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갑자기 고개가 부러질 듯 뒤로 휙 하고 꺾이고 모근이 짜릿하게 당겨왔다. 순식간에 대표는 태양과 직접 눈을 마주치고 눈을 반사적으로 감았다.
[데에에엑!]
[콘페이토가 없으면 용서도 없는데스!]
[뭘 꾸물대는데수! 곧 닌겐이 오는데스. 잽싸게 일어나는데스!]
뒷머리를 잡힌 대표는 당기는 아픔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굴을 제외한 모든 부위가 욱신거렸다. 걷기도 힘들었지만 주저앉으면 벌어질 일이 너무 두려웠다. 지금 대표의 다리는 정신력으로, 그 중에서도 공포로 버티고 서있었다. 대표는 머릿속에서 곧 벌어질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상하며 오금을 저리고 있었다. 대표가 눈치채지도 못 한 사이 덜덜 떨리는 입술 사이로 생각들이 형태를 가지고 튀어나왔다.
[죽기싫은데스죽기싫은데스죽기싫은데스죽기싫은데스죽기싫은데스죽기싫은데스죽기싫은데스죽기싫은데스죽기싫은데스죽기싫은데스죽기싫은데스죽기싫은데스죽기싫은데스죽기싫은데스죽기싫은데스죽기싫은데스죽기싫은데스]
아직 인간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발소리도 말소리도 들리지 않았는데 갑자기 인간의 발이 코 앞에 나타났다. 대표가 척추가 빠질 듯한 느낌이 들어 인간을 올려다봤더니 거기엔 하얀 구름만이 둥실둥실 떠가고 있었다. 모양새가 꼭 대표를 비웃는 모양이었다. 그 웃음은 인간의 웃음소리였다. 대표가 펄쩍 뛰며 웃음소리를 좇았다. 고개를 급히 꺾는 동시에 웃음소리는 사라졌고 주변엔 아무 것도 없었다. 급히 꺾은 고개에서 뻐근한 감각이 밀려오고 곧 손으로 주무르는 듯한 감각이 느껴졌다. 대표가 괴상망측한 비명을 지르며 뛰어올라 뒤를 돌아보자 자신의 도약 때문에 흙먼지만이 풀풀 피어올라 공기중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대표는 불안한 눈으로 상하전후좌우를 살폈다. 보이지 않는 사각에서 인간이 자신을 노리는 기분이 들었다. 대표가 공원 입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공원과 보도블럭을 나누고 있는 화강암 블록 위에서 대표는 발만 동동 구르기 시작했다. 계속 사방을 둘러보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으면서.
[저 자가 뭘 하는데수?]
[닌겐이 오는지 보고 있는데스.]
[그런데수? 왜 와타시에겐 저 자가 도망칠 궁리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수?]
[분충 눈엔 분충만 보이는데스. 콘페이토를 주겠다는데 어떻게 도망칠 생각을 하겠는데수.]
[콘페이토를 들고 도망칠 수도 있는데스.]
[뎃! 그렇다면 바로 척살데스.]
이윽고 인간이 정해진 그 시간대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이 실제로 나타나자 대표의 발구름은 더욱 심해졌다. 인간이 한 걸음을 내딛을 때 대표의 심장은 다섯 번을 뛰었다. 대표가 몸을 심하게 떨었다. 죽음이 가까워져온다는 느낌이 온 근육을 휘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뇌는 생각을 멈추었다. 단지 눈과 귀와 피부가 전하는 상황을 과장도 축소도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인간은 그 자리에 있었다. 뇌는 그렇게 느꼈다. 대표도 그 자리에 있었다. 두 존재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있었다. 그러다 순간, 갑자기 땅이 스스로 접혀 인간이 올라선 땅을 대표의 앞에 옮겨주었다. 대표는 자신이 느낀 풍경을 믿었다. 코 앞까지 다가와 선 인간은 항상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대표가 생각했다.
죽고 싶지 않은데스.
대표는 궁리했다.
빠져나갈 방법이 있을 것인데스.
마침내 떠올렸다.
그 방법밖엔 없는데스.
모든 실장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표는 생각한 것을 즉시 행동으로 옮겼다.
[데스웅~♥]
필사의 애교. 대표는 뺨에 붙인 오른손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최대한 사랑스럽게 보이려고 애썼다. 이렇게 하면 인간도 귀여운 자신을 차마 죽이지 못 할 것이라고, 대표는 그렇게 생각했다.
