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할머니 어릴적 시절 못생긴 검정고무신 헛소리 급의 실장석 참피 소설 운치퍼 실장

가을의 해는 서서히 뜬다. 새벽 6시, 몇 달 전 같으면 이미 떠올라 대지를 덥혔을 태양은 점점 게을러져 뜰까 말까를 고민하는 시간이다. 그런 계절, 한 신도시의 아파트촌. 새로 지어진 아파트 사이로 가로등이 켜진 산책길을 따라, 무언가가 새벽녘을 가르며 나아가고 있었다. 그것은 아이러니였다. 이 깨끗한 신도시 아파트촌에서는 볼 수 없는, 아니 절대 보여서는 안 되는 존재. 바로 실장석이기 떄문이다. “영차 데스! 영차 데스!” “영차 테스! 영차 테스!” 성체실장에 맞춘 작은 리어카를 사이에 두고 앞에서는 친으로 보이는 성체가, 뒤에서는 그 자로 보이는 중실장이 밀거니 끌거니 하며 나아간다. 이윽고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 들어서는 실장석들. 누군가가 다가온다. 파란 모자와 옷. 대다수 실장석들의 천적. “어~ 춘향이 왔냐? 안 그래도 오늘은 우리쪽이라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신 데스요 경비상.” 초로의 경비아저씨가 웃으며 반겨주자 춘향이라 불린 친실장도 웃으며 화답한다.  이것 또한 아이러니다. 대개 아파트촌에서는 경비와 실장석들 간에 쫓고 쫓기는 것이 일상이니까. 하지만 이 실장석은 그런 경비와 오히려 화기애애한 대화를 주고받고 있다. “이거라도 마시면서 조금만 기다려라, 나오고들 계실 테니.” “감사한 데스요. 잘 마시겠는 데스.” 경비아저씨가 나눠준, 물이 든 일회용 컵을 받아 들고 장녀에게 먼저 먹인 후 남은 걸 마시는 춘향이가 벌컥벌컥 마신다. 날씨는 제법 쌀쌀하지만 차가운 물을 꿀꺽꿀꺽 마시는 폼이 오가는 일이 예삿일이 아님을 알려준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경비실 앞에는 사람들 몇몇이 비닐봉지를 들고 줄을 서기 시작했다. “안녕 춘향아?” “안녕하신 데스요 닝겐상.” 가장 먼저 나온 건 101동 204호 집주인. 녹돌이라는 이름의 거대 우지챠를 키운다. “오늘은 양이 제법 된다야.” 204호 집주인은 봉지 한가득 가져온 운치를 리어카에 쏟아부었다. “데에~ 녹돌이가 요즘 장운동이 활발한 모양인 데스요.” “핫핫핫 녀석이 요 며...