“항상 귀엽네. 너는.”
대표의 표정이 밝아졌다. 자신의 비책이 들어맞았고 인간에게 귀엽다는 소리까지 들었으니. 거기에 묵직한 콘페이토 한 알까지 받았으니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표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살아남은 것에 감사했다. 인간에게도 심심하게나마 고마움을 전하고 나니 인간은 늘 가던 길을 따라 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오묘한 동작으로 사라졌다. 저 인간은 항상 어디로 가는 걸까, 대표는 잠깐 궁금증이 일었다. 하지만 그 궁금증은 소에 들린 콘페이토와 살아남았다는 기쁨에 관심을 뺏겼다. 그 관심은 비단 대표만의 관심이 아니었다. 대표는 황홀한 표정으로 콘페이토와 몰려오는 실장석들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다음 순간 대표는 얼굴에 핏기가 가시고 팬티가 질펀하고 축축해지게 빵콘했다.
[와……타시…… 무슨…… 짓을……?]
[데프프. 제대로 콘페이토를 얻어낸데스. 그럼 이제 다음 순서데스.]
실장석들은 하나같이 돌이나 막대기를 들고 있었다. 대표는 다음 순서가 뭔지 상상하고 싶지도 않아 손사래를 쳤다.
[자, 잠깐, 이럴 필요 없는데스. 와타시가 이걸 그냥 줄테니 목숨은 살려주는데스, 그럼 내일도 와타시가 콘페이토를 받아주겠는데스.]
[그래서 내일도 오마에가 제일 귀여운 실장석이 되겠다, 이 말 데수?]
[그럴 순 없는데스.]
[그럼 와타시 말고 다른 자가 대표로 나서면 되는데스! 오마에타치도 알겠지만 닌겐은 멍청한 데스! 와타시와 원조도 구분 못 한단 말인데스! 와타시가 아니어도 밍나 콘페이토를 받을 수 있고, 밍나 제일 귀여운 실장석이 될 수 있는데스!]
대표는 자신에게 이런 말재주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유창하게 말했다. 과연 그 말뜻과 대표의 말하는 품새에서 무엇인가 타당성같은 것이 다른 실장석에게 전해졌따. 평소 타당성이란 개념을 느껴본 적 없는 실장서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밍나 귀여워질 수 있는데수…….]
[그런데스!]
[콘페이토도 받을 수 있는데스…….]
[그런데스!]
[그럼 무슨 의미가 있는데수?]
[데?]
갑자기 반문이 들어왔다. 대표는 설마 반문을 들을 거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대표가 주저하는 사이 발언권은 모두에게 넘어갔다.
[모두가 귀여우면 가장 귀여운 실장석이 의미가 없는데스. 귀여운 건 와타시 단 하나만 있어야 한단 말인데스!]
[와타시 단 하나데스!]
[와타시 단 하나데스!]
[와타시 단 하나데스!]
[아, 아닌데스…….]
말 한 마디에 분위기는 역전되고 있었다. 대표가 반론하려 했지만 반론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몽둥이와 돌멩이를 쥔 실장석들이 와타시라고 일제히 외치며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콘페이토도 하나를 온전히 먹지 못 한다면 의미가 없는데스!]
[와타시 단 하나데스!]
[와타시 단 하나데스!]
[와타시 단 하나데스!]
[제발, 와타시의 말을, 데, 데에에! 데갸아아아아아악!]
구타를 말릴 틈은 없었고 말릴 자도 존재하지 않았다. 거리낌 없어진 실장석들은 대표의 얼굴을 피하지도 않고 마구 짓이겨댔다. 대표가 품에서 콘페이토를 놓치자 실장석들의 관심은 콘페이토로 쏠렸다. 모두가 우르르 몰려가 콘페이토를 둘러쌌고 피투성이 멍투성이 상처투성이 대표는 피가 멎지 않는 상처를 입은 채 버려졌다. 대표의 숨통은 아직 붙어있었지만, 곧 한 마디 말을 하고 고개를 옆으로 떨어트렸다.
[한 입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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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실장이 되어 하루하루 운치굴 노예로 살아가는 와타시가 휴가를 나온테치!
작년에 우지챠에 불과했던 와타시는 이제 상병의 자가 되어버린테치!
병장 마마가 되려면 아직도 4개월이 넘게 남은테치!
운치굴 노예를 벗어나려면 6개월은 더 있어야하는테치!
오로롱! 오로롱! 꺼내주는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